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밀리언댄스스튜디오 리아킴 대표 - 꼭 춤이어야 하는 이유

꼭 춤이어야 하는 이유

원밀리언댄스스튜디오 리아킴 대표

지난 2014년 창립 이후 원밀리언댄스스튜디오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유튜브 구독자 수 2500만 명의 채널로 성장했다. 각각의 안무가가 지닌 개성은 다양하지만 모두 댄스의 대중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지지한다. 콘텐츠 소비 템포가 압도적으로 빨라진 오늘날, 춤만이 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등 기술의 발전은 춤 문화를 어떻게 바꿔 놓을까? 창립부터 지금까지 원밀리언을 이끌어 온 리아킴 대표를 직접 만났다.
정체성이 다양하다. 원밀리언댄스스튜디오를 어떻게 정의하나?

춤을 가르치는 아카데미이자, 댄스 콘텐츠를 제작하는 콘텐츠 회사이자, 안무가들을 양성하는 매니지먼트사다. 어느 하나의 정체성으로 좁히긴 어렵지만 댄스의 대중화를 지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댄스의 대중화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안무가를 뽑을 때 원밀리언만의 기준을 말씀 드리면 이해가 쉽겠다. 배운 대로 정확하게 추기보단 자신만의 에너지가 있는 사람, 학생들과 대면했을 때 즐길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무덤덤하고 의무적으로 강습하는 것보단 학생들과 소통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자신만의 세계나 영역이 확고하면서도 춤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만큼은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소통하는 안무가를 우선시한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키워 왔는데, 수많은 영상 콘텐츠들 속에서 원밀리언 콘텐츠만의 차별점은 무엇이라다고 생각하는지?

제작 테크닉의 탁월함보단 즐겁게 춤추는 학생들, 그리고 함께 그 분위기를 만드는 댄서들의 역할이 정말 크다. 우리는 너무 정돈되어 있거나 완벽한 환경에서 촬영하지 않는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환경 그대로를 노출한다. 스튜디오 뒤에 물병이나 옷이 어질러져 있는 것을 그대로 두고, 댄서들이 땀 흘리거나 머리 헝클어진 모습, 틀린 동작 등도 그냥 싣는다. 완벽한 게 최고라 생각하지도 않고, 의외성이 탁월한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틀렸을 때 딱 그때만 나오는 귀여운 표정, 촬영 시작하려고 음악 딱 틀었을 때 안무가가 학생들 앞에서 보이는 살짝 긴장된 얼굴, 다 끝나고선 너무 힘들어서 주저앉는 모습 같은 것 말이다.

생각해 보면 원밀리언 콘텐츠의 강점은 “이 사람 지금 즐기고 있다”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춤 그 자체도 그렇고, 댄스 문화가 ‘완벽함’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춤은 기본적으로 노는 것이다. 무대를 준비하며 안무를 외우기도 하지만, 그것도 틀리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잘 즐기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유튜브뿐 아니라 쇼츠, 틱톡 등이 커지며 숏폼이 댄스 문화에도 미친 영향이 클 것 같다.

숏폼은 댄스 문화뿐 아니라 엔터 업계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모든 게 짧아지는 시대 같다. 특히 콘텐츠 소비 주기가 짧아졌다. 엔터 업계 종사자들은 다 알 거다. 과거엔 아티스트가 새 음반을 내면 최소 한 달은 활동을 했는데 지금은 1~2주일이면 끝난다. 원밀리언만 해도 유튜브 채널에 하루에 콘텐츠를 네 개씩 올린다. 예전에는 볼 영상이 몇 개 없으니 하나를 열 번씩 보고, 백 번씩도 보던 시절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수많은 댄서들이 수많은 영상들을 올리고 있고, 춤을 배우려는 사람 입장에서도 굳이 한 사람의 영상만 보며 연습할 필요도 없어졌다.

콘텐츠의 수명이 짧아진 게 속상하진 않은지.

무수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지만 그 안에서도 레전드는 있다. 나중에 꼭 찾아보게 되는 콘텐츠들 말이다. 그래서 지금 원밀리언댄스스튜디오는 아카이빙에 집중하는 것 같다. 그 모든 순간들을 아카이빙하다 보면 레전더리한 순간들도 담긴다.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는 시대에 걸맞는 영상들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무언가는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댄싱9〉, 〈스트릿 맨 파이터〉 등 서바이벌 방송도 국내 댄스 열풍에 일조했다. 이런 방송이 댄스 대중화에 기여하기도 하지만 서브 컬처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원밀리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과감한 연출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방송에선 보는 재미를 위해 댄서 간의 갈등을 부각하기도 하지만 댄서들은 실제로 별로 안 싸운다. 어느 순간부터 대중들도 다 안다. 이 안무가들이 방송의 설정 때문에 경쟁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친하다는 걸. 그리고 실제로 그런 극적인 상황에서 그들의 매력이 극대화된다. 이런 방송들을 통해 춤과 대중이 소통하는 계기는 계속 만들어지면 좋겠다.
〈글로벌 K-DANCE 미션 글로벌 평가 | 원밀리언(1MILLION)〉 ⓒThe CHOOM
최근 가상 공간을 활용한 서비스를 많이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엔 TV와 댄스 클래스를 접목시킨 홈댄스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런데 춤은 아카데미에 직접 가서 배우는 게 낫지 않나?

