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그라운드 아트웍스 정윤하 대표 - 미술과 사랑에 빠지는 공간

미술과 사랑에 빠지는 공간
백그라운드 아트웍스 정윤하 대표

백그라운드 아트웍스(이하 BGA)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미술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일상에서 미술을 잘 향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는 곳이 BGA라고 생각한다.

어떤 문제의식으로 이런 서비스를 생각하게 되었나.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닐 때 미술원 학생들이 통합적으로 커리큘럼을 하는 시기가 있었다. 그때 그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까이서 보고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미술이 주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강렬한 체험을 했다. 그렇게 미술에 흥미를 깊이 갖게 되었는데 막상 미술관에서 소개하는 전시에서는 작가의 이력이라든지, 작품이 얼마나 팔렸는지, 시장에서 가치가 어떤지, 미술 사조 안에서 역할이라든지, 그런 정보 중심으로 설명이 되니까, 그건 예술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방식의 콘텐츠가 아니지 않나 생각했다. 그러면 내가 (미술과 가까우질 수 있는) 진짜 이야기, 혹은 진짜에 닿도록 돕는 매개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대표님의 경력이 조금 독특하다.

나는 미술을 언제나 약간 구경하는 위치에 있었던 것 같다. 경계인이랄까. 어릴 때는 입시를 위해 미술을 했고, 이화여대에 들어가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적성에 안 맞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는 인터렉션 디자인[1]을 전공했고, 이후 뉴미디어 회사에 취업해서 기업의 신상품 언패킹 쇼 같은 미디어 기획, AR이나 VR 관련된 인터렉션도 기획했다. 또 모바일 회사의 마케팅 전략실에서 근무하다가 아이돌 관련 미디어 서비스도 기획했고, 그러다가 이렇게 열심히 일할 거면 내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웃음). 내 생애 전반에 걸쳐서 나의 커리어와 함께 갈 수 있는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내적 동기가 있었다. 그래서 퇴사를 하고 BGA를 시작했다.

BGA의 구성원이 궁금하다.

팀원은 나와 추성하 큐레이터, 김동규 작가까지 세 명이다. 나는 UX/UI 등 서비스 기획과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서울시립미술관과 두산 갤러리 등에서 독립 큐레이터로 경력을 쌓아온 추성하 큐레이터는 작품 선정이나 아티스트 섭외를, 현대미술 작가인 김동규 작가는 국어교육학과 출신이기도 해서 텍스트 콘텐츠의 기획 및 필진 섭외를 맡고 있다. 2017년에 팀을 이뤘는데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18년부터라고 볼 수 있다. 
백그라운드 아트웍스 오프라인 전시관 <마루>. 온라인 플랫폼에 소개된 작품들을 직접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다.©BGA
대중과 예술의 거리를 좁히는 방법을 찾는 게 사업화의 핵심이고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을텐데, 어떻게 접근했나? 

북저널리즘 기사에서 ‘그림에 내포된 문제의식이 내 일상의 고민과 다르지 않다는 것, 그래서 예술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거라고 말해 주는 것이야말로 이 서비스의 본질입니다.’라는 부분이 정말 와닿았다. 대중이 그 점을 이해하기만 한다면 예술이 마음에 와닿지 않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곳이 없으니까 미술이 낯설게 느껴지는 거지 알 수만 있다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럼 우리는 그걸 어떻게 전하면 좋을까, 작가의 입으로 말하게 할까? 그건 한계가 있는 게 작가는 작업으로 말하고 싶어 하지 자기 말로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게 작업을 하는 이유는 아니니까. 또 작품이란 게 작가의 의도대로만 의미가 한정되지도 않는다. 그게 미술이 가진 가능성의 매력이고 (사람과) 관계 맺는 방식이니까. 우리가 찾아낸 방식은 에세이였다. 글로써 그림에 대한 하나의 시각을 제공하고 그걸 통해서 미술의 사유를 끌어내는 방식이다. 

