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온도 함현희 대표 - 시한부가 된 인디 예술의 성지

시한부가 된 인디 예술의 성지
공상온도 함현희 대표


공상온도는 2016년 1월 서울 마포구 홍대 앞 복합 문화 공간으로 시작했다. 카페를 겸하며 각종 독립 서적과 음반을 판매한다. 다양한 인디 음악 공연, 연극, 전시가 열린다. 최근 매장 운영의 위기를 알리는 ‘시한부 공상온도’ 게시글을 SNS에 올리며 화제를 모았다. 8년간 유지해 온 공간은 무엇 때문에 위기에 처했나? 뚜렷한 시장 반응이 없을 때도 인디 예술계는 지속돼야 할까? 공상온도 함현희 대표를 만났다.
위기에 처하는 업장은 많지만 솔직하게 상황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하는 곳은 잘 없다. 운영자 입장에서 용기가 필요했겠다.

‘이걸 공론화하는 게 맞나’라는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말씀하신 것처럼 가게 운영이 어려운 건 우리만이 아니다. 공론화하기 전 지인분들 연락했을 때 훨씬 심각한 상황의 분들도 사실 있었다. 하지만 역으로 소상공인들 모두가 힘들기 때문에 이걸 누군가는 꺼내어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혼자 속앓이하다가 나중에 말없이 문 닫는 것보다는, 이 공간을 좋아했던 분들에게 털어놓고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어디서 시작한 위기인가? 늘 위기였나.

2019년 지금의 공간으로 강제 이사를 하며 한 차례 위기였다. 기존 공간의 임대인이 건물 재건축을 진행하며 임대차보호법의 구멍으로 그곳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이사할 비용도 부족해 업체를 쓰지 않고 지인들 도움 받아가며 이 공간을 혼자서 직접 다 꾸몄다. 그러나 지금의 어려움은 그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당시엔 공상온도의 위기였다면, 지금은 소상공인 모두의 위기 아닐까 싶다.

코로나19가 종식하며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나.

오히려 반대다. 작년 중후반부터 자영업하는 분들끼리 만나 “괜찮으세요?”라고 물으면 “더 힘든 것 같아요”, 이런 대화가 오갔다. 처음 코로나19가 시작할 땐 다들 ‘곧 끝나겠지’하며 대출받았다. 그땐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이 기간이 짧게 끝나지 않았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되겠지’하는 생각으로 대출도 늘려 왔다. 이젠 그걸 갚아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최근 인건비에 식자재 값이 많이 올랐고 공과금도 폭등했다. 자영업자들이 ‘그만두고 싶어도 못 그만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웬만한 회사원 월급으로는 이 대출금을 감당하기 불가능하다.

운영비와 별개로 방문객 수 자체는 늘지 않았는지?

올해 3월에 접어들며 매출이 특히 안 좋았다. 원래 3월은 카페에서 매출이 잠깐 주춤하는 시기다. 날씨가 풀리며 야외 활동도 많아지고 개강도 하니까. 그러나 지난 8년 공간을 운영하며 이 정도로 매출이 줄었던 적은 없다. 공연도 인지도가 정말 높은 뮤지션이 아닌 이상 예전에 비해 모객이 쉽지 않다. 감히 저희 같은 자영업자가 추측하건대 소비 자체가 위축된 것 아닐까 싶다. 물가나 공과금이 다 오르니 카페 두 번 갈 것도 한 번 가고, 문화생활 두 번 할 것도 한 번으로 줄이는 거다.

공론화 소식이 소셜 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지며 이목을 끌었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

공상온도가 생긴 이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때 아닐까 싶다. SNS의 좋아요 수나, 연락 주신 분들의 수적으로나 과분한 관심을 받고 있다. 함께 했던 시간을 인스타그램 스토리나 게시물로 올려 주신 분들이 정말 많았다. ‘공상온도가 사라지면 우리가 설 자리가 없다’, ‘내 책을 입고해 준 유일한 서점이었다’ 등 과분한 말들을 해주셨다. 그거 하나하나 안 읽어볼 수 없었다. 일일이 감사 인사를 못 드려 죄송할 따름이다.