집에서 편하게 춤을 출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큰 장점이다.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나도 춤 잘 추고 싶다”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 그런데 막상 학원에 오는 게 부끄러워 시작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한국에선 주변의 시선 때문에 춤 배우는 걸 꺼리는 경우가 많다. “화장실에 혼자 있을 때 춤 춰보세요,”라는 말을 많이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무도 당신을 보지 않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춤출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가상 공간, 인공지능을 비롯해 디지털 기술이 춤을 즐기는 문화에 어떤 변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일단 모션을 분석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이 장점이 된다. 모션 캡처가 될 수도 있고, 싱크로율이나 움직임을 감지하는 기술도 있다. 기술이 정말 고도화되면 메타버스에서 공연 무대를 기획해 보고 싶다. 그외에도 커뮤니티의 연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댄서들은 커뮤니티가 강한 집단이다. 춤을 한번 배워 보고 싶은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공간, 혹은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기 위해선 기술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국내에 ‘춤’에 포커싱하는 플랫폼은 존재하지 않는다.

관련해서 원밀리언이 준비하고 있는 게 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려운 단계지만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사실 춤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댄서들이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 합당한 보상을 받을 필요가 있는데 이게 지금 잘 안 되고 있다. 안무 저작권의 문제일 수도 있고, 학생과 선생님을 연결해 주는 강습권이나 기회 불평등에 대한 문제일 수 있다. 누군가는 해소해야 하는 문제고, 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소비 습관이 변한다면 댄서 사회의 문화와 소통 방식도 그에 걸맞춰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공간에 힘을 준다면,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춤은 어떤 의미를 갖나?

혼자서 춤출 때의 편안함과는 별개로 사람은 사람을 원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그걸 참 많이 느꼈다. 원밀리언도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지금 수강생 규모도 더 커졌고 해외에서 오시는 분들도 많다. 같이 놀고 싶고, 같이 폭발하고 싶고, 이 가치를 사람이 포기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모든 걸 집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 해도 사람과 사람이 살을 부대끼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그 매개가 춤이 될 수 있다.
가상 환경 아티스트 조아형과의 컬래버레이션. 〈THE DEPTH OF A DREAM (Lia KimXAhyung Jo)〉 ⓒLia Kim
리아킴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20년 가까이 춤을 춰올 수 있던 동력이 무엇인가.

춤 자체가 에너지였다. 삶의 짧은 순간들에서 조금 조금씩 쌓이는 에너지들이 내 삶 전체를 바꾼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걸 보고 듣고 느끼면 삶 전체가 붉게 물든다. 반대로 어두운 곳에 살고 어두운 말을 자꾸 들으면 어둡게 물든다. 한평생 춤을 춰보며 내가 느낀 것은 춤이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정말 많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춤은 누구나 꼭 추라고 얘기하고 싶다.

안무를 기획할 때 바로바로 레퍼런스를 떠올릴 수 있도록 평소에 콘텐츠를 열심히 챙겨 본다고 들었다.

아이돌 라이브 무대나 뮤직 비디오는 꼭 챙겨 본다. 아무래도 생산자 관점에서 그 퍼포먼스나 기획에 감탄하며 볼 때가 많다. 음악도 케이팝을 많이 듣는다. 요즘엔 한국 노래들이 매우 수준 높고 트렌디해졌다는 생각을 한다. 최근 어떤 노래를 듣는데 멜로디도 신나고 여러 면에서 완성도가 높았다. 분명히 외국 노래일 거라 생각하고 봤더니 크러쉬의 ‘Rush Hour’였다. (웃음)

나도 그만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강박은 없나.

춤을 일로 보지 않으려 하고, 요즘은 특히 더 그렇다. 댄서 생활을 워낙 오래 했다. 지금까진 커리어를 쌓기 위해 많이 노력했으니 ‘이젠 좀 즐겨도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이다. 원밀리언댄스스튜디오에만 해도 워낙 재능 있는 안무가들이 많아서 든든한 것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춤을 잘추고 싶어하지만 실제로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 춤추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삶의 짧은 순간들에서 조금 조금씩 쌓이는 에너지들이 삶 전체를 바꾼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걸 보고 듣고 느끼면 삶 전체가 밝게 물든다. 반대로 어두운 곳에 살고 어두운 말을 자꾸 들으면 어둡게 물든다. 한평생 춤을 춰보며 내가 느낀 것은 춤이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정말 많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이 즐거우면 그게 제일 좋은 춤이고, 춤은 누구나 꼭 추라고 말하고 싶다.

이다혜 에디터

* 2023년 1월 10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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