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작가 한덩이 - 사는 게 다 귀엽죠 뭐

©한덩이

사는 게 다 귀엽죠 뭐
캐릭터 작가 한덩이
@d_creart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나.

‘너를 만나 삶이 맛나’, ‘사는 게 다 귀엽죠’, ‘다 웃자고 하는 진담’이라는 슬로건으로, 귀여운 그림에 우리 삶에 대한 고찰을 담아 전하는 캐릭터 작가다. 많은 분이 사랑해 주시는 감성 돼지 ‘뚱’이는 우리 안에 있는 귀여움을 표현하는 캐릭터다.

캐릭터를 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는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싸이월드 스킨도 만들고, 소프트웨어 UI 디자이너로도 일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게 됐다. 오랜 시간 일을 하면서 내가 진짜 그리고 싶은 게 뭔지 찾아서다. 내가 생긴 것과 다르게 귀여운 걸 좋아한다. (웃음)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귀엽게 그려 내고 싶었다. 한덩이라는 이름도 우리 마음속에 있는 한 덩어리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는 뜻이다.

뚱이는 어떻게 탄생했나.

우선 무척 귀엽지 않나 돼지가. (웃음) 돼지라는 동물은 불쌍함과 귀여움을 동시에 가진 존재다. 안 좋은 표현이지만 일종의 ‘찐따미’가 있다. 어리숙하고, 귀엽고, 정감 가는 대표적인 존재가 돼지라고 생각했다. 먼저 꼬마 캐릭터와 돼지 캐릭터가 같이 볼을 부비는 장면을 그렸다. 그리고 좁은 논두렁을 달리며 도망가는 돼지를 꼬마가 놓치는 척하면서 보내 준다. 돼지는 “소세지가 되고 싶지 않아!”라며 농장을 탈출한다. 그게 뚱이 스토리의 시작이다.

뚱이는 먹는 것에 진심이다. 친구에게 “우리 당일찌기 어때?”라고 묻는다. 그리고 부지런하기를 거부한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다음 주 정도로 미루자”고 말한다. 보자마자 내 이야기인가 싶었다.

일단 작가인 내가 먹는 것을 참 좋아한다. (웃음) 그리고 공감을 끌어낼 수 있도록 일상에서 소재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귀엽지만, 어딘가 빈 구석이 있는 주위 인물들을 자꾸 관찰하게 된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무척 사랑스러운 사람들이다. 지인들을 저마다 애잔한 사연을 가진 캐릭터로 설정했다. 뚱이 옆에 ‘삥, 멍, 팡, 띵, 꽁’이 있다. ‘팡’은 펭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살찐 파랑새다. 날지 못해 늘 곁에 있는 행복을 상징한다. ‘멍’은 냄새를 못 맡아 길을 잃은 김에 ‘자유롭개’ 살아가는 강아지다. 우리의 ‘짠하고 귀여운’ 일상을 그대로 보여 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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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별 볼 일 없고 귀엽습니다.’ 뚱이가 버려진 상자 안에 들어가 있고, 그 상자 안에 쓰인 문구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뜻이다. 그대로 사랑하기에는 결핍도 많고, 보잘것없고, 감추고 싶은 부분들도 많다. ‘별 볼 일 없지만 귀엽다’라는 말은 난 이미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는 뜻이다. 움츠러들고, 실수하고, 자신감 없어도 괜찮다. 그게 오히려 귀여운 모습들이다.

귀여움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

귀여움 특유의 느낌이 있다.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하는. 그런데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서로가 귀엽다고 느끼는 건 어떤 마음일지 생각해 봤다. 서로를 더 존중하고, 더 아낄 수 있는 마음인 것 같다. 엄마, 아빠처럼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귀여우신 부분이 꼭 있지 않나.

귀여움은 어디서 온다고 보나.

우리 모두의 내면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아이였다’라는 표현도 있는 것처럼. 자신이 얼마나 귀여운 존재인지 알고,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본질적으로 귀여운 존재라는 걸 알게 되면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한다. ‘귀여워서 봐줬다’란 말도 있는 것처럼.

