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컴퍼니 민금채 대표 - 대체육, 지구인은 언리밋 하다

대체육, 지구인은 언리밋 하다.
지구인컴퍼니 민금채 대표


대체육 사업을 하는 회사의 이름이 지구인컴퍼니, 라니 독특하기도 하고 또 어울린다.

예전에 기자로 일할 때 친한 동료들끼리 모임이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농촌에 가서 텐트 치고 자고, 농사 도와드리고, 플로깅(산책,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 하면서 보냈다. 그때 그 모임의 이름이 지구인이었다. 지구에 사는 사람으로서 자연과 가깝게 생활하자는 취지의 모임이었는데, 회사 이름을 지을 때 그때 생각이 났다. 어떻게 보면 별생각 없이 지은 이름인데, 나중에 보니 뭔가 되게 의미 있어 보이더라. (웃음)

못생긴 농산물 판매로 본격적인 사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어떤 문제의식이었나?

그때 농가를 다니면서 보면 어느 농가에나 즙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재고가 워낙 많으니까 즙을 내 거나 말려서 보관하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에서 일할 때도 제조 공장에서 버려지는 식자재 양이 너무 많았다. 농가에서도 버려지는 농산물이 많았는데, 제조 공장에서도 이렇게 많이 버려지고, 물류센터에서는 포장하고 상, 하차하는 과정에서 또 많은 양이 버려졌다. 버려지는 농산물이 농가만의 문제가 아니고 제조 공정, 물류 등 곳곳에서 생기는 것을 보고 이 문제를 어떻게 있어 보이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있어 보이게’가 포인트인 것 같다.

작은 문제를 있어 보이게 해결하는 걸 좋아한다. (웃음)

어떻게 있어 보이게 해결했나?

배달의민족에서 밀키트 사업을 할 때였다. 일단 sku(상품 재고 관리를 위한 최소 분류 단위)가 많으면 안 되겠더라. 그래서 재고 품목을 10개 이내로 줄이고, 각 상품의 양을 두세 배로 늘려서 일단 회사직원 500명을 대상으로 베타테스트로 팔아봤다. 그중에 판매량이 제일 많은 제품을 중심으로 런칭하고, 정기배송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서 수요 예측이 가능하도록 했다. 식자재를 발주할 때도 농가의 재고를 구매해서 원가를 낮추고,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에 팔았더니 건강한 수익 구조가 만들어졌다. 농가에서도 그동안 버려야 했던 농식물을 우리가 구매해서 다시 상품으로 만들어서 팔아주니까 굉장히 좋아했다. 그때 굉장히 재미있고 보람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회사 차원에서 그 사업을 접게 됐고, 나는 이 사업을 좀 더 잘해보고 싶어서 지구인컴퍼니를 차리게 된 거다.

처음에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나?

사업 초기에는 버려지는 과일과 채소를 주로 다뤘다. 2년 동안 1020톤 정도의 재고를 없앴고, 16개 농가의 재고를 제로로 만들었다. 농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쌀, 콩, 깨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한테 전화가 오기 시작하더라. 그때부터 곡물로 뭘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쌀 요거트나 쌀이랑 과일을 섞은 스무디 등을 만들었는데 곡물 맛이 난다고 출시하기도 전에 망했다. 미숫가루도 만들어서 팔아봤는데 잘 안 됐다. 반응이 너무 안 좋았다.

농산물 판매하는 일을 하다가 대체육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하다.

못생긴 농산물 사업의 활로를 찾던 시기에 미국 출장을 갔다가 임파서블의 대체육 햄버거를 먹게 됐다. 어떻게 곡물이랑 감자, 쌀 같은 재료로 이런 고기를 만들 수 있는지 너무 신기했다. 이 정도의 맛과 퀄리티라면 나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업에 뛰어들었다.

흥미를 느끼는 것과 직접 만들겠다고 뛰어드는 건 차원이 다른 일이다.

내가 그렇게 좀 무모한 면이 있다. (웃음) 사실 마케터로서 감각적인 판단인데, 그때 나 자신이 엔드 유저 소비자로서 이 제품에 너무 만족했던 거다. 이런 제품이면 매일 사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고기도 안 먹어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곡물로 뭘 만들지, 어떻게 곡물 재고를 없앨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왔는데, 그런 점에서 대체육은 내가 가장 만족할 만한 상품이었다. 더 괜찮은 사업이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는 어떤 사람을 만나야 이걸 개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했다.

2017년 무렵은 우리나라에 대체육 시장도 형성되지 않았을 때다. 시장 조사는 어떻게 했나?

