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I.FM 차우진 평론가 - 개인의 창작으로 지속 가능한 미디어를 쌓아 올리는 법

개인의 창작으로 지속 가능한 미디어를 쌓아 올리는 법 
TMI.FM 차우진 평론가


만드는 사람들은 매체에 의지해 왔다. 역사상 늘 그랬다. 하지만 판도가 바뀌었다. 바뀐 판 속에서 차우진 평론가는 개인의 창작이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독자에게 가 닿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한 달에 만 원짜리 뉴스레터로 시작한 비즈니스는 월 구독료 10만 원의 독한 실험이 되었다. 그리고 절반의 성공으로 그 실험이 끝났다. 기고할 레거시 미디어가 없는 것도 아닌데, 차우진은 다음 행보를 이어간다. 콘텐츠에 집중한다. 그리고 글로벌 시장을 노린다. 
음악 평론가가 뉴스레터를 한다. 그것도 한 달에 10만 원을 받았다.

주변 아티스트들에게 그런 얘기를 했다. 뉴스레터를 한다면 처음부터 10만 원, 20만 원씩 받으라고. 누군가는 ‘작가님께 후원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구독을 할 거라고. 그런데 갑자기 이걸 왜 남들에게 이야기만 하고 있는가, 왜 내가 시도하지 않는지 의문이 생겼다. 당시 내 뉴스레터의 구독료는 월 1만 원이었다. 충격을 주고 싶었다. 주변에 올리겠다고 했더니 월 5만 원 이상 생각하는 사람이 없더라. 그래서 10만 원으로 올렸다. ‘미쳤다’는 얘기가 나올 것 같았다. 충격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충격적이었다. 사실 무료 콘텐츠가 널려있는 시대 아닌가. 뉴스레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맞다. 콘텐츠는 사실상 시장에서 무료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다. 그래서 답을 커뮤니티에서 찾았다. 콘텐츠는 다 무료로 풀고 오히려 커뮤니티를 유료화하는 모델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뉴스레터가 아니라 커뮤니티 구독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 셈이다.

비교군이 달라졌다. 매체나 언론사, 다른 뉴스레터를 모니터링해 왔는데, 커뮤니티 기반 서비스들을 계속 벤치마킹하게 됐다. 그러면서 줌 세션, 오프라인 모임 등을 운영하면서 1년 정도 이어왔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파격적인 실험을 해 왔다. 그리고 다시 구독료를 인하했다.

1년간 운영하면서 확장성에 한계가 보였다. 게다가 내 관심사도 달라졌다. 유지할 방법도 고민했지만 결국 전면 개편으로 결론을 냈다. 구독료를 만 5천원으로 인하하면서 콘텐츠 자체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결국 구독료 인하보다는 커뮤니티에서 콘텐츠로 회귀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리고 그 콘텐츠는 음악보다는 음악 산업에 집중한다.

뉴스레터가 좀 더 폭넓게 소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냥 음악 산업 내부에서 벌어지는 담론에 그치지 않고 다른 분야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싶다. 아티스트나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가나 본질적으로는 똑같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실체도 없는 상태에서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실패를 하든, 카피를 하든 말이다.

음악이나 음악 산업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이트를 담아낸다는 얘기다.

음악 산업에서 배울 수 있는 것, 아티스트에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뮤지션은 그냥 떠오른 악상을 가지고 악보를 그려 음악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그림 그리는 사람은 그것을 그림으로 구현하고, 사업하는 사람은 그것을 비즈니스로 발전시킨다. 0에서 1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한 기업의 CEO라 한다면, 스티브 잡스에게 배울 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마이클 잭슨에게 배울 수 있는 것도 분명 있다. 그런 얘기들을 하고 싶다.

그렇다고 사업가들만 TMI.FM을 구독하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이 TMI.FM을 읽고 있나?

기업 경영하는 CEO들이 실제로도 구독해 주고 계신다. 업종 무관하게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많이 보시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VC(벤처 캐피탈) 쪽에 계시는 분들처럼 의외의 영역에서도 관심을 가져 주고 계신다. 물론, 경험상 역시 음악 업계 종사자가 많기는 한 것 같다. 
TMI.FM 초기 브랜딩 과정 ⓒ차우진
유명 평론가다. 글 쓰면 실어줄 곳도 많을 텐데, 뉴스레터를 처음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

2012년, 2013년 즈음해서 변화가 시작됐다. 페이스북이니 카카오 페이지니 이런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100년 된 언론사가 갑자기 문을 닫고 영화 잡지가 폐간되고 그랬다. 내가 글 쓸 곳이 없어지고 내가 돈을 못 벌게 된다는 얘기였다. 변화가 몸으로 바로 밀려왔다.

미디어 환경이 완전히 달라지는 분기점이었다.

원흉은 아이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2009년 국내 첫 출시 때 3Gs 모델을 예약판매로 구입할 정도로 아이폰 신봉자였다. 당시 한겨레신문에 글을 쓰던 필자들이 연말 모임을 가졌는데 40명 정도 모였다. 그중에 아이폰을 가진 사람이 나와 김연수 소설가, 둘 뿐이었다. 둘이 함께 아이폰을 이리저리 만져보며 이 기계가 얼마나 혁신적인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상상력을 자극하는지에 관해 밤새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몇 년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몇 년 지나고 보니 이 아이폰 때문에 내 일자리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궁리했다. 이 구조에서 벗어날 방법을 말이다. 잡지사도, 미디어 회사도 망하는 것을 보면서 책을 내거나 강연하는 방법은 뭔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자기 매체를 가져야겠다, 자기 매체가 너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방법이 뉴스레터였던건가?