에세이가 핵심 콘텐츠인 만큼 글의 재미와 깊이, 난이도에서 균형을 잡는 부분이 중요할 것 같다.

우리는 필자한테 섣불리 어떤 식으로 써주세요, 라고 하지는 않는다. 필자마다 갖고 있는 시선과 특색이 오히려 서비스의 매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가한테도 의뢰하고 시인이나 미술비평가, 기획자 등 다양하게 의뢰하고 있다. 우리가 필자에게 부탁하는 것 중 하나는 무엇을 발견하고 무엇을 전달하든 자유롭게 써주시되 다만 그림의 입구가 되어주는 글을 써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전문 용어는 되도록 피하고 미술비평 담론 중심의 이야기도 피해달라, 감상이나 향유가 될 수 있는 글을 써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소개할 작품들을 선정하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

아티스트들과 계약을 하면 그분들이 저희에게 자신의 작품을 5점에서 10점 정도 보여준다. 그렇게 아티스트가 작품을 보여주시면 우리가 선택을 하는데, 그중에 좋은 작품이 있고 나쁜 작품이 있는 게 아니라 BGA에서 소개하기에 적합한, 궁합이 잘 맞는 작품이 있다. 이를테면 너무 직물적인, 물성이 강한 작품은 아무리 글로 표현해도 감동이 잘 전달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작품을 보면 그 뒷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작품을 중심으로 선별해서 받게 된다. 

에세이의 기획 과정도 궁금하다.

우리와 계약한 작가분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아카이브가 있다. 그렇게 현대미술 아카이브가 물탱크처럼 하나 있고, 명화들 중에 너무 자주 소개돼서 식상한 작품 말고 이건 소개하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모아놓은 물탱크가 또 있다. 필자가 섭외되면 양쪽 링크를 다 드린다. 그러면 그분들이 아카이브에서 다섯 점씩을 고르는데, 작품을 고르는 것도 글의 주제도 마음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발행한 에세이 중에 BGA의 철학을 가장 잘 설명하는 기획을 하나만 추천한다면.

초반에 발행한 것 중에 <그림을 즐기는 다섯 가지 방법>이라는 기획이 있다. 의도적으로, 우리의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한 것이었는데 제목이 ‘그림의 표면을 만지다’, ‘그림의 냄새를 맡다’ 이렇게 조금 다른 관점에서 그림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 작가가 (그림을 통해) 말하고 싶은 니즈가 있고, 그것이 감상자에게는 또 어떻게 보여질 수 있는지를 병치해서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그 기획을 통해서 그림 감상이라는 게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얘기하고 싶었는데, 의도에 맞게 잘 나왔고 반응도 좋았다. 

BGA 서비스에 대한 현업 작가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BGA에서 작품을 소개하는 방식이 지금 전시에서 하는 비평담론과는 전혀 다르다보니 작가분들이 재밌어하고 좋아한다. 작가분들 입장에서 도대체 무슨 글이 나올지 모르겠으니까, 내 작업이 누군가한테 이렇게 보일 수 있구나, 하고 흥미를 느끼는 거다. 사실 미술계가 워낙 소통이 부족한 곳이긴 하다. 왜냐면 작가는 일방적으로 작업을 전시하고 사람들은 침묵 속에 보고서 나간다. 인터넷 포털에 전시되는 경우에도 대부분 ‘저것도 그림이냐’, ‘이런 건 나도 그리겠다’, ‘작가님 작업 너무 좋아요’ 같은 수준의 댓글밖에 달리지 않는다. 작업에 대한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아무렇게나 말하는 게 아니라 깊이 들여다보고 들을 만한 이야기를 해준다는 측면에서 작가들도 좋아하시는 것 같다.
밤11시, 작품과 함께 에세이 글이 구독자에게 제공된다.©BGA
©BGA
미술과 대중의 접점에 있는 만큼 최근의 미술 붐이나 아트(재)테크 열풍에 대한 대표님의 견해가 궁금해진다. 

