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김종욱 - 유쾌한 김종욱 찾기

유쾌한 김종욱 찾기
모델 김종욱

운동을 할 수 없는데 체형 관리는 어떻게 하나.

비장애인들이 하는 운동은 내 몸과 안 맞는 경우가 많다. 방법은 식단 관리 뿐이다. 아침엔 해독주스, 점심은 일반식, 저녁엔 두유 한 잔으로 마무리한다. 식이 요법을 열심히 하지만 정확한 체중 변화를 알 수 없다는 게 아쉽다. 몸무게를 재려면 누군가 나를 업고 함께 체중계에 올라가거나,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는 병원을 따로 찾아가야 하는데 매번 그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육안으로 가늠하며 평소에 꾸준히 관리하는 편이다.

이동의 불편함이 오히려 모델의 계기가 되었다고 들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무거웠다. 이동에 도움을 주는 친구들이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여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거의 굶다시피 하는 혹독한 다이어트였다. 몸은 힘든데 군살이 빠지니 외모에 자신감이 붙었다. 밥 먹는 데 쓰던 돈을, 옷 사는 데 쓰기 시작하며 패션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러다 17년도 동대문 패션위크에 갔을 때였다. 휠체어에 탄 채 한쪽에 앉아 있는데 한 포토그래퍼가 다가와 “혹시 모델이신가요?” 물었다. 옷을 좋아하는 내가 모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다. 그날 수많은 카메라의 시선을 받으며 나는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인플루언서의 삶이 시작되었나.

아직은 아니다. (웃음) 처음엔 모델과 포토그래퍼가 상호 무보수로 작업을 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 들어갔다. 포트폴리오가 하나둘 쌓이며 입소문을 타고, ‘장애인 휠체어 모델’로 유명해졌다. TV 지상파 방송과 ‘LeoJ Makeup’, ‘당장만나’ 등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며 더 많은 분께 알려진 듯하다. 현재는 장애인 모델들로 구성된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소속 모델로 활동 중이다. 개인 유튜브 채널 ‘찾았다, 김종욱’에선 뇌병변 장애인의 일상을 기록한다.

김종욱 비디오 프로필- 저는 뇌병변 장애인 모델 입니다 ©유튜브 채널 '찾았다, 김종욱'

모델로서의 어려움은 없나.

무엇보다 장소의 제약이 크다. 서울에 있는 스튜디오 중 1층에 위치한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 2, 3층 혹은 지하 등 계단으로만 이동 가능한 곳들이다. 가끔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을 발견해도 엘리베이터가 좁아 휠체어 하나가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운 좋게 휠체어로 진입 가능한 스튜디오를 찾아도 휠체어가 무거워 바닥에 자국을 남긴다. 한 번은 스튜디오 바닥이 휠체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우그러지는 탓에 전부 배상한 적 있다. 이후로 스튜디오 촬영은 꿈도 꾸지 않는다. 현재까지 촬영을 대부분 야외에서 진행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포즈의 한계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표정 연기에 더 신경을 쓴다. 포즈만으로는 나올 수 있는 시안이 다양하지 않다. 일반 모델들은 워킹이나 포즈 등 동작의 자유가 있지만 나는 얼굴로 표현해야 한다. 혼자 있을 땐 표정 연습에 집중한다. 보통은 밝은 이미지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웃는 표정을 가장 많이 연습한다. 가끔 진지하고 세련된 이미지도 작업하는데, 친한 친구들은 사진을 보고 ‘너 어디 가서 멋있는 척하지 말라’며 놀리기도 한다. (웃음)

장애인 패션 브랜드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다.

삼성물산에서 운영하는 ‘하티스트’라는 패션 브랜드다. 2019년 4월 장애인의 날에 론칭했으며, 나는 올해 3월부터 앰배서더로 활동 중이다. 하티스트 옷의 특징은 소비자를 고려한 소재와 기능성이다. 누군가는 재킷을 입을 때 소매에 팔을 넣는 것이 어렵고, 단추를 채우는 데만 시간이 한참 걸린다. 하티스트는 그러한 불편함을 배려해 신축성 좋은 고무로 팔꿈치를 만들고, 단추를 자석으로 만든다. 배리어 프리 디자인보단 유니버설 디자인에 가깝다. 장애인만을 타깃으로 한 게 아니라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의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휠체어 및 의류 모델로 주로 활동했다. 이외에 홍보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는가.

살 빼는 약을 광고하고 싶다. 운동도 하지 않고 온종일 앉아 있는 내가 홍보하면, 정말 그 약효가 증명되는 것 아닐까. 아직은 대다수 건강 관리 식품들의 효능이나 부작용이 불확실하게 느껴지지만, 부작용 없는 식품 제안이 들어온다면 눈속임 없이 제대로 홍보할 자신 있다. 상업 촬영 이외의 색다른 이미지도 연출해 보고 싶다. 촬영기법을 통해 바닥에 누워 있는 내가 사진상으로는 서 있는 모습을 찍고 싶다. 예전에 시도한 적 있으나 다리가 부자연스러워 완전히 서 있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연출할 때까지 계속 고민할 부분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나? 꼭 모델 일이 아니어도 좋다.

유퀴즈에 출연하고 싶다. (웃음) 현재 장애인 인식 개선 관련 콘텐츠들은 다큐멘터리 형식에 치우쳐 있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들이 겪는 사회적 어려움 등 진지한 이야기들이 많이 노출된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일상에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편하게 이야기하며 밝은 모습도 보이고 싶다. 유튜브 채널을 키우고 싶은 마음도 있다. 현재는 브이로그나 모델 포트폴리오 영상이 콘텐츠의 주를 이룬다. 하지만 재정적 여건이 마련된다면 장애인들을 코디해주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스튜디오를 찾고, 상·하의 코디는 물론 전문 아티스트가 메이크업까지 해주는 프로그램을 짜고 싶다. 장애인이 출연하는 소개팅 콘텐츠도 만들고 싶다. 장애인들은 본인의 장애 때문에 연애할 생각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 출연자가 연애 콘텐츠에 나와 일상을 공유한다면 다큐멘터리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여기저기 인터뷰 요청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다른 곳에서 하지 못했는데 북저널리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내게 연락하는 분들은 대부분 나를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해서 인터뷰를 요청한다. 인터뷰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게 모순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난 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다. 나도 나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다. 장애인들은 대부분 가질 수 있는 직업이 한정적이다. 대표적으로 공공기관에서 사무직을 하거나 공장에서 반복 작업을 많이 한다. 그런데 나는 ENFP다. 태생적으로 사람 만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모델 일을 좋아하는 것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있지만 내가 우선 그런 성격이기 때문이다. 나를 대단한 장애인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모델 김종욱으로 바라봐 주었으면 한다.

이다혜 에디터

* 2021년 8월 31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