실제로 모금이나 모객, 협업도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판도가 바뀔 만큼 금액적 지원은 없었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뭐라도 해볼 수 있겠다는 힘이 생겼다.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걸 잃어야 한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을 땐 어떠한 이성적인 판단도 안 됐다. 지금은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에 감사와 불안 속에서라도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공상온도 내부. 카페를 겸하며 각종 전시나 공연이 열린다. ⓒ이다혜
공간 운영이 쉽지 않다는 건 처음부터 알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엔 홍대라는 지역 자체가 좋았다. 클럽 문화가 좋아 자주 왔었는데, 언젠가부터 주변 상권도 눈에 들어왔다. 길목에 숨어 있는 작은 라이브 클럽들, 다른 지역에선 흔하게 볼 수 없는 예쁘고 독특한 가게들, 그런 문화가 좋았다. 인디 아티스트들로부터 위로도 많이 받았다. 대중 음악과 달리 인디 음악은 친구가 내게 노래를 불러 주는 것 같고, 나한테 편지를 써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작품을 만든 아티스트들을 보면 늘 어렵게 작업하고 있었다. 대부분 투잡을 하느라 작품 활동에 매진할 수 없었다. 그 사람들이 지출을 아끼면서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게 지금의 공상온도다.

요즘 ‘복합 문화 공간’, ‘대안 공간’이란 게 참 많아졌지만 공상온도가 시작할 때는 아니었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많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만큼 사라지는 속도도 빨라졌다고 체감한다. 예전에 동료 아티스트들과 함께 《N.O.B》라는 월간 매거진을 발행한 적 있다. 50~60군데 서점에 배포했는데 매달 메일을 보낼 때면 꼭 사라진 가게들이 있었다. 인디 씬은 부익부 빈익빈이 큰 곳이다. 소규모 공간이 확장하는 걸 보기란 굉장히 어렵다. 전시와 공연을 이벤트성으로 개최하는 공간들은 많아졌을지라도 그런 기획을 전적으로 하는 공간들은 과거에 비해 줄은 게 사실이다.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개최하고 독립 출판물들을 판매한다. 어떤 기준으로 큐레이션하나?

제한을 많이 두지 않는 게 오히려 우리의 기준이다. 대중과 만날 공간이 절실히 필요한 이들을 내가 큐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거절하면 그들에겐 또 하나의 벽이 생기는 것 같다. 공상온도 취지 자체가 신진 아티스트가 대중과 만날 기회를 만드는 거였다. 반대로 오히려 기성 작업물보단 인디 씬에 부합하는 작품들을 더 수용한다. 소규모 공간인 탓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어 모든 작품을 수용하진 못하지만 실험적인 작품들이 발견될 기회를 최대한 만드려 한다.

협업이 일상이다. 아티스트들과의 마찰은 없나.

심적으로 ‘이거 내가 왜 하고 있지’ 싶을 때는 대다수 사람 때문이다. (웃음) 하지만 역시나 제일 힘나게 하는 것도 사람이다. 초기엔 사실 많이 걱정했다. 아티스트분들이 본인 작품 소중히 여기고, 작은 실수에도 민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운영하는 방식에서 아티스트분들과 트러블 난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 때 그분들이 내게 확신을 줬다.

수많은 작품과 작가를 만났다.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자주 듣는 질문이지만 이게 제일 어렵다. 너무 많은 작업을 했고 좋았던 것도 너무 많다. 굳이 꼽자면 2019년 Hanburn 작가와 진행했던 회화 전시 〈순간의 형태〉가 생각난다. 벽면에만 전시한 게 아니라 공간 곳곳의 전기 레일부터 천장까지 이곳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연극 〈커피도 리필이 되나요?〉도 기억에 남는다. 연극의 주제와 카페라는 공간의 특수성이 맞물려 나도 재밌게 관람했다. 〈SAVE ME 공상온도〉는 지금 장소로 이사올 때 뮤지션분들이 열어 주신 3일간의 수익 기부 공연이었다. 사실 어려운 씬에서 같이 활동하는 만큼 예민할 수도 있는데, 뮤지션분들이 먼저 함께 어려움을 짊어지자 하셔서 많이 고마웠다.

게시글에 달린 ‘파인애플밥 못 잊어’라는 댓글이 인상적이었다. 비단 협업 아티스트뿐 아니라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억이 쌓인 공간이었을 것 같다.

