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우주
2화

윤리적 우주탐사를 위한 노력

외계 생명체 탐사의 전환점


70년대 중반, 아폴로 계획이 마무리되고 최초의 화성 착륙선인 바이킹 1호와 바이킹 2호는 많은 과학자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혹독하며 건조한 환경을 담은 사진을 보내왔다. 태양계의 다른 모든 곳에도 생명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격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분위기가 생겼다. 실제로 나사를 비롯한 각국의 우주개발 당국의 많은 이들이 행성 보호 절차를 귀찮게 생각했다. 그런 절차를 지키면 우주탐사의 비용이 늘어나고, 엄격한 오염 제거 과정을 견뎌내야 하는 만큼 탐사선에 실을 수 있는 기계 장치도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스파가 고안한 기준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환경의 상상 속 생명체를, 정확히 규정할 수 없는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조치였기 때문에 추측에 근거한 예행 연습에 불과할 수밖에 없었다. 90년대에 나사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프로그램 조사에 착수했다. 오염 가능성에 대한 모델들의 데이터가 좋을수록 보호조치의 수준도 더 정밀하게 다듬을 수 있었다. (인간의 경우에 한 가지 방안은 철저한 검사와 접촉자 추적에 의한 데이터 기반으로 격리를 실행하면서 대부분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은 지속하는 것이고, 그 반대는 도시 전체를 무턱대고 전면 봉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태양계 내의 조건에 대한 우리의 지식의 빈틈을 채우기 위해 일련의 탐사활동이 진행되었다. 그 가운데 목성의 위성들 가운데 하나인 유로파(Europa)에 염분을 함유한 바다가 있고 화성의 위성들 중 하나인 엔켈라두스(Enceladus)에는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분자들이 풍부하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화성에 보낸 일련의 탐사선과 탐사차량들은 액체 상태의 물과 계절성 메탄 구름의 흔적들을 보내왔다. “화성은 계속해서 우릴 놀라게 합니다.” 콘리의 말이다.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죠.” 심지어는 지구의 달조차도 예전보다 더욱 흥미로워 보인다. 최근의 관측 결과에 따르면 달의 극지는 물론이고 영구적으로 그늘진 구역들에 형성된 “콜드트랩(cold trap)”[1]에도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극한의 환경, 극한의 미생물


한편으로 나사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수많은 새로운 연구를 통해 지구의 미생물이 가진 놀라운 능력에 대한 우리의 통념이 바뀌고 있다. 연구원들은 깊은 동굴과 사막에서, 바다 밑바닥의 열수 분출구에서, 심지어 방사선을 쬔 저민 고기 캔에서, 햇빛이나 물 등 생명 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들이 전혀 없어도, 치명적인 압력이나 지독한 열, 부식성이 높은 알칼리성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미생물들을 발견했다. 극한미생물(extremophile)이라고 하는 이것들 중 상당수는 화성의 환경에서도, 특히 화성 표면의 아래에서 충분히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동굴생물학(동굴에 서식하는 유기체를 연구하는 학문) 연구자인 페넬로페 보스턴(Penelope Boston)의 자택이 있는 뉴멕시코를 찾아갔다. 우리는 그곳을 2012년 8월에 방문했는데 당시 그녀는 나사의 행성 보호를 위한 자문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었다. 보스턴이 동굴을 처음 제대로 경험한 것은 수십 년 전 레추기야 동굴(Lechuguilla Cave) 근처에서였다. 그곳에서 그녀는 발목이 꺾였고, 갈비뼈가 부러졌으며, 눈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감염이 된 끝에 몇몇 새로운 유기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들은 대사활동이나 수명주기, 화학성질 등을 보면 거의 생물체라고 인식할 수 없을 정도의 미생물들이었다.

우주를 주제로 한 예술작품과 기념품들로 둘러싸인 거실의 소파에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녀는 말했다. “화성에서 생명체나 멸종된 생명체의 잔해가 보존되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표면 아래입니다.” 보스턴이 연구 인생의 대부분을 쏟아부으며 밝혀낸 동굴 유기체들은 완전히 다른 시간대에 존재한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그리고 그들이 존재하는 환경은 포식자가 거의 또는 전혀 없지만 에너지원은 극도로 제한된 조건이라고 말했다. “저는 그것이 생명체를 위한 장기적인 진화의 저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얼어붙을 듯한 건조함과 그보다 좀 더 온화한 조건 사이에서 요동치는 듯 보이는 화성의 환경에서 생명체는 표면 밑에서 수천 년 동안 휴면 상태에 있다가 상황이 개선될 때만 다시 깨어날 수 있다고 보스턴은 추정한다.
화성에서 퍼서비어런스가 찍은 사진. 사진: ©Nasa/JPL-Caltech/Zuma Wire/Rex/Shutterstock

