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규칙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새로운 규칙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뉴 룰스》 저자


*북저널리즘이 이번 주 종이책으로 발행한 《뉴 룰스》에 참여한 여성 리더 26명과의 인터뷰 가운데 일부를 톡스 독자들께만 공개합니다. 전체 내용은 전자책 그리고 종이책으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성장

젊은 여성들은 일을 지속하고 리더로 성장하기를 원한다. 그러려면 커리어를 시작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엄윤미(씨프로그램 대표): 성장하고 있거나,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조직만이 주는 장점이 있다. 헤드헌팅 회사 이곤젠더에서 일할 때 20~30년의 경험을 가진 리더들로부터 커리어에서 중요했던 선택과 기회에 대해 들었다. 그때 얻은 깨달음은 개인의 역량만큼 ‘어떤 파도를 타고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개인이 얼마나 중요한 기회를 얻고 멀리 나갈 수 있는지가 속해 있는 산업과 시장, 조직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성장하고 있는 시장과 산업, 조직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도 중요한 역할을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조직일수록 규모가 크거나 유명한 회사와는 거리가 멀고 갖춰지지 않은 것들이 많을 수 있다. 만약 내가 성숙한 업계에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야 하는 일을 하고 싶다면 그런 조직 안에서 체계를 배우며 성장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요한 건 어디에서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그리고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일이다. 그러면 지금 하는 일에 실망하거나 조급해하지 않을 수 있다.

기회

일하면서 성장하고, 해낸 일에 대해선 성과를 인정받아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이 과정을 잘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궁금하다.

이보영(애슬레타 크리에이티브총괄): 나의 가치관에 맞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자신 있게 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쭈뼛거리고 있으면 기회는 사라진다. 작은 목소리라도 “하고 싶다”고 말하면 그게 첫 스텝이 된다. 자기 능력을 100퍼센트 발휘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없는 프로젝트 안에 있다면, 바꿔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실제로 능력을 발휘하고, 그것을 온화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육아

일하다 보면 힘든 순간이 온다. 특히 여성에게는 육아나 가사 노동의 부담이 더 많이 주어지고, 그 때문에 일을 지속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많다.

정지선(티엔미미 오너 셰프): 육아와 업무가 겹쳤을 때 가장 힘들었다. 아이가 아픈데 출장이 잡혔을 때, 밤새 응급실에서 간호하다 식당으로 출근했을 때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둘 중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었다. 힘든 것을 즐기자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 일을 포기하는 동료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커리어를 잘 쌓겠다고 박사 과정까지 밟은 지인이 출산 후 일을 그만두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지금 뭐하고 있냐고, 빨리 다시 나가서 일하라고 닦달할 것이다. 내게는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포기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길 바란다. 아이가 6살이 된 지금도 가장 힘든 직업은 엄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이겨 내면 뭐든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배분

일과 육아를 함께하려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잘 관리할 수 있나?

최유나(이혼 전문 변호사): 육아 전에는 시간 배분을 물리적으로만 했었다. ‘두 시간 일을 하고, 한 시간 밥을 먹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육아를 해보니까 질적인 배분이 필요하더라. 육아와 경제 활동 모두 스트레스를 준다. 이를 효율적으로 덜어 내고 다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시간 효율 측면에서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한 시간에 할 일을 세 시간 동안 하게 되고, 아이와 놀아 줄 때도 짜증을 내게 된다. 직업이 두 개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드를 전환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아무리 바쁘고 정신이 없더라도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2시간 정도 스트레스 풀리는 일을 의도적으로 하려고 한다. 사소한 일이라도 말이다. 일 끝나고 저녁에 아이 보러 가기 전에 한 시간 정도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미드’를 본다. 이 짧은 시간이 앞에 있었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준다.

소통

육아를 여성들이 떠맡게 되는 건 문제지만, 육아 자체가 일에 부정적인 영향만 준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이를 키우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강윤정(더플레이컴퍼니 대표): 커뮤니케이션 면에서 더 성장했다. 사람 사이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거나, 무언가를 권하고 싶을 때 설득하고 경청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향상된 것 같다. 아이에게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게 하고 싶은데 좋아하는 책만 읽을 때 어떻게 말해서 행동을 유도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런 소통 방법은 비즈니스를 하면서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도 쓰일 수 있다. 육아가 일하는 데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과 가정에 두루 쓰이는, 인간으로서의 스킬이 많이 늘게 된다. 더불어 부모와 회사 대표라는 리더십에 서로 시너지가 생기는 느낌이 든다. 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니까 더 고도화된 기술이 생겼다.

