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 아스트라
완결

이것이 바로 로켓 과학이다

스페이스X의 괴물 같고 더럽게 싼 스타십이 우주여행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확히 언제일지는 불분명하다.

스펙터클과 규모에 관한 한, 우주시대(Space Age)는 아폴로(Apollo) 프로젝트의 우주비행사들을 달에 실어 보냈던 새턴 V(Saturn V) 로켓의 마지막 비행과 함께 1973년에 그 정점을 지났다. 자유의 여신상보다 더 높은 새턴 V는 140톤의 무게를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새턴 V가 처음 날아오르던 1967년에 발사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중계하던 미국의 뉴스 앵커인 월터 크롱카이트(Walter Cronkite)는 이렇게 외쳤다. “세상에, 우리가 있는 이곳의 건물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천장의 타일들이 그의 주위에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반세기가 지났지만, 그것만큼 강력했던 것이 궤도에 올라가는 일은 없었다. 
(표1) 대표적인 수송용 로켓들의 크기 및 적재량 비교 (과거 및 현재) 보잉 747-400 뉴 셰퍼드 (해당 없음) 소유즈 2.1a (7) 아리안 5 (20) 우주왕복선 (29) 롱 마치 5 (25) 에너지아 (100) 델타 Ⅳ 헤비 (29) 우주발사시스템(SLS) 블록 1* (95) 새턴 V (140) 스타십* (최대 150) 지구 저궤도(low Earth orbit)까지 올려놓을 수 있는 적재량(단위: 톤) * 2022년 2월 예정이지만 아직 발사되지 않음
멕시코 국경에서 몇 마일 떨어진 텍사스의 작은 마을 보카치카(Boca Chica)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설립한 로켓 기업인 스페이스X(SpaceX)가 그런 현실을 바꾸고 싶어 하는 기계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되었고, 코 부분에는 지느러미 모양의 장식이 있으며, 새턴 V보다 10미터나 더 큰 스타십(Starship)은 1950년대의 저렴한 공상과학 잡지에 나올 것처럼 보인다. 계획대로라면 적재량이 최대 150톤에 달하기 때문에, 스타십이 다섯 차례만 발사되더라도 2021년에 세계의 나머지 모든 곳에서 135회나 실어 날랐던 것보다도 더욱 많은 물건을 우주에 가져다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스타십의 상단부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보다 더 커다란 가압용적(pressurised volume)[1]이 포함되어 있다. 참고로 국제우주정거장을 건설하기까지는 수십 차례의 로켓 발사를 통해서 10년이라는 기간이 걸렸는데, 제작비용은 대략 1000억 달러가 소요되었다.

그러나 단지 크기만 중요한 게 아니다. 새턴 V가 달에 사람을 보내기 위해 이륙했을 때, 거기에 투입된 2800톤의 하드웨어 장비들 가운데 다시 돌아온 것은 세 명의 사람이 타고 있는 비좁은 5톤짜리 캡슐 하나뿐이었다. 당연히 새로운 탐사 임무를 할 때마다 새로운 새턴 V 로켓이 필요했다. 스타십의 경우에는 모든 하드웨어 장비를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그것의 거대한 가속추진체(booster stage)는 맡은 바 임무가 무엇이든 간에 2단계의 궤도추진체(orbital stage)를 위로 올려 보낸 거의 직후에 되돌아올 예정이다.

