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그린 창업자 마크 비에른스고르 - 완벽한 파도가 올 때까지 기다려라

완벽한 파도가 올 때까지 기다려라
딥그린 마크 비에른스고르 창업자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이 세계는 미래를 향하고 있다. 이 속도를 만들고 있는 동력은 생성형 AI다. 경제학자들은 AI가 새로운 발전기가 되리라 예측한다. 인류 전체가 누릴 수 있으면서 그 자체로 혁신의 기반이 되는, 과거와 현재의 삶을 구분 짓는 기술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공짜는 없다. AI의 연산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CPU로 흘러든 전기 에너지는 연산을 마친 후 대부분 열이 되어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우리가 요즘 매일 느끼고 있듯, 열이 쌓이면 독이다. 사람에게도, 컴퓨터에도 그렇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서 AI 모델을 돌리기 위한 데이터센터 건립이 진행되고, 그 건립을 막고자 하는 싸움이 일어난다. 데이터센터가 연산을 위해 전기를 독점하고, 열을 식히기 위해 물을 독점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생존을 걸고 반대한다. 그런데 상상해 보자. 만약, 데이터센터가 내뿜는 열을 우리가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 열을 이용해 공공 수영장의 물을 데우고, 집집마다 사용하는 온수를 공짜로 데운다. 데이터센터가 일종의 ‘공공 보일러’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 동화 같은 상상력은 영국 데본의 엑스머스 지역에서 일상이 되었다. 공공 수영장 아래 데이터센터를 설치해 물을 데우고 있다. 문제를 모두의 이익으로 변환해 낸 스타트업 ‘딥그린(Deep Green)’의 창업자, 마크 비에른스고르(Mark Bjornsgaard)를 만났다.
사업 아이템이 독특하다.

예전부터 컴퓨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포집해 다시 사용한다는 개념 자체에 매력을 느껴왔다. 마치 공짜 돈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작업을 수행하지만, 그 과정에 투입된 에너지 대부분이 그대로 열이 되어 방출된다. 기후 위기라는 전 지구적 상황을 고려할 때 컴퓨터에 공급된 에너지를 ‘두 번’ 활용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딥그린이 하는 일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전달해 활용한다. 사실, 특별한 기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예전부터 존재해 온 기술이다. 칩 위에 방열판이 부착되어 있고, 그 위로 물이나 냉각용 액체가 흐르면서 열을 식힌다. 액침 냉각이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열을 바로 열교환기를 거쳐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보낸다. 지역난방 시스템, 수영장 같은 곳이다. 어디든 된다. 간단한 기술이다.

그 간단한 아이디어가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맞다. 이 기술의 아름다움은 바로 이 단순함에 있다. 물론, 몇 가지는 잘 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입출수 온도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혁신적인 것은 아니다. 이미 다 사용되어 온 기술이다. 누구나 구현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정말 바라는 건, 딥그린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이런 기술을 이용한 사업을 직접 했으면 하는 것이다.
딥그린은 엑스머스 지역의 공공 수영장을 시작으로 영국, 스웨덴, 미국 등에서 폐열을 재사용하는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 출처: 딥그린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 문제는 유망한 분야다. 독점하고 싶지 않나?

이건 수조 달러 규모의 사업이다. 우리 혼자 감당할 수 없다. 우리는 현재 옥토퍼스 에너지(Octopus Energy)의 자회사로,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약 125억 파운드(약 21조 원)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의 전체 규모에 비하면 정말 적은 금액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의 기술자들이 우리 아이디어를 훔쳤으면 한다. 이 아이디어를 훔쳐서 직접 한국에서 실행했으면 한다. 진심이다.

우리가 모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얘긴가?