쟁취

커리어를 지속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선 리더로 성장해야 한다. 리더를 맡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정수현(앤스페이스 대표): 나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껴도 일단 손부터 든다. 대학생 때 학교 역사상 여성 총학생회장이 한 번도 없었다는 이유로 남학생을 회장 후보로 세우고 부회장으로 출마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상대 선거 본부에서 여성이 회장으로 출마해 최초로 당선됐다. 그 후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양보하거나, 내가 하고픈 일을 남을 통해 이루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회사 내에서도 여성 팀원들에게 의도적으로 기회를 더 주려고 하지만, 본인 스스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를 피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먼저 손을 드는 연습을 하고, 손을 내리지 않는 힘을 키워 가길 바란다.

롤모델

여성들은 내가 원하는 일을 먼저 해낸 롤모델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떤 롤모델을 그리면서 일해 왔나?

김미진(위커넥트 대표): 내가 하고픈 일의 꼭대기에 서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롤모델도 없었다. 스스로 무엇에 유능감과 효능감을 느끼는지에 집중하고, 닮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을 콜라주해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렸다. 롤모델을 선택하고 무작정 좇아가기보다 자신만의 피라미드를 쌓아 올리고, 그 꼭대기에 서라. 자서전이 재미있는 이유는 실패와 성공, 재기에 대한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선순환

업계 자체가 남성 위주로 구성된 경우도 많다. IT업계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성장할 방법을 찾아 나갔나?

이해민(구글 프로덕트 매니저): 회식에 빠지거나 담배 모임에 낄 수 없어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네트워킹을 하고 업무 속내를 알아내기 어렵다면, 그리고 그게 내 커리어에 지장이 될 수 있다면 내가 필요한 모델을 스스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아이 때문에 칼같이 퇴근을 해도, 회식에 매번 빠져도 자기 일은 철저히 잘하는 사람, 가정을 위해 과감하게 1년 육아 휴직을 하고 복귀 후 빠른 속도로 공백을 채워 내는 사람 등 회사에서 처음 보는 모델을 만들어 내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나도 저렇게 해볼까’, ‘나도 저렇게 살 수 있겠구나’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만들고 개선한 문화가 회사에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을 추구했다.

핸디캡

여성은 회식, 골프 같은 자리에서 소외되고, 그래서 네트워킹도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이나리(헤이조이스 대표): 나 역시 관계망을 만들어 가는 남성들의 문화에 섞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네트워킹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관계망을 만드는 것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썼다. ‘너희가 하는 거 나도 다 할 수 있어’ 하는 오기가 섞이기도 했다. 음주, 흡연, 골프 같은 부담스럽고 힘든 것도 필요하면 다 잘하려고 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사회적 관계망을 만드는 데 그게 어마어마하게 큰 역할을 한 것 같지는 않다. 정말 귀중한 관계망은 그런 식으로 얻지 않았다.

네트워킹

그렇다면 정말 필요한 네트워크는 무엇인가?

홍진아(전 빌라선샤인 대표): 나에게 어떤 형태로든 효용을 주는 게 좋은 네트워크다. 지금 내가 관계를 통해 얻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먼저 묻고 그에 맞는 네트워크를 찾아야 한다. 혼자이기 때문에 얻기 어려운 정보를 얻고 싶은 건지, 기회를 얻고 싶은 건지,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지 확인하고 싶은 건지 등을 잘 생각해 보고, 네트워크에서 내가 바라던 효용을 얻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야망

사회가 바뀌고는 있지만, 여전히 여성 리더의 수는 적다. 커리어를 발전시키려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예리(카닥 COO): 여성들이 야망을 드러내면 좋겠다. 그걸 아주 세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래도 괜찮다.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는 여성은 많지만, 야망을 말하고 요구하는 여성은 드물다. 내가 한국타이어에서 신입 사원이 가기 어려웠던 전략기획본부에 배치받은 것도, 카닥에서 C레벨을 달게 된 것도 야망을 드러내고 말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말에 책임지는 성과를 만드는 노력도 당연히 따라야 한다. 그리고 내 생각보다 나는 훨씬 멋지고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지면 좋겠다. 스스로에 대한 지지가 필요하다.

소희준 에디터

* 2021년 6월 10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