지난 2월 10일에 조립된 로켓을 과시하기 위하여 개최된 언론 행사에서,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설립한 이유를 거듭해서 밝혔다. 그것은 바로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함으로써, 인류에게 실존적인 위험(existential risk)에 대비한 보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스타십은 그런 목적을 위해 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수백만 톤의 장비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설계되었다. 이는 우주시대가 시작된 이후에 발사된 모든 물건들보다 약 100배나 많은 무게이다. 이를 위해, 스타십은 단지 지금까지 제작된 로켓들 중에서 가장 클 뿐만 아니라 가장 저렴하게 설계되었다. 기존의 로켓들은 한 번 발사할 때마다 수천만에서 수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 새턴 V는 현재 가치로 1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스타십은 엄청난 크기에도 불구하고, 그 비용을 백만 달러 대로 낮추기를 희망하고 있다.
(표2) 몇 번이든 무슨 상관인가? 스페이스X의 가치평가, 단위: 10억 달러 (옅은색 점) 자금조성 라운드 (짙은색 점) 정부보조금 지급 (가로축 왼쪽부터) 나사(NASA)와 첫 번째 개발 계약 팰컨 1의 첫 번째 궤도 비행 ISS*로의 화물 수송 개시 팰컨 9의 1단계(first stage) 발사체 착륙 처음으로 성공 팰컨 헤비 첫 번째 발사 스타링크(Starlink) 위성 구축을 위한 첫 번째 화물 발사 ISS*로의 승무원 수송을 위한 첫 번째 임무 스타십의 시험 착륙 처음으로 성공 출처: 피치북(PitchBook), 이코노미스트 * 국제우주정거장
화성 식민지는, 언젠가 실현된다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머나먼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가진 거대한 크기와 저렴한 비용이라는 전례 없는 조합 덕분에, 스타십은 지구 가까이에서 이루어지는 우주 비즈니스의 경제성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우주산업은 단 1그램의 무게도 줄이고 작은 화물칸 안에 하나라도 더 복잡한 물건을 쑤셔 넣는 것에 익숙했지만, 이제는 그러한 제약조건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벌써부터 스타십 로켓의 거대한 용량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사치스러운 우주탐사 임무를 상상하고 있다. 나사(NASA)는 스타십을 활용하여 우주비행사들을 달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미국의 군부 역시 이를 눈여겨보고 있다. 그리고 스타십은 스페이스X 그 자체의 미래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최근 100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표2 참조)

그러나 우선 이 로켓은 하늘을 날아야 한다. 스타십의 상단부(upper stage)에 대한 일련의 시험 비행들은 불시착과 폭발로 끝났다. (참고로 스타십의 상단부 또한 본체와는 별개로 “스타십”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 때문에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지난해 5월 5일에 실시된 시험 발사는 성공을 거두었는데, 상단부가 대기 속을 10킬로미터 비행한 다음 발사대에 다시 안전하게 착륙했다. 슈퍼헤비(Super Heavy) 발사체 위에 스타십의 상단부 1개를 올려서 진행하는 2단 로켓에 대한 본격적인 궤도 테스트는 지난 1월에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궤도 비행을 하려면 규제당국의 승인이 필요한데, 당시 이런 기관들에는 수많은 여론들이 빗발쳤다. 관계당국은 몇 주 안에 결정을 내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광범위한 환경적인 이슈들로 인하여 회사는 보카치카에서의 작업을 전부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지난해 유출된 회사 내부의 문건에 의하면, 스타십에 동력을 공급하는 랩터(Raptor) 엔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머스크 자신도 기자회견에서 상당한 의문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그는 궤도 비행이 “몇 달 안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올해 말까지 밀려날 수도 있다.



무진지함(zero gravitas)


스페이스X에서는 10년 넘게 MCT(Mars Colonial Transporter, 화성 식민지 운송수단)나 ITS(Interplanetary Transport System, 행성간 운송 시스템), BFR(Big Fucking Rocket, 엄청 큰 로켓)과 같은 이름 하에서 스타십 같은 발사체들을 개발해왔다. 스타십 이전의 버전들은 훨씬 더 거대했다. ITS의 적재량은 한때 300톤에 달했다. 그러나 모든 버전에는 한 가지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완전히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스페이스X는 이미 부분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로켓들을 날리고 있다. 팰컨 9(Falcon 9)에 들어가는 1단계 추진 장치들은 스스로의 힘에 의해 다시 지상으로 되돌아온다. 재정비를 받고 연료를 재충전하면 다시 하늘을 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발사할수록 1대의 제작비용을 더욱 많이 분산시킬 수 있다. 그러나 훨씬 더 높은 고도로 올라가서 공전속도(orbital speed)를 내야 하는 2단계 시험의 장치들은 여전히 한 번 사용된 후에 버려진다.