전 세계 전기 사용량의 10~15퍼센트 정도를 탈탄소화하겠다는 미션을 생각해 보자. 이건 딥그린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미션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연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한국 정부가 나서서 ‘앞으로 모든 데이터센터는 이런 방식으로 짓겠다’라고 선언해야 한다. 영국 정부, 미국 정부도 나서야 한다. 독일 정부는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딥그린만 깃발을 흔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딥그린의 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그저 할 수 있는 만큼 하면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뿐이다. 에퀴닉스(Equinix)도 이 사업을 시작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자사 데이터센터 중 하나를 지역난방 시스템에 연결했다. 우리의 역할은 사업을 확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확산하도록 하는 것이기도 하다. 더 많이 따라 할수록 우리 비즈니스도 더 빨리 성장할 것이다.

이 문제에 모두가 주목하기 전부터 데이터센터의 열에 집중해 왔다.

지난 3년에서 5년 사이에 생긴 큰 변화다. 기존 일반적인 데이터센터에서도 열을 회수할 수는 있었지만, 그 필요성이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AI를 위한 고밀도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작은 공간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됐다. 그래서 열 문제가 예전에 비해 더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다.

딥그린은 2021년도에 시작됐다. 당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측했나?

그렇지 않다.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사실, 우리가 처음 시작한 건 2015년이었다. 하지만 6~7년은 그냥 간을 본 셈이다. 이후 AI 섹터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좋은 타이밍이 올 것으로 판단했고, 가능한 최선의 타이밍을 잡아 뛰어들었다. 물론, 지금처럼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솔직히, 우리가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미국 미시간주에 짓고 있는 랜싱(Lansing) 지역의 데이터센터는 50메가와트 정도인데, 지금 대형 AI 클라우드 플랫폼들은 기가와트 단위로 짓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우리는 지금 지수 곡선의 아주 초입에 있을 뿐이다. ‘트릴리언 달러 클러스터(Trillion Dollar Cluster, 수조 달러 규모의 AI 컴퓨팅 인프라)’라는 개념이 있다. 인공지능, 특히 범용 인공지능(AGI)에 도달하기 위해선 한 지역에 원자력 발전소 100개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메타, 구글, 일론 머스크의 xAI 같은 기업들이 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문제는 그들 대부분이 열 회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추세라면 앞으로 20년 안에 전 세계 전력의 10~15퍼센트를 데이터센터가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열이 그냥 버려진다면, 결국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데이터센터가 지어진 지역의 미세 기후(microclimate)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건 실존적인 문제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앞으로 5년, 10년 이상 계속될 것이라 보나?

그렇다. 하지만 앞으로 건설되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대부분 오프그리드(off-grid) 방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오프그리드 방식이란 무엇인가?

기존 전력망 대신 자체 전력망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원자력부터 핵융합까지 다양한 방식을 말하지만, 원자력만 해도 실제로 가동되기까지 최소 5년은 걸린다. 그러니 당장에는 가스 발전기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센터들이 화석 연료를 태워 운영되는 데다가 폐열 회수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인적이 드문 외곽 지역에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메타는 유타(Utah)에 또 다른 1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오프그리드 방식이고, 가스 발전기로 운영된다.

빅테크가 데이터센터 건설을 멈출 수는 없지 않겠나.

그렇다. 그들은 멈출 수 없다. 중국의 경우 싼샤댐(Three Gorges Dam) 주변에 있는 모든 알루미늄 제련소를 데이터센터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도 AGI(범용 인공지능) 개발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AGI 경쟁에서 지면, 그 여파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클 것이다.

중국과의 AI 패권에서 승리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퇴근 트럼프 정부가 ‘미국 AI 액션 플랜(America‘s AI Action Plan)’을 발표했다.

대단히 실질적인 문제다. 누가 AI 초지능(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을 갖게 될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2027년 또는 2028년쯤이면 AGI(범용 인공지능)에 매우 근접할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초지능에도 가까워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차라리 미국이 인공지능 초지능을 소유하는 게 중국보다는 낫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이건 각 나라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할 문제일 것이다. 우리가 지금 초지능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는 이야기에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누가 그것을 소유할 것이냐는 질문이 남는 것이다.

