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데이크 브랜딩팀 이재연 팀장 - 리테일의 미래는 경험이다

안경, 선글라스를 만드는 아이웨어 브랜드인 젠틀몬스터가 누데이크를 론칭한 이유는 무엇인가?

젠틀몬스터는 계속 변화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브랜드다. 2018년, 우리는 ‘아이웨어가 아닌 새로운 콘텐츠로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에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퓨처 리테일(future retail)’을 준비하기 위한 시작 단계였고, 다양한 아이디어 중에서 F&B가 갖고 있는 가능성을 연구하게 됐다. 다양한 팀원들이 긴 시간 실험한 끝에 누데이크가 탄생했다.

왜 F&B, 그중에서도 디저트인가? 아이웨어와 관련 없어 보이는 분야다.

F&B는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고 소비할 수 있으면서 우리의 미학을 더할 수 있는 카테고리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디저트는 우리의 미학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물성을 갖고 있다.

누데이크 팀의 목표는 무엇인가?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대체할 수 없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패션과 예술 분야에서 영감을 얻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과정에 우리가 가진 판타지(꿈)를 투영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누군가에게 새로운 판타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디저트로 독특한 경험을 주는 데에 집중하는 것 같다. 대표 디저트 ‘피크’도 크림이 흘러내리고, 찍어 먹는 과정까지 고려한 걸로 보인다. 어떤 방식으로 이런 경험을 만들어 왔나?

우리는 맛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디저트를 둘러싼 기존의 관념을 해체하고 재조립하기 위한 논의를 계속한다. ‘축하는 꼭 기념일에만 해야 할까?’, ‘초는 꼭 케이크 위에 꽂아야 할까?’, ‘케이크는 꼭 조각을 내 나눠 먹어야 하는가?’ 등의 질문 끝에 그런 결과를 얻게 됐다. 이전까지 디저트로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이 형식화되어 있었다면, 그걸 해체하고 새로운 판타지를 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려 한다. #‘피크’의 콘셉트를 표현한 영상

2019년 중국 베이징에서 먼저 오프라인 매장 ‘마스 카페(Mars Cafe)’를 열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2019년 젠틀몬스터는 중국 베이징에서 손꼽히는 명품 백화점 ‘SKP-S’를 디렉팅할 기회를 얻었다. 2018년부터 퓨처 리테일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 프로젝트를 할 때도 리테일 공간의 개념에 다르게 접근할 수 있었다. 백화점 전체 공간 콘셉트를 ‘화성(Mars)’으로 통일했고, 그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리테일의 형태를 선보이게 됐다. F&B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도 우리에게 중요한 주제 중 하나였기 때문에 베이징에서 먼저 새로운 도전을 했다. 그 후로도 비슷한 맥락으로 2020년 상하이 젠틀몬스터 매장에 두 번째 매장을 열었고, 탄탄한 준비를 한 끝에 2021년 서울에도 론칭하게 된 거다.

매장 경험이 브랜딩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디저트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나를 위한 작은 사치’, ‘부가적 소비’로 인식된다. 디저트뿐만 아니라 공간의 무드, 콘텐츠, 서비스 등이 세심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소비자가 만족스러운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디저트를 경험하는 오프라인 공간의 모든 영역을 전략적으로 구성했다. 미학을 비롯해 미디어 아트, 디저트 디스플레이, 테이블 등을 구조적으로 배치해 소비자가 브랜드를 보다 감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 스토리를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서울에 연 ‘하우스 도산’의 매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을 주려 했나?

절제된 무드와 여백을 균형감 있게 표현했다. 방문하는 이들이 온전히 미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서다. 카페 공간에 들어서면 중앙을 가로지르는 긴 테이블이 있다. 기획 초기에는 이보다 짧은 진열대를 제작했는데, 디저트에 집중할 수 있는 감정선과 충격적인 비주얼을 위해 긴 진열대로 과감히 변경했다. 디저트를 효과적으로 전시하고,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구조다.

코로나19로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 이후에 오프라인 매장이 사람들에게 주는 의미는 어떻게 바뀔까?

코로나 이전에도 우리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방식에 대한 분석과 고민을 하고 있었다. ‘역쇼루밍(온라인에서 제품 정보를 찾아본 뒤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행위)’이나 ‘가상 쇼핑’ 등을 연구 과제로 다양한 프로젝트나 기획들을 이어 가고 있었다. 코로나는 그 현상들을 가속화했고, 기업과 브랜드는 발 빠르게 대처하거나 반대로 위기를 맞이했다. 온라인에서 많은 일이 가능해졌기에 오프라인 매장은 더 각별한 의미를 갖게 된다. 소비자는 집 이외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행위에 신중해졌고, 오프라인 공간은 그 결정을 실망시키지 않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이 기대치에 부응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시도할 계획이다.

디저트와 매장 콘셉트를 어떻게 만들고, 발전시키는지 궁금하다.

패션과 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받는다. 디저트 개발에 정해진 규칙과 단계를 따르기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고 끊임없이 실험한다. 하나의 케이크가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실험과 시도, 수정 단계를 거친다. 몇 번의 단계가 있었다고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기존 공식을 파괴하고 이전에 보지 못한 조합,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누데이크 팀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F&B팀, 브랜딩팀, 오브제&그래픽팀, 공간팀, 크리에이티브 콘텐츠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상과 사진을 비롯한 이미지 구상과 제작은 크리에이티브 콘텐츠팀, 제품 패키지와 그래픽 작업물은 오브제&그래픽팀, 공간의 디자인과 오브제는 공간팀에서 기획하고 설계한다. 브랜딩팀은 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실행하며 점검하는 과정을 총괄한다. 하나의 프로젝트는 모든 팀의 수많은 협의와 수정을 통해 완성한다.

조직 차원에서 틀에 갇히지 않은, 새로운 생각을 하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 달라. 한 분야에 갇히지 않은 아이디어를 내는 법이 궁금하다.

우리 팀은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새로운 영감과 의견을 주고받기에 용이한 구조다. 기본적으로 구성원들은 모두 새롭고 재미있는 영감을 받는 데에 관심이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생각의 틀을 벗어나게 하는 매개체가 되어 준다.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업무 방식에서 의견을 마음껏 제시할 수 있는 것도 한몫 한다.

소희준 에디터

* 2021년 4월 1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