스페이스X는 스타십을 이용해서 두 가지 단계의 장치들을 모두 회수할 계획이다. 팰컨 9에서 사용했던 것과 같은 1단계 추진체인 슈퍼헤비는 발사 직후에 지상으로 다시 돌아오게끔 설계되어 있다. 스페이스X는 로켓을 쏘아 올린 발사대에 부착된 로봇 “젓가락(chopstick)” 한 쌍을 이용하여 공중에서 추진체를 붙잡을 계획이다.

상단부를 회수하려면 좀 더 많은 드라마가 필요하다. 스타십은 대기의 저항에 의존하여 속도의 대부분을 감소시키면서 우주에서부터 동체를 옆으로 누운 채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뭉툭한 날개를 이용해서 움직임을 조절할 텐데, 로켓을 주제로 유튜브에서 인기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물리학자이자 프로그래머인 스캇 맨리(Scott Manley)는 이것이 “마치 스카이다이버들이 자신의 손과 발을 이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상 수백 미터 지점에 도달하면 다시 전체를 수직으로 뒤집고, 엔진의 일부를 다시 점화하여 자체적인 로켓의 추진력으로 착륙할 것이다.

이러한 뒤집기 움직임은 이미 몇 차례의 시험 비행에서 연습을 했지만, 궤도권에서 하강한 발사체들은 아니었다. 머스크는 각각의 슈퍼헤비 추진체들이 1시간 이내에 다시 비행 준비를 마칠 수 있기를 바란다. (그의 담대한 비전이 때로는 효과가 있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로켓의 상단부는 최소한 1회 이상 궤도에 도달했다가 지상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그는 언젠가 때가 되면 스타십이 하루에 3회의 비행을 소화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팰컨의 1단계 추진체들이 재사용에 걸리는 최소 시간은 대략 1달이다.)

맨리의 말에 의하면, 스타십의 랩터 엔진 역시 재사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1960년대에 소비에트연방에서 개척된 정교하면서도 고도로 효율적인 (그러나 한 번도 날지 못했던) 설계를 사용하고 있다. 다소 특이하게도 랩터 엔진은 가장 흔히 사용되는 로켓 연료인 등유가 아니라 메탄으로 작동한다. 메탄은 그을음을 거의 만들지 않기 때문에 엔진의 내부를 깨끗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런 특성은 다시 계속해서 비행하려는 목적을 가진 엔진에게 있어서는 또 하나의 장점이다. 그리고 랩터 엔진이 연소되기 위해 필요한 메탄과 산소는 모두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몇 가지의 간단한 화학처리만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는 화성의 엷은 이산화탄소 대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스페이스X는 언젠가 때가 되면 스타십 우주선들이 화성에서 연료를 다시 채운 후에 지구로 되돌아 올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스타십이 저렴해질 수 있었던 이유에는 고차원의 설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페이스X는 반복적(iterative)이고 속사포와 같은 스타트업 스타일의 기업 문화를 갖고 있는데, 이는 오래된 항공 기업들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수많은 불시착과 폭발이 계속되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머스크의 개발 철학은 “만약 실패하지 않는다면, 충분한 혁신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전국과학공학의학아카데미(NASEM)을 상대로 지난 11월에 행한 연설에서, 2022년에는 십여 차례의 시행 비행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일부 영역에서는 랩터 엔진과 같은 최첨단의 맞춤형 설계를 적용하고 나머지 영역에서는 ‘만들어서 수리하며 사용하기(make do and mend)’ 방식을 혼합해서 사용하고 있다. (슈퍼헤비의 프로토타입 중에는 머스크가 설립한 또 다른 기업인 테슬라의 차량에서 나온 전기모터로 조종하는 날개가 장착된 것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스타십 로켓의 스테인리스 스틸 구조이다. 스타십은 원래 매우 튼튼하고 가벼운 최첨단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만들어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9년에 이미 몇 개의 대형 구성품들이 제작된 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X는 다시 처음의 설계 단계로 되돌아갔다. 탄소 복합소재에 몇 가지의 단점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탄소 복합소재는 다공성 재질이고, 작업하기 까다로우며, 고압멸균기(autoclave) 안에서 처리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지름이 9미터에 달하는 로켓 동체의 부품들을 만들 때 사용하기는 쉽지 않은 재료였다. 그리고 탄소 복합소재는 가격이 킬로그램당 130달러 정도로 비싼 재료이기도 하다.

