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e Studio Seoul - 16만 명이 사랑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16만 명이 사랑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Ode Studio Seoul

좋아하는 노래를 공유하는 것은 취향을 선언하는 일이기도 하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캡처한 SNS 공유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취향을 듬뿍 담은 콘텐츠로 16만 명의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그들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엔 ‘꾸준하지만 무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디깅(digging)의 시대, 나의 취향은 무엇인가? 취향은 어떻게 커리어가 되나?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 Ode Studio Seoul 크루를 만나 물었다.


Ode Studio Seoul은 무슨 뜻인가?

우리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에 보내는 헌사다. 오드(Ode)는 그리스어로 누군가에게 부치는 서정시라는 뜻이다. 그 앞에는 어떤 것도 올 수 있다. 평소 도시 DNA가 녹아 있는 브랜드를 멋있다고 생각해 왔다. 크루원 모두 서울에서 만났고 서울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울’을 붙였다.

친구들끼리 시작한 브랜드라고 들었다.

주혜, 유진, 이령, 총 세 명이다. 각자 직업이 따로 있고 오드 스튜디오 서울은 사이드 프로젝트다. 같은 과 동기·선후배 관계고 유진을 연결고리로 모였다. 서로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면서 친해졌다. 그러다 보니 취향이 잘 맞는 사람끼리 재미있는 것을 해보자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왜 플레이리스트 채널이었나?

처음부터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스마트 스토어가 시작하기 쉽다고 하던데 뭐라도 만들어서 팔아 보자, 스마트폰 케이스·그립톡은 왜 귀엽거나 올드한 디자인밖에 없을까, 그럼 우리가 만들어 보자, 이렇게 된 것이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는 브랜드의 홍보 수단이었다.

16만 명 구독자를 모을 줄 알았나?

몰랐다. 크루원 모두 미디어를 전공했다. 지금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게 이쪽인 것 같아서, 물건 만들어서 파는 것은 접고 콘텐츠 제작으로 아예 방향을 틀었다.

브랜드 정체성을 가지고 시작한 플레이리스트는 무엇이 다른가?

애초에 타겟을 정하고 시작했다는 점이다. 타겟은 20대 여성, 딱 우리 또래였다. 크루원 모두 좋아하는 게 비슷하니까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제품, 공간, 브랜드를 많이 참고했다.
플레이리스트 ‘힙합과 재즈가 만난, 톰미쉬의 노래들’ 섬네일ⓒOde studio seoul
선곡에도 크루원들의 취향이 반영되는 것인가?

그렇다. 공연 보고 음악 듣는 것을 즐길 뿐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우리가 좋아하는 것으로 만들어 보자”며 초반 플레이리스트는 평소에 즐겨 듣던 가수, 노래로 채웠다. 그런데 반응이 온 것이다. 이후에는 구독자 피드백과 시즌적 특성 등을 파악해 우리의 취향과 엮고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취향을 콘텐츠화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들도 좋아해 주다니, 왠지 뿌듯할 것 같다.

구독자 10명에서 1000명 되던 시기가 가장 신기했다. 초반 구독자는 다 지인이었다. 그러다가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 댓글을 남기고 블로그에 우리 채널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브랜드 분석을 해 놓은 글도 있었다.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알고 있었다. (웃음) 도쿄 여행 정보를 찾으러 들어간 블로그에서 우리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한 글을 봤을 때도 정말 뿌듯했다.

나만의 취향을 찾는 방법이 있나.

취향은 발견보다 재발견이란 단어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음악을 찾았는데 알고 보니 즐겨 듣던 가수의 노래인 경우가 많다. ‘이게 내 취향이었구나’를 깨닫는 과정 같다. 새로운 것 100개를 봐도 내가 좋아하는 것만 좋아하게 되지만 결국 그걸 깨닫기 위해서 100개를 봐야 한다.
플레이리스트 ‘초여름의 피크닉’ 섬네일 ⓒOde studio seoul
디깅의 일상화 같은 건가?

