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김선형 PD – 슈퍼밴드2, 진심의 오디션

슈퍼밴드2, 진심의 오디션
JTBC 김선형 PD
@livesofothers

 

지난 10월 4일 〈슈퍼밴드 시즌2〉가 끝났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방송 끝난 지 딱 한 달 됐다. 휴가도 다녀왔고, 〈비긴 어게인〉 할 때 디지털 버전(유튜브 채널용)을 만들었는데, 구독자가 잘 모여서 지금은 그걸 다시 맡아서 섭외하러 다니고 있다.  

〈슈퍼밴드 시즌2〉는 매회 본방 사수하면서 재밌게 봤다. 시청률, 화제성 모두에서 성공적인 방송이었다고 생각한다.

시즌1도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체감하는 게 다르다. 참가자들에게 광고나 화보 촬영을 요청하는 매체도 많아졌고, OST 제안도 많다. 그런 면에서 되게 뿌듯하다. 한편으로는 요즘에 오디션 프로그램이 워낙 많아 이런 분위기가 너무 빨리 식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기존의 오디션과 결이 다른 경연 방송이었다고 생각한다. 탈락자가 나오면 다 같이 끌어안고 울고 격려하는, 착한 오디션? 순한 맛 오디션이었다.

연출자로서 많이 고민한 지점이었다. 사람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기대하는 일종의 바이브 같은 게 있다. 더 적나라하고, 차갑고, 자극적인 요소들 말이다. 우리 방송은 만드는 사람들도 그렇고, 프로그램 특성 때문에도 그런 요소들이 많이 희석돼서 방송이 나갔다. 연일 화제인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를 보면서 ‘아, 이게 매운맛인데…우리는 저렇게 절대 못 한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어쨌든 오디션은 약간 매운맛이 있어야 하지 않나. 우리는 그런 게 전혀 없어서 방송 기간에도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의심을 많이 했다.

이런 방향성은 처음부터 의도한 건가? 아니면 김선형 PD의 성향인가?

프로그램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슈퍼밴드는 출연자들이 라운드마다 새로 멤버를 결성해야 하는 만큼 서로에게 차갑기가 어렵다. 내 앞의 이 사람이 오늘은 라이벌이지만 다음 라운드에는 같은 팀이 될 수도 있는 거다. 그러니까 서로 배척하고 싸우는 구도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그 점을 최대한 강점으로 활용하자고 생각했다. 갈등을 억지로 만들거나 짜내지 않고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다.

정말 뛰어난 뮤지션이 많이 참여했다. 예선 심사에서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이나,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있나?

시즌1 때 너무 많은 것을 보여 줘서 이번에는 또 어떻게 새로움을 줘야할지 걱정이 많았다. 화려한 쇼잉을 선보인 DJ 디폴이나 클래식의 홍진호 첼리스트처럼 시즌1에 이미 다양한 분야의 출연자가 있었던 만큼 그 이상 뭘 보여 줄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 그래서 시즌1과 비교해 참가자들에게 어떤 플러스 알파가 있는지를 면밀히 살피려 했다. 또 워낙 실력 있는 지원자가 많아서, 최대한 자기 색깔이 있는 뮤지션을 고르려고 했다.

시즌2에 헤비메탈 밴드인 크랙샷이 없었으면 방송의 온도가 조금은 달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원한 여러 인디밴드 중에 크랙샷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크랙샷은 에너지 자체가 너무 달랐다. 예선 때는 녹화할 때보다 거리가 가깝지 않나. 그러니까 에너지가 더 확 느껴졌다. 너무 잘했다. 취향이든 뭐든 상관없이 에너지가 너무 좋았고, 그냥 정말 잘했다.
©JTBC Music
크랙샷에 피아노 연주자 겸 음악감독 오은철이 합류하면서 크랙실버가 되었고 시즌2에 우승했다. 어쨌든 팀의 주축인 크랙샷은 8년 차 인디밴드인데, 이들이 전국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내공인 것 같다. 어떤 분들은 8년 차 밴드가 나와서 우승하는 게 불공평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이해는 된다. 밴드는 합이 제일 중요하고, 8년 동안 합을 맞춘 밴드와 한두 달 맞춘 밴드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그들이 대중에게 가장 설득력이 있었으니까 1등을 한 거라고 생각한다.

촬영하면서 ‘아, 이 프로그램 되겠다’하는 느낌이 온 순간이 있었나?

첫 녹화 때 박다울을 보고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부조실에서 카메라 모니터를 보고 있고, 박다울이 거문장난감 연주를 시작하는데 모니터 속 사람들 얼굴이 전부 다 진짜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나는 박다울이 준비한 음악을 미리 봤으니까 좀 무뎌져 있었는데, 그때 사람들 표정을 보고 이거 괜찮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방송 진행하면서 짜릿한 순간도 많았을 것 같다.