반면에 스테인리스 스틸은 강하지만 무겁기 때문에, 로켓을 만들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재료로 보인다. 그렇지만 일부 스틸 합금은 냉각되면 상당히 강해지는데, 이는 좀 더 적은 재료로도 충분히 필요한 강도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스타십은 극저온의 추진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냉각효과는 이미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스틸은 강하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의 무게를 줄여줄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상단부에서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부분에만 열차폐(heat shield) 처리를 하고자 하는데, 그러면 로켓이 지구 궤도로 재진입할 때의 열기를 해당 부위가 온전히 견디게 되고, 바람이 닿지 않는 반대편에는 열차폐 처리를 하지 않음으로써 무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작업하기 훨씬 더 수월해질 뿐만 아니라, 재료의 단가도 약간은 줄여줄 것이다. 우주산업 분석 기업인 브라이스테크(BryceTech)의 사이먼 포터(Simon Potter)는 로켓을 대량 생산하려는 기업에게 있어서는 그런 부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로켓 과학과 같이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분야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위험한 접근법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스페이스X는 상당히 잘 해내고 있다. 그들은 팰컨 9의 발사를 실패 없이 111차례나 연속으로 성공시키면서, 스스로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로켓 기업들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팰컨 9의 1단계 추진체들 중 일부는 벌써 10차례나 발사된 것들도 있다.

저렴하고, 크고, 재사용 가능한 로켓은 우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오랜 꿈이었다. 적어도 기록상으로는 스타십이 그런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발사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단계에 거의 도달했습니다.” 사이먼 포터의 말이다. 머스크는 결국엔 스타십 함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만약 정말로 하루에 여러 번 발사를 하게 된다면, 스페이스X는 매년 백만 톤의 물건을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되는 것이다. 브라이스테크는 2021년에 전 세계가 궤도에서 올려놓은 무게가 750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미래의 화성 식민지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는 것 외에도) 그런 역량을 갖게 되었을 때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Harvard-Smithsonian Centre for Astrophysics)의 천체물리학자이자 로켓 애호가인 조너선 맥도웰(Jonathan McDowell)은 엄청난 크기의 스타십이 적어도 가시적인 미래에는 상업위성 시장에서 사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로서는 그렇게 막대한 적재량이 사용될 만한 시장이 없습니다.” 현재 하늘을 날고 있는 로켓들 중에는 64톤의 적재량을 가진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Falcon Heavy)가 가장 강력한 모델이다. 그러나 2018년에 처음 발사된 팰컨 헤비조차도 지금까지 겨우 두 차례 날아올랐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인공위성 산업이 여기에 적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든, 머스크는 저렴한 비용 덕분에 스타십이 스페이스X가 보유한 좀 더 작은 팰컨 로켓들을 대체할 것이라고 언급해왔다. 참고로 팰컨 로켓의 시장점유율은 이미 약 50퍼센트에 달한다. 만약 그가 이런 계획을 고수한다면, 스타십의 상업 발사 초기에는 적재칸의 대부분을 비운 채로 날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선천적 낙관론자