시장 조사를 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었다. 대체육은 우리나라에 시장도, 아이템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못생긴 농산물 사업을 시작할 때도 데이터가 없어서 2개월 동안 100여 곳의 농장을 찾아다니면서 현장 데이터를 확보한 뒤에 판단했다. 대체육은 그것보다 더 없었다. 물론 미국에 비욘드미트나 임파서블이 있었으니까 그 자료를 많이 참고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거의 없다시피 했고, 아시아에도 없었다. 당시에 이게 조만간 대박이 날 거야, 라는 관점에서 판단한 게 아니었다. 대신에 이 사업이 옳은 일이고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일단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옳은 일,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2017년 기준으로 국내에 버려지는 농산물이 연간 500만 톤 정도 나온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곡물이다. 우선 버려지는 곡물을 줄이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체육 사업을 준비하면서 기후변화, 환경오염에 있어서 많은 문제가 축산업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인 메탄가스의 3분의 1이 가축에서 배출된다. 우리가 먹는 동물 단백질의 영양은 사실 곡물에서 온다. 가축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광우병, 아프리카 돼지 열병, 그리고 항생제 투여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면 이 중간 단계를 뛰어넘고 바로 곡물로 고기를 만들면 환경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겠다, 이건 내가 지구인컴퍼니를 만들고, 사업을 하는 이유와 맥락이 맞는 일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한 방법은 모르지만,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체육에 대한 사전 지식도 없이 시작했다.

우선 이게 어느 정도 어려운 일인지 파악해야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대체육과 관련된 특허를 살펴봤다. 지금은 관련 특허가 엄청 많지만, 그때는 10~14개 남짓했다. 영어를 잘했던 것도 아닌데, 특허를 다 내려받고 원문을 번역해가면서 대체육, 식물성 고기, 콩고기 관련 논문과 학회지를 200개 가까이 봤다. 그걸 보면서 더듬더듬 정보를 습득하고, 개발에 필요한 식품공학자, 기계공학자, 영양학 박사를 찾아다니면서 이런 제품을 꼭 만들고 싶은데 도와달라고 의뢰하고 다녔다.

현재 대체육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사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구인컴퍼니의 언리미트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앞서 나갈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

처음에 개발을 시작할 때 대부분의 대체육 회사들이, 특히 해외 회사들은 햄버거 패티를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대체육 회사들 사이에 불문율 같은 것이었다. 경쟁력 있는 패티를 만드는 게 대체육 회사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척도였다. 그런데 미국이야 햄버거가 주식에 가깝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햄버거를 많이 먹지도 않는데 왜 패티를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나는 국내산 농산물을 바탕으로 대체육을 만들려고 하는데 한국 사람이 제일 많이 먹는 걸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고기 슬라이스를 먼저 개발했고, 그렇게 우리만의 정체성을 제품에 녹이려고 했다. 대기업이나, 잘 나가는 회사를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 사업을 하려고 했던 목적에 맞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추구했던 게 유효했던 것 같다.

정체성에 집중한 것이 차이를 만들어낸 것인가?

소비자에게 우리가 대체육을 왜 개발했는지, 왜 슬라이스를 먼저 개발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굉장히 많이 했다. SNS 등의 홍보 채널을 통해서 통상적으로 한 게 아니라 마트에서 시식 행사하면서, 박람회를 비롯해 여러 강연을 다니면서 지속적으로 의도를 설명했고, 그 과정에서 지구인컴퍼니가 돈 되는 상품을 만들어서 싸게 많이 파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 회사는 아니구나, 한국의 식품 회사로서 정체성을 가져가려고 노력하는구나, 라는 인식이 생겼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대체육, 하면 콩고기가 먼저 떠오른다. 언리미트의 대체육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콩고기도 기능적으로 식물성 대체육이 맞다. 100퍼센트 콩 단백질로 만들어지니까. 언리미트가 다른 점은 고기를 먹을 때의 경험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텍스처와 식감이 훨씬 더 고기에 유사하다. 콩고기처럼 푸석한 식감이 없다. 또 빨간색 생고기 모양에, 굽다 보면 캐러멜라이즈(Caramelize)가 되어서 후각, 시각, 청각, 미각으로 고기의 풍미가 전달된다. 삼겹살을 구울 때 냄새가 미친 듯이 올라오지 않나. 그것 때문에 자꾸 삼겹살이 먹고 싶은 것처럼, 실제 고기를 먹을 때의 즐거움을 그대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 여러 화학적, 기술적 효과를 더한 게 우리가 만드는 식물성 고기다.

언리미트 대체육은 현재 어디에 사용되고 있나? 어디서 맛볼 수 있나?

우선 국내 유명 비건 레스토랑인 '플랜트'나 '푸드더즈매터', '몽크스부처' 같은 매장에 우리 제품이 제공되고 있다. SPC파리바게뜨에서 언리미트 슬라이스 제품을 활용한 샐러드랩 같은 샌드위치류 제품을 출시했고, 도미노피자의 피자와 파스타에도 사용되고 있다. CU, 미니스톱 등 편의점에서도 삼각김밥, 도시락 등 메뉴에 사용된다. 바르닭 같은 브랜드에서도 언리미트를 활용해서 냉동만두, 냉동볶음밥 등을 출시했다. 앞으로는 더 다양한 방식으로 대체육을 맛보실 수 있을 것이다. 