‘스팸라이스’는 공상온도 초창기 때부터 있던 식사 메뉴다. 흰쌀밥에 구운 스팸과 파인애플 구성으로, 대단한 메뉴는 아니다. 이제는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엔 홍대앞에 커피와 식사를 함께 파는 가게들이 더러 있었다. 아티스트들이 카페에서 오랜 시간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출출해지지 않나. 이 공간에서 끼니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한 메뉴였고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사실 그분들은 저희를 회상하며 감사하다는 표현을 쓰셨지만 내 입장에선 그게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 혹은 오랜 시간 작업할 공간을 찾아 온 사람들에게 당연히 필요한 거라 느꼈다. 
각종 음반과 출판물이 비치된 코너 ⓒ이다혜
사실 요즘 업장들이 문을 닫는 속도가 정말 빠르다. 서울이 특히 그렇다. 왜 그럴까?

공간을 활용해 사업을 한다는 건 그 어떤 사업보다 어려운 것 같다. 더 좋은 성과를 내려면 더 좋은 공간을 찾아야 하고, 더 좋은 공간을 얻으려면 더 높은 임대료를 내야 한다. 고정 지출이 크면 예상치 못한 큰 어려움을 맞닥뜨렸을 때 리스크가 크다. 사실 어느 지역에 있어도 좋은 콘셉트로 잘 운영한다면 사람들이 찾아오기는 하겠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지닌 공간도 천재지변이나 물가 상승 같은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사라지는 업장도 많지만 동시에 생겨나는 업장들도 많다. 어려울 줄 알면서도 왜 공간을 만들까.

정답은 없겠지만,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 그 어려움을 크게 예상하지 못한 것 아닐까. (웃음) 나 같은 경우엔 호기에서 시작했다. 다들 어렵다 하지만 내가 열심히 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남들에게도 힘이 되는 공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취향 있는 공간을 만들거나 찾아다니는 최근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좋은 공간’ 자체에 대한 열망도 있는 것 같다.

누구나 살아가는 데 집이 필요하지만 집만으로 모든 공간을 충족해 주진 못한다. 집 외에도 목적에 따라, 특성에 따라 필요한 공간들이 굉장히 많다. 최근 미디어에서 카공족이 많이 회자됐는데 카페에서 작업하고 공부하는 게 집에서 하는 것보다 과연 편할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집에서만은 해소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고, 나를 환기할 수 있는 공간은 누구나 필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공간을 찾아 나서고, 그에 맞춰 공간들도 생겨나는 것 같다.

한편 인디 예술을 지원하는 많은 복합 문화 공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다는 반증은 아닐까.

안 좋은 상황들이 예상치 못하게 와서 시기를 잘못 탄 것이지, 수요가 없었다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지난 8년 공상온도를 운영하며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 오셨다. 전국에 얼마나 훌륭한 카페가 많고, 특히 홍대 앞에는 예쁜 곳들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우리 공간을 찾아오겠나. 비즈니스적인 수요-공급 관계를 내가 감히 얘기하진 못하겠지만 현재의 어려움엔 수요가 없는 것보단 상황적인 요인이 더 크다.  

공간이 아닌 인디 예술 자체의 수요-공급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역사상 극소수의 예술가들을 제외하면 이때까지 예술 문화계에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간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싶다. (웃음) 수요가 적으니 상업적으로 하면 안 된다는 논리에서 출발하면 예술 관련 사업은 다 하면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사실 나보다 이 분야에서 훨씬 오래 일한 분들과 얘기해도 예술 사업 분야의 확답은 없다. 그래서 계속 실험하는 거다. 위험 요소를 계속 찾아내고 연구하고,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해 보고. 그게 이 씬에서 오래 활동해 온 사람들의 책임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신진 아티스트들을 내가 왜 알아야 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하다.

알아야 할 의무는 당연히 없다. 다만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유명한 아티스트들도 인디 씬이라는 기반이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던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인디 예술의 생명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시장 논리에 맞는 작품만 나온다면 획일화는 시간 문제다. 예술 분야의 다양성이 다른 분야보다도 중요한 이유는 그게 쾌감, 위로 등 사람의 감정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위로 받는 지점과 내 옆 사람이 위로 받는 지점이 다르다. 인디 예술은 위로의 다양성을 보장해 준다.

뚜렷한 성과를 내지 않아도 예술 문화계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어떤 의미인가?