중기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은 우주관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사이먼 포터는 말한다. 그러나 블루오리진(Blue Origin)이나 버진갤럭틱(Virgin Galactic)과 같은 기업들이 가진 기존의 로켓들도 이미 스릴을 원하는 소수의 관광객들을 (궤도까지는 아니지만) 우주로 데려갈 수 있다. 스타십이라면 궤도 여행에 100명 정도의 사람을 데려가거나, 아니면 더욱 적은 탑승객을 태워서 훨씬 더 멀리까지 더욱 호사스러운 여행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14일, 스페이스X를 이용하여 이미 궤도까지 비행을 해 본 미국의 억만장자인 재러드 아이잭먼(Jared Isaacman)은 자신이 이 회사에 세 차례의 여행을 추가로 예약했다고 밝혔다. 그 중에서 처음 두 차례의 여행에서는 스페이스X가 보유한 기존의 팰컨 로켓이 이용될 예정이지만, 마지막 세 번째는 스타십의 첫 번째 유인 비행이 될 것이라고 아이잭먼은 말했다. 한편, 일본의 억만장자인 마에자와 유사쿠(前澤友作)는 자신을 비롯하여 최대 십여 명의 동료들을 데리고 달 주위까지 갖다 돌아오는 6일간의 여행을 위해서 스페이스X와 계약을 체결했다.

나사의 에임스 연구센터(Ames Research Center)에 근무하고 있으며 스타십의 과학적인 용도에 관한 논문을 쓰기도 했던 행성과학자인 제니퍼 헬드먼(Jennifer Heldmann)은 더욱 기대감에 들떠 있다. 스타십의 상단부는 궤도에서 연료를 다시 주입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다른 스타십 로켓의 적재칸에 추가 연료를 싣고 올라가야 한다. 재주입을 완전히 마치려면 몇 차례 더 추가적으로 로켓을 발사해야 한다. 그러나 추가 연료를 저장할 공간이 없는 대신에 스타십의 상단부에는 100톤 이상을 적재할 수 있는데, 이 정도면 태양계의 거의 어떤 천체에라도 도달할 수 있는 물량이라고 헬드먼 박사는 말한다. 참고로 지난해 화성에 착륙한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탐사차량의 총 질량은 착륙선까지 포함하여 약 4톤이었다.

저렴해진 발사 비용이 지금 당장에 혁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과학 탐사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며, 값비싼 발사 단계마저도 전체 예산에서는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그렇지만 헬드먼 박사는 스타십이 훨씬 더 야심찬 탐사 임무를 가능하게 만들어서, 과학자들에게 그만한 투자에 상응하는 더욱 값진 성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고가의 설비들이 아니라 저렴한 장치들을 많이 싣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한다. “적재량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굳이 비좁은 공간에 맞춰서 장비들을 소형화할 필요 없이, 기성품 장비들을 실으면 됩니다.”

또 다른 방법은 장비 자체를 크게 만드는 것이다. 27억 달러의 제작비용이 소요된 퍼서비어런스에는 한 개의 드릴이 달려 있는데, 그 걸로는 화성의 표토를 겨우 몇 인치 정도 깎아낼 수 있을 뿐이다. 헬드먼 박사는 스타십이라면 몇 킬로미터 깊이까지 뚫을 수 있는 대형 시추 장비를 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외행성(outer planet)[2]들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는데, 역사적으로 이들 행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일은 상당히 힘들다고 여겨져 왔다. 최근 몇 년 동안, 토성과 목성의 물이 많은 위성들이 화성을 제치고 외계 생명체 탐사에 있어서 가장 유망한 장소로 대두되어 왔다. 그리고 일군의 과학자들이 스타십을 이용해서 해왕성을 탐사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그곳을 찾아갔던 사례는 1989년에 미국의 보이저(Voyager) 2호가 태양계 밖으로 빠져 나가는 길에 근처를 휙 지나갔던 것이 유일했다.[3] 스타십과 같은 우주선이라면 몇 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을 텐데, 그에 비하여 보이저 2호의 전체 무게는 722킬로그램에 불과하다.

또 다른 잠재 고객은 바로 미국 정부이다. 미국이 새롭게 창설한 우주군(USSF)은 그들의 로켓 카고(Rocket Cargo) 프로그램에 스타십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로켓 카고는 스타십 로켓을 이용하여 지구의 어느 곳에든 필요한 장비들을 신속하게 운반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려고 고안된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이제 전쟁에 있어서 우주는 필수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미국 군부는 만약 자국의 인공위성이 격추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빠르고 저렴하게 보충할 수 있는 능력을 환영할 것이다.