이러한 연구를 하면서 보스턴은 그녀가 탐사하는 극도로 깊은 곳으로 지표면의 생명체가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은 지구에서 행성 보호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 나사의 행성간보호책임자는 생물지구화학자인 리사 프랫(Lisa Pratt)이다. 2018년에 콘리로부터 자리를 넘겨받은 그녀는 지표면 아래의 생명체들이 가진 놀라운 능력을 직접 확인했다. 그녀의 초기 연구 중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금광 밑바닥에서 엄청나게 높은 압력 아래 천천히 성장하며 살아가는 박테리아를 발견한 것도 있었다. 그곳에서 박테리아들은 오직 방사성 에너지에 의해 생성된 부산물에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극한미생물들의 상당수가 번성할 수 있는 또 다른 극한의 환경은 바로 우리가 방문했던 우주선 조립 시설 내부였다. 그곳에는 화성의 생명체를 찾기 위해 보낼 예정인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있었다. 나사가 아무리 철저하게 세척하고 오염을 제거하더라도 그처럼 고열이나 극한의 건조함, 양분이 적은 상태를 전혀 개의치 않는 미생물들에게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의 시설 내부와 탐사차량 사이, 그리고 차량의 방열판과 디센트 스테이지(descent stage)[2] 에는 미생물학자인 카스투리 벤카테스와란(Kasthuri Venkateswaran)이 “목격판(witness plate)”이라 부르는 것이 구석구석 설치되어 있다. 이것은 우주선을 만드는 재료로 만든 가로세로 5센티미터 크기의 정사각형 샘플로, 그는 이것의 표면을 주기적으로 닦아낸 다음 이곳 실내에 박테리아가 거주하고 있는지에 대한 증거를 찾아낸다.

벤카트(Venkat)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는 무균실에서 발견한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의 목록을 보게 되면 여기서도 평범한 생물들과 특이한 생물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저는 이곳 제트추진연구소의 무균실에서 개똥이 발견되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경고하면서도 거의 오직 개의 분변에서만 발견되는 미생물들이 이곳의 목격판에서 여전히 묻어 나온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 출처는 이곳의 엔지니어들이 기르는 반려견이었다. 한편 2009년에 벤카트는 우주선 표면에서 극한의 염분과 산성에서도 살아남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박테리아를 발견했고, 그것에 전임 행성보호책임자인 존 럼멜의 이름을 따서 럼멜리바실루스(Rummeliibacillus)라는 이름을 붙였다. 2016년에 또 다른 연구진들이 다시 한번 럼멜리바실루스를 찾아냈는데 이번에는 남극의 토양에서였다. 그 후로 콜로라도의 광산과 인도양 바닥의 열수 분출구에서도 나사의 무균실에서 발견된 것과는 별개의 새로운 유기체들이 나타났다.

벤카트의 미생물 개체 조사는 여러 가지 목적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는 화성에서 온 샘플에서 생명체가 발견되는 미래 시나리오를 예상하며 수 천 종의 박테리아를 특수 냉동고에 보관하고 기록하고 있다. 연구진은 우리가 그 미생물을 화성으로 옮겼다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는 그 미생물들을 새로운 세척 및 살균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모델 생물(model organism)[3]로 활용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이렇게 센 놈들을 때려눕힐 수 있다면 다른 종들도 제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말이다.

최근에 그는 가장 강인한 종들을 골라서 그것들이 과연 강렬한 자외선이 존재하는 우주공간에서의 장기간에 걸친 여정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기 위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진행되고 있는 18개월 동안의 실험에 보내고 있다. 바실러스 푸밀러스(Bacillus pumilus)의 변종들 가운데 하나인 SAFR-032는 우주의 진공 상태에서도 손상이 있기는 했지만 죽지는 않았다. 참고로 이 변종의 이름에서 SAF는 우주선 조립 시설(spacecraft assembly facility)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벤카트는 그것이 “화성의 표면에 침투하면 수백만 년 동안 생존할 수도 있는 미생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러한 실험을 통해 살아남은 종들을 분석해서 그들이 가진 자외선을 견디는 생화학적 특성을 자외선 차단제의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지구의 극한미생물들 중 일부는 현재 화성에서 살고 있다. 그건 명백한 사실이다. 나사의 수석과학자였던 존 그런스펠드(John Grunsfeld)는 2015년에 그것을 인정했다. “우리는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곳에 보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미생물들이 휴면상태에서 깨어나 생장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그러니까 벤카트의 표현대로 “붉은 행성을 푸르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나사의 연구 프로그램은 행성 간 격리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지구와 우주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풍부하게 얻었지만, 그래도 얻은 답보다 더 많은 질문이 남아 있는 듯 보인다.

