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와 환경 인문사회학의 혁신
완결

인류세와 환경 인문사회학의 혁신

인류와 지구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인류세 논의는 역설적이게도 희망에 대해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2023년 4월 12일에 촬영한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크로퍼드호수. 사진: Bonnie Jo Mount, The Washington Post, Getty Images
“인류세를 대표할 지층은 캐나다 크로퍼드호수입니다.” 국제지질학회 산하 인류세워킹그룹은 지난 7월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인류세의 국제표준층서구역으로 캐나다 크로퍼드호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한겨레》 2023. 7. 12일자). 이로써 인류세의 공식화가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인류세는 인간의 힘이 지구 표면을 바꾸는 결정적인 힘이 되었음을 가리키기 위해 제안된 새로운 지질 시대의 이름이다. 현재의 인류가 살고 있는 지질 시대는 신생대 4기 홀로세(Holocene) 메갈라야절이다. 인류세가 공식화되면 인류는 1만 1700년의 홀로세를 끝내고 ‘신생대 4기 인류세(Anthropocene) 크로퍼드절’에 살게 된다. 국제지질학회는 이르면 내년 8월 인류세를 공식 지질 연대로 비준할 계획이다.

인류세는 그러나 지질 연대의 이름을 넘어 인류가 직면한 생태사회적 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질학뿐 아니라 공학, 사회과학, 인문학을 넘나드는 다양한 학제에서 인류세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중적 확산도 빠르다. 현재가 바로 ‘인류세’라는 진단은 나날이 가속되는 환경 위기를 효과적으로 포착하는 메타포이자,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즉각적인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규범적 개념으로 기능하고 있다. 환경 저널리스트들은 기후변화, 생물종 상실, 플라스틱 오염 등과 같은 환경 파괴의 현장을 인류세와 연결 지어 ‘인류가 만들어낸 생태 위기의 현장’으로 보고하며, 인류세 환경 위기를 인류의 절멸과 연결하는 종말 문학, 예술 작품도 꾸준히 생산되고 있다. 인류세라는 개념이 지질 연대 이름이라는 좁은 의미를 벗어나 생태 위기와 새로운 대응을 촉구하는 용어로서의 학술적, 대중적 의미를 획득하게 된 것이다.

 

1. 인류세 개념과 등장 배경


인류세라는 개념은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 등의 지구시스템 과학자들이 2000년대 초반 처음 제안했다. 국제지권생물권프로그램(International Geosphere-Biosphere Programme, IGBP)의 일원으로 지구 시스템 변화를 연구해 온 이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해수 온도, 토양의 질소 함량 등 지구 생태 환경의 최근 지표들이 홀로세 기간의 관측 범위를 벗어나고 있음을 발견한다. 대기, 지표면, 생지화학적 순환에 이르기까지 지구의 전 영역에서 급격한 변화가 관찰된 것이다. 과거 지질학적 변화의 원인이 운석 충돌,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 현상이었다면, 최근 지구 환경 변화의 근본 원인은 인간 활동, 특히 인간의 경제 활동이었다. 이들은 이 같은 변화를 담아내기 위해 현재의 지질 시대를 ‘인간의 지질 시대’, 즉 ‘인류세’로 부를 것을 제안했다(Crutzen 2002).

새로운 지질학 개념을 지질학자가 아닌 지구시스템 과학자들이 제안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지질학자들, 특히 지질 연대를 구분하고 연구하는 층서학자들은 크뤼천 등의 주장에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국제지질학회 층서학위원회는 2009년 인류세워킹그룹(Anthropocene Working Group, AWG)을 설치하고, 7년간의 검토를 거쳐 2016년 인류세를 공식 지질 연대에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인류세를 지질 연대로 공식화하려면 인류세 표준 화석과 황금못(golden spike, 인류세 지층과 홀로세 지층이 구분되는 지점)을 포함하는 국제표준층서구역을 결정해야 한다. 지난 7월 결정된 크로퍼드호수가 바로 국제표준층서구역이다. 표준 화석으로는 방사성 물질, 콘크리트, 닭 뼈 등이 거론되다가 플루토늄으로 좁혀진 상태다. 인류가 실시한 핵실험으로 발생한 방사성 낙진이 지층에 남긴 증거다.