팍팍한 일상 속에서 귀여움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내가 상처받아선 안 되고, 누가 나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아야 하고, 강해져야 하는 세상이다 보니 내 귀여움도, 남의 귀여움도 잊어버리고 산다. ‘꽃길은 사실 비포장도로다’는 드라마 대사가 있지 않나. 현실은 진흙길일 수 있다. 하지만 꽃을 보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 아름다운 순간들을 마음에 저장해 두고 잊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긍정적인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 뚱이가 항상 귀여움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귀여움이 어려운 일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물론 철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이 나아가는 방향을 잡는 데 있어서 각자의 귀여움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귀여움이라는 하나의 방향성이 중간중간 우리의 고비들을 극복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내가 귀여워서 그래’나 ‘귀여운 내가 참자’라고 생각하면 잠깐이라도 기분이 나아질 거다. (웃음) 상대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의 인간적인 면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거다. 귀여움과 연민을 느낄 수 있고, 결국 누군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뚱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도 남다를 것 같다.

독자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시는 문구가 있다. ‘일찍 자고 일찍 먹자’는 문장이다. 보통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자고 말한다. 부지런히 일해야 성공한다는 그 말을 바꾼 거다. 뚱이가 일찍 일어나는 이유는 세속적인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상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거다. 뚱이가 출근길 버스에서 졸린 눈으로 김밥을 먹으며 “먹을 거 다 먹고 잘 거 다 자면 성공할 수 없다니. 성공이라는 게 그렇게 불행한 건가”고 반문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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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특유의 긍정적인 사고를 작품에 계속 담아 내는 것 같다.

사실은 내 안에 부정도 정말 많다. 그런데 가만 보면 긍정하고 싶은 마음이 현실에 부딪혀서 생기는 저항이 부정이란 감정이다. 나는 원래 긍정적인 사람인데, 어려움에 부딪혀서 짜증날 때 긍정이 부정으로 바뀌는 거다. 그럴 때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부정보다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려고 한다. 우리의 시간이 유한하지 않나. 이런 마음으로 작업을 하면, 그림을 그릴 때도 힘을 얻고, 그림을 귀엽다고 해주시는 분들로부터도 에너지를 얻는다. 일하면서 무한 동력을 얻고 있다.

언어유희에 탁월하다.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하다.

아이디어가 있을 때 무조건 메모한다. 이렇게 대화할 때나, 혼자 있을 때, 자기 전에 재밌는 단어나 표현이 떠오르면 무조건 기록하고 그걸 토대로 풀어내려고 한다. 단어를 아주 조금만 바꿔도 재미있는 표현을 만들 수 있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를 ‘점심만 차려 주면 된다’로 바꾼 적이 있다. 정신만 차리면 될 일이 아니라 호랑이의 니즈를 파악해서 해결해 줘야 사는 거 아니겠나. (웃음)

앞으로 어떤 캐릭터 작가가 되고 싶나.

《얼굴 빨개진 아이》를 그린 장 자끄 상뻬라는 프랑스 작가가 있다. 나이가 많이 들어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나 역시 꾸준히 감성을 놓치지 않고 활동하고 싶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답도 뻔하게 생각하지 않는, 늘 새로운 답을 찾아 나가는 작가가 되고 싶다.

지금, 깊이 봐야 할 콘텐츠를 추천해 달라.

영화 〈원더〉를 추천한다. 남들과는 다른 얼굴로 태어난 10살 된 소년이 학교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그린 영화다. 소년을 포함해서 삶에 대해 훌륭한 태도를 가진 캐릭터들이 많다. KBS 드라마 〈프로듀사〉도 무척 재밌게 봤다. 각각의 캐릭터가 굉장히 입체적이고, 에피소드들도 잘 연결돼 있다.

글 이세영 에디터

* 2021년 3월 25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