언리미트 3.0버전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무엇이 달라지나?

3.0버전의 핵심은 일단 지방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기를 먹을 때 지방의 식감을 좋아한다. 3.0버전에는 우리가 개발한 식물성 지방이 함유되어 더 고기와 흡사한 식감을 전달한다. 그리고 국내산 못생긴 농산물 중에 대두박이란 게 있다. 콩기름을 짜고 남은 콩 찌꺼기인데, 식이섬유랑 단백질이 굉장히 많이 함유된 슈퍼푸드다. 쌀을 도정하고 남은 쌀 껍데기 같은 못생긴 농산물을 11%에서 15% 정도 함유했다. 지금 개발은 다 끝났고, 내년 1월에 출시된다. 국내산 못생긴 농산물로 만들고, 식물성 지방이 추가돼서 더 육즙이 풍성해진 것이 3.0 버전이다. 여기에 지방에 마블링까지 구현된 차돌박이는 4.0 버전이 될 것이다. 그건 내년 하반기 즈음에 나올 것 같다.

대체육 시장에 국내 굴지의 식품 대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지구인컴퍼니에는 또 한 번의 도전일 것 같다.

대기업들이 국내 유통 채널들을 갖고 있다 보니 그동안 무수히 많은 대기업을 찾아다니면서 우리 제품을 판촉했었다. 그런데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때는 이 시장이 돈이 될지에 대해서 판단이 서지 않았던 것 같다. 올해 들어 여러 대기업이 뛰어들기 시작하더라. 우리는 그사이 원천 기술을 많이 확보해 놨다. 지금 대기업들의 방식은 원료를 사 와서 소스로 맛을 내는 방식이다. 그게 가장 빠르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대체육의 성패는 소스 맛에 있는 게 아니다. 조직감, 식감, 힘줄, 근육, 지방 이런 게 구현된 제품이 없는 상태에서 제육볶음 소스를 묻힌다고 그 제품이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차돌박이를 개발하고 있고, 내후년에는 갈비가 나올 것이다. 원천 기술에 있어서 한참 앞서 있고, 따라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해외에서의 반응은 어떤가?

작년 1월에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했었다. 한 100명 정도 참석했는데, 그중에 임파서블의 개발자도 있었다. 그 사람이 우리 고기를 먹어보고, 이런 슬라이스 형태를 처음 봤다면서 어떻게 한국에서 이런 제품을 만들었는지 놀라더라. 임파서블이 패티를 개발하는 데 5년이 걸렸고, 이제 2.0버전이 나오니까 대략 7년이 걸린 건데 어떻게 너희 같은 작은 나라의 스타트업에서 2년 만에 이런 제품을 개발했냐고, 너무 신기하고 맛있다고 하더라.

동물권 보호라는 관점에서도 대체육 시장의 성장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 같다.

그 부분은 사실 무척 조심스럽다. 나도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비건을 하는 분들의 동물권에 대한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동물 고기가 완전히 사라져야 하고,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사실 내가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이유는 건강한 식습관을 갖고 싶어서였고, 또 대체육을 개발하면서 많은 농장과 농가를 다니면서 가축이 길러지고 도축되는 과정을 보게 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지만 이런 삶만 옳다, 라고 얘기하기는 조심스럽다.

앞으로의 사업 계획이 궁금하다.

곧 미국에서 K-바비큐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을 런칭한다. 미국에서는 그동안 아시안 마켓 위주로 판매해왔는데, 프랜차이즈를 통해서 B2B로 대체육을 공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품은 이미 미국에 도착했고, 12월 첫째 주에 오픈 일정이 잡혀 있다. 그리고 성수동 쪽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준비 중이다. 언리미트 스토어 1호점을 통해 고객들과 만나게 될 예정이다.

스타트업을 꿈꾸는 북저널리즘 독자를 위한 조언을 부탁드린다.

못생긴 농산물 사업을 할 때 자부심을 느꼈던 부분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문제를 제시하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시장이 움직이고, 변화가 일어나는 데 내가 일종의 씨앗 역할을 했다는 것이었다. 아무도 대체육 사업을 하지 않을 때, 환경에 대해 얘기하면 와닿지 않는다고 하고, 일단 음식은 맛있어야지, 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이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반대로 많은 분들이 우리를 찾아와서 대체육과 환경에 대해 물어본다. 스타트업을 한다는 건 굉장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욕구가 강하고, 지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진짜 너무 힘들긴 하다. (웃음)

김현성 에디터

* 2021년 11월 23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