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비 임호열 대표 - 나 자신을 플랫폼으로

나 스스로를 플랫폼으로

스티비 임호열 대표

포스트디지털 시대의 콘텐츠는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와 만난다. 단행본과 잡지, 온라인 뉴스와 일간지는 세상이 만들고 소비하는 콘텐츠의 일부다. 뉴스레터는 이들과 다르다. 거름장치나 플랫폼 특유의 레시피가 존재하지 않는 이메일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말하고 답할 수 있다. 뉴스레터 솔루션 ‘스티비’의 임호열 대표에게 뉴스레터의 확장과 연결을 물었다.


이력이 특이하다. 삼성전자에서 뉴스레터 제작 대행 업체 슬로워크로, 슬로워크에서 스티비로 온 이력을 갖고 있는데, 처음 스티비를 시작할 때 막막하거나 힘든 점은 없었나?

삼성전자 같은 큰 조직은 보통 프로젝트에 많은 부서가 관여한다. 일을 하다가 어렵거나 막히면 다른 부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직접 스티비를 만들어 보려니 대부분 처음부터, 바닥부터 내 손으로 해야 했다. 처음에는 다른 뉴스레터 솔루션들을 써보며 직접 뉴스레터를 만들어 봤다. 막막하기도, 재미있기도 했다.

어떤 솔루션을 써봤었나?

웬만한 솔루션은 다 사용해봤는데, 스티비를 출시하기 전까지 ‘메일침프(Mailchimp)’로 뉴스레터를 만들어 보냈다. 당시 바로 개발을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메일 마케팅과 관련한 외국 자료를 번역해 콘텐츠를 만들어 발행했다. 덕분에 뉴스레터에 대한 관심도를 조사할 수 있었고, 구독자들이 초기 이용자로 전환되기도 했다. 지금 스티비에서 발행하는 ‘스요레터’는 구성이 잘 갖춰져 있는데, 그때는 얼기설기 시작했었다. 2016년에 스티비를 정식으로 출시하기 전까지 2년 정도 뉴스레터를 보냈다. 구독자로 2500명 정도를 모았던 것 같다.

메일침프를 쓰면서 불편했던 점이 있었나.


메일침프는 굉장히 쓰기 쉽다. 그런데도, 쓰다 보면 어렵다. 시작할 때는 헷갈리는 부분이 많았다. 언어 차이도 이유 중 하나일 테고, 생소한 개념이나 구성도 많았다. 예를 들어 A-B-C의 구조로 돼있어야 할 것이 B-A-C로 돼있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당시에는 단순하게 ‘이렇게 만들면 되는데, 왜 이렇게 했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스티비는 훨씬 더 쉽게 만들자는, 근거 없는 패기로 시작했다. 지금은 메일침프의 어려움을 이해한다. (웃음)

스티비에서도 생각대로 안 된 사례가 있었나?

아직 스티비에는 이메일이나 주소록을 분류할 수 있는 폴더 기능이 없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양이 많아지면 분류를 하고 싶어지지 않나. 그래서 스티비가 만든 게 ‘태그’ 기능이다. 태그만 있으면 폴더는 없어도 될 것 같았다. 근데 결국 만들고 보니 폴더도 필요하더라. (웃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솔루션을 생각했을 때는, 하나만 만들면 다 해결될 것 같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무언가를 만들어도 부족한 점이 생겨서 다른 기능이 또 필요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능을 만들면 솔루션이 무거워지고, 어려워진다. 좋은 솔루션이 되기 위해서는 이 둘 사이를 잘 조정해야 한다. ‘있으면 좋다’로는 충분하지 않고, 없으면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편이다.

