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벤처스 한상엽 대표 - 임팩트 투자는 착한 게 아니라

임팩트 투자는 착한 게 아니라
소풍벤처스 한상엽 대표


국내 최초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인 만큼 부담이 클 것 같다.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이었다는 점에서 소풍벤처스는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고 감히 얘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은 또 다르다. ESG, 임팩트를 고려하는 투자사들이 이젠 국내에도 많아졌다. 소풍벤처스만의 가치와 방향을 계속 고민하는 시점이다. 

소풍벤처스는 어떤 일을 하는가?

비즈니스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창업가들의 성장을 돕는 임팩트 투자를 한다. ‘임팩트어스(Impact Earth)’는 소풍벤처스가 작년에 론칭한 국내 첫 농식품 특화 임팩트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농식품 분야 10개 창업팀을 지원해 사업 모델을 다듬고 최근 데모데이를 개최했다. 창업가들을 발굴하는 투자 연계 프로그램 ‘월간 소풍’을 운영하고 카카오 임팩트, 연세대학교 창업지원단 등과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는 충돌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인데, 소셜벤처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임팩트 투자는 ‘착한 투자’가 아니다. 미래 지향적인, 지속 가능한 투자다. 임팩트 투자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수익도 따라온다는 것이 소풍벤처스의 철학이자 경험이다. 현재 90여 개 투자처 중 회수한 기업이 열두 곳에 달한다. 이미 유니콘 반열에 오른 ‘쏘카’의 경우 처음 투자했을 때에 비해 기업 가치가 100배 이상 올랐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비건 비누를 만드는 ‘동구밭’의 경우 올해 매출이 100억 원은 거뜬히 될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가치가 높은 일들이 재무적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지표로 보여준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주목받는 ESG 투자와도 관련 있을 듯하다.

소풍벤처스가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는 ESG 투자와 약간 결이 다르다. ESG 투자는 투자 시 특정 요소를 고려하는, 투자의 한 방식이라 생각하면 좋다. 환경, 사회 노동, 기업의 의사결정 3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투자했을 때 리스크가 줄어들더라, 라는 결과론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한다. 반면 임팩트 투자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걸 처음부터 핵심 목표로 하는 액티브한 투자다. 소풍벤처스는 이처럼 뚜렷한 목적과 의도를 확보하고 사회문제에 적극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기업들에 투자한다.

소풍벤처스의 역대 투자처는 닷페이스, 채식한끼 등 흔히 말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유명한 기업들이 많다. 주 타깃이 MZ인 건가.

주 타깃이라 단정할 순 없으나 당연히 눈여겨본다. 가치 소비를 하는 세대기 때문이다. 미래의 어떤 솔루션이 필요할까? 이런 솔루션을 제시했을 때 고객이 선택을 할까? 와 같은 질문들을 투자자로서 떠올려볼 때, MZ세대의 다원적인 정체성을 고려하다 보니 가치 지향적인 기업들과 접점이 많았던 것 같다.

‘젠더 관점의 투자’ 또한 소풍벤처스의 활동에서 눈여겨지는 부분이다. 투자는 거칠게 말하면 수익 창출에 주목하면 되는데, 왜 젠더를 고려하나?

편견만큼 혁신을 가로막는 요소가 없다. 성별, 성적 지향, 출신 지역, 심지어 인종이나 나이 등 중요하지 않은 요소들이 혁신적인 시도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지원하는 기업 경영자의 35~40퍼센트는 여성 CEO다. 소풍벤처스가 젠더 관점의 투자를 하는 건 단순히 성평등을 이루고자 함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마주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불필요한 편견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노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치’란 표현은 사람마다 다르게 쓰이고 어느 정도 모호함을 담보한다. 소풍벤처스는 사회적 가치를 무엇이라고 정의하는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재무적 가치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기준이 통일되는 데까지 60년이 걸렸다. 기업의 재무 상태가 확실한 숫자로 드러나는 데도 그 가치를 합의하는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렸다. 하물며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가치를 합의하는 데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소풍벤처스의 입장을 밝히자면, 우리는 사회적 가치를 ‘헌법적 가치’라고 감히 생각해 본다. 안전, 건강, 교육, 복지, 공동체 등 사회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추구하거나 권장돼야 할 가치들을 우선시한다. 