그렇다. (웃음) ‘우리가 사랑하는 도시의 노래들’ 시리즈는 실제로 좋았던 도시들을 담았다. ‘한여름의 오슬로 여행’, ‘도쿄의 밤 산책’, ‘서울이 시티팝을 만나면’ 등은 모두 경험에서 나온 플레이리스트다. 내 안에서 만들어진 것들을 엮고 엮으면 콘텐츠가 된다. 섬네일 이미지도 각자 교환학생 때 찍어 놓은 것들을 활용하고 있다.

플레이리스트 제목 선정 기준도 궁금하다. 
 
일단 많이 덜어내고자 했다. 담백한 제목을 지향한다. 그게 지금 플레이리스트 제목 시장의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적당함과 과함의 기준은 늘 애매하다. 한 사람이 정하면 나머지 두 사람이 가장 까다로운 구독자가 되어준다. 내부에서 동의가 안 되고 설득이 안 되면 구독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세 크루원 모두 만족하는 것이 기준이다.

수익은 만족스러운가?

플레이리스트 채널의 특성상 유튜브 광고 수익은 저작권자에게 돌아간다. 처음에는 플레이리스트를 홍보 수단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수익을 고려하진 않았다. 지금은 브랜드 협업으로 수익을 얻고 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플레이리스트 ‘비 오는 날 미술관에서, 재즈’ 섬네일 ⓒOde studio seoul
더현대, 쏘카, 비이커 등 브랜드 협업은 어떻게 진행하게 됐나.

파주에 위치한 블루메 미술관에서 첫 콜라보 요청을 받았다. ‘Ode Studio Seoul X Blume Table’ 시리즈로 플레이리스트를 올렸다. 해당 콜라보 반응이 좋아서 이후 협업 문의가 자연스레 상승했던 것 같다.

브랜드 정체성이 확고하기 때문에 콜라보 요청도 오는 것 같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많은 것을 시도할 수는 없고, 그러다 보면 계속 하는 것만 하게 된다. 매력적인 콘텐츠는 익숙함 70과 새로운 30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을 한다. 협업 콘텐츠를 제작하다 보면 템플릿과 선곡 등 새로움 30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새로운 도전도 된다. 결과적으론 브랜드 이미지가 더 다채로워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플레이리스트가 마케팅 방법의 하나가 됐다. 음악이 주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1990, 서울’ 플레이리스트는 조회수 대비 댓글이 많다. 90년대 서울이 얼마나 좋았는지를 추억하거나, 그 시절을 경험해보지 못해서 아쉽다는 내용 등이다. 댓글로 작은 커뮤니티가 형성되기도 한다. 다른 데서 하기 쉽지 않은 얘기를 꺼내놓는다. 음악이 그 장벽을 낮춰주는 것 같다.
더현대와의 콜라보 프로젝트 중 ‘뜨거웠던 지난 여름날들’의 섬네일 ⓒOde studio seoul
각자 현업이 있다.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나.

평소에는 비슷하게 나눠서 하다가, 콜라보가 많아지면 프로젝트별로 담당자를 정한다. 소셜미디어 관리나, 유저 데이터 분석 등 정기적인 업무를 나누기도 하고, 협업 콘텐츠마다 PM(Project Manager)을 나누어 분담하기도 한다. 엄격하게 업무를 정해놓지 않으려 한다. 너무 일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많은 직장인의 꿈이지 않나. 이어가는 동력이 궁금하다.

퇴근하면 에너지가 소진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혼자 있으면 게을러서 못 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모티베이션이 된다.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힘이 된다. 주변에서도 사이드 프로젝트로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것보다 같이 이어나갈 친구가 있다는 것을 더 신기해한다. 좋아하는 것을 찾았을 때 친구들에게 공유하고 싶던 마음이 사이드 프로젝트까지 확장된 것이다.

16만 명의 사랑을 받는 오드 스튜디오 서울은 원대한 사이드 프로젝트로 남는 것인가?

일이 아닌 무언가로 남겨두는 것 자체가 비전이다. 크루원 모두에게 전업이 아니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반대로 일에도 도움이 된다.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면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생길 것이다. 오드 스튜디오 서울은 삶의 활력소이자 탈출구로 남겨두려 한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의 핵심은 무겁지 않은 꾸준함이다.

정원진 에디터

* 2023년 3월 14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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