페넬로페 보스턴도 그러한 사실을 인정했다. “우리는 큐리어시티(Curiosity)와 같은 탐사차량에 실리는 이 모든 멋진 장비들을 활용할 수도 있고 그걸 화성에 보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토록 놀라운 궤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계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사람으로서 솔직히 말하자면 실제 물리적인 샘플을 손에 넣기 전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나사에서는 퍼서비어런스를 퍼시(Percy)라고 부르고 있다. 퍼시는 우리가 그곳을 방문한 지 불과 몇 달 뒤에 화성으로의 여정을 떠났고 2021년 2월에 안전하게 착륙하면서 행성 탐사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곳에 방문했을 때 우리는 차단벨트 뒤에 있었던 퍼시를 보면서 경탄했었다. 엔지니어들은 유기화합물의 흔적을 찾기 위해 만든 자외선 분광계에 대해 설명했고, 오만에서 수거하여 런던의 자연사박물관(London’s Natural History Museum)에 기증한 화성의 작은 운석 덩어리를 가리켰다. 운석은 퍼시의 로봇 팔에 놓인 채 보정 목표물(calibration target)[4]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기술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탈취제가 어떤 것인지, 예를 들면 무향 밋첨(Mitchum) 제품을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해서 종이에 질문을 적기도 했다. 그 종이는 반짝이는 푸른색의 무균실용 특수 종이로 조각이나 입자가 떨어지지 않도록 폴리에틸렌으로 코팅되어 있었다. 우주선 조립 시설 내에서 일반적인 종이는 오염물질로 간주된다. 우리가 정말로 보고 싶었던 것은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의 표면을 드릴로 뚫어서 암반을 저장하게 하는, 금속 튜브 43개가 회전목마처럼 배열된 시가 크기의 장치였는데 그날은 볼 수 없었다.

튜브들은 인근 건물에서 제작 중이었으며 최종 살균작업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 작업이란 오랜 시간 동안 고온의 오븐에서 굽는 것이었는데 그 정도의 온도에서라면 탐사차량의 다른 장비들은 손상되겠지만 그래도 지구의 생화학적인 흔적들은 전부 성공적으로 제거될 수 있을 것이었다. 그 다음에는 하나씩 진공 포장을 하고 불활성 기체로 다시 한번 더 감싼 다음 케이프커내버럴로 운송될 것이었다. 기기의 조립과 테스트, 출시를 책임지는 관리자 데이비드 그루얼(David Gruel)은 우리에게 말했다. “튜브들은 탐사차량이 실제로 로켓의 꼭대기에 올려놓기 직전이 되어서야 설치될 겁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최대한 오염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건 확실히 우리가 화성에 보내는 것들 중에서 가장 깨끗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격리에 대한 두 가지 상이한 관점


“우리가 우주에 갈 때마다 공식적으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격리입니다.” 은퇴한 이탈리아의 우주비행사인 파올로 네스폴리(Paolo Nespoli)가 우리에게 들려준 말이다. “저는 공식적으로 모두 다섯 차례 격리를 했습니다. 한 번은 케이프커내버럴에서, 네 번은 바이코누르(Baikonur)에 있는 러시아의 시설에서였습니다.”

사람들을 다른 행성으로 보낸다면 우리 인류는 훨씬 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안전하게 돌아오더라도 외계의 균들이 그들에게 묻어서 함께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격리라는 것은 우주선이 발사되기 이전에 치러야 하는 필수적인 부분이 되어왔다. 이러한 관행이 시작된 이유는 미래의 달 탐사 사령선(command module)을 실험하기 위해 11일간의 일정으로 계획된 아폴로 7호 프로젝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에 탑승했던 우주인 3명은 모두 심각한 코감기에 걸렸고 극미한 중력으로 인해 코막힘 증상이 지상에서보다 훨씬 더 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대기권에 재진입하고 착륙하는 과정에서 헬멧을 착용하라는 지상 관제소의 명령을 거부하는 사소한 반란까지 일어났다. 그들이 그렇게 한 이유는 귀를 열어둬서 비강의 압력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당시 나사의 항공 군의관이었던 찰스 베리(Charles Berry)은 즉각적으로 우주인들이 우주공간에 나갔을 때 그들을 아프게 할 수 있는 어떠한 균에도 노출되지 않도록 엄격한 격리 절차를 마련했다. 심지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아폴로 11호의 우주인들과 발사 전에 만찬을 하자는 제안마저도 거절했다. “저는 그때 제 인생을 통틀어서 해고될 위험이 가장 높았습니다.” 베리가 나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며 이야기했다. “만약 그들이 어떠한 병에라도 걸린다면, 그것이 기침이든 코를 훌쩍이는 것이든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그것이 달에서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했을 정도입니다.”

