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쌓는다”는 말의 정확한 뜻이 무엇인가?
사람들이 디지털은 휘발성이 강하고 아날로그는 쌓인다고 하지 않았나. LP나 종이처럼 물성의 질감을 몸으로 느끼는 장점, 아카이브가 된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디지털이야말로 아카이브고 히스토리다. 그래서 시간 싸움이다. 빨리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어디에 쌓을지도 중요했다.
TMI.FM은 정말 기가 막힌 도메인이다.
당시 자산과 자원을 명확히 구분하게 됐다. 자산은 부동산 같은 것이고 자원은 내가 당장 쓸 수 있는 것이라 한다면 디지털 환경에서의 자산은 도메인이다. 그래서 도메인을 먼저 샀다. TMI.FM 도메인을 갖게 되니 네이버든 브런치든 플랫폼이 중요치 않아졌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와 구독자 정보 등까지 한 번에 마이그레이션이 되는지의 여부였다.
그래서 스티비나 메일침프가 아닌 메일리를 선택한 것인가?
그렇다. 메일리에서는 내가 일일이 수동으로 데이터를 옮길 필요가 없다. 구독자 정보도 마찬가지다. 한 번에 된다. 네이버 같은 포털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개인이 콘텐츠를 만들어 직접 유료 서비스한다.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 궤도에 올려놨다.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
뉴스레터가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에 나가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독자들이 메일을 읽는 시간은 다 제각각 아닌가. 나부터 그렇다. 국내외 뉴스레터 20개 정도를 구독하는데 비용으로 따지면 1년에 200만 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매일 읽지 못한다. 반면, 중요한 것도 있다. 뉴스레터를 일주일에 한, 두건 보낸다 해도 임팩트 있고 유용한 내용을 담고자 한다. 아무리 일주일에 10건씩 발송해도 읽는 건수는 제한적이다. 읽어본 레터의 내용이 좋으면 유료 서비스에 의심을 품지 않게 된다. 또, 속보 싸움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연합뉴스나 《뉴욕타임스》와 경쟁이 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욕심내고 있는 분야가 있나?
글로벌에 관해 고민하고 있다. 개인이고 영어는 열심히 하고 있지만, 잘 못한다. 그런데 글로벌 시장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다. 다만, 환경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해외로 ‘진출’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다 연결되어 있다.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스포티파이까지 전부 다 서울 사무실이 있다. 내가 찾기만 하면 된다.
무엇을 어떻게 찾겠다는 건가?
《뉴욕타임스》의 메러디스 코핏 레비엔 CEO가 인터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전 세계에서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10억 정도 된다고 한다. 레비엔 CEO가 《뉴욕타임스》의 타깃은 저널리즘에 친숙한 사람이라고 하더라. 미국인이 아니라 전 세계 영어 쓰는 사람 전체를 보고 가는 것이다. 내 뉴스레터는 어떨까. 구독자를 아무리 늘려도 만 명 정도가 최대치 아닐까. 그런데 한국을 넘어 영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시장을 넓혀버리면 규모가 달라진다. 3, 4년 전만 해도 생각도 못 했겠지만, 지금은 자동 번역이 엄청나게 발달했다. 내년에는 글로벌 뉴스레터를 런칭할 예정이다.
꿈이 크다. 에너지는 더 크다.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앞으로 진짜 길게 잡아도 15년 정도 아닐까. 10년 뒤면 예순이다. 15년 뒤면 60대 중반이다. 마감이 닥쳐오는 것이다.
글
백승민 에디터
* 2023년 11월 7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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