편집실에서 여러 번 있었다. 녹화할 때는 한 번에 쭉 찍으니까 캐치가 안 되지만, 편집을 하면 프레임 단위로 한 사람, 한 사람 표정을 보게 된다. 3라운드 때 지금의 포코아포코 팀이 Higher Ground를 연주했는데, 편집하면서 엄청나게 희열을 느꼈다. 풀 샷으로 보는 거랑 타이트 샷으로 보는 건 정말 다르다. 멤버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제스처에서 이 친구들이 진짜 무대를 즐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때 제가 편집하다가 혼자 막 소리를 질렀는데, 후배들이 선배 무슨 일 있냐며 뛰어 들어올 정도였다. 편집하면서 ‘그렇지, 이게 음악이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JTBC Music
음악에 진심인 PD인 것 같다. PD는 편집하면서 시청률 생각하면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편집하는 사람 아닌가.

다른 건 객관적으로 해야 하지만 음악 무대 편집은 객관적이면 안 된다. 감정을 따라가야 사람들도 그걸 보고 뭔가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편집실에서 편집할 때가 제일 좋다.

시즌1에서는 조연출, 시즌2에서 연출을 맡았다. 다른 인터뷰에서 시즌1 때 PD로서 가장 많이 성장했다고 얘기했다. 어떤 부분인가?

Mnet에서 JTBC로 온 이후에 음악 프로그램을 많이 맡았다. 그런데 슈퍼밴드는 노래만 하는 오디션이 아니라 첼로, 드럼, 거문고 등 방송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악기가 등장한다. 이걸 어떻게 매력적으로 보여 줄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시즌1 때 처음 편집했던 인물이 첼리스트 홍진호였다. 내가 첼로에 대해 뭘 알겠나. 듣기엔 너무 좋은데 이걸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영상을 어떻게 만들어야 이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일지, 내가 뭘 해줘야 하는지, 고민을 진짜 많이 했다. 다양한 악기들이 있는데 악기마다 짚어줘야 하는 포인트가 다르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그 부분을 엄청 파고들어 연구했다. 그러면서 많이 성장했던 것 같다.

시즌2에 메인 연출을 맡으면서, 시즌1 보다 개선하고 싶었던 부분은?

시즌1 때는 레트로가 유행이어서 스튜디오 룩 자체가 조금 클래식한 느낌이었다. 시즌2에는 무대를 젊고, 세련되게 바꾸고 싶었다. 밴드는 너무 얌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요즘 느낌으로 바꾸고 싶어서, 비주얼적으로 투자를 많이 했다.

각 멤버의 포지션 캠을 찍어서 유튜브 콘텐츠로 올린 것이 반응이 좋았다. 신경 쓸 것이 많았을 텐데, 그런 시도를 한 이유가 있나?

참가자들이 더 사랑받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그래야 프로그램이 더 잘 될 거란 생각에 한 거다. 우리 방송의 타깃이 20~49세인데, 그들을 겨냥하려면 그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에 뭔가를 계속 제공해야지 더 반응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포지션 캠은 아무래도 Mnet 출신이어서 할 수 있던 생각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포지션별로 팀이나 개별 직캠이 너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돌과 팬의 소통하는 방식을 가져온 것이다.

팬들의 심리는 다르지 않다. 아이돌보다 밴드에서 포지션 캠이 더 유의미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아이돌은 군무를 추니까 동작이 거의 같은데, 밴드는 음악이 시작되면 각 멤버가 각자의 연주를 하지만 그걸 카메라가 잡아주지 않으면 모른다. 내가 만약에 팬이었으면 그런 장면을 보고 싶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온라인 쪽에 관심이 많아서, 소위 ‘미공개 입덕 영상’ 같은 것도 일반 방송의 호흡이랑 다르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JTBC Music
〈슈퍼밴드 시즌2〉는 시청률도, 화제성도 무척 높았다. 그래도 아쉬운 부분은 없나?

솔직히 시청률이 잘 나오긴 했지만, 그렇게 만족스럽진 않다. 화제성은 만족한다. 왜냐면 7주 연속으로 비드라마 부분 화제성 1등을 했다. 그 정도면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시청률도 딱 예상한 만큼 나오긴 했는데, 목표는 좀 더 높았다.

목표가 어느 정도였기에?

이번 시즌 최고 시청률이 5퍼센트이고, 분 단위 최고 시청률은 7퍼센트대였다. 점점 잘 나오니까 욕심이 나는 거다. 조금만 더 올라서 6퍼센트 이상, 6.5퍼센트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그 정도 받으면 내부 분위기나, 방송국의 대우가 조금 달라지나?

분위기만 달라진다. 개인적인 만족이랄까. 그 정도 나와서 국장님한테 말씀드리면 “그럼 7.0까지 어떻게 한번 해봐라” 아마 그럴 거다. (웃음)

Mnet에서 경력을 시작했고, JTBC에서도 여러 음악 프로를 맡았는데 음악 방송을 선호하는 이유는?