사실 당시에는 막연했다. 홈페이지 만들고 거기에 배너 광고라도 붙이면 광고 수익이 좀 날까, 이런 생각도 했다. 물론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는 걸까 계속 생각했다. 그리고 뉴스레터로 갔다. 사실, 내가 쓰고 싶은 글, 나의 관심사가 방향성을 가질수록, 깊어질수록 기존 매체가 받아주기 어렵다는 점도 당시 고민의 한 지점이었다. 그래서 당장 내가 유료 서비스로 뭔가를 시작해 보는 경험이 너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적인 계기 같은 것이 있었나?

좀 뜬금없지만,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였다. 당시 주변 개발자 친구 중 한 명이 부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스마트 스토어로 중국에서 물건 떼어다 판매한다는 것이었다. 억대 연봉에 스타트업 C레벨이었는데 자기 시간 쪼개서 그걸 그냥 해 본 거다. 가게가 없어도 물건을 팔 수 있다는, 스마트 스토어의 그 방식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레거시 중심의 미디어 구조에서 벗어나서 나 혼자 뭘 해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 친구의 이야기가 인사이트를 줬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겼다.

콘텐츠 구독 서비스들을 이용해 보면서 익혔다. 《뉴욕타임스》도 구독해 보면서 미국 애들은 일주일에 5번씩 결재하라고 광고 메일을 보내는구나, 이런 것들을 체감했다. 그리고 무조건 빨리 시작해서 많이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TMI.FM 초기 브랜딩 과정ⓒ차우진
“많이 쌓는다”는 말의 정확한 뜻이 무엇인가?

사람들이 디지털은 휘발성이 강하고 아날로그는 쌓인다고 하지 않았나. LP나 종이처럼 물성의 질감을 몸으로 느끼는 장점, 아카이브가 된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디지털이야말로 아카이브고 히스토리다. 그래서 시간 싸움이다. 빨리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어디에 쌓을지도 중요했다.

TMI.FM은 정말 기가 막힌 도메인이다.

당시 자산과 자원을 명확히 구분하게 됐다. 자산은 부동산 같은 것이고 자원은 내가 당장 쓸 수 있는 것이라 한다면 디지털 환경에서의 자산은 도메인이다. 그래서 도메인을 먼저 샀다. TMI.FM 도메인을 갖게 되니 네이버든 브런치든 플랫폼이 중요치 않아졌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와 구독자 정보 등까지 한 번에 마이그레이션이 되는지의 여부였다.

그래서 스티비나 메일침프가 아닌 메일리를 선택한 것인가?

그렇다. 메일리에서는 내가 일일이 수동으로 데이터를 옮길 필요가 없다. 구독자 정보도 마찬가지다. 한 번에 된다. 네이버 같은 포털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개인이 콘텐츠를 만들어 직접 유료 서비스한다.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 궤도에 올려놨다.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

뉴스레터가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에 나가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독자들이 메일을 읽는 시간은 다 제각각 아닌가. 나부터 그렇다. 국내외 뉴스레터 20개 정도를 구독하는데 비용으로 따지면 1년에 200만 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매일 읽지 못한다. 반면, 중요한 것도 있다. 뉴스레터를 일주일에 한, 두건 보낸다 해도 임팩트 있고 유용한 내용을 담고자 한다. 아무리 일주일에 10건씩 발송해도 읽는 건수는 제한적이다. 읽어본 레터의 내용이 좋으면 유료 서비스에 의심을 품지 않게 된다. 또, 속보 싸움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연합뉴스나 《뉴욕타임스》와 경쟁이 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욕심내고 있는 분야가 있나?

글로벌에 관해 고민하고 있다. 개인이고 영어는 열심히 하고 있지만, 잘 못한다. 그런데 글로벌 시장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다. 다만, 환경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해외로 ‘진출’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다 연결되어 있다.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스포티파이까지 전부 다 서울 사무실이 있다. 내가 찾기만 하면 된다.

무엇을 어떻게 찾겠다는 건가?

《뉴욕타임스》의 메러디스 코핏 레비엔 CEO가 인터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전 세계에서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10억 정도 된다고 한다. 레비엔 CEO가 《뉴욕타임스》의 타깃은 저널리즘에 친숙한 사람이라고 하더라. 미국인이 아니라 전 세계 영어 쓰는 사람 전체를 보고 가는 것이다. 내 뉴스레터는 어떨까. 구독자를 아무리 늘려도 만 명 정도가 최대치 아닐까. 그런데 한국을 넘어 영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시장을 넓혀버리면 규모가 달라진다. 3, 4년 전만 해도 생각도 못 했겠지만, 지금은 자동 번역이 엄청나게 발달했다. 내년에는 글로벌 뉴스레터를 런칭할 예정이다.

꿈이 크다. 에너지는 더 크다.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앞으로 진짜 길게 잡아도 15년 정도 아닐까. 10년 뒤면 예순이다. 15년 뒤면 60대 중반이다. 마감이 닥쳐오는 것이다.

백승민 에디터

* 2023년 11월 7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