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맛있는 추석
1화

임세미 배우 ; 외롭지 않은 식탁

연기하는 임세미,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비건 지향 3년차다. 유튜브 ‘세미의 절기’를 운영하고 있다.
 
비건 지향 생활은 언제부터 했나.
 
채식은 13년 전쯤부터 했다. 당시엔 관련 용어가 없었지만 플렉시테리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페스코를 지향하다가 1년 동안 완전 비건을 도전했고 실패했다. 당시 신인 배우였고 사람들에게 채식한다고 밝히지 않은 상태였다. 나에게 식당 선택권이 있을 때는 비건 식당에 갔지만, 남들이 육식을 하면 따라 하던 삶을 10년 정도 살았다. 완전 비건이 된 지는 3년 됐다.

하루아침에 완전 비건이 됐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였다. 큰 나무 아래서 자연을 느끼며 하염없이 쉬던 중이었다. 옆 농장에 어미소와 송아지가 보였다. 강한 햇빛에 모두 지친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어미소가 자기 몸으로 해를 가리더니 송아지를 핥아주기 시작했다. 조카 셋을 키우는 언니 오빠, 그리고 어머니가 생각났다. 다르지 않은 존재로 보였다. 그 계기로 비건 지향을 선언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 한 달은 비거니즘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조리된 모든 음식엔 동물성 재료가 섞여 있다고 생각했다. 비건 지향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그럼 너 뭐 먹어?”라고 묻곤 하는데, 나 스스로도 “그럼 나 뭐 먹어?” 하는 생각이었다. 바나나, 빵만 먹다가 빈혈이 오기도 했다. 그러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동물성 재료만 빠지면 되는구나’ 깨달았다.

유튜브 세미의 절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나에겐 무언가를 해 먹는 일에 있어 탄소가 덜 나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가까운 거리의 시장에 간다. 절기마다 나는 제철 채소와 과일을 사다 먹는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영양 섭취가 된다. 탄소 발생이 덜 되는 식생활을 공유하고 싶어 유튜브 ‘세미의 절기’를 시작했다.
반려견 흑미와 함께 ⓒ눈컴퍼니
촬영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없나.
 
캐스팅이 정해지면 배우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챙겨주기도 한다. 먹는 장면을 촬영할 때 미술팀에서 비건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어주시기도 하고, 화장팀에선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브랜드의 화장품을 써주시기도 한다. 호아킨 피닉스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동물을 쓰지 않은 채로 연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배우다. 우리나라에서도 언젠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웃음)
 
비건 지향 후 처음 맞은 명절을 기억하나.
 
온 가족이 성묘 갔다가 읍내에 있는 고깃집을 갔다. 파절임, 양배추샐러드만 왕창 먹었던 기억이 난다. 비건 지향을 하면서 가끔 식사 자리에서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식탁에서 외지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밥 한번 먹자’가 인사가 되는 우리나라다. 밥 한 끼가 정말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식탁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더 크게 느껴질 것도 같다.
 
사회생활을 할 때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만 만나도 굉장히 반갑다. 비건 지향도 같은 거라 생각한다. 여러 환경 캠페인에 참여하곤 한다. 끝나고 활동가들과 식사를 할 때가 있다. 채식 위주로 차려진 식탁을 아무렇지 않게 공유하는 게 감동이란 걸 깨닫곤 한다.
 
올 추석은 어떻게 보낼 예정인가.
 
드라마 촬영 때문에 바빠서 요리를 따로 하진 않을 것 같다. 평소 같았으면 비건전을 만들어 먹었을 텐데, 이번엔 제철인 생대추와 생밤을 먹을 것이다.
 
‘세미의 비건전’ 레시피를 소개해달라.
 
생마를 갈아 전분을 푼다. 거기에 강황가루를 넣으면 노란 계란물 같아진다. 노란 생마물에 두부, 새송이 버섯, 야채꼬치를 적셔 구우면 노릇노릇한 전이 된다. 생마를 구워 먹어도 맛있다. 맛있는 양념을 만들어 야채를 찜쪄 먹어도 좋다. 소 없는 갈비찜, 닭 없는 닭볶음탕도 충분히 맛있다. 혼자 계시는 분들에겐 가공 비건식을 추천한다. 요즘은 대체식이 워낙 잘 나온다.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가 궁금하다.
 
아무래도 절기 유튜버니까 ‘오늘 자라는 채소’라고 답하겠다. (웃음) 시장에서 오늘 나온 제철 채소를 주로 사는 편이다. 요즘 야채값이 많이 올라서 슬프다.
 
요리를 좋아하는 편인가.
 
원래도 싫지 않았지만 비건 지향을 하며 더 좋아하게 됐다. 같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비건 레시피를 고민한다. 얼마 전엔 온라인 클래스에서 비건 해장국 레시피를 구매하기도 했다. 요즘은 채소로 감칠맛 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특별한 날엔 비건 식당에 가기도 한다. 출연료를 받은 날 좋은 비건 식당에 가는 게 하나의 행복이 됐다.
 
얼마 전 인제에 다녀온 경험도 행복했다고 들었다.
 
인제 신월리에 다녀왔다. 구조된 소들이 평생 살 수 있는 보금자리, 생추어리가 꾸려지고 있다. 정말 좋았다. 동물과 같이 살아가는 게 이런 걸까 싶었다. 출근하면서 자유롭게 뛰노는 소와 인사를 나누고, 비건 마을회관을 지나는 상상을 했다. 내 집 마련보단 생추어리,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제로 웨이스트 상점이 많이 생기듯 생추어리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연기만 하기에도 바쁠 텐데, 여러 활동을 하는 것 같다.
 
시 셰퍼드 활동도 소개하고 싶다. 같이 모여 환경 공부도 하고 수중 청소를 하는 단체다. 얼마 전엔 서해에서 피탄을 주웠다. 폭죽놀이를 하면 나오는 것이다. 두 시간 만에 5000개를 주웠다. 해양 동물에게도 문제가 되지만 결국은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서 인간에게 돌아온다. 우리가 무심코 즐기는 문화에도 이런 환경 이슈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시 셰퍼드 활동을 하는 임세미 배우 ⓒ눈컴퍼니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임세미 배우 ⓒ눈컴퍼니
사람이 많이 모이면 그만큼 쓰레기도 많이 나온다. 명절 쓰레기를 줄이는 팁이 있나.
 
다 같이 근거리 시장을 이용해보면 좋겠다. 함께 걸어가서 싱싱한 재료를 사오는 것이다. 가족이 모여 함께 제철 채소를 맛보는 즐거움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논비건 사이에서 비건이 행복하게 추석을 맞을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나 혼자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알레르기 때문에 혹은 다이어트를 해서 특정 음식을 못 먹는 사람들이 있다. 비건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당당하게 채소로 최고의 비건 명절 음식을 해 먹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인사 한 마디 부탁한다.
 
비건 지향을 하지 않더라도, 비건 지향을 하다 잠깐 실패하더라도 괜찮다. 비거니즘은 이제 그리 어렵지 않은 선택지다. 당장 내일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 당장 쓰레기를 덜 쓰기만 해도 당신은 멋진 지구인이다. 비건도 논비건도 지구도 모두 함께 행복한 추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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