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임메드 임진환 대표 - 헬스 케어를 넘어 디지털 치료의 문을 열다

헬스 케어를 넘어 디지털 치료의 문을 열다
에임메드 임진환 대표


행복한 삶은 종종 ‘건강한 삶’과 동의어가 되기도 한다. 인류는 역사를 쌓아 올리며 많은 것을 이뤘지만, 여전히 잠들지 못하는 밤, 집중할 수 없는 순간, 주체할 수 없는 우울감에 절망하고 고통받는다. 이와 같은 고통이 중요한 질병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이 질병을 신중하고 사려 깊게 다뤄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까지도 오래 걸렸다. 에임메드는 기술로 건강한 삶을 지켜온 회사다. 그리고 ‘디지털 치료제’라는 새로운 분야를 통해 전혀 다른 치료의 길을 열고 있다. 이제 제2막이 열린다. AI라는 새로운 도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헬스 케어 서비스에서 디지털 치료로 사업 분야를 확장했다.


에임메드는 1999년도에 설립된 전통적인 헬스 케어 서비스였다. 병원에서 하지 못하는 헬스 케어 영역을 상담이나 전화,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했다. 그 서비스를 2015년까지 중심적으로 진행하다가 2015년부터 다양한 종류의 애플리케이션을 냈다. 보험 가입 고객 대상으로 걸음 수만큼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앱이라든지, 만성질환 관리 앱, 심리상담가와 내담자를 매칭해 주는 서비스들이었다. 이런 애플리케이션의 목적은 어찌 됐든 건강 관리와 예방이다. 여기에 치료의 효과를 내는 게 디지털 치료 기기라고 할 수 있다. 2019년에 처음 디지털 치료 기기 사업팀을 만들어서 확장을 시작했다.


디지털 치료 분야에서 어떤 사업성을 봤나?

외국의 경우, 헬스 케어는 메디컬 분야까지 아우르는 광의의 개념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헬스 케어는 ‘낫 메디컬(not medical)’이다. 웰니스 정도의 개념에서 머무는 정도가 많았고, 어디까지는 민간의 영역, 어디까지는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지점이 비교적 확실했다. 그래서인지 디지털 헬스 케어 분야는 확장이 어려웠다. 그런데 디지털 치료 기기는 민간 기업이 실제 치료, 즉 메디컬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첫 번째 시도였다. 디지털 헬스 케어 기업으로서는 무조건 도전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처음 만든 건 ADHD 치료제였다.

첫해에 만들었는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유효성이 있긴 했지만 의료 기기로 인정받기엔 부족한 면이 있었다. 당시 영유아를 대상으로 주의력과 집중력, 단기기억력을 게임을 통해 높이는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는데 균등하게 좋은 효과가 나오진 않았었다. 누군 치료되고, 또 누구는 안 되더라. 혹시나 데이터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분석해 봤지만,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당시의 실패를 기반으로 불면증 치료 기기인 ‘솜즈’를 본격적으로 만들게 됐다.


사실 수면 장애 치료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수면제다.

그런 맥락 때문에 수면제가 수면 장애 치료의 95퍼센트를 차지했다. 수면제는 오늘은 잠자게 해주지만 나의 수면 습관 자체를 개선해 주는 것은 아니지 않나. 수면제에 대한 의존이나 장기 복용이 어떠한 부작용을 가져올지도 모르고, 오남용의 위험도 크다. 그래서 인지 행동 치료를 디지털화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의사가 5분의 시간만 써도 인지 행동 치료를 가능케 한다면 충분히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디지털 치료 기기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가에 대해 사람들이 많은 의심을 했을 것 같다. 어떤 식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나?

사실 결과로 보여 주는 수밖에 없다.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왜 나쁘게 나오는지를 데이터를 통해 다시 처리한다. 현재 10명 정도가 실제 필드에서 솜즈를 활용했는데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아진 게 보였다.


디지털 치료 시장 자체가 보편화하려면 필요한 건 무엇이라 생각하나?

일단은 더 많은 제품이 시장에 나와야겠지만 그만큼 인식의 확산이 중요한 것 같다. 사실 우리 부모님도, 친구들도 내가 뭘 만들고 있는지 잘 모른다. (웃음) 디지털 기술이 나를 치료할 수 있구나 하는 경험이 공유되고 확산돼야 한다. 첫째로는 디지털 치료가 환자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하고, 또 우리 같은 기업이 사회에 많이 나와서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사람들에게 도달시키는 게 중요할 것이다.
 

솜즈와 같은 애플리케이션 형태는 어떤 질병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나?

현재까지 나와 있는 것은 우울, 알코올 장애, 니코틴 장애, ADHD, 수면 장애 등의 치료 기기다. 최근에는 경도 인지 장애 치료 기기도 활발히 개발 중이다. 현대인의 굉장히 심각한 문제인 사회 불안 장애나 공황장애, 섭식 장애 등도 디지털 치료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대부분이 신경 정신과에서 치료하는 영역이다. 정신 건강과 관련한 문제는 미래에 더 심각해질까?

정신 건강 영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물리적으로 굉장히 풍요로운 사회에 살고 있지 않나. 경구약 하나로 수많은 질병이 치료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또 건강검진이라는 체제도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 보니 결과적으로 현대인이 가장 많이 노출되는 영역이 정서적 질환, 정신적 질환일 수밖에 없다. 1인 가구도 늘어나면서 정서적 고립 상태에서 너무 많은 이들이 시간을 보내게 됐다. 미국에서도 ‘헤드스페이스’나 ‘캄’과 같은 기업들이 정신 질환과 멘탈 헬스 쪽을 겨냥하고 있다. 또 디지털 치료 기기로 한정할 경우 메디컬 영역에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고, 또 산업 파악도 어려운 지점이 있는데 정신 질환은 꼭 메디컬 영역이 아니더라도 사업을 확장하기에 원활한 지점이 있다.
 

또 에임메드에서는 AI를 기반으로 어떤 기술을 개발 중인가.
올해 안에는 GPT와 AI 기술 기반으로 불면증 치료 어플리케이션을 하나 내려고 한다. 치료보다는 웰니스에 초점을 맞춘 애플리케이션인데 인지 행동 치료를 가능케 하는 챗봇을 하나 만들고 있다. 또 페이션 저니(patient journey)와 관련한 애플리케이션도 만들고 있다. 혈당이나 혈압, 자가 면역 질환, 크론과 같은 질병들은 평생 관리하고 약을 먹어야 한다. 그 안정화 단계를 계속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걸 페이션 저니를 함께 한다고 표현하는데, 이것이 가능한 챗봇도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이다.
 

그 정도면 정도 들 것 같다.

그 지점도 중요하다. 라포르를 형성한다고 하는데 환자와 의료진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뜻한다. 라포르가 치료 효과에도 영향을 크게 미쳐서 처음에는 사람이 개입해 기술로 넘어가기 이전에 라포르를 쌓는 과정을 거쳤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AI 기술이 충분히 사람과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는 것들이 고도화하고 있지 않나. 라포르 형성에 따른 건강 증진 효과가 앞으로는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한다.
 

에임메드의 미래가 궁금하다.

일단 회사 자체는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 케어 영역으로는 GPT나 AI 기술을 기반으로 만드는 디지털 헬스 케어 애플리케이션을 올해부터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김혜림 에디터

* 2024년 8월 21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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