나는 긍정적인 양상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한 번도 이렇게 미술에 열풍이라는 단어가 조합이 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양적으로 관심이 많아지면 그 가운데 질적으로도 깊어지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그게 시장이나 트렌드의 요구만 따라가다가 없어지는 방식이 되면 안 되기 때문에 우리 서비스가 미술시장 안에서 진짜 이야기가 뭔지 알려주고, 사람들이 (미술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지점을 마련해보고 싶다. 

열풍이라고 하는데, 정말 체감하고 있나?

체감한다. 저기 보면 빨간딱지가 엄청 많이 붙어 있다. 이번이 세 번째 기획전인데 저기 뒤편에도 보면 전부 팔렸다. 우리가 장터를 시작한 지 2년 차인데 예전에는 작가의 지인이 사거나 아니면 진짜 소수의 콜렉터 그룹이 그림을 구매하거나 하는 식이었다. 지금은 구독자분들이 구매하는 경우도 있고 BGA에 관심 있어서 와봤다가 작품이 좋다고 구매하시는 분들도 있ek. 이제 그림을 사는 게 낯선 일이 아니고 일상적인 일이 된 것 같다. 

지난 전시도 반응이 좋았다 했고, 지금도 빨간 표가 많이 붙어 있는데 작품이 얼마나 거래됐는지 얘기해줄 수 있나?

전시마다 28점에서 30점 가까이 공개를 하는데 그중에 3분의 1 정도는 판매가 되고 있다. 작가분들도 되게 놀란다. 실제로 판매가 이루어진다는 것 자체에 놀라는 거다. 

왜 놀라는 건가?

팔리기 때문이다.

좋은 그림이 전시되고 있고 관람자가 그림이 마음에 들면 구매하는 것 아닌가. 작가들이 놀라는 이유는 무언가?

지인들이 사는 게 아니니까. 왜냐면 누구나 아는 콜렉터들이 있다. 그분들은 워낙 그림을 많이 사고 자주 산다. 그 외에 작가들이 전시를 하면 보통 지인들이 사거나 친한 작가들이 사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혀 모르는 외부인이 사는 건 신선한 일인데, 요즘은 그런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예전과 가장 달라진 건 어떤 지점일까. 

나도 학창 시절에 미술에 관심이 많으니까 대안 공간 같은 곳으로 전시 보러 많이 다녔지만 그건 내가 어떤 내적 자양분을 축적하기 위한 거지 내가 저걸 살 수 있다는 발상은 전혀 하지 못했었다. 미술 공간은 그냥 그림 보러 가는 곳이지 거기서 내가 카드로 결제를 한다거나 하는 건 아예 발상도 못 했다. 그런데 요즘은 이거 살 수 있나, 이거 얼마지, 여기까지 생각을 하니까 실제로 사느냐 마느냐는 다음 문제고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게, 그리고 그럴 만한 전반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 

그런데 잘 감상하면 되지, 굳이 그림을 사야 하나?

아예 경험을 안 해본 사람은 (그림을 산다는) 생각을 하기 힘들다. 하지만 자신의 공간에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 한 점이 걸려 있고, 내가 실제로 소유하는 경험을 해보면 달라진다. 그게 환기해주는 감각의 종류가 다르다. 

나만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소유한다, 그런 느낌일까? 

리미티드 에디션의 느낌보다는 이 평면 하나와 작가가 얼마나 씨름했을지, 그가 씨름한 주제가 무엇인지 알고 나 역시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그걸 이렇게 표현했고 그 표현이 너무 내 마음에 와닿는 거다. 그래서 그림을 사는 건 그 작품을 내가 계속 내 삶의 일부분으로 가져오고 싶은지 아닌지에 대한 결정이다. 그런 경험을 선사해준 물건을 내가 구매할 수 있고, 평생 소유하게 된다는 거다. 하지만 구매하지 않으면 (그 작품과 함께 경험도) 기억에서 잊히거나 그런 일이 있었지, 하는 정도로 지나가게 된다. 