AI 액션 플랜은 미국이 AI 전체 스택(full-stack)을 구축하고 그것을 전 세계에 수출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서 여러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클러스터로 연결하고 있다. 모든 데이터센터가 하나의 모델을 함께 학습할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리는 그런 인프라가 필요하다. 미국이 그 모든 걸 미국 내에서만 하려는 건 아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경우, 이미 북유럽과 중동에서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지정학적 판단의 문제로 넘어간다.

모든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미국산이어야 한다는 정책은 미국 바깥의 기업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딥그린도 포함해서 말이다.

구글, 메타, xAI, 앤트로픽(Anthropic) 같은 기업들이 초대형 클러스터를 짓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그 외 전 세계의 모든 다른 기업들도 AI가 필요하다. 그게 우리가 노리는 시장이다. 열을 재활용할 수 있는 50메가와트급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고, 전통적인 중소기업들이 고객이다. 딥그린이 집중하는 시장이다.

딥그린의 기술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도 적용될 수 있나?

만약 마이크로소프트가 저에게 와서, “마크, 100메가와트급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데, 미국 전역 1,000개 장소에 분산해 설치하고 싶어”라고 한다면, 그것은 가능하다. 수천 개의 설치 부지를 확보해 뒀기 때문이다. 수영장, 양조장, 증류소, 공공건물 등이 모두 우리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있다. 문제는 그런 수요가 언제 올 것인가다. 앞으로 최소 3~5년은 더 걸릴 거라고 보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는 시점과 맞물릴 것으로 생각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분산형 데이터센터 수요를 창출할 수 밖에 없겠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 2015년에 창업했던 ‘히트(Heats)’라는 회사가 바로 자율주행차 사례를 상상하며 만든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200미터마다 노드(소형 서버 장비)가 필요하다고 봤는데, 우리는 도심에서 그 노드들을 각 가정의 온수탱크에 설치할 수 있다고 봤다. 가정에서는 무료로 온수를 사용하고, 우리는 무료로 데이터센터 호스팅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딥그린의 전신은 히트다. 일종의 소형 서버를 일반 가정집에 설치하고, 폐열을 사용해 무료로 온수를 데워 쓰는 방식이다. / 출처: Heats
혁신적이다. 우리 집에도 설치하고 싶다. 사람들에게 이런 혁신을 처음으로 설득했던 때의 이야기를 들려달라.

딥그린은 내가 창업해서 성장시킨 여덟 번째 기업이다. 여덟 번째 엑싯(exit)이기도 하다. 나는 벤처 캐피털리스트다. 미국의 GSK, 영국의 M & C Saatchi, British Conservation Group 등 여러 기업에 회사를 매각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어떤 사업이든 사람들에게 억지로 사랑하게 만들 수는 없다. 그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질 ‘적절한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 10년 전만 해도 아무도 딥그린의 비즈니스 모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들 웃었고, 절대 성공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때 어떻게 했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밀고 가다가 결국 돈만 다 쓰고 망하게 된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아직 이르다고 판단되면, 다시 선반에 올려둔다. 내가 창업해 CEO로 있는 벤처캐피털 ‘시스템 투(System two)’ 안에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파도 속에서 기다려라, 서퍼처럼. 모든 파도를 타려 하지 말고, 완벽한 파도가 올 때까지 기다려라.”

그리고 파도가 왔다.

결국 AI가 급부상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전기요금이 급등하면서 시기가 왔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첫 번째 파일럿 프로젝트를 엑스머스(Exmouth)의 레저 센터에서 시작했다. 첫 번째 수영장 프로젝트였고, 그때 BBC가 보도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세상에 나의 아이디어를 밀어붙인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기를 기다린 것이다.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직접 투자했다. 시스템 투를 통해 내 개인 자금 320만 파운드(약 55억 원)를 투입했다. 직접 딥그린의 시드 머니(Seed money)를 투자한 것이다.

딥그린 외에 창업했던 아이템을 소개해 달라.