네스폴리는 우주비행을 하던 시절에는 격리 프로세스 자체에 그다지 관심을 쏟지 않았다. “그렇게 해야 했기 때문에 했던 것뿐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는 미국의 격리 절차와 러시아의 시스템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점에 대해 흥미를 보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의 격리는 상당히 일정이 빡빡했습니다.” 그의 말이다. 나사는 테크니컬 미팅, 훈련 세션, 엄격한 식사 시간, 협소한 연습실 내에서의 러닝머신 세션 등 우주인을 바쁜 일정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면서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네스폴리의 회상이다. 우주인들은 한 공간에 갇혀 있었고, 생체주기를 비행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 인공조명이 실내를 밝히고 있었다. 참고로 비행 스케줄의 공식적인 명칭은 임무경과시간(Mission Elapsed Time, MET)이라고 알려져 있다. “바깥세상이 오전 3시여도 관계없습니다. 그들이 아침 10시라고 말해주면 불을 켜야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MET에 적응해 갔습니다.” 그의 말이다.

“그런데 러시아 시설에서는 솔직히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네스폴리가 웃으며 말했다. “그들의 접근방식은 완전히 달랐어요.”

바이코누르에서 승무원들은 러시아 연방우주국(Roscosmos) 국장의 관사 용도로 지어진 거대한 복합시설 안에서 머문다. 우주인 스콧 켈리(Scott Kelly)는 그곳을 두고 “미국인들은 ‘사담 후세인의 궁전’이라는 애정 어린 표현으로 부른다”고 쓴 적이 있다. 그곳에 있는 대리석 바닥과 반짝이는 샹들리에, 그리고 자쿠지(거품 욕조), 잘 다림질 한 린넨 테이블보 때문이었다. 네스폴리는 우리에게 말했다. “그곳에 있는 게 휴가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휴가를 보내러 온 게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훨씬 더 편안하게 지냈습니다.” 그는 방대한 부지 내에서 산책을 했던 것, 시설 내 마사지 치료사의 도움으로 긴장을 풀었던 것, 매일 세 가지 코스로 제공되는 점심과 저녁 식사를 즐겼던 일들을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훈련도 하고 기술적인 일도 할 수 있습니다.” 네스폴리의 말이다. 어쨌든 러시아 사람들은 우주인들이 혹독한 우주공간으로 나가기 전에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을 하면서 지구에서의 스트레스를 떨쳐버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초기 몇 달 동안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서 네스폴리는 러시아에서의 경험이 상당히 놀라운 것이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바이코누르에서의 격리라는 건 실제로는 그냥 모든 걸 포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말이다.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는 명백한 가치 이외에, 적절한 환경에서의 격리는 정서적이고 지적인 완충 즉,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기 전에 필요한 심리적인 완충 기능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제한된 공간에 몇 달 동안 갇혀서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오직 영상통화로만 연결되는 우주여행의 장기간 고립 상황은, 달리 생각하면 오히려 견딜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안에 있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네스폴리의 말이다. “바깥에 있었다면 저는 죽었을 것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여러분도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를 그런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길 바랍니다. 자가격리를 하고 있더라도 여러분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격리하는 동안 여러분은 안전하니까요.”

[1]
천체에서 휘발성 물질을 얼려서 붙잡아 둘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추운 지역
[2]
착륙선이 하강할 때 낙하산만으로는 속도를 줄이기 어려울 때 로켓이 분사되는 부분
[3]
어떤 생물학적인 연구를 위해서 특별히 선택되는 생물종
[4]
우주선이나 탐사차량의 표면에 부착해 두는 것으로, 이 물체에 대한 정보를 이미 알고 있어서 카메라 같은 장비로 색상과 밝기의 보정을 위해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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