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BRID Air Vehicles 팀 - 빠른 비행이 항상 효율적인 건 아니다

빠른 비행이 항상 효율적인 건 아니다
HYBRID Air Vehicles 팀

 
빠른 것은 언제나 혁신이었다. 날렵한 생김새의 비행기는 그 속도의 혁신 꼭대기에 서 있었다. 사람들은 비행기를 통해 더 많은 물건을 나르고, 더 많이 이동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부작용도 컸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2퍼센트가 항공에서 배출됐다. 아직 비행기가 닿지 못한 곳도 넓다. 세계 인구 열 명 중 여덟 명은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없다. 지금도 빠른 건 혁신일까? 영국의 항공 스타트업 HYBRID Air Vehicles 팀은 이상하게 생긴 비행기를 만든다. 풍선처럼 생긴 비행 물체는 비행기보다는 느리게, 철도보다는 빠르게 하늘을 오간다. 그들에게 효율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효율적인 비행은 적은 탄소, 더 많은 이동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HAV 팀에게 비행의 미래를 물었다.

HAV가 개발하는 ‘에어랜더’는 어떤 운송 수단인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대형 항공기다. 에어랜더는 배기가스 배출로 인한 피해를 90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다. 공중에 오래 떠있을 수 있고, 어디든 착륙할 수 있다. 지상에서 움직이는 운송 수단은 비효율적이다. 항공 운송 역시 비용과 탄소 배출량의 측면에서 지속 불가능하다. 우리는 에어랜더를 통해 운송 수단을, 나아가 하늘을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한다.

에어랜더는 무엇을 해결하고자 하나?

지금까지의 하늘은 비효율적인 비행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를 배출하며 이동했고, 지역의 고립과 인프라 부족은 세상의 많은 이들을 연결과 비행으로부터 소외시켰다. 우리는 이러한 기존 비행의 한계를 극복하려 한다. 환경 문제도 HAV에게 중요한 이슈다. 그간 항공 산업은 위험한 화석 연료를 사용해 왔다. 항공 산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2022년 기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무려 2퍼센트를 차지한다. 미래에는 더 많은 이동이 필요할 것이다. 운영 방식을 과감하게 바꾸지 않는 이상 비행으로 인해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될 것이다. 모두가 멸종을 앞둔 시대에서 비행과 항공의 재설계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비행 중인 에어랜더 ©HYBRID Air Vehicles
에어랜더는 새로운 시장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상업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새로운 비행 시스템을 통해야만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전 세계 인구 열 명 중 여덟 명은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다. 공항과 활주로를 지을 수 없는 환경인 경우가 대표적인 이유다. 에어랜더는 기존 비행 시스템에 접근이 어려운 지역 사회를 타깃한다. 에어랜더는 공항과 활주로 없이 거의 모든 평지에서 이륙과 착륙이 가능하다. 덕분에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비행 노선을 만들 수 있다. 에어랜더를 통해 여행과 물류 시스템 전체가 새로운 기회를 마주할 수 있는 셈이다.

SAF(친환경 항공유)는 친환경적인 비행을 위한 방법으로 논의된다. SAF가 아닌 저탄소 비행 기술에 집중한 이유가 무엇인가?