GSK에 매각한 구강 건강 관련 사업이 있다. 지금도 수천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에서 치과 치료비를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caldera’라는 곳도 소개하고 싶다. 크기가 약 3미터 × 9미터에 달하는 알루미늄과 암석으로 된 대형 열저장 장치를 사용해 밤에 남는 전기로 이 암석을 섭씨 400도까지 가열한다. 이 열은 완전 진공 상태에서 2주 동안 유지되는데, 산업체에서 필요할 때 그 열을 사용할 수 있다. 가정용 배터리 사업도 진행 중이다.

기술적인 지식이나 관점이 필요해 보인다.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했나?

역사와 정치학을 전공했다. 보통 사고뭉치들(troublemakers)이 선택한다는 전공이다. 역사와 정치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나는 기술자는 아니지만, 기술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잘 아는 사람이다. 나의 역량은 기술을 현실 세계에 접목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창업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나? 자신만의 방식이 있나?

대부분은 ‘아이디어’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설(hypothesis)’을 먼저 세운다. 뭔가 대단한 아이디어를 내는 대신, 수천 개의 가설을 세워 그것을 엄격하게 검증한다. 지난 10년 동안 8000개가 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실제 사람들과도 진행하고 웹사이트를 이용하기도 했다. 아마존이 판매 페이지를 A/B 테스트하듯, 우리도 그런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쪼개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다.

치열한 과정처럼 들린다.

우리는 처음부터 어떤 아이디어가 좋은 것이라고 절대 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아이디어를 무너뜨리려고 한다.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죽여보려 하다 보면, 결국 살아남는 게 나온다. 그래서 우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아이디어를 끝까지 붙잡고 가지 않기 때문이다.

천재적인 순간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노력과 검증이 성공을 만든다는 얘기다.

그렇다. 일종의 막노동(graft)이다. 우리 벤처캐피털 이름이 ‘시스템 투’인 이유가 있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서로 가설을 끝없이 주고 받으며 토론했다. 그들의 연구실 앞을 지나갈 땐 둘이 소리치거나 폭소하는 소리밖에 안 들렸다고 한다. 서로에게 계속 가설을 실험했고, 괜찮다 싶으면 실제로 테스트했다. 우리도 똑같이 한다. 서너 명이 방에 모여서, 서로 소리 지르며 화이트보드에 낙서를 한다. 그리고 정말 마음에 드는 게 나오면, 테스트하러 가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소버린 AI(sovereign AI)’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제안해 줄 내용이 있을까?

미국이나 영국 정부에 제언할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도 같은 답을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앞으로 모든 데이터센터가 폐열을 회수해야 한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러면 모두 그 방식대로 데이터센터를 짓게 될 것이다. 어렵지도 않고 비용도 더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관련 규정이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많은 정부가 ‘폐열을 회수해야 한다, 왜냐하면 환경에 좋기 때문이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면 바로 환경 논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폐열을 회수하면 더 부유해질 수 있다’라고 설명하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폐열을 재활용하는 것이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경제적 근거가 있다면 설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게 핵심이다. 처음부터 친환경을 강조하지 말고, 경제적 이점부터 말해야 한다.

딥그린의 핵심 철학과도 이어질 것 같다.

지속 가능한 기술을 제대로 구현하면 대부분 더 저렴해진다.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핵심이다. 딥그린의 철학은 ‘상호성(reciprocity)’이다. 환경에도 좋고, 경제적으로도 타당하며, 모두를 부유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많은 경우 환경적 대안은 논쟁을 낳는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런 데에 낭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우리는 모두 함께 지지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솔루션이 필요하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인터뷰 초대에 감사드린다. 창업가의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좇지 말고 가설을 좇으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기업가로서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면, ‘다르게 일하는 방식’이 존재한다. 창업이라는 게 고통스럽고 실패를 동반한다고들 하는데,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면 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우리에겐 새로운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신아람 에디터

* 2025년 8월 8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