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쉬코리아의 새로운 방향성은 ‘아트’다. 왜 아트를 택했나?
필연적인 선택이자 선포였다. 예술은 세상에 문제를 제기하는 활동이고, 경계 없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것을 만들어낸다. 러쉬 역시 유연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이미 아트가 기업 문화에도, 제품에도 녹아 있다. 입욕제 등 제품도 조각품을 만들 듯 손으로 빚고 뭉친다. 배쓰밤은 욕조에 풀리면서 하나의 세계가 펼쳐진다. 제품을 개발할 때부터 러쉬는 아트 정신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방향성은 아트를 본격적으로 아트 신이나 시장에 들어가 연결 고리를 만들고 확장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트 페어를 개최한다. 어떤 전시인가?
50인의 발달 장애 예술가, 13곳 수목원과 협업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전시다. 기후 변화로 사라져 가는 우리나라의 자생 식물의 중요성을 알리는 전시로, 예술가들이 수목원에 방문해서 식물들을 보고 느낀 감정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8월 31일까지 전국 18개 매장에서 전시를 하는데, 러쉬코리아 웹사이트에서도 디지털 갤러리로 볼 수 있다. 9월 8일부터는 5일 동안 국립수목원에서 100여 점 되는 작품을 다 모은 특별전이 진행된다.
어떤 점에서 그랬나?
먼저, 작품 색감이 강렬하다. 개성이 뚜렷하고 톡톡 튀는 표현 방식이 러쉬의 성격과 잘 맞는다. 발달 장애 아티스트들은 교육을 받아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천재성 혹은 집요함, 그리고 새롭게 사물을 보고 느끼는 통찰력이 뛰어나다. 그런 고유의 기질 역시 러쉬의 성격과 닮았고, 브랜드 메시지를 함께 하기에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팀 내부에서 아트 페어는 ‘후원’이 되면 안 된다는 토론을 격렬하게 했다는데.
돕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프로젝트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동행’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아티스트의 작품만 가져오는 게 아니라 그들이 활동하는 공동체와 소통하고,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도록 기회를 노출하는 데 집중한다.
지난 1회 아트 페어의 주제는 멸종 동물이었다면, 이번에는 한국의 사라지는 자생 식물이다.
기후 위기는 우리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여기에 대한 접근법을 모색하던 중 산림청 산하 수목원과 연이 닿았다. 수목원은 종을 보전하고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역할을 한다. 러쉬코리아는 사라져 가는 자생 식물의 현실을 조명해 보고자 하는 진심을 전달했고, 수목원이 동참 의사를 밝혀 주었다. 예술가들이 자기 지역에 있는 수목원을 방문해 실제로 식물을 보고 느끼고 관찰했고, 그 결과가 그림으로 나온 것이다.
좋은 취지의 캠페인이지만, 러쉬는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다. 마케팅적인 아쉬움은 없나?
러쉬는 광고를 하지 않는다. 대신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캠페인을 한다. 불필요한 포장재를 없애자는 의미로 옷을 벗고 행진하는 ‘고 네이키드(Go Naked)’ 캠페인은 올해 10번째로 진행되고, 2012년부터 꾸준히 퀴어 문화 축제에 참여해 왔다. 캠페인이 매출과 연결된 사례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 진행한 손을 씻는 캠페인이다. 위험한 시기였지만 언제든 고객이 매장에 와서 손을 닦고 갈 수 있도록 했다. 모두가 예민하고 두려움 많고 고립되는 시기였다. 매장에서 근무하는 ‘해피 피플(직원)’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그 마음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고, 러쉬는 코로나19 당시 매출이 상승했다. 캠페인으로 메시지를 풀어내는 건 돌아가는 길 같아도, 의외로 정공법이다. 러쉬는 단순히 세일즈를 올리기 위해 신념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메시지화하는 데 주력한다.
하지만 영리 기업으로서 매출을 무시할 수는 없다.
매출은 제품으로 승부한다. 기본적인 제품력을 바탕에 두고, 콜라보레이션 라인을 출시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최근에는 브랜드 〈바비〉와 콜라보레이션한 라인이 출시되었다. 애니메이션 〈원피스〉, 〈스폰지밥〉 등과도 함께했다. 캠페인은 자연과 인권, 동물과 상생한다는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