화난사람들 최초롱 대표 - 같은 방향을 가진 힘을 모으는 법

같은 방향을 가진 힘을 모으는 법
화난사람들 최초롱 대표
@angrypeople.co.kr


‘화난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는 팀인가?

고객의 일상을 지키는 일을 한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합리적인 비용으로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돕는 공동 소송 플랫폼이다.

일상을 지킨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

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의 사람은 일상이 흔들린다.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되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최대한 줄이고 일상을 지킬 수 있도록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화난사람들이다.

팀 이름이 직관적이다. 재미있기도 한데, 작명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었나?

온라인에서 법 관련 내용을 질문하거나, 변호사를 찾아보는 분들은 법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리고 대부분 무척 화가 나 있다. 2018년 처음 창업을 준비할 때부터 ‘회사 이름은 무조건 이거다’라는 생각을 했다. 직관적이라 쉽게 기억되는 장점도 있다. 대학 시절 봤던 〈12명의 성난 사람들〉이라는 고전 영화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화가 난 사람들을 돕는 스타트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

사회적 논쟁거리가 발생하면 대중은 함께 문제를 공유하고 분노한다. 그런데 화만 내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아쉽더라. 법조인의 시각에서 이 에너지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없을까 생각했다. 같은 방향성을 가진 힘들이 뭉치면 문제를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공동 소송이 방법이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동 소송은 받는 보수에 비해서 준비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 변호사들이 꺼리는 편이다.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가 필요하겠더라.

그래서 어떤 서비스를 도입했나?

법조계의 사무 처리 방식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이다. 수백 명, 때로는 수천 명이 소송에 참여하면 이들의 정보를 일일이 이메일이나 팩스로 받아 수작업으로 전산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만 몇 달이 걸릴 수 있다. 그래서 ‘집단 소송 전산 프로그램’을 만들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데이터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변호사도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공동 소송 플랫폼에 사람들이 관심 가질 것이라는 예상은 했나?

사실 스타트업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법대 나와 고시 공부만 하다가 법조인이 됐다. 법원에서 재판연구원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창업한 건데 무모했다. (웃음) 보통은 시장 규모나 성장 가능성 등을 분석하고 시작하는데 그걸 못했다. 그저 법조계에서 일하며 공동 소송 플랫폼 서비스가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만으로 창업했다.

3년 가까이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었나?

화난사람들에서는 공동 소송뿐만 아니라 국민 다수의 의견을 모으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대법원의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에 대한 국민 의견 전달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 대법원에서 양형 기준 제정에 국민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런 경우 보통 공청회와 심포지엄을 열고, 시민 단체 의견서를 받는다. 이것만으로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살아있는 의견’을 전달해 보자는 취지로 화난사람들을 통해 국민 의견을 모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결과가 궁금하다.

2만 명 넘는 시민들이 디지털 양형 의견을 작성했다. 우리 플랫폼을 통해 프로젝트를 담당한 변호사가 모인 의견을 분석해서 제출했는데 대법원이 무게감 있게 받아들였고,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범죄별 형량을 묻는 설문조사도 진행해 전달했다. 우리 자료의 어떤 부분이 얼마나 쓰였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그래도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 기준이 상당히 무겁게 정해졌다. 어떤 경우에는 신체적 성폭력 범죄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공동 소송 중에서 의미 있었던 일은?

아이돌 굿즈 공동 구매 사기 사건이 있었다. 개인당 몇천 원에서 몇만 원 단위로 피해를 본 것인데 액수가 적다 보니 개별적으로 법 절차를 진행하기가 어렵고, 피해자들의 연령대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학생들이라 대응이 힘든 상황이었다. 우리 플랫폼을 통해서 변호사를 공동 선임한 뒤 가해자를 형사 고소했다. 어린 친구들이 자신의 피해를 법으로 해결하는 경험을 하게 된 거다. 억울해하기만 했다면 학습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사기꾼들에게도 경각심을 일으켰을 거다.

대다수 법조인이 걷는 길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부담은 없었나?

‘꼭 해보고 싶다, 할 수 있다, 해보자’는 자신감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은 안 하는데 내가 해도 될까?’ 이런 생각은 전혀 안 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 (웃음)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렵나?

처음 해보는 일이라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고, 내가 대표다 보니 의사 결정을 해야 할 부분이 많다. 좋은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스타트업 운영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를 예측해서 결정하는 부분이 많아서 어렵더라.

구체적으로 어떤 의사 결정이 어렵던가?

사소하게는 플랫폼 리뉴얼 작업을 할 때 버튼을 어디다 놔야 하는지, 버튼 이름을 뭐로 해야 하는지조차도 쉽지 않더라. (웃음) 고객이 진행을 원하는 사건이 있을 때 우리 플랫폼 기준에 맞는가를 따지는 문제도 어렵다.

‘리걸 테크(Legal Tech)’ 분야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까?

사회 변화가 굉장히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만큼 법조계도 변할 수밖에 없다. 변호사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과 접근성을 높이는 서비스부터 시작해 법률 데이터의 디지털화, 보수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법조 산업을 변화시키는 형태로 확장되어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로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가 있나?

다른 방식으로 공동 소송을 진행해 보려고 한다. 기존에는 변호사가 어떤 사건에 대한 공동 소송 절차를 시작한 뒤에 참여자를 모으는 형태로만 진행했다. 새롭게 도입할 서비스는 고객들에게 공동 소송 이슈를 먼저 알려서 참여자가 모이면 이후에 변호사를 매칭하는 방식이다. 커뮤니티 요소를 강화했다. 또 어떤 변호사가 내 사건을 맡으면 좋을지 데이터를 분석해서 변호사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도 기획하고 있다.

지금, 깊이 읽어야 할 것을 추천해 달라.

몇 년 전 유행했던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를 읽고 있다. 일하다 보면 자기가 속한 분야에만 매몰되기 쉽더라. 특히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끊임없이 주시해야 한다. 그런데 당장 눈앞의 일이 바쁘면 놓치기 쉽다. 이 책은 세상을 넓게 보는 눈이 생기게 하고, 편견이나 선입견에 빠지지 않게 경각심을 주더라.

정주한 에디터

* 2021년 3월 18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젊은 혁신가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