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튼테크놀로지스 이세영 대표·제성원 이사 - 인공지능, 글쓰기 패러다임을 바꾸다

인공지능, 글쓰기 패러다임을 바꾸다

뤼튼테크놀로지스 이세영 대표·제성원 이사
 
GPT3가 저널을 쓰고, 구글 딥드림이 그림을 그린다. 일상 속 모든 영역에 AI가 침투하는 오늘날, 사람과 AI가 함께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기계 창작물이 나오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을까? AI 기반 작문 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뤼튼테크놀로지스 이세영 대표, 제성원 이사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두 분의 배경이 특이하다. 한 분은 문헌정보학을, 한 분은 영상을 공부하셨던데.

이세영 대표(이) 고등학생 때부터 작문 대회를 8년간 운영했다. 처음엔 ‘내가 재밌어하는 분야를 글로 표현하는 일들을 더 많이 해보자’라는 생각이었다. 학부에서 문헌정보학을 택한 것도 텍스트에 대한 관심과 애정 때문일 듯하다. 대학에 가서도 기존 학술 대회를 이어갔는데, 종래엔 1만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작문 컨퍼런스 형태로 발전했다. 그러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DT사회로 접어들고, GPT3와 같은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것을 보며 작문 영역에서도 인간의 코칭을 넘어 기계가 도움을 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제성원 이사(제) 영상 업계에서 7년간 일했다. 고등학교 때 혼자 디자인을 공부하고 19살 때부터 그래픽 디자인, 방송 디자인 감독 등 여러 실무를 했다. 그러다 이세영 대표가 주최한 컨퍼런스를 알게 됐는데 내가 평소에 창작에 대해 갖고 있던 가치관과 잘 맞았다. 글도 영상도 결국 표현이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는 가치가 좋았다. ‘내가 이 프로젝트에 무엇이라도 도울 수 없을까’란 생각에 무작정 콜드 메일을 보내 2017년부터 본업과 병행하며 봉사했다. 이후 2021년 창업하기까지 4년간 쌓아온 팀워크를 바탕으로 이 대표와 공동 창업을 결심했다.

처음 사업 모델의 초점이 ‘글쓰기’보단 ‘교육’이었던 것인가.

그렇다. 초기 모델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2021년 4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면 모임이 어렵던 때다. 한국청소년학술대회(KSCY) 개발자분들의 도움으로 온라인 컨퍼런스 플랫폼을 만들어 기존 오프라인 학술대회를 온라인 공간에서 새롭게 진행했다. 말하자면 오프라인 모임에서 온라인 툴로의 전환을 기획했다.

초기 모델엔 인공지능의 개입이 없었다고 들었다.

처음엔 구글 독스, 줌과 같은 일반적인 툴로 강의를 진행했다. 교육 영역의 글쓰기에 특화된 툴을 만드는 게 당시의 목표였다. 그런데 더 다양한 영역의 글쓰기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세밀한 자연어 처리 기술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머신 러닝을 전문으로 하는 엔지니어분들도 합류하며 인공지능 기술을 제품에 녹이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을 도입하며 서비스가 어떻게 달라졌나? 네이버 클로바스튜디오와의 협업 과정이 궁금하다.

우선 네이버가 제공하는 것은 초거대 AI 모델이다. 기존 AI는 모수가 적은 만큼 특정 태스크만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 모델에 정말 많은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시켜 보니 훨씬 다양한 기능들이 발현되기 시작한 거다. 예컨데 추론의 영역도 생기고, 창작의 영역도 생기고, 분류나 번역 등의 기능도 하기 시작했다. 그게 초거대 AI다. 마치 진짜 사람처럼 사고하고 표현하는 언어 능력을 갖췄다. 그 모델을 개발하는 개발사이자 클라우드가 네이버라면, 그걸 서비스하는 플랫폼이 우리인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선보인 것이 지금의 ‘뤼튼 카피라이팅’과 ‘뤼튼 트레이닝’인가.

뤼튼의 핵심 서비스는 그 두 가지다. 뤼튼 카피라이팅은 글쓰기로 인해 피로감을 느끼는 분들, 제품 홍보 문구를 하루 종일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만들었다. 제품 소개, 이메일, 블로그 등 카테고리별 설정이 가능하다. 제품명과 간단한 키워드 몇 가지만 입력하면 그에 어울리는 홍보글을 무한 생성해 준다.

당장의 매출 성과가 지표로 드러나야 하는 직군들에게 요긴하겠다.