뉴스레터 시장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10년 전의 뉴스레터와 지금의 뉴스레터 시장을 봤을 때 흐름이나 맥락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시간을 내서 읽을 만한 뉴스레터는 정말 많아진 것 같다. 예전에는 회사의 소식을 전하는 용도로 뉴스레터가 많이 쓰였다. 최근에는 뉴스레터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북저널리즘의 ‘톡스’도 마찬가지다. 뉴스레터 자체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서 콘텐츠가 다양해진 건지, 콘텐츠가 다양해져서 인식이 좋아진 건지는 모르겠다. 지금의 뉴스레터는 여러 분야에서, 여러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공간이다.

뉴스레터 열풍은 해외에서 먼저 불었다. 한국과 외국 뉴스레터의 경향성에도 차이가 있나?

뉴스레터로 잘 알려진 ‘뉴닉’과 비슷한 모델은 미국에서도 5~6년 전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후 뉴스레터를 유료화하는 등 수익화 시도가 많아졌는데, 미국에는 전직 기자들이 유료 이메일을 발행해 뉴스레터를 1인 미디어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은 에세이, 문학 뉴스레터로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델은 미국의 주류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이슬아 작가가 선구자였던 것 같다. 첫 성공 사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비즈니스의 경향 전체가 영향을 받기도 하는 것 같다.

기존의 콘텐츠 발행 모델은 한정적이었다. 등단을 해서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거나, 블로그 등의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식이다. 기존의 발행 모델과 뉴스레터는 무엇이 다른가?

등단과 출판사도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등단, 출판 시스템이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의 거름 장치가 되지 않나.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역시 ‘잘 알려지기 위한’ 레시피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각 플랫폼에 맞는 콘텐츠의 성격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뉴스레터에는 그런 장치가 없다. 스티비는 뉴스레터를 모아서 특정한 이들에게 노출시키는 플랫폼이 아니다. 그저 구독자를 관리하고, 이메일을 쉽게 제작해 발송하는 솔루션이다. 각각의 뉴스레터는 각자가 하고 싶은 걸 한다. 눈에 띄기 위해 노출을 좌지우지하는 누군가의 눈치를 보거나 인기 콘텐츠를 흉내 낼 필요가 없다. 스티비는 그런 점에서 기존의 플랫폼 모델과는 다르다.

일각에서는 이미 뉴스레터 시장이 포화 상태라고 진단한다. 미래에도 뉴스레터계의 새로운 스타가 탄생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작년 초에 스티비가 유료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기능을 출시하며, 어떤 콘텐츠가 유료 뉴스레터로 이어질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뮤지션, 작가, 기자 등 다양한 분들이 스티비로 유료 뉴스레터를 발행했는데, 그중 웹툰을 유료 뉴스레터로 연재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인스타그램에서 작가들이 웹툰을 많이 연재하지 않나. 웹툰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팬층을 구독한 분들이다. 이분들에게 뉴스레터가 좋은 수익 창출의 기회였던 것 같다. 아직 뉴스레터가 개척하지 않은 분야가 많다.

유료 구독 기능은 개인이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겨냥한 시도 같다. 개인 고객이 많이 늘었나?

마케팅과 소식지의 수단으로 메일을 보내는 고객, 메일 자체가 콘텐츠인 고객으로 이용자들을 분류한다면 후자가 두 배 정도 빠르게 늘고 있다. 마케팅을 목적으로 메일을 보내는 건 보통 기업이다. 상품과 서비스를 알리기 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메일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펴내는 쪽은 개인 이용자가 많다.

