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상점 이주은 대표 - 쓰레기 가지고 놀러 오세요

상점 이름이 독특해 한번 듣고 바로 기억에 남았다. 알맹상점은 어떤 곳인가.

포장 없이 알맹이만 판매하는 리필 스테이션(refill station)이자 쓰레기를 줄이려 노력하는 가게다. 각자 용기를 챙겨와 세제나 샴푸, 화장품, 올리브유 등을 원하는 만큼 덜어서 구매할 수 있다. 미처 용기를 준비하지 못했으면 매장에 있는 소독한 재활용 병 혹은 새 용기를 사면 된다. 천연 수세미, 유기농 수건, 유리 빨대 등 500여 종의 친환경 제품도 판매한다. 물론 포장은 하지 않는다.

알맹상점을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시작은 망원시장 상인회 건물 한편의 소규모 리필 스테이션이었다. 당시에는 무인으로 운영했는데 어떻게 아셨는지 여러 곳에서 관련 문의를 받았다. 이런 장소가 전국으로 확산하면 좋을 것 같아 운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스무 곳에 제공했다. 하지만 몇 달 뒤 확인해 보니 한두 곳을 제외하고 모두 영업을 안 하는 상황이었다. 가치에는 공감하지만, 수지 타산이 안 맞아 어려웠던 거다. 그때가 마침 상인회 건물에서 철수해야 하는 시점이었는데, 그럼 우리가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면 좋겠다 싶어 작년 6월 공동 대표인 금자, 래교님과 알맹상점을 오픈했다.
알맹상점에서는 원하는 세제, 샴푸, 화장품 등을 원하는 만큼 덜어 구매할 수 있다. ©알맹상점
운영상의 어려움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 셈인데, 수익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알맹상점은 애초부터 돈만을 목적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었다. 운영자들도 먹고는 살아야 하므로 당연히 영리를 추구하지만 동시에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비영리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처음에는 단기 프로젝트 성격으로 1년간 이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실험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목표도 ‘망하지만 말자’였고. (웃음)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갈수록 많은 분이 관심을 보여 주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다행히 아직 망하지 않았다. (웃음) 알맹상점에 관심을 보이고 또 찾아주는 분들 덕분일 것 같은데, 주로 어떤 분들이 방문하나.

초창기에는 매장이 위치한 망원역 일대의 3040 세대 주민분들이 많이 오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1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고, 망원 일대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신다. SNS를 보고 찾아오는 2~30대 고객이 아무래도 가장 많은데, 혼자 왔다가 다음에는 친구나 부모님을 데리고 오시기도 한다. 주차가 안 되고, 간판도 잘 안 보이며, 2층이라 계단을 올라와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현재 하루 평균 100명 내외가 방문하고 있다.

매장 한편에는 손님들이 기부한 쓰레기를 모아 두는 ‘커뮤니티 회수센터’라는 공간이 있다. 상점은 깔끔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인데, 쓰레기를 수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공간에 상품을 진열하면 돈을 더 벌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그것만은 아니다. 쓰레기라고 하면 보통 ‘더러운 것’ 혹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치워주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쓰레기를 마치 남의 일처럼 그저 떠넘기듯 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부터 쓰레기에 관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손님들이 쓰레기를 가져오면 이건 재활용이 되는지 안 되는지, 안 된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그래서 “쓰레기 가지고 놀러 오세요”라는 말도 한다. 이렇게 모인 쓰레기는 재활용 업체에 보내져 새 제품으로 탈바꿈한 뒤 알맹상점에서 다시 판매된다.

어떤 쓰레기를 가져가면 되나?

작은 플라스틱(PP/PE) 병뚜껑, 종이팩, 말린 커피 원두 가루, 실리콘, 깨끗이 씻은 작은 유리병과 입구가 넓은 플라스틱 통이다. 최근에 쓰레기를 들고 오는 분들이 부쩍 늘었다. 내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도 분리하기 쉽지 않은데, 남이 버린 쓰레기까지 분리해 갖고 오는 분도 있다. 웬만한 의지가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인데 말이다. 기꺼이 용기 내 주신 분들을 보며 뭘 더 해드릴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역시 좋은 물건을 더 저렴하게 드리는 일인 것 같다.
병뚜껑을 재활용해 만든 치약 짜개 ©알맹상점
알맹상점 운영 외에도 캠페인, 강연, 토론회 참석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환경에 관심을 두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결혼하고 얼마 안 돼 다친 적이 있다. 갑자기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는데,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시작한 것이 짐 정리였다. 마침 그때 미니멀리즘이 화두로 떠올라 각종 정리법 콘텐츠가 유행이었다. “가슴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말에 버릴 옷을 한가득 골라내고 났더니 문득, 이 멀쩡한 옷들이 버려지면 어디로 갈까 궁금해졌다. 잘 버리는 것을 넘어 가치 있게 소비하는 것,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그때부터 쓰레기와 환경 관련 책, 영상 등을 찾아 공부하기 시작했다.

환경 관련된 일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 같다.

한번은 제품 디자인 일을 하는 친구가 “네 덕분에 포장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며 환경에 덜 해로운 포장 방식이 없을지 물어 온 적이 있다. 알맹상점에 들어오는 상품 등을 사례로 들며 조언을 해줬는데 한 달 뒤 그 친구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내가 준 아이디어를 반영해 출시한 제품이었다. 너무 뿌듯하고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소수다. 가족과 친구 등 내 주변의 많은 사람이 여전히 일회용품을 애용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서운하거나 화가 나지는 않나.

전혀 아니다. 비난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나 역시 그전까지 ‘나 하나쯤이야 뭐’, ‘내가 노력한다고 뭐가 바뀌겠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지금은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며 실천하려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들에게 “일회용 컵 사용하지 말고 텀블러 가지고 다녀라”, “빨대 사용하면 안 된다”라고 강요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떤 카페에서는 텀블러에 담아 주는 것을 거절하기도 한다. 결국 일회용품이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

가게, 기업에서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품을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많이 구축되면 좋겠다. 지금은 일회용품을 대신할 대체재 없이 그저 개인에게만 귀찮음과 번거로움을 강요하는 상황이지 않나.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을 덜어 준다면 혹은 더 친환경적인 선택지를 만들어 준다면 기꺼이 동참하는 사람이 늘지 않을까.

하지만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개인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쓰레기 문제의 원인 혹은 개선의 대상을 너무 개인 사용자로만 한정했다. 이제 더 큰 차원에서 논의하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시민들에게 ‘일회용품은 이렇게 분리 배출해야 한다’고 가르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다. 독일은 오는 7월부터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으로 만든 일회용 빨대와 식기류, 면봉 등의 판매를 금지한다. 정부가 결심하고 앞장선 셈이다. 그러고 나니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친환경 제품이 더욱 보편화되기를 원한다.

글 전찬우 에디터

* 2021년 4월 15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