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 문제는 유망한 분야다. 독점하고 싶지 않나?
이건 수조 달러 규모의 사업이다. 우리 혼자 감당할 수 없다. 우리는 현재 옥토퍼스 에너지(Octopus Energy)의 자회사로,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약 125억 파운드(약 21조 원)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의 전체 규모에 비하면 정말 적은 금액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의 기술자들이 우리 아이디어를 훔쳤으면 한다. 이 아이디어를 훔쳐서 직접 한국에서 실행했으면 한다. 진심이다.
우리가 모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얘긴가?
전 세계 전기 사용량의 10~15퍼센트 정도를 탈탄소화하겠다는 미션을 생각해 보자. 이건 딥그린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미션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연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한국 정부가 나서서 ‘앞으로 모든 데이터센터는 이런 방식으로 짓겠다’라고 선언해야 한다. 영국 정부, 미국 정부도 나서야 한다. 독일 정부는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딥그린만 깃발을 흔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딥그린의 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그저 할 수 있는 만큼 하면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뿐이다. 에퀴닉스(Equinix)도 이 사업을 시작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자사 데이터센터 중 하나를 지역난방 시스템에 연결했다. 우리의 역할은 사업을 확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확산하도록 하는 것이기도 하다. 더 많이 따라 할수록 우리 비즈니스도 더 빨리 성장할 것이다.
이 문제에 모두가 주목하기 전부터 데이터센터의 열에 집중해 왔다.
지난 3년에서 5년 사이에 생긴 큰 변화다. 기존 일반적인 데이터센터에서도 열을 회수할 수는 있었지만, 그 필요성이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AI를 위한 고밀도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작은 공간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됐다. 그래서 열 문제가 예전에 비해 더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다.
딥그린은 2021년도에 시작됐다. 당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측했나?
그렇지 않다.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사실, 우리가 처음 시작한 건 2015년이었다. 하지만 6~7년은 그냥 간을 본 셈이다. 이후 AI 섹터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좋은 타이밍이 올 것으로 판단했고, 가능한 최선의 타이밍을 잡아 뛰어들었다. 물론, 지금처럼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솔직히, 우리가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미국 미시간주에 짓고 있는 랜싱(Lansing) 지역의 데이터센터는 50메가와트 정도인데, 지금 대형 AI 클라우드 플랫폼들은 기가와트 단위로 짓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우리는 지금 지수 곡선의 아주 초입에 있을 뿐이다. ‘트릴리언 달러 클러스터(Trillion Dollar Cluster, 수조 달러 규모의 AI 컴퓨팅 인프라)’라는 개념이 있다. 인공지능, 특히 범용 인공지능(AGI)에 도달하기 위해선 한 지역에 원자력 발전소 100개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메타, 구글, 일론 머스크의 xAI 같은 기업들이 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문제는 그들 대부분이 열 회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추세라면 앞으로 20년 안에 전 세계 전력의 10~15퍼센트를 데이터센터가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열이 그냥 버려진다면, 결국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데이터센터가 지어진 지역의 미세 기후(microclimate)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건 실존적인 문제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앞으로 5년, 10년 이상 계속될 것이라 보나?
그렇다. 하지만 앞으로 건설되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대부분 오프그리드(off-grid) 방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오프그리드 방식이란 무엇인가?
기존 전력망 대신 자체 전력망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원자력부터 핵융합까지 다양한 방식을 말하지만, 원자력만 해도 실제로 가동되기까지 최소 5년은 걸린다. 그러니 당장에는 가스 발전기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센터들이 화석 연료를 태워 운영되는 데다가 폐열 회수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인적이 드문 외곽 지역에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메타는 유타(Utah)에 또 다른 1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오프그리드 방식이고, 가스 발전기로 운영된다.
빅테크가 데이터센터 건설을 멈출 수는 없지 않겠나.
그렇다. 그들은 멈출 수 없다. 중국의 경우 싼샤댐(Three Gorges Dam) 주변에 있는 모든 알루미늄 제련소를 데이터센터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도 AGI(범용 인공지능) 개발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AGI 경쟁에서 지면, 그 여파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클 것이다.
중국과의 AI 패권에서 승리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퇴근 트럼프 정부가 ‘미국 AI 액션 플랜(America‘s AI Action Plan)’을 발표했다.
대단히 실질적인 문제다. 누가 AI 초지능(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을 갖게 될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2027년 또는 2028년쯤이면 AGI(범용 인공지능)에 매우 근접할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초지능에도 가까워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차라리 미국이 인공지능 초지능을 소유하는 게 중국보다는 낫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이건 각 나라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할 문제일 것이다. 우리가 지금 초지능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는 이야기에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누가 그것을 소유할 것이냐는 질문이 남는 것이다.
AI 액션 플랜은 미국이 AI 전체 스택(full-stack)을 구축하고 그것을 전 세계에 수출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서 여러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클러스터로 연결하고 있다. 모든 데이터센터가 하나의 모델을 함께 학습할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리는 그런 인프라가 필요하다. 미국이 그 모든 걸 미국 내에서만 하려는 건 아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경우, 이미 북유럽과 중동에서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지정학적 판단의 문제로 넘어간다.
모든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미국산이어야 한다는 정책은 미국 바깥의 기업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딥그린도 포함해서 말이다.
구글, 메타, xAI, 앤트로픽(Anthropic) 같은 기업들이 초대형 클러스터를 짓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그 외 전 세계의 모든 다른 기업들도 AI가 필요하다. 그게 우리가 노리는 시장이다. 열을 재활용할 수 있는 50메가와트급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고, 전통적인 중소기업들이 고객이다. 딥그린이 집중하는 시장이다.
딥그린의 기술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도 적용될 수 있나?
만약 마이크로소프트가 저에게 와서, “마크, 100메가와트급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데, 미국 전역 1,000개 장소에 분산해 설치하고 싶어”라고 한다면, 그것은 가능하다. 수천 개의 설치 부지를 확보해 뒀기 때문이다. 수영장, 양조장, 증류소, 공공건물 등이 모두 우리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있다. 문제는 그런 수요가 언제 올 것인가다. 앞으로 최소 3~5년은 더 걸릴 거라고 보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는 시점과 맞물릴 것으로 생각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분산형 데이터센터 수요를 창출할 수 밖에 없겠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 2015년에 창업했던 ‘히트(Heats)’라는 회사가 바로 자율주행차 사례를 상상하며 만든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200미터마다 노드(소형 서버 장비)가 필요하다고 봤는데, 우리는 도심에서 그 노드들을 각 가정의 온수탱크에 설치할 수 있다고 봤다. 가정에서는 무료로 온수를 사용하고, 우리는 무료로 데이터센터 호스팅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