그렇다면 수많은 소셜벤처 중 투자처를 고를 때도 말씀한 헌법적 가치가 기준인가?

그렇다. 창업자가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지, 팀 자체가 얼마나 탄탄한지도 보지만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임팩트다. 소풍벤처스는 UN에서 제시한 SDGs(지속가능 개발 목표)를 기반으로 새로운 투자처의 임팩트를 심사한다. UN에서 선언한 17가지 문제들을 고민하고 그에 대한 솔루션을 가진 기업에 주목한다. 미디어 콘텐츠나 디지털 헬스케어, 성평등, 교육 등 다양한 부문에 관심 있다. 다만 SDG 내에서도 소풍벤처스가 최우선순위로 생각하는 부문은 13번 목표 ‘기후 행동(climate action)’이며, 그중에서도 농식품 분야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 

수많은 산업군 중 왜 하필 농식품인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소풍벤처스 내부 팀원들과 각자 관심 있는 산업군을 얘기하다 보니 공교롭게도 농식품 분야가 공통적이었다. 두 번째는 투자자로서 한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모든 영역에 전문적이라는 말만큼 의미 없는 말이 없다. 투자자로서 전문성을 갖추려면 특정 산업군으로 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농식품 분야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산업이다. 전 세계 인구 70억 명이 매일 다른 건 안 해도 밥은 먹지 않는가. 지금 한국을 비롯해 전 지구적으로 탄소 배출량의 30퍼센트는 농식품 산업으로부터 나온다. 전 세계 해양 쓰레기의 절반이 어업에서 나온다. 우리의 식탁이 바뀌어야 기후 문제가 해결된다.

그런데 말씀하신 농식품 문제는 계절과 날씨에 따라서도, 지역적 특성에 따라서도 변수가 클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농식품을 기후 문제의 시작과 끝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무얼 먹고 어떻게 음식을 생산하냐에 따라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 문제의 시작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먹는 농식품은 결국 다시 그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기후 문제의 끝이다. 그래서 우리는 농식품 산업이 단순히 우리가 무얼 먹느냐의 문제를 넘어, 산업 전반에 연결돼 전체 생태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기후 의존도가 높은 만큼 리스크가 크진 않을까?

변화가 큰 곳에 기회가 있다. 모든 산업이 그렇겠으나 농식품 산업은 특히 관성이 크다. 관성이 큰 산업은 외적 변수가 커질수록 전에 없던 시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기존 관행으로는 해결할 수 없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외적 변수는 급변하는 기후고, 새로운 시도는 우리가 투자하는 회사들이다. 말하자면 농식품 분야에서 리스크는 단순히 위험 요소가 아닌 기회 요소다. 

주목할 만한 기업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위미트’는 버섯으로 닭고기 식감의 대체육을 만든다. 대체육 시장이 커지는 현재 눈여겨볼 브랜드다. ‘한국수산기술연구원’은 물고기 양식을 하는 스마트팜이다. 기존 양식업과는 달리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으로 수산물을 양식한다. 우리가 투자하진 않았으나 올해 임팩트어스에 참여한 ‘캐비지’는 못생긴 채소를 배송해주는 어글리어스 마켓을 운영 중이다. 작은 상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식자재를 소비자와 연결해 지속 가능한 식탁을 추구한다.

독특한 브랜드들이 많다. 혹시, 말씀하신 브랜드의 CEO분들은 주로 젊은 층인가.

젊은 층이 많지만 시니어도 물론 있다. 간편식을 만드는 회사 ‘라이프샐러드’의 경우 시니어 CEO가 창업한 회사인데, 아예 시니어층을 타깃으로 한다. 개인마다 다른 건강 상태와 신체 조건을 고려한 맞춤형 식사 대용식을 만드는데 반응도 좋고 제품력도 뚜렷하다.

