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한 서적이나 글의 내용이 궁금하다.
러시아 제국주의, 탈식민주의에 대한
단편 소설을 두 권
출간했고 《알듸나》라는 제목의 자전 소설을 작업 중이다. 투바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모스크바에서 2000년대를 보낸 후 독일에 이민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여담이지만 2000년대 초반은 러시아에서 민족주의 정서가 극에 달했던 시절이다. 다민족 국가 대표들에게 매우 위험한 시기였고 스킨헤드 등으로 인해 범죄나 살해 사건이 많았다. 이외에 ‘어두움’을 주제로 한 동화 시리즈에 참여 예정이며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러시아의 아시아 공화국 식민지화에 대한 논문 발표를 앞두고 있다.
팟캐스트에서는 어떤 내용을 다루나?
러시아 연방에는 수많은 소수 민족 공화국이 속해 있지만 이들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인식이 많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내용을 다룬다. 주로 각 공화국의 문화와 역사적인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러시아 내 소수 민족 비율은 어느 정도 되나?
러시아는 인구 조사를 잘 하지 않는다. 공식적으로 마지막 인구 조사는 2010년에 있었는데 당시 러시아 연방 내 950만 명의 아시아계 소수 민족이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러시아 전체 인구의 6.5퍼센트 정도다. 전체적으로 보면 약 80퍼센트가 흔히 생각하는 백인 러시아인인 루스키 민족이고 나머지 20퍼센트가 아시아인을 비롯한 다양한 민족들이다. 러시아 내에 많게는 190개의 여러 아시아계 민족이 있는데 주로 차별당하는 것은 몽골로이드(Mongoloids)로 쉽게 말해 몽골의 후손이다. 대표적인 민족은 야쿠티야, 부랴티야, 투바, 칼미키야, 알타이 등이다. 이들 공화국은 작게는 몇만에서 몇십만 인구밖에 되지 않는다. 고려인 인구보다도 훨씬 적다.
원래 이렇게 인구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 동화 정책의 영향인가?
그렇다. 러시아 제국이 이들을 식민지화하며 그 과정에서 인구가 섞이기 시작했다. 공화국 땅에 러시아 학교와 문화 센터가 지어지며 언어 사용을 금지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스탈린 체제에서는 루시피케이션(Russification, 러시아화)이 진행되며 민족주의 성향의 공화국 엘리트들을 숙청했고 독립 움직임을 보이는 민족은 탄압하거나 강제 이주시켰다. 소련이 남긴 기록을 보면 대부분 공화국이 자발적으로 러시아에 복속되길 원했다고 적혀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식민지화의 역사를 간단히 짚어주면 좋겠다.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 하나는 무역 식민지화다. 시베리아는 가축이나 모피가 많이 나는데 이는 러시아나 유럽 등지에서 비싸게 거래됐다. 러시아 상인들은 시베리아에 건너와 자신들에게 더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맺어 헐값에 사 갔다. 대가로 지급한 것은 소수 민족에게 없는 생필품이나 권총 몇 자루였다. 그러다 무역을 러시아 화폐로만 하게 하는 등 계약은 점점 불공정해져 갔다. 날이 갈수록 착취와 수탈이 심해졌지만 공화국 대부분이 이미 경제적 의존을 멈출 수 없는 상태였다. 두 번째로는 군사적 식민지화인데 이는 쉽게 무역화가 되지 않은 공화국들을 강제로 합병한 것을 말한다.
러시아 내에서 소수 민족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차별적 시선이 강하다. 그 뿌리는 러시아의 제국주의에 있는 것 같다. 러시아는 다문화 사회지만 러시아인들은 민족적 주인 의식이 있다. 러시아에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과서를 보면 러시아인들이 아시아 공화국의 구원자처럼 그려지고 있다. 문화·교육·의료를 가지고 왔으며 매독을 퇴치하고 빈곤에서 구했다는 식이다. 슬픈 건 이런 인식이 소수 민족 전반에도 퍼져 패배주의처럼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러시아인 보다 못났다거나, 무시를 당해도 참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사실상 2등 국민처럼 살아가고 있다.
국가가 가스라이팅을 한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다. 여기에도 역사적 배경이 있다. 마침 1943년 오늘(12월 28일) 소련에서는 특별 작전이 있었다. 칼미키야 사람들을 나치 독일의 부역자로 낙인찍으며 시베리아로 강제 이주시킨 사건이다. 한겨울에 옷도 제대로 주지 않고 시베리아로 13년간 유배를 보냈다. 그리고는 칼미크인이 식인종이라거나 전염병 환자라는 등 소문을 퍼뜨렸다. 학살에 가까운 조치였다. 이후 칼미크인들은 러시아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언어와 전통을 버리게 됐다. 과거에만 그런 게 아니라 앞서 언급한 2000년대 초반에도 혐오 정서가 넘쳐났다.
2000년대 초 당시 사회 분위기가 어느 정도였나?
아돌프 히틀러의 생일이나 러시아 공군의 날 같은 경우 대학교나 회사에서 아시아계 학생이나 직원이 결석해도 모두 이해해줬다.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너무나 위험했기 때문이다. 슬라브인 외모가 아닌 사람은 구타를 당하거나 살해를 당하는 일이 많았다. 시골이나 공화국 영토 내의 일이 아니라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카테린부르크처럼 러시아의 대도시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지금도 차별이 공공연하게 이뤄지나?
요새는 미디어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아시아인을 혐오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있지만 잔재는 남아있다. 강력 범죄가 일어났을 때 가해자가 러시아인이면 굳이 민족이 언급되지 않지만, 루스키 민족이 아닌 경우 반드시 민족 이름이 언급된다. 임대 아파트를 구할 때도 슬라브 민족만 살 수 있다는 내용이 공공연히 적혀 있다. 슬라브 민족의 이름을 달고 유창한 러시아어로 통화한 후 아파트를 보러 가도 외모를 보면 바로 계약을 거부당한다. 나 역시 모스크바에서 학교에 다녀 투바어를 못 하고 오히려 러시아어를 잘하는데도 모스크바에서 다양한 차별을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