홍보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는 자영업자분들, 반복적인 글을 쓰다 보니 창의성의 한계에 직면한 분들에 해당한다. 또 리소스가 부족한 회사의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인하우스 마케터나 프리랜서 마케터, 혹은 그 인력을 채용하기 어려운 스타트업 등에서 요긴히 쓰이면 좋겠다.

실제 이용자분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이런 표현은 생각도 못했는데!’와 같은 느낌표가 자주 머릿속에 뜬다고 한다. (웃음)

특정 정보값을 입력했을 때 홍보 문구를 무한 생성하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하신다. 여러 개 문구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혹은 필요한 부분만 취합해서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본인의 생각을 완전하게 반영해 주진 않는다는 아쉬운 점도 말씀해 주셨다.
뤼튼 카피라이팅 예시 화면. 제품명과 키워드를 입력하면 광고글을 작성해 준다.
최근 출시한 ‘뤼튼 트레이닝’은 카피라이팅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보인다.  
주장하는 글쓰기를 위한 작문 보조 도구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주장-이유-사례-결론 4단계에 맞춰 AI가 질문을 던진다. 그에 대한 답을 쓰면 한 줄짜리 주장이 한 편의 글로 완성되는 형식이다. 뤼튼 카피라이팅의 핵심은 생산성인 반면, 뤼튼 트레이닝은 글 쓰는 과정 자체를 경험해 보는 것이다.

주로 청소년들이 사용하나?

청소년분들보다는 이 툴을 수업에 활용하시는 교사분들이 많다. 학생들의 생각이 가닿지 못했던 영역에 질문을 제시한다는 점을 좋게 평가해 주신다.

뿌듯하겠다. 누군가의 생각을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만들어 주는 과정 아닌가.

물론이다. 유저분들이 처음 입력한 한 줄과, 최종적으로 완성한 퇴고를 비교해 볼 때 가장 기쁘다. 본인의 생각을 글로 풀어 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에 시작한 서비스다. 뤼튼 팀 내부에서도 주기적으로 글쓰기 챌린지를 진행하는 것도 그 이유다. 최근 본 영화에 대한 감상평, 본인이 전공한 학과의 전문 용어를 설명하는 글을 써서 서로 공유한다. 직접 써봐야 무엇이, 어느 단계가 가장 어려운지 파악할 수 있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좋은 글은 치열한 고민의 과정에서 나오기 마련인데, 뤼튼 툴은 그 사고의 과정을 생략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가 늘 신경 쓰는 것이 인공지능이 던지는 질문의 말투나 방향성이다. “이렇게도 생각해 봤어요?”, “이런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미묘한 어투의 차이를 통해 정답이 아닌 가능성을 제시하려 한다. 초기 모델에선 AI가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형태였는데 이젠 유저가 ‘도움받기’ 버튼을 클릭해서 보는 구조로 바꿨다. 내 생각을 가두지 않도록 최소한의 개입을 지향한다.

온전히 내 힘으로 글을 쓰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그게 정말 어렵다. 사람은 내 글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의 구조나 문장, 논리 등에 자신감이 없어서 조금 쓰다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컨퍼런스를 통해 수많은 학생을 만나며 느꼈다. 누군가와 대화하고, 질문을 주고받으며 반박이나 공감을 해볼 때 글이 써지기 시작한다. ‘매일 15분 글쓰기’를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길게 쓸 필요도, 완벽할 필요도 없다. 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써보는 경험이며, 쉽게 글을 써 보는 여정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뤼튼의 목표다.

‘AI 작문 보조 툴’이라는 시장 자체를 처음 열어가는 중이다. 그만큼 고민도 크겠는데.

글쓰기는 너무나도 본질적인 행동이다.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해 어딘가에 전달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빈번하게 일어나고, 각 상황에 따라 그 형태와 결이 천차만별이다. 가짓수가 많다는 뜻이다. 주장하는 글쓰기뿐 아니라 사업 기획안, 요리 레시피, 발표 자료 등 다양한 글 각각에 핏하게 적용될 툴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 다양한 페인 포인트를 한 번에 해결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종국에는 더 넓은 영역의 작문 동반자로 나아가려 한다.

윤리적 문제 또한 인공지능 서비스에 대해 자주 지적된다. 확증 편향, 차별 발언 등에 뤼튼 팀은 어떤 솔루션을 준비하는가.