반면에 그림을 재테크 수단으로 보는 분위기도 상당히 강하다.  

사실 팔아서 몇 배 수익을 남기려는 재테크로서의 접근은 엄청나게 큰 대형 옥션에서 작품을 사는 방식이다. 지금 이야기하는 건 재테크가 아니라 콜렉팅이다. 자신의 취향을 확인하고, 더 명확하게 하면서 해방의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게 콜렉팅이고 그래서 이곳에서 그림을 구매하는 건 재테크가 아니다. 이 작가가 향후 30년 뒤에 20년 뒤에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을 거라는 기대 때문에 사는 거면 그건 공부를 많이 하고 사야 하고, 또 운도 많이 따라줘야 한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BGA에서 처음 그림을 사시는 분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그림을 구경하고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림을 살 거야, 하고 마주하면 그림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 내 일상에서 백 번, 천 번 마주칠 때 나에게 계속해서 뭔가를 줄 수 있는 작품인지 아닌지의 차이인 것 같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그냥 구경한다는 관점 말고 진짜로 산다는 관점에서 그림을 보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그림이 다시 보이고 그런 게 또 어떤 감상의 방법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림을 사시라고 꼭 독려하는 건 아니다(웃음). 그런 관점으로 한번 전시회를 다녀보면 분명히 달리 보이는 그림이 생기고 내 마음에 들어오는 그림이 생길 것이다.

문득 궁금하다. 대표님의 집에는 어떤 그림이 걸려 있나.

사실 우리 집에 작품은 몇 점 없다. 나도 2년 전부터 장터를 주관하면서 콜렉팅을 시작하게 됐고, 김겨울 작가님의 <The outermost ugliness, 캔버스에 오일 2020>라는 작품을 직접 구매했다. 김겨울 작가는 동시대 미술가 중에서 추상회화를 그리는 흔치 않은 분인데, 내 또래의 작가이고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구상적인 방식으로 풀어내시는 분이라 특히 좋아한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모든 스타트업들이 겪는 어려움일 것 같은데 투자받지 않고 생존하는 거다. 결국 선택을 해야 하는데, 그동안은 우리가 우리의 가능성이 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투자를 받았다가 시장 논리로 돈 되는 것부터 하라는 압박을 받으며 정체성이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생존에 집중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는 우리가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사업이 명확해진 시점인 만큼 투자를 받는 부분을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 변화하고 확장될 BGA의 서비스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준다면. 

지금 2.0 버전을 기획하고 있다. 네이티브 앱 개발도 논의 중이고, 예전에 ‘지식인의 서재’처럼 한 인물의 필터를 통해서 미술을 소개하는 방식도 기획 중이다. 2.0의 가장 큰 차이점은 토크판이 될 것이다. 토크판은 아티스트한테 직접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곳인데 중요한 건 사람들이 작가한테 작품에 대한 대답뿐만 아니라 약간 개인적인 질문이나 캐주얼한 질문도 건낼 수 있다는 거다. 또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채널이기도 하다. 미술 작가가 대중에게 베일에 싸인 신비의 동물처럼 취급받는 게 아니라 창작자이자 개인으로서 감상자들과 소통하도록 하는 것이다. 작가와 대중이 서로를 알아갈 수 있도록 연결하고 그런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BGA
김현성 에디터

* 2021년 9월 28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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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랙션 디자인(interaction design, IxD)은 인간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상호간 작용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는 디자인 분야이다. 주로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동적인 예술 전시물을 관람객과 상호작용하게 하는 예술인 인터랙티브 아트(인터랙션 디자인과는 다름) 혹은 미디어 아트와는 구분된다. 보다 좁게는 컴퓨터에 의해 작동되는 전자 제품, 시스템의 행동과 사용자의 행동 간의 상호작용을 용이하게 하는 기술이자 응용예술 분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