계속해도 음악만큼 새로운 건 없는 것 같다. 처음 음악 라이브 촬영 현장에 갔을 때의 기분을 잊을 수 없다. 2011년 무렵 Mnet에 인턴으로 입사했을 때 〈M사운드플렉스〉라는 음악 프로그램이 있었다. 촬영장에 딱 들어섰을 때 하우스 밴드가 연주를 시작하고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데, 그 순간 기분이 되게 이상했다. 짜릿했다고 할까. 돌이켜보면 그때 그 기억 때문에 계속 이걸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김선형이라는 사람 자체가 매운맛이 아닌 것 같다. 방송국 PD의 세계는 무척 치열한 걸로 알고 있는데, PD로 일하는 게 버겁지 않은가?

제가 매운맛은 아닌데, 경쟁은 또 되게 좋아한다. 경쟁도 좋아하고, 이기는 것도 좋아한다. 악바리 스타일이다. (웃음)

오디션 프로그램은 노동 강도가 높은 걸로도 유명하다.

노동 강도가 정말 높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특히 노동 강도가 높은데, 슈퍼밴드는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라 밴드 셋이 들어가니까 더 그렇다. 모든 게 두 배로 걸린다. 세팅, 리허설, 철거, 녹화, 모두 배로 오래 걸리고, 또 진행되는 상황을 하나하나 체크해야 하니까 몇 배로 힘들다.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시청률 경쟁도 해야 하니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다. 어떻게 헤쳐가고 있나?

〈슈퍼밴드2〉 하면서 밥을 거의 못 먹었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근데 이 일이 마약 같아서, 방송이 끝나면 기억이 미화되는 것 같다. 그때 아무리 힘들었어도 지금 생각하면 또 너무 좋은 거다. 그래서 또 하고, 또 속고, 또 하고, 그렇게 되는 것 같다. PD에게 시청률이 중요하긴 하지만 나는 전 국민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자신은 없다. 그럴 자신도 없고, 마음도 없으니까 그런 점에서는 편하다. 나는 소수의 사람이 깊게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더 잘 만들 수 있고, 그게 나한테 더 맞는 것 같다.

방송 마치고 들었던 사람들의 피드백 중에 기억에 남는 평가, 또는 힘이 된 말이 있을까?

KARDI 팀을 담당했던 후배 PD가 했던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선배 저는 솔직히 아이돌 좋아해 본 적도 없고, 누구 팬클럽 가입한 적도 없는데, 이렇게 이 팀을 좋아하고 애정하고 그걸 막 표현하고 싶다는 기분을 이 프로그램 하면서 처음 느꼈어요”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확 나는 거다. 왜냐면 나도 시즌1 때 똑같은 감정을 느꼈으니까. 내가 경험한 걸 내 후배도 느꼈구나, 라는 생각에 엄청 보람을 느꼈다.

분명 슈퍼밴드만의 어떤 정서가 제작진 사이에 흐르는 것 같다.

이건 여담인데, 시즌1 때는 내가 제일 극성스러운 PD였다. 선배가 시간 부족하다고 뭔가 빼려고 하면 너무 속상해하고, 뒤에 가서 울고 그랬다. “이 친구 서사에 꼭 필요한 장면인데 왜 빼냐”고 대들었다. 근데 시즌2에서 후배 PD들이 하나 같이 그러는 거다. 하나만 빼려고 하면 빼지 말라고 시위하고. 참가자들도, 작가들도 모두 진심이었고, PD들도 그런 친구들이 모여서 팀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어진 것 같다. 진짜 다들 너무 치열하게 했다.

〈슈퍼밴드2〉는 김선형 PD에게 어떤 의미일까?

전환점이다. 너무 큰 전환점. 이렇게 큰 프로그램의 메인 연출을 맡은 건 JTBC에 온 이후로 〈슈퍼밴드〉가 처음이었다. 입봉작으로 이렇게 큰 판을, 내가 디렉팅 한다는 게 진짜 큰 도전이었고, 또 워낙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망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내가 이 브랜드를 깎아내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엄청나게 책임감을 느꼈다.

방송 외적인 시간에는 무얼 하며 보내는지 궁금하다.

사실 여가 시간에 방송국에서 못 만드는 콘텐츠를 직접 사비를 들여서 만든다. Mnet 동기 언니랑 같이 만든 유튜브 채널이 있다. 둘이서 만드는 짧은 음악 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아티스트 수민의 다큐멘터리도 그렇게 작업했다.

〈슈퍼밴드〉 다음 시즌은 어떻게 되나. 이 정도 성과면 내년에도 확실히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왜냐면 새로운 사람을 발견하려면 소위 말하는 판이 한 번 순환이 된 다음에 오디션을 할 수 있다. 치고 올라오는 다음 세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꼭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안타까운 게, 방송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음악 장르가 되게 적다. 〈쇼미더머니〉, 〈슈퍼밴드〉 같은 방송이 있지만, 그 외의 영역에도 방송에서 조명이 안 된 음악 장르가 많다. 그래서 더 다양한 음악을 조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김현성 에디터

* 2021년 11월 9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