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주의보》 저자 이옥수 - 무엇이 진짜 친환경인가

《그린워싱 주의보》

무엇이 진짜 친환경인가

그린워싱 주의보》 저자 이옥수

리유저블 컵부터 비건 레더까지, 너도나도 친환경 마케팅과 ESG경영에 뛰어드는 시대다. 그러나 ‘녹색’의 기준과 효용은 지금껏 명확히 정립된 적 없다. 무엇이 진짜 친환경이며, 그린워싱을 판단할 기준은 무엇인가? 지구를 위한다는 선한 취지에 비판적 질문을 던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녹색과 금융, 두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회계사의 시선으로 ‘친환경‘의 의미를 재고해 본다.
이력이 특이하다. 회계사 출신인데, 어떻게 하다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나.

회계 감사는 자본 시장의 파수꾼이다.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처음 회계 법인 입사 후 몇 년간 내가 가진 전문성을 살려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지를 고민했다. 환경 분야 자체의 비전을 보기도 했다. 유럽의 발전 경로처럼 우리나라 또한 사회 성장 단계에서 정치, 경제, 사회 분야를 넘어 환경 이슈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처음 환경 분야 컨설팅팀으로 소속을 옮기고선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우리 정부 정책 설계를 자문했고, 이후에는 탄소 감축을 목표로 하는 국내 기업부터 녹색 금융 관련 국제 기구까지 자문 범위를 확대해 나갔다.

《그린워싱 주의보》는 친환경의 기준을 정책과 투자의 관점으로 제시한 책이다. 환경 이슈를 다룬 기존 책들과 무엇이 다른가?

그린워싱은 언론 보도나 학술 논문에서 흔한 키워드로 회자되지만, 이 현상 자체를 주제로 다룬 도서는 흔치 않다. 2010년부터 기후 및 녹색 업무를 현장에서 경험해 온 회계사로서, 내가 쌓은 지식을 토대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었다. 또 ‘녹색’이 마냥 선언적이고 마땅히 이행해야 하는 착한 주제로 다뤄지진 않길 바랐다. 사회에서 내게 주어진 역할은 당위를 강조하거나 원론적인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제한된 여건하에 한 걸음씩 나아가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책에서도 환경 이슈를 바라보는 경영자의 비즈니스 관점, 자본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금융인의 관점이 함께 녹아들도록 유의했다.

취지가 좋다는 것만으로도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선한 의도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그린워싱은 왜 문제인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 특히 자금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를 막는 데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는 정해져 있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것만도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만약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에 해당 자금을 쓰게 된다면, 다른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은 기회를 박탈당한다. 선한 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거대 자금이 올바른 곳에 사용되도록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그린워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꽤 오래전부터인데, 최근 몇 년새 특히 화제가 되는 이유가 궁금하다.

녹색 금융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에는 선한 목적을 설정하고 ESG 경영을 펼치는 기업들은 칭찬받아 마땅했다. 이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커지며 환경 문제는 인류 생존과 직결된 이슈로 부각됐고,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유럽과 미국의 그린딜로 대표되는 정책 자금이 움직이며 기관 투자자도 함께 움직였고, 이어 자본 시장에 녹색 바람이 불게 됐다.

“친환경 평가의 기준은 데이터”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한국에서 이를 판단하는 제도가 있는지?

환경부와 산하 기관에서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 수자원 사용량을 포함한 환경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다만, 이를 활용해 기업 간 환경 성과를 비교하고 우수 기업을 판별해 금융 지원을 연계하기까진 아직 발전시킬 부분이 많다. 특히 친환경 성과는 일회용품부터 전자 기기까지 거의 모든 산업 내 다양한 제품들에 해당하는 데이터라는 점에서 그 스펙트럼이 넓고,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수집의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기업 스스로 데이터를 측정하고, 이를 정부가 검토 및 감시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정부 정책뿐 아니라 자본의 움직임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녹색 투자는 기후 위기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녹색 투자를 통해 저탄소 제품, 순환경 제품 등의 R&D 및 생산 설비 투자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물론 투자의 특성상 무상으로 지원을 제공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겠다. 그러나 더 큰 리스크를 감내하거나 리스크 대비 낮은 수익율을 감수하고서라도 환경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의 활동에 자본이 쓰일 필요는 있다. 이미 국책은행을 포함해 국내 금융권에서도 기업의 환경 성과에 기반해 혜택을 주는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으며, 향후 이런 성과 기반 녹색 투자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을 것이다.
최근 K-택소노미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전환’ 부문에 LNG와 블루수소 등 화석 연료는 물론 원전도 포함될 예정이다. 오랜 기간 관련 자문을 해온 한 명의 회계사로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궁금하다.