인류세 논의는 지질학과 지구시스템과학을 넘어 다양한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환경문제와 인간-자연 관계를 연구하는 인문사회학자들(정치학, 정책학, 사회학, 지리학, 인류학, 문학, 역사학 등)은 인류세 개념을 현재의 환경 담론, 실천, 정책, 인간-자연 관계를 반성하며 돌아보고 새로운 대안을 탐색할 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아가, 인류세 위기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극복 혹은 경감하기 위해 폭넓은 학제 간(multidisciplinary) 연구가 전개되고 있다. 기존 환경 관련 학제 간 연구가 자연과학자, 공학자와 경제학, 정책학과 같은 실증주의적 사회과학자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인류세 연구에서는 비판적 사회과학자, 인문학자, 예술가 등 기존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연구 인력의 참여가 두드러진다.(Castree 2014; 엘리스 2020). 2014년에는 인류세 연구를 특화한 학술지 《인류세 리뷰(Anthropocene Review)》가 창간돼 다양한 학제에서 생산한 인류세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확산하고 있다.

 

2. 인류세 위기와 원인


지구시스템 과학자들은 지구의 대기권, 지표권, 수권, 생물권의 전 영역에서 홀로세 기간 볼 수 없었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홀로세 기간 280ppm 수준을 유지해 왔으나 20세기 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1950년 311ppm에서 2014년 400ppm을 넘어섰고, 2022년 417ppm을 기록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익히 알려져 있듯이 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높아진 상태다. 온도가 상승한 대기는 물을 더 많이 머금게 되고, 역동적으로 변하면서 극단적이고 변덕스러운 날씨를 유발한다. 암울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바다 수온이 올라가는 가운데, 이산화탄소가 녹아들면서 바다는 빠른 속도로 산성화되고 있다. 인간이 바꿔 놓은 자연환경은 기후만이 아니다. 화학비료 덕분에 곡물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늘었고, 사료를 먹는 가축의 양이 증가했고, 곡물과 가축으로 더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게 됐다. 1900년 15억 명이던 세계 인구는 80억 명으로 늘어났다. 그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닭 196억 마리, 소 14억 마리, 돼지 10억 마리가 함께 살고 있다. 지구 포유류를 질량으로 환산하면 인간과 가축이 97퍼센트를 차지한다(Smil 2011).

지구시스템 과학자들은 환경 위기를 지구시스템의 교란과 붕괴와 연결한다. 기존의 환경 위기 논의가 오존층 붕괴, 지구온난화, 생물다양성 감소 등 특정 환경 사안을 특화해 집중적으로 다뤄왔다면, 인류세 논의는 지구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여러 권역(sphere)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상호 연계해 관찰함으로써 총체적인 입장에서 환경 위기를 이해하고자 한다. 또, 기존 논의가 지역적, 나아가 초국경적 스케일에서 환경문제를 다뤄왔다면, 인류세 논의는 환경 논의의 스케일을 지구 행성의 차원으로 확장한다. 대기화학자 윌 스테판 등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행성적 경계’는 이같은 총체적인 환경 위기 인식을 보여 준다. 이들은 지구 생태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 아홉 가지(기후변화, 해양 산성화, 생물다양성 훼손, 토지 체계 변화, 담수 이용, 신규 공해물질, 성층권 오존 결핍, 생지화학적 순환, 대기 에어로졸 부하)를 선정하고, 지구적 스케일에서 이 요소들의 현재 상태를 컬러 코드를 이용해 가시화했다.
[그림 1] 행성적 경계 모식도 (Steffen et al. 2015b),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1259855
그렇다면 이 같은 위기의 원인과 주체는 누구인가? 인류세 연구자들은 공통적으로 ‘인간’을 지목하지만, 구체적인 인간 그룹과 인간 활동에 대해서는 구분되는 입장을 보인다. 이들의 상이한 입장은 인류세 명칭과 시작 시점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진다.

지구시스템 과학자들은 인간 활동, 특히 인간의 산업적 활동을 인류세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인류세 논의 초기에는 농경, 화석 연료의 사용, 증기 기관 발명 등이 인류세의 시작 시점으로 거론됐으나, 최근에는 전 지구적으로 산업화가 본격화한 20세기 후반을 인류세의 시작 시점으로 보고 있다. 대기화학자 윌 스테판과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 등이 제시한 두 쌍의 ‘급가속’ 그래프는 환경 위기와 인간 활동이 밀접히 동조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Steffen et al. 2015a). 이들은 12개 지구 시스템 지표(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해양 산성화, 질소산화물 농도 등)와 12개의 사회경제적 지표(인구 증가, GDP 증가, 1차 에너지 이용, 비료 소비 등)를 설정하고, 1750년부터 현재까지 이들 지표의 변화를 제시한다. 이 두 쌍의 그래프는 지구 생태환경의 변화와 인류의 사회경제적 활동이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인간의 사회경제적 활동 증가가 생태 위기의 원인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특히 주요 지표들이 산업혁명 이후 점진적으로 증가하다 195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치솟았음을 보여 주면서, 1950년대 이후를 그전과 구분해 ‘급가속(Great Acceleration)’의 시대라고 지적한다. 전 세계적인 산업화로 인간의 사회경제적 활동이 급격히 증가했고,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해양 산성화, 성층권 오존 감소 등과 같은 지구시스템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1950년대를 인류세의 시작 시점으로 제시한다.