전문적으로 홍보팀을 꾸려 뉴스레터를 보내는 팀에 비해 개인은 들일 수 있는 인력이나 시간이 적다. 그런데도 개인이 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는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부담 없이 할 수 있어서인 것 같다. 물론 처음부터 콘텐츠를 고민해서 더 많은 구독자를 모으려는 분들도 많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로 일단 시작해보는 분들도 많다. 스티비에서 발행되는 뉴스레터를 살펴보면 정말 별의별 콘텐츠가 다 있다. 특이하고 재미있어서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들이다. 스티비는 그런 분들이 뉴스레터 발행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스티비 무료 사용 혜택, 뉴스레터 홍보 지원 등을 제공하는 크리에이터 트랙을 운영하고 있고, ‘BE. LETTER’를 통해 재밌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뉴스레터를 소개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최근에 새로 알게 된 뉴스레터 중에는 ‘오늘 내가 깨달은 것들’이라는 뉴스레터가 기억에 남는다. 제목만 보면 굉장히 진지한 이야기들이 담길 것 같은데, 정말 시시콜콜한 내용이다. ‘오늘은 서브웨이에 갔는데, 이 조합이 너무 맛있더라’하는 내용을 45줄 정도 써서 보낸다. 논문을 소개하는 ‘초록학개론’이라는 뉴스레터도 있다. 발행자가 본인 스스로를 ‘논문 덕후’라고 소개하더라. 사람들이 이걸 재밌어할까 싶으면서도 직접 구독해서 읽어보면 너무 재미있다. 힘을 빼고 쓰면 나름의 재미있는 콘텐츠가 나오는 것 같고, 그게 뉴스레터의 힘인 것 같다. 두 뉴스레터 모두 최근에 ‘BE. LETTER’에서 소개한 뉴스레터다.

뉴스레터가 실험적이거나 확장된 콘텐츠를 시도할 수 있을까? 서신을 주고받는다든지, 오프라인으로 직접 구독자를 만나는 것도 상상이 간다.

몇 년 전 구독했던 ‘숨참레터'라는 뉴스레터는, 두 명이 주고받는 서신을 ‘숨은참조'로 받아보는 콘셉트였다. 뉴스레터를 기반으로 유료 멤버십을 운영하는 ‘썸원'은 멤버십 회원들에게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하고,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기도 한다. 실제로 오프라인 행사는 참여해 본 경험이 있다. 가수 이랑이 친구, 지인들과 함께 발행했던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라는 뉴스레터의 행사였다. 발행 시즌이 끝나고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사실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들일지 제일 궁금했다. 스티비의 고객은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사람이지, 구독하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직접 가보니 궁금증이 해결됐나?

낯설지만 재밌었다. 다들 조용조용하시더라. (웃음)

아직 뉴스레터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한 번 시작해보라고 제안한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뉴스레터는 가장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채널이다.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리려면 ‘잘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시간과 자원을 많이 들여야 한다. 근데 뉴스레터는 읽고 싶은 사람만 구독하는 시스템이지 않나. ‘어차피 볼 사람은 보고 안 볼 사람 안 보겠지’의 태도가 가능하다. 한편으로는 뉴스레터를 출발점으로 삼아 그 다음 단계로 확장을 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뉴스레터는 나 스스로가 플랫폼이 되는 일이다. 그게 뉴스레터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다.

발행자 개개인을 더 나은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스티비의 계획이 궁금하다.

최근에는 ‘페이지'라는 기능을 오픈했다. 아카이빙과 홍보가 어렵다는 뉴스레터의 단점을 보완하려면, 그간 발행한 뉴스레터를 쌓아 두고 브랜딩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뉴스레터 페이지를 중심으로, 뉴스레터를 확장하는 데 필요한 여러 기능을 붙여나갈 생각이다. 장기적으로는 구독자 관리 차원을 고도화하려 한다. 예를 들어 기본 정보와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독자를 자동 분류하고, 그렇게 분류한 구독자에게 미리 설정한 시나리오로 이메일을 자동 발송하는 식이다. 뉴스레터는 일회성이 아니다. 그래서 구독자를 관리해야 하고, 계속해서 구독자가 뉴스레터를 열어보도록 해야 한다. 스팸 메일이 될 수는 없지 않나. 스스로가 하나의 플랫폼이 돼 고객, 팬, 구독자와 관계를 직접 구축하고 관리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스티비가 지금까지 해온 일이다. 앞으로 계속 해나갈 일이기도 하다.

김혜림 에디터

* 2023년 1월 3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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