‘내가 문화에 관심 가질 여유가 어딨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예술과 문화의 영향을 전혀 안 받는다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타이타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설정은 배가 침몰하는 와중에도 음악가들이 연주를 중단하지 않는 것이었다. 러닝 타임 대부분의 시간에서 음악은 주인공들이 맛있는 것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 배경처럼 존재한다. 그런데 배가 침몰하는 순간, 음악가들은 마지막까지 남아서 연주한다. 사람들의 심적 두려움을 덜어주고자 그랬을 거다. 모두가 위로받진 못했을지라도 적어도 일부는 그 음악 덕분에 조금이라도 안정될 수 있었을 거다. 내가 생각하는 예술 문화계의 소중함도 그와 같다. 평상시엔 아무렇지 않게 배경처럼 흘러가다가도 그게 존재하기 때문에 누구나 한번씩은 크게 위로받는 순간이 있을 거라 믿는다.
〈SAVE ME 공상온도〉 포스터. 뮤지션들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했다. ⓒ공상온도
사라지는 문화 예술 공간에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현실적으로 필요한 건 돈이지만 현실적으로 해결도 어려운 게 돈이라. (웃음) 현장성을 고려한 제도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서점 관련 지자체나 재단 행사를 할 때 공상온도로 홍보 관련 연락이 굉장히 자주 온다. 그런데 막상 서점으로 인정은 못 받는다. 서점협회 기준에 따른 전체 면적 중 서가 비중이나 전체 매출 중 도서 비중을 달하지 못해서다. 알다시피 서점을 서점으로만 운영해서는 생존이 어렵다. 카페라는 형태를 결합한 것도 생존을 위한 타협이었고 당연히 전문 카페나 대형 서점보다 매출이 좋지도 않다. 정식 서점이나 등록 공연장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지원금 신청 자격을 갖지 못한다. 도서 분야 필요할 땐 서점으로, 공연 분야 필요할 땐 공연장으로 홍보나 협업을 요청하면서 막상 우리가 관련 사업에 신청하려 할 땐 제도적으로 막혀 속상할 때가 많다.

좋아하던 공간이 사라진 뒤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분들에게 요청할 게 있다면.

지속적인 관심과 공감이다. 아직은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은 많은 분들의 공감 덕이다. 지금은 공상온도의 다음을 고민하지만, 공론화 전에는 공상온도의 다음이란 없었다. 지속적인 관심만 있다면 그 고민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존폐 여부와 상관없이 연말까지는 운영할 계획이라 했다. 남은 2023년의 계획이 궁금하다.

소식을 듣고 많은 기획자, 뮤지션, 작가분들이 공상온도를 활용한 협업을 제안해 주셨다. 차차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진행 예정이다. 가장 큰 행사는 아마 연말 행사일 것 같다. 공상온도가 걸어온 길들, 그동안 스스로 쑥스러워서 과소평가해 온 활동들을 여러 형태로 보여 드리고 싶다. 지지나 관심을 보내 주신 분들과의 네트워크 자리도 구상 중이다.

‘결국 살아가다 보면 좋은 공간을 다시 또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공상온도와 같은 공간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공상온도뿐 아니라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이 된 모든 공간에 해당되는 말 같다.

사실 복합적인 의미로 한 말이다. (웃음) 책만 하는곳, 공연만 하는 곳, 전시만 하는 곳은 많지만 그 모든 장르의 예술을 지속적으로 담아 온 곳은 국내에서 공상온도 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말씀하신 것처럼 특정 공간만이 주는 특별함이다. 많은 분들이 과거에 좋아했던 공간을 잃는 경험을 했을 거다. 물리적 공간 자체는 얼마든 다른 것으로 대신할 수 있겠지만, 그 공간만의 기억이나 분위기는 돌아오지 않는다.

함현희에게 공상온도는 어떤 공간인가.

예전에 이런 질문 받으면 ‘자식 같은 공간’이라 했다. 여기 인테리어와 공사를 다 직접했다. 하나하나 손이 안 간 곳이 없고 집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여기서 보냈다. 그런데 공론화를 결심하며, 이후에도 연락을 받으며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나한테도 소중한 공간이지만 이 공간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더라. 공론화도 여태까지 힘든 일은 제가 많이 끌어 왔으니 이젠 같이 조금 짊어져 주세요, 라는 요청이었다. 그래서 요즘엔 이 공간 자체가 사람 같다. 함께 잘해 보고 싶고, 오래 지키고 싶은 사람 같다.

이다혜 에디터

* 2023년 5월 9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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