한편, 비판적 사회과학자들은 ‘인간 활동’이라는 카테고리가 부정확하며,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정치경제학자 제이슨 무어 등은 ‘인간 활동’을 ‘자본주의’로 구체화하고, 유럽이 식민지를 개척하며 자본주의가 전 지구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한 1450년을 인류세의 시작 시점으로 제시한다(파텔·무어 2020; Malm and Hornborg 2014). ‘저렴한(cheap)’ 자원을 찾아 나선 유럽 자본주의의 팽창이 저렴한 노동, 돌봄, 에너지, 음식의 생산과 전 세계적 확산으로 이어졌고,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인류학자 애나 칭과 과학철학자 도나 해러웨이 또한 식민지 플랜테이션 농업에서 인류세의 기원을 찾는다(Haraway et al. 2016). 이들은 사탕수수나 목화처럼 한 종류의 농작물을 대량 재배하고 잉여 자본을 축적하는 행위를 통해 숲, 목초지, 소규모 농지가 산업적 농지로 변모하면서 지구 표면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았다고 본다. 또, 플랜테이션의 생산방식이 기계를 이용해 단일 작물과 육류를 대량 생산, 가공하는 기업식 영농의 원형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아울러 플랜테이션의 노동과 노동관계에 주목하고, 대농장 경영에 노예를 동원하고, 노예 공급을 위해 전 지구적 인력 이동이 발생했음을 지적한다. 플랜테이션 농업이 지구적 스케일에서 자원·자본·인력의 이동을 촉발했고, 노동착취와 소외를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이들 비판적 연구자들은 자본주의 인간 활동이 지구 환경을 바꿔놓았을 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회경제적 관계 또한 결정적으로 변모시켰음을 지적한다. 이들에게 생태 위기는 비단 생태환경의 위기만이 아니라, 생태 위기에 결부된 사회경제적 위기이기도 하다. 이들은 표면적으로 가치중립적으로 보이는 ‘인류세’ 개념이 환경 위기의 결정적 원인과 인간 사회의 불평등을 은폐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인류세 대신 ‘자본세’라는 개념 사용을 제안한다. 자본세 주장은 인류세 논의를 비판적으로 견인하고, 자연 이용에 매개된 불평등 문제를 전면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마지막으로, 환경과 생태를 연구하는 인문학자와 일부 사회과학자(인류학, 지리학, 과학기술학 등)들은 인류세 위기의 근원을 ‘근대주의’, 즉 근대의 시스템, 사유와 가치에서 찾는다. 이들은 특히 서구 근대의 자연-사회 이분법과 그에 기반한 인간 중심주의, 즉 자연을 인간에게 주어진 것으로 보고, 인간의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대적 세계관을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한다. 역사학자 디페시 차크라바르티는 ‘인간이 만든 행성적 위기’라는 현 상황은 ‘인간의 역사’와 ‘자연의 역사’를 더 이상 분리해서 사유할 수 없게 한다고 지적한다(차크라바르티 2023). ‘인간’을 주체로 했을 때, 역사는 인간의 지식과 기술로 자연을 정복하고 경제를 발전시켜 온 진보와 승리의 기록이 된다. 그러나 자연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쓰인다. 인간의 자유를 획기적으로 신장했다고 보는 근대는 전대미문의 속도와 규모로 생명을 파괴하고 지구시스템을 교란한 파괴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당혹스러움 앞에서 차크라바르티는 인간의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 만든 근대의 기술과 체제가 바로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파국을 불러온 것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3. 인류세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인류세 위기에 대한 상이한 진단은 인류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제안들로 이어진다. 인류세 논의의 한쪽 끝에는 인간의 지식과 기술로 ‘지구’를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극단적으로 낙관적인 에코모더니즘(Eco-modernism)이 자리 잡고 있다. 인류가 위기에 직면한 현실은 사실이지만, 인간의 역량으로 인류세 위기를 통제하고 개선해 ‘좋은 인류세(Good Anthropocene)’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지구시스템 과학자들과 환경정책 이론가, 공학자 등이 주축이 된 이들 에코모더니스트들은 “인간의 사회적·경제적·기술적 역량이 인간 삶을 개선하고, 지구를 안정화하고, 자연 세계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Asafu-Adjaye et al. 2015: 6). 이들은 인류세가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자연을 제어하고 개조해 온 인류의 역량을 다시 한 번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학 기술로 지구 환경을 직접 조작하려는 지오엔지니어링(Geo-engineering)이 이들의 에코모더니스트적 비전을 실천할 방법의 하나다실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에서 지구로 향하는 직사광을 차단하는 화합물을 대기 상층에 뿌리거나, 지구와 태양 사이에 태양광 반사판을 설치하는 방법이 그 예다.