영국왕립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탄소 배출 제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SAF를 충분히 생산하려면 전체 영국 농경지 절반의 땅이 필요하다. 장거리 비행과 같은 특별한 이유에서는 SAF를 활용하는 게 유리하지만, 에어랜더는 단거리 저탄소 비행을 혁신하고자 설계됐다. 2017년, 유럽에서 제트기와 터보프롭 엔진이 달린 비행기를 사용한 여행의 47퍼센트는 거리 370킬로미터 미만의 범위에서 이뤄졌다. 단거리 비행을 새로운 방식으로 정의한다면 우리는 세상을 더 넓게, 더 오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에어랜더는 일반적인 항공기 속도와 지상 운송 수단 사이의 속도로 비행한다. 왜 이런 전략을 택했나?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운송 시스템에는 시속 100~200킬로미터 사이에 ‘효율성 격차’가 존재한다. 즉, 느린 속도로 이동하는 배와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항공기 사이의 속도로 운행하는, 효율적인 운송 수단이 없다는 말이다. 고속철도와 같은 지상 운송은 인프라의 영향을 크게 받고, 지연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모든 화물이 오늘날의 항공 운송으로 이동할 수도 없다. 비용의 문제도 있고, 탄소 배출량의 문제도 있다. 그 때문에 세계에서 이동하는 화물 대부분이 육상으로 이동하고, 시간이 중요한 1퍼센트만이 하늘을 이용한다. 아까운 일이다. 하늘은 효율적인 공간이다. 하늘에는 경계가 없고, 힘만 있다면 얼마든지 떠있을 수 있다. 이 공간을 제대로 활용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기존 비행보다 속도를 줄이되 다른 비효율을 극복하려 했다.

사람들은 더 빠른 비행을 선호하지 않나?

빠른 게 무조건 효율적인 건 아니다. 거리와 탄소 배출량, 승객이 이동에 소요하는 총 시간까지 고려해야 한다. 단거리 비행의 경우 기존 시스템 내에서 혁신이 어렵다. 탄소는 양껏 배출되는데, 실제로 비행하는 시간보다 비행을 준비하고 이착륙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이 정도의 거리에서 에어랜더는 오늘날의 제트기와 비슷한 여행 시간을 제공한다.
비행 중인 에어랜더 ©HYBRID Air Vehicles
더 느린 속도로 비행하는데 어떻게 제트기와 유사한 시간을 소요하나?

비행 시간 자체는 비슷하지 않다. 그러나 같은 노선을 운항하는 비행기와 총 이동 시간은 같다. 기존의 공항은 도심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공항에 내려서 목적지에 이동하는 도중에도 탄소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승객은 에어랜더를 통해 최종 목적지와 훨씬 가까운 곳에 내릴 수 있다. 마치 택시처럼 말이다. 게다가 기존 공항은 너무 번잡하지 않나. 이 복잡한 공항에서 벗어난다면 체크인과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비행하기 위해 줄을 서거나 먼 공항에 가야 할 필요가 없다. 기존의 항공 시스템은 빠르다는 환상 아래 많은 것들을 비효율적으로 운영해 왔다. 다른 방식으로 공간과 사람을 연결한다면 우리는 더 효율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승객도 새로운 비행 시스템을 체감할 수 있나?

지금까지의 비행과는 경험 자체가 다를 것이다. 유리창으로 구성된 기내에서 승객들은 지상 세계의 일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다. 에어랜더는 엔진과 기내가 멀리 떨어진 형태로 설계됐다. 덕분에 소음과 진동을 느끼지 않고도 비행할 수 있다. 비행의 피로함 없이 상쾌한 기분으로 비행기에서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비행 고도 역시 높지 않아 압력 변화로 인해 고생할 필요도 없다. 미래의 비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감상과 향유의 경험으로 바뀔 것이다.

HAV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에어랜더가 더 많은 지역을 효율적으로 연결한다면 새로운 유형의 경제 성장이 이뤄질 것이다. 관광 역시 기존과는 달리 재편될 수 있다. 특정 관광지에 사람이 지나치게 모이는 형태가 아닌, 기존에는 닿기 어려웠던 곳을 다양하게 즐기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 또한, 세계는 아직 지리적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외로이 고립돼 있던 지역 사회가 글로벌과 연결된다면 이들은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빠른 게 효율적인 것은 아니라는 명제 자체가 가치있게 읽힌다.

에어랜더는 무엇보다 비행 자체를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이는 항공의 미래를 바꾸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엇이 효율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기존의 항공은 익숙하다. 그런데 익숙한 것 말고도 다른 효율적인 선택지가 있다. HAV가 하늘을 재정의하는 일은 사고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더 넓은 세상을 연결함으로써 더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다.

김혜림 에디터

* 2023년 9월 5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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