한편, 나사는 그들의 야심찬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우주 비행사들을 달의 표면에 실어 나르기 위한 용도로 스타십 상단부가 개조된 버전을 선택했다. 대부분의 아르테미스 계획에서는 우주발사시스템(SLS)을 사용하는 것으로 고안되어 있는데, SLS는 나사가 우주왕복선(Space Shuttle)의 후속 모델로서 개발하고 있는 또 다른 특대형 로켓이다. 그러나 SLS는 스타십에 비해 적재량이 적고, 발사 비용은 1회당 20억 달러로 추산된다. 만약 스타십이 가동되기 시작한다면, 나사는 SLS를 완전히 폐기하라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스페이스X는 그들 나름대로 화성 탐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이전에도 스타십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이 추진하고 있는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는 수천 기의 저공 위성을 이용하여 지구 위의 어느 곳이든 초고속 인터넷을 전송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그윈 숏웰(Gwynne Shotwell)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전 세계 통신 시장의 가치가 연간 약 1조 달러에 달한다고 언급해 왔다. 스페이스X는 그 중 3-4퍼센트 정도를 충분히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구 표면 전체에서 저공 위성 1대가 커버할 수 있는 지역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스타링크에게는 엄청난 수의 인공위성들이 필요하다. 회사는 이미 궤도에 약 1655기의 위성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우주 공간에서 가동되고 있는 전체 인공위성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그들은 미국의 규제당국으로부터 1만2000대의 운용 허가를 받았는데, 지금은 그 숫자를 3만 대로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선 스페이스X는 로켓이 작동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머스크는 기자회견에서 그들의 궤도비행 테스트가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을 고통스럽지만 낮게 보고 있었다. 설령 궤도 시험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로켓이 실제 화물을 싣고 하늘을 날기 전까지는 엄청나게 많은 테스트를 더 거쳐야 한다.

그리고 규제와 관련된 다툼들이 다가오고 있을 수도 있다. 회사가 보카치카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설은 원래 스타십보다 훨씬 더 작은 팰컨 헤비 로켓을 가동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축된 것이다. 물리학자인 스캇 맨리는 시험 비행에 실패한 로켓의 잔해들이 광범위한 지역에 흩어져 있으며, 그로 인한 도로 폐쇄는 지역 주민들을 짜증나게 한다고 말한다. 환경 관련 규제당국들은 이런 상황을 불쾌하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회사가 가진 허가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추진하고 있다. 머스크는 최악의 경우 스페이스X가 스타십 개발 시설을 플로리다의 케이프커내버럴(Cape Canaveral)로 옮겨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그러면 기존의 계획이 몇 개월 더 지연될 것이다.



신경성 활력


그렇다 하더라도, 스타십이 가진 많은 능력들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스타링크를 위해 열려 있는 시장의 규모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태이다. 머스크가 품고 있는 가장 원대한 야심에 대해 말하자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화성에 살아보겠다고 자원할 것인지도 완전히 불투명하다. 머스크가 말하는 영업용 멘트는 다음과 같다. “그 일은 비좁고, 위험하고, 어렵고, 매우 힘들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앞날에 기술적으로 힘겨운 도전과제들이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X가 실패한다는 것에 내기를 걸기란 쉽지 않다. 소형 팰컨 1 로켓의 발사가 처음부터 연달아 세 번이나 실패한 2008년에 그들의 회사는 거의 도산할 뻔했다. 그러나 네 번째 발사가 성공했다. 팰컨 9 로켓은 실패 없이 인상적으로 비행을 했고, 그 뒤에는 비록 십여 차례의 실패를 겪었지만, 그래도 결국은 1단계 목표에 도달했다. 머스크는 그 나름대로 자신감에 차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스타십은 가동될 것입니다. 그 길에서 몇 차례 덜컹거리긴 하겠지만, 그래도 가동될 것입니다.”
[1]
우주선에서 사람이 생활할 수 있도록 공기가 채워진 공간의 부피
[2]
태양계에서 화성의 궤도 바깥에 있는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3]
보이저 2호는 해왕성에 4951킬로미터까지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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