한편, 인류세 논의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지구시스템 과학자들과 국제환경정치 연구자들(정책학, 개발학, 경제학, 법학 등)은 국제환경연구와 협력을 쇄신함으로써 인류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 기존의 지구시스템 과학과 국제환경 거버넌스를 긴밀히 연결한 지구시스템 거버넌스(Earth system governance)를 제안한다(Biermann 2021; Biermann and Lövbrand 2019). 지구시스템 거버넌스는 과학적 ‘진단’에 따라 인간 활동을 적절히 ‘관리’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를 위해 앞서  [그림 1]에서 본 것처럼 지구가 버틸 수 있는 환경생태 변화의 상한선을 가리키는 ‘행성적 경계(planetary boundaries)’를 활용한다. 즉, 지구 생태 환경에 무리를 가하지 않으면서 인간 활동을 지속해서 수행할 수 있는 ‘안전한 작동 영역(safe operating space)’을 설정하고, 인간 활동의 범위를 안전한 작동 영역 내로 제한하자는 것이다(Steffen et al. 2015b). 예를 들어 기후변화의 경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표인데 가능하면 350ppm 이내, 아무리 높더라도 문턱값인 450ppm을 넘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과학적 관측과 예측을 통해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최대 2도 내에서 억제해야 한다는 정책 목표가 나온다. 2015년 합의된 「파리협약」이 바로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도출된 국제환경조약이다.

지구시스템 연구는 인류세적 위기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이 같은 위기를 가져온 현재의 정치, 경제, 사회 체제를 유지하면서 기술적이고 정책적인 쇄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 ‘안전한 작동 영역’은 인간의 경제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생태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속가능 발전’만큼이나 모호한 개념이다. 한쪽 끝에 인간의 산업 활동을 파격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저성장(degrowth)’이 위치한다면, 스펙트럼의 다른 한쪽 끝에는 지구의 생태적 한계 내에서 (혹은 한계를 확장해) 경제성장을 최대화하자는 주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비판적 인문학자들과 사회과학자들은 기술과 제도로 인류세의 위기를 해결하려는 야심 찬 제안에 거리를 둔다. 이들 인문사회학자들은 근대의 뼈대가 되는 과학기술, 자본주의, 식민주의, 인간 중심주의가 행성적 파국의 근본 원인인 상황에서 근대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 없이는 인류세를 극복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근대 체제를 그대로 둔 채 기술이나 제도적 보완만으로 인류세의 위기를 해결하려는 일부 제안에 회의적 입장을 보인다. 인류세를 기술과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보는 시각이나, 인류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입증할 시험대로 보는 입장 자체가 인류세 위기의 근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근대 비판은 산업화 이전의 인간-자연 관계를 보다 바람직한 모습으로 여기고 이로 회귀할 것을 제안하는 근본생태주의와는 구분된다. 과거로의 회귀 대신 이들은 다양한 생물종의 집합적 실험을 통해 미래의 모습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데 방점을 둔다. 인류세 위기가 과거의 환경 위기와 달리 비선형적이고 불확실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술적 계산의 결과로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해 온 근대적 전략들은 의미를 잃게 된다. 따라서 인류세 시대의 집합적 생존을 위해서는 근대의 그것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혁신적 사유와 실험,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기존 근대 체제에서 소외되어 온 비인간, 비생물, 비서구의 입장에서 행성적 위기를 이해하고, 새로운 삶의 양식을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최근 환경인문학과 인류학에서 제안하는 ‘다종적 정의(multispecies justice)’는 비인간을 포함해 환경 불평등과 환경 정의를 새롭게 생각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탈근대주의적 인류세 모색의 모습을 보여 주는 듯하다. 인권 연구자 대니엘 셀러메이어 등은 기존의 정의 논의가 인간 중심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정의 논의를 ‘인간 너머의 존재’들로 확장해, 인간과 비인간 존재에게 보다 ‘정의로운’ 결과를 가져오는 방향으로 인간-비인간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Celermajer et al. 2021). 췌이컬트 등은 다종적 정의 논의를 기후 위기와 결합해 ‘다종적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모색한다. 이들은 기존의 기후 정의 개념이 인간 중심적일 뿐 아니라, 인류세의 불확실성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에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다양한 종들이 겪고 있는 기후 위기 경험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보다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기후 위기 대응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다(Tschakert et al. 2021). 이들 연구자들은 동물 권리, 환경 정의, 정치생태학, 포스트휴먼 논의, 토착 철학 및 탈식민주의 논의 등 광범위하고 때로는 상충하는 논의들을 결합해 ‘다종적 정의’를 개념화하고, 실천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특히 다종적 정의를 정치 쟁점화하고, 기존의 법이나 제도와 연계해 제도화할 방법을 탐색한다.