빌 게이츠 재단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소형 원자력 발전을 현실적 해답으로 내세우고, 유럽에서도 원자력을 전환 부문에 포함했다. 이처럼 원전의 한시적 허용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현재 인류 공통이 직면한 제약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듯 나는 환경 분야에 특화된 녹색 회계사이지만, 환경 운동가는 아니다. 목표와 지향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사회에 존재한다면, 내게 주어진 역할은 현실적 제약을 감안한 실질적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다. ‘전환’ 부문에 포함된 대상들은 말 그대로 올바른 전환을 위해 한시 허용하는 것들이지만, 조건 없는 허용은 위험하다. 순수한 재생 에너지 전환을 궁극적인 목표로 설정하되, 기한을 명확히 설정하고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안정 장치를 확실히 마련한다는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말씀하신 것처럼 K-택소노미는 완성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이 체계가 잘 다듬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딜로이트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유럽 오피스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EU 택소노미의 경우 개별 금융 기관이나 기업에서 이를 온전히 도입하기 위해 최소 2~3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녹색 분류 체계를 도입하는 건 금융 기관이나 기업에게 절대 단순한 일이 아니다. 녹색의 기준이 제시됐을 때 그 기관이나 기업의 모든 활동이 그 기준을 충족하는지 판단하려면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상당수 외부 기관으로부터 제공받아야 하며, 이를 입수하고 검증해서 활용하는 체계가 마련되기까진 상당한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다.
 
거시적인 변화를 위해선 결국 자본과 시간의 투입이 관건인가. 

추가로, 관점의 전환도 강조하고 싶다. 위 노력을 단순히 비용이라고 생각한다면,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소극적인 방책으로서만 녹색 분류 체계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녹색 분류 체계에 기반해 기업과 기관이 활동을 재정립하는 일은 다가올 녹색 금융 시대를 위한 일종의 ‘투자’다. 대응이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자금 조달 및 경쟁력 확보를 고민한다면 이는 기업 입장에서도, 사회적으로도 전혀 아까운 비용이 아니다.

사실 기업의 그린워싱은 대중의 입장에서 너무 크고 숨겨진 이슈라 남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개인의 입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그린워싱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관심과 데이터에 기반한 올바른 눈과 전파하는 입이 필요하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개인이 모여 소비자 집단을 이루고, 기업과 자본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환경 성과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개인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시민 의식이 성숙해지고 그린워싱을 견제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견고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녹색이 시대적 화두가 되며 반대급부로 그린워싱에 대한 경각심은 커지고 있고, 관련 논의는 확대될 것이다. 이에 발맞춰 개인으로서도 친환경에 대한 나름의 관점을 마련하려는 열의와 진정성이 필요하다.

끝으로, 이 책은 누가 읽으면 좋을까?

자원 배분의 역할을 맡은 우리 사회의 의사 결정자분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들이 담겼다. 또 ‘친환경’을 둘러싼 각종 개념이 혼재되어 일상 속 녹색의 기준이 모호하게 느껴졌던 일반 독자분들에게도 추천한다. 무엇보다 녹색 금융이나 정책 등 친환경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고자 하는 미래의 녹색 꿈나무들이 이 책을 통해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 현재 국내에는 금융과 환경 두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아직 많지 않은 편이다. 해당 인재의 풀이 커질 때 사회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더 많은 솔루션들을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다혜 에디터

* 2022년 11월 1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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