새로운 식음료 개발은 최근 많은 기업에서도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분야다. 이미 해외로 진출한 유명 기업보다도 이제 막 업계에 뛰어든 창업자들에 주목할 이유는 무엇인가? 

속도와 유연함이다.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다. 스타트업은 시간을 아끼려고 의사결정부터 피드백, 실행까지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리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니 이 방향이 아니다 싶으면 바로 방향을 트는 유연함이 있다. 스타트업의 이런 강점을 알기 때문에 대기업에서도 이들과 많이 협업한다. 예컨대 우리가 투자한 ‘리하베스트’는 음식 부산물을 활용해 또 다른 음식물을 만드는 회사로, 최근 오비맥주와 협업 중이다. 맥주를 만들고 남은 껍질인 ‘박’을 음식 원재료로 가공한다는 아이디어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으로 얻은 결과물이다.

최근 북저널리즘에서 발행한 유엔기후협약 관련 아티클에서 댓글 창 반응이 뜨거웠다. 대체육, 대체에너지를 비롯해 신기술이 등장하는 건 다들 알지만 이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얼마나 현실적으로 대체 가능할까’다. 소풍벤처스는 어떻게 전망하나?

무거운 질문이다. (웃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시장이 전환될 거라는 점이다. 최근 가진 생각은 제도적 변화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바다에 떠 있는 부표의 원재료는 주로 스티로폼이었는데, 얼마 전 우리나라 정부가 스티로폼 부표를 금지하자 이젠 그 재료가 플라스틱으로 대체됐다. 해양 오염에 관한 이슈가 더 부각되면 나중엔 아예 새로운 소재가 개발될지 모른다.  2018년 환경부가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제공하는 걸 금하자 전국적으로 즉각 실행됐다. 최근 코로나 여파로 규제가 사라지자 다시 플라스틱컵을 제공한다. 제도의 힘이다. 위에서 말한 소풍벤처스의 임팩트어스 프로그램 또한 농업기술실용화재단과 협력하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을 뒷받침하는 건 또 시민의식이다. 정부, 기업, 시민이 구조적으로 맞물려 있는 만큼, 산업 전환은 어느 한 주체가 아닌 복수 주체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때 현실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풍벤처스가 계획 중인 서비스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내년부터 기후 문제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보다 다이렉트한 프로그램을 론칭하려 계획 중이다. 기후 위기는 절체절명의 문제이기에 임팩트 투자자로서 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소풍벤처스는 이 책임감을 함께 할 창업팀들을 찾고 있다. 대체 단백질, 탄소 저감기술, 순환 경제 시스템 등 다양한 농식품 분야에서 솔루션을 제시할 팀이라면 환영이다. 코로나19 이후로 국내 기업 투자에 집중했으나 내년부터는 글로벌 투자도 검토할 계획이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너무 뻔한 얘기를 할 것 같다.

반복되는 얘기일수록 창업자 입장에서 새겨들을 수 있어 그 나름대로 좋다.

(웃음) 빠르게 실패하라는 것이다. 창업은 실패가 일상인 분야다. 따라서 중요한 건 누가 더 빠르게 실패하고, 이전의 실패로부터 빠르게 배우는지라고 생각한다. 고민될 땐 일단 해 보는 걸 추천한다.

기후 위기에 관심 있는 북저널리즘 독자들에게 지금 깊이 읽을 콘텐츠를 추천해 달라.

기후변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클리마투스 컬리지’를 즐겨 본다. 기후 위기 관련 자료와 솔루션들이 잘 정리되어 올라온다. 크리스 조던 감독의 기후 관련 다큐멘터리 〈앨버트로스〉 또한 훌륭하다. 현재 인터넷에 무료 공개된 것으로 안다. 책으로는 호프 자런의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를 추천한다. 식물학자인 저자가 기후 문제를 여러 섹터로 분석해서 집필한 책인데, 우리가 마주한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느낌이 아닌 통계와 수치로 제시해 와닿았다. 워낙 수려하게 쓴 문장에 번역도 좋아 읽는 재미까지 덤이다. 일독을 추천한다.

 이다혜 에디터

* 2021년 11월 16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