우선 제품을 처음 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윤리적 문제들을 고민하고자 한다. 기술적인 대비 외에도 유저 경험 단계에서도 UI, UX 개선 등으로 AI 윤리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또 지난달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협력으로 ‘AI 윤리 점검표’를 만들어 현재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부작용을 소거할 때 좋은 기술이 완성된다는 것을 아는 만큼, AI 윤리 문제는 기술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

새롭게 준비 중인 서비스가 있다면?

현재는 카피라이팅 정식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얼리액세스 유저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있다. 글쓰기가 필요한 다양한 영역에 적용될 툴을 기획하고 출시할 계획이다. 시스템적으로는 훨씬 심플한 앱을 만들고 싶다. 검토하고 선택하는 과정, 퍼널을 줄이는 것이다.

카피라이팅 서비스는 이미 충분히 심플해 보였는데. 여기서 더 간소화가 가능한가?

간소화라는 것이 단순히 스텝별로 이어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다듬는 것 이상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도메인과 상관없이 연동되는 앱이다. 지금은 뤼튼 웹서비스에 들어와서 텍스트를 쓰고, 누르고, 추출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 유저가 이용하는 모바일, 웹, 일반적인 워크툴 등 어디서든 쉽게 연동되는 앱을 만들고 싶다.

그런 앱이 생긴다면 텍스트를 취급하는 산업 전반의 변화가 일어나겠다.

텍스트는 분야를 막론하고 가장 효과적인 의사 표현 수단이다. 영상으로 말하자면 촬영 전에 시나리오부터 써야 한다. 거의 모든 기획의 초기 단계를 이루는 글쓰기가 간소화되는 만큼, 산업과 직업군 내 큰 변화를 예상한다. 텍스트 시장이 무너질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파이가 커질 것으로 본다. 사진과 비슷하다. 과거에 사진은 사진관에서만 찍는 것, 혹은 좋은 카메라를 갖춘 프로 촬영가들이 찍는 것이었다.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 카메라로도 좋은 퀄리티의 영상과 이미지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않나. 글쓰기도 그 임계점을 돌파하는 날이 올 것이다.

혹, 작가나 기자와 같이 텍스트를 다루는 직업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 아닐지. (웃음)

사라진다기보단 경제성이 높아질 것이다. 현재도 웹소설, 드라마 각본과 같이 한 창작의 과정을 단계별로 분업하는 경우가 꽤 있다. 하지만 최종 단계는 결국 사람의 손을 거친다. AI가 잘할 수 있는 특정 태스크 영역을 수행하면 그것을 잘 선택하여 배합하는 것이 미래 텍스트를 다루는 사람들의 일이 될 것이다. 또 텍스트 시장에서 명품의 영역이 생겨날 것으로 본다. 최근 포브스에서 향후 10년 내에 작성된 글의 대부분은 AI가 썼거나, AI의 도움을 받은 글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대로 말하면 온전히 인간의 힘으로만 쓴 글이 희귀해지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언어적인 표현들이 많아지는 것과, 좋은 글이 탄생하는 것은 다른 영역의 문제인 것 같다.

뤼튼 팀이 생각하는 ‘좋은 글’의 기준은 무엇인가?

나의 의도를 잘 담은 글이다. 주술 관계를 명확히 쓰는 것, 쉬운 어휘를 활용해 쓰는 것보다 내 의도를 완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많은 언론에서 요즘 세대의 문해력을 비판한다. 그런데 반대 급부로 글쓰기 관련 강좌와 그 수강생은 꾸준히 늘고 있다. 시대는 영상과 이미지를 소비하지만 글을 잘 쓰고 싶어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뤼튼은 작문 패러다임을 바꿔서 둘 사이의 갭을 좁히고자 한다.

작문 패러다임의 혁신을 통해 뤼튼이 만들고 싶은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가치 있는 아이디어들이 세상에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글을 쓰는 과정을 몇 년 동안 옆에서 지켜보며 깨달은 것은, 존재하지만 표현되지 못한 생각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잠재력 있는 아이디어가 휘발되지 않도록 기술적 솔루션을 제시하고 싶다.

글쓰기엔 소외 계층이 분명히 존재한다. 경제적 여건이 어렵거나 교육 기회를 제공 받지 못한 사람들은 물론,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해 의도치 않게 손해를 보는 경우가 정말 많다. 비즈니스 목적의 글쓰기가 필요한 사람들뿐 아니라, 불공정한 상황에 처했는데 말하지도 못하고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게 뤼튼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이다혜 에디터

* 2022년 9월 6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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