 

4. 인류세 논의의 의의와 가능성


‘인류세’라는 새로운 개념과 논의는 현재 우리가 과거의 환경 위기와 구분되는 새로운 생태사회적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용어, 서사, 윤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다. 앞서 논의한 것처럼 인류세 논의는 위기의 성격, 원인, 극복 방향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필자는 인류세 논의가 아래 몇 가지 점에서 기존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환경 연구를 혁신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고 본다.

먼저, 생태 위기 진단, 분석, 해결의 시공간적 확장이다. 앞서 살펴본 [그림 1] ‘행성적 경계’ 모식도가 보여 주듯 인류세 논의는 생태 위기의 공간적 스케일을 행성 단위로 확장한다. 환경문제를 특정 지역의 문제로 살펴보는 대신, 지구적 차원의 변화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데 주력한다. 전 세계의 토지 이용 현황을 세계 지도에 표시하고, 인간 거주와 농경과 같은 인간 유래 원인으로 지표면의 75퍼센트 이상이 변형되었다고 지적하는 엘리스 등의 연구가 대표적이다.(Ellis and Ramankutty 2008). 시간적 차원에서도 지질학적 시간대(딥 타임)의 변화를 비교 분석하는 연구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농경제학자 바츨라프 스밀은 지난 5000년간 인간의 활동이 지구의 생물량을 50퍼센트 이상 감소시켰다고 지적한다(Smil 2011). 또 1만 년 전 홀로세 초기의 포유류 질량과 2015년의 포유류 질량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가축의 증가와 생물다양성의 감소를 설명한다. 당초 지질학적 개념인 인류세가 환경 논의와 결합하면서 수만 년을 넘나드는 지질학적 시간대가 환경과 관련된 자연 및 사회과학의 분석 단위로 활용되는 것이다. 이 같은 시공간의 확장은 ‘특정 지역’에서 일어나는 ‘최근 수십 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왔던 환경문제 연구를 확장하고, 인류와 지구 행성의 변화라는 보다 큰 맥락 속에서 이해하도록 한다.

둘째, 인류세 논의는 생태 위기의 근본 원인을 인간으로 보고, 인간을 환경 정치의 대상에 적극 포함한다. 위기의 원인이 인간의 산업적 활동인가, 자본주의인가, 혹은 근대적 인간 중심주의인가를 놓고 상이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인류세 연구자들은 결국은 인간이 위기의 핵심 원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신장하기 위해 만든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구조와 시스템이 결국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생태적 파국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비어만은 기존의 환경 정책이 ‘자연환경’을 통제의 대상으로 여겨왔다면, 인류세 진단은 ‘인간 활동’에 적극 개입하는 새로운 환경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Biermann 2021). 즉, 인간이 환경 정책의 주체만이 아니라 대상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팔손 등은 인간 중심적 근대와 근본적으로 구분되는 파격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Pals son et al. 2013). 인간의 행복과 번영을 위해 고안된 근대 시스템이 결국 자기 파괴적인 상황을 불러왔음을 감안할 때, 근대와 차별화되는 새로운 규범과 실천만이 비로소 인류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밀턴은 이 같은 측면에서 인류세가 과학기술, 경제성장, 서구 발전 모델로 대표되는 근대적 사유, 가치, 체제와 결연한 단절을 선언하는 ‘거대한 틈(rupture)’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Hamilton 2016).

