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 키즈’ 월터 우드만 감독, ‘네이티브 포린’ 닉 클레베로브 감독 - 비디오 생성 AI, ‘소라’를 만난 감독들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
‘샤이 키즈’ 월터 우드만 감독, ‘네이티브 포린’ 닉 클레베로브 감독


회화가 전부였던 시절, 사진의 등장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뒤이은 영화의 등장은 일종의 공포였다. 기차가 역으로 들어오는 단순한 영상을 보던 사람들은 상영장에서 놀라 도망쳤다. 2024년 2월, 더 놀랄 것이 있을까 싶었는데 우리는 더 놀라고 말았다. 생성형 AI의 가능성은 인간의 상상력보다 더 빠르게 확장하고 있었다. 오픈AI가 공개한 비디오 생성 AI  시스템, ‘소라(Sora)’ 얘기다. 하늘을 뜻하는 일본어에서 따온 이름이다. 텍스트로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최대 1분 길이의 고품질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AI가 현실에 없는 현실을 만들어내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뒤이어 런웨이(Runway)의 젠-3 알파(Gen-3 Alpha), 루마 AI(Luma AI)의 드림머신(Dream Machine) 등 다양한 비디오 AI 솔루션이 등장했다. 다만,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여전히 소라다. 첫 공개 이후, 다양한 아티스트와 함께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는 소라의 정식 출시는 아직이다. 소라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 아티스트들에게 생성형 AI가 영상 예술에 가져올 파장과 가능성을 들어봤다. 토론토의 실험영화 제작사 샤이 키즈(shy kids)의 감독 월터 우드만(Walter Woodman), 에미상 후보에 올랐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네이티브 포린(Native Foreign)의 감독 닉 클레베로브(Nik Kleverov)를 인터뷰했다.

소라를 이용한 작업은 어땠나?

월터 우드만(이하 ‘우드만’) 자유로웠다. 매번 영화를 만들 때마다 새로운 기술과 도전에 직면하게 되는데, 소라를 이용한 작업은 각본과 편집 과정에서 자유도가 높았다.
닉 클레베로브(이하 ‘클레베로브’) 지금은 테스트 단계인 만큼 아직 무언가를 말하기는 이르다. 단, 그동안 리소스와 예산의 한계로 인해 만들지 못했던 아이디어, 금고 속에 갇혀 있던 많은 아이디어를 직접 실행하고 탐색할 수 있었다. 수년간 저장해 뒀던 창의력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정말 흥미로웠다.

어떤 방식으로 자유로웠나?

우드만 머리에 풍선을 쓴 남자를 연출했다. 상상력이 확장되는 것을 은유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소라로만 가능한 연출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소라를 사용한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상력이다. 이 부분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었다.
클레베로브 하나의 장면을 얼마나 빠르게 완성했는지를 고려하면, 완성된 작품은 전반적으로 훌륭했다.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내가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스토리텔링과 영화 제작 지식을 모두 사용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정말 흥미로웠다.

〈에어 헤드〉는 소라를 사용한 샤이키드의 첫 실험이다. 너무 많은 아이디어로 가득 차 터질 것만 같았던, 소라를 처음 만난 샤이키드 제작진의 감정이 풍선 머리를 한 소년으로 형상화 되었다. 출처: 오픈AI

힘든 점은 없었나?

우드만 새로운 기술이 늘 그렇듯 어려운 점도 있었다. 특히 인물을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 작업했나?

우드만 챗GPT와 달리(Dall-E)를 이용해 프롬프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간단히 타이핑했다.
클레베로브 이미지를 글로 설명하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 보라. 움직이는 이미지는 엄청나게 복잡하다. 모든 것을 생각하며 프롬프트를 입력했다.

전통적인 방식의 VFX와 비교해 소라의 장점이 있었나?

우드만 상호보완적이다. VFX의 도움 없이 소라를 사용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을 것이다.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클레베로브 ‘이것, 아니면 저것’은 아니다. 소라도 기존의 기술과 함께 사용되는 도구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모두가 놀라워했다. 소라가 몰고 올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우드만 소라는 도구다. 누군가에게는 유용할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이제 ‘보이는 것을 믿지 않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클레베로브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간을 빼앗는, 사소한 반복 작업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 과거에는 기회를 갖지 못했던 사람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소라는 창의성, 생산성, 결과물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도구다.

영화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을까?

우드만 우리는 산업이 확장될 것이라고 믿는다. 휴대폰, 노트북 카메라, 홈 비디오 카메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처럼 SORA는 새로운 커뮤니티를 열어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샤이키즈 팀을 축소할 계획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우리는 항상 자기 자신의 분야에서 대가인 이들과 더 많은 영감을 나누고,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
클레베로브 분명 상황은 흔들릴 것이다. 올해 오스카 시상식에서 저널리스트인 코드 제퍼슨이 말했던 것처럼 미래에는 2억 달러짜리 영화 몇 편이 아니라 400달러짜리 영화가 훨씬 많이 제작되는 걸 보게 될지 모른다. 더 작은 규모의 제작진과 팀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더 많은 스토리텔링 기회가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몰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생성형 AI의 기술은 우리의 상상보다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우드만 CG 기술을 생각해 보자. 멋진 기술이며, 모든 종류의 연출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인형과 모델 등 전통적인 영화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싶어 한다.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고 그렇게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
클레베로브 무엇이든 가능하다. 하지만 ‘마법의 버튼’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모든 일에는 창의적인 인간의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정 사람의 취향에 딱 맞는 영화라면 집에서 1인용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겠지만, 사람들은 그런 영화를 보러 굳이 영화관까지 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소라와 함께 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드만 매우 어둡고 암울하게 느껴지는 세상이다. 이런 암울한 세상에서 희망과 상상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독립 영화를 제작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툴을 알리고, 그를 통해 영화를 만드는 방법을 알리고 싶었다.
클레베로브 오픈AI가 이전에 보여 줬던 영상에 감탄했었다. 향후 에이전시 업무에 인공지능이 미칠 영향이 궁금했다. 나만의 영상을 직접 제작할 기회가 왔고, 매우 기뻤다.


글 김혜림 에디터

* 2024년 9월 11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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