셋째, 인간을 생태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인류세 논의는 비인간에 주목하고, 비인간의 행위성을 인간-자연 관계를 사유하고 실천하는 데 적극 반영하고자 한다. 이때 비인간은 비단 인간과 유사한 특질을 지닌 고등동물뿐만 아니라 식물, 자연 현상, 도구, 기술, 나아가 지구(Clark and Szerszynski 2020) 자체를 포함한다. 이들 다양한 비인간은 인간의 간섭이 이뤄지는 수동적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의 이질적 연결망에 기입된 관계적 존재로, ‘행위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는다. 이들은 인간뿐 아니라 다양한 비인간 행위자들의 수행을 통해 세계가 새롭게 생성되고 전개되는 것으로 본다. 이 같은 비인간에 대한 관심은 항용 인간의 공간으로 여겨온 ‘도시,’ ‘산업,’ ‘국가’ 등이 비인간의 꾸준한 참여로 함께 만들어지는 ‘인간 너머의 공간’으로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또, 비인간을 인간 연구자와 함께 환경생태 연구에 참여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인간 너머의 참여 연구’(Bastian et al. 2016)나, 비인간이 자연보전, 농업, 환경연구, 스포츠와 같은 인간 주도적 실천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다종적 문화기술지(multispecies ethnography)’와 같은 새로운 연구 방법으로 이어진다(Kirksey and Helmreich 2010).

넷째, 인류세 위기의 핵심에 도사리고 있는 거대한 불확실성은 생태지표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따라 시장, 제도, 기술적 해결책을 찾는 기존 환경 위기관리 전략의 작동을 어렵게 한다. 대신 최근의 인류세 연구는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상상하기 위한 다양한 탐색(speculation)에 주력한다. 현재의 복잡함과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하나의 명료한 해결책에 도달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대신, 현재와 미래의 다양한 연결성과 가능성을 탐색하는 인식론적 ‘실험’이 필요한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인문지리학자 제이미 로리머와 노엘 캐스트리는 인류세 연구의 가장 큰 지적, 정치적 잠재력을 바로 이 같은 ‘미래 지향적 탐색’에서 찾는다(Castree 2014; Lorimer 2017).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하는 대신,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미래의 모습들을 탐색해 보자는 것이다. 이 같은 인류세 연구의 탐색적, 실험적, 미래지향적 인식론은 인류세 연구가 강조하는 다학제(multidisciplinary) 방법론과 연계돼 있다. 특히 인문학자들과 예술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인류세 연구가 기존 환경 연구와 차별화되는 지점 중 하나다(Davis and Turpin 2015). 인문학자들이 자연-사회관계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시도한다면, 예술가들은 인류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파격적인 상상을 가능케 한다.

마지막으로, 인류와 지구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인류세 논의는 역설적이게도 희망에 대해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인류세 논의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서사는 긴급한 위기, 인류의 절멸, 응급 상황과 같은 ‘파국’의 예감이다(김홍중 2019). 그러나 인류세 위기는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에코 모더니스트들은 인류세를 인류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더 입증할 시험대로 여기고, 인간의 역량으로 인류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한편, 애나 칭과 도나 해러웨이 등은 인류세가 위기의 근원인 근대적 인간-자연 관계를 해체하고, 여러 종이 함께 번성할 수 있는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로 본다. 이들은 인류세를 회피할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대신 ‘손상된 행성’에서도 계속되는 인간과 비인간의 삶에 눈길을 돌린다(Tsing et al. 2017). 이들은 재난이 휩쓸고 간 체르노빌이나 뉴올리언스에서도 인간과 비인간은 끈질기게 생육하고 번성하며 꿈과 희망이 펼쳐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Kirksey et al. 2013; van Dooren 2019). 인류세는 분명 재난이지만, 재난으로 파국을 맞는 것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추구해 온 성장과 발전이라는 것이다. 삶 그 자체는 재난 이후에도 계속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들에게 인류세는 절멸의 서사만이 아니며, 폐허 속에서 생성되는 재기(resurgence)와 풍성함(abundance)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인류세 연구는 손상된 행성에서 다종적 삶을 탐색하는 시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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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남종영, 《한겨레》, 〈‘인류세’ 대표 지층은 캐나다 ‘크로퍼드 호수’〉, 2023.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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