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가 사라졌다

2023년 12월 8일, explained

동해에서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다. 그 많던 오징어는 어디로 갔을까?

울릉도의 덕장에서 오징어를 말리고 있다. 사진: James Leynse/Corbis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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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12월 5일 국회에서 오징어 대책 회의를 열었다. 오징어잡이 어민에게 1인당 3000만 원의 긴급 자금을 대출해 주기로 했다. 오징어가 너무 안 잡혀서다. 2000년대 초 강원도의 오징어 어획량은 연간 2만 톤이었다. 올해는 11월까지 1300톤을 잡았다. 어획량이 급감하자 가격이 뛰었다. 생물 오징어 한 마리가 1만 1950원이다. 전월보다 42퍼센트 올랐다.

WHY NOW

국민 생선 오징어가 사라지고 있다. 오징어 어획량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 위기, 중국의 싹쓸이 조업, 불법 조업, 치어 남획 등이 지적된다. 오징어가 줄어드는 것은 단순히 밥상머리 이야기만이 아니다. 오징어는 동해안 지역 경제의 핵심 자원이다. 오징어가 안 잡히면 오징어잡이 배 선주가 업종을 바꾸고, 선원이 떠나고, 관광 자원이 사라지고, 지역 경제가 무너진다.

국민 생선, 오징어

한때 오징어는 동해안을 대표하는 수산물이자 ‘국민 생선’이었다. 여름부터 초겨울까지가 제철이다. 마른오징어, 오징어회, 오징어볶음, 오징어포, 오징어무국. 일상에서 접하는 오징어 요리도 많다. 요즘처럼 오징어가 귀하지 않았을 때는 동해안 횟집에 가면 기본 안주로 오징어회를 내놨다. 돈을 받고 팔아도 1만 원이면 두세 마리를 회 썰어 줬다.

오징어가 없다

그 흔했던 오징어가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주로 먹는 오징어는 살오징어인데, 10년 사이에 어획량이 반의반으로 줄었다. 어민이 오징어를 잡으면 위판장에 맡겨 도매상에게 판매한다. 11월 1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오징어 위판량은 958톤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420톤이었다. 올해 누적 위판량은 2만 3700톤이다. 지난해보다 3분의 1이 줄었고 지지난해보다 반이 줄었다.

잡으러 나갈수록 손해

오징어가 없으니 배를 띄을수록 손해다. 경상북도 포항시 구룡포항에 등록된 오징어잡이 배는 54척이다. 그런데 대부분이 3개월 넘게 출어(出漁)를 나가지 않고 있다. 어장까지 이동하려면 기름값만 몇백 만 원이 든다. 발전기를 돌려서 전구를 밝히고, 낚싯줄을 감아올리는 모터도 기름을 잡아먹는다. 선원 조업비, 식비, 보험료까지 내면 남는 게 없다.

열대 바다

오징어가 왜 옛날만큼 잡히지 않을까. 첫째 이유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다. 오징어가 잘 서식하는 수온은 15~20도인데, 동해안 수온이 상승하면서 어장이 북한과 러시아 해역으로 올라가고 있다. 오징어가 잘 잡히던 울릉도 앞바다에선 최근 베트남, 오키나와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열대 어류가 발견된다. 10마리 중 6마리가 열대어다.

중국의 남획

중국 어선의 오징어 싹쓸이도 문제다. 중국은 불법 조업과 남획으로 오징어 씨를 말리고 있다. 국제 비영리 단체 ‘글로벌 어로 감시(Global Fishing Watch)’에 따르면 2017~2018년 중국 선박 1600척이 북한의 배타적 경제 수역에 불법으로 진입해 오징어 16만 톤을 잡아갔다. 한국과 일본의 오징어 어획량을 합한 것과 맞먹는 양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5200억 원 규모다.

불법 공조

채낚기 어선과 대형 트롤 어선의 불법 공조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채낚기 어선은 전구를 켜서 오징어를 모은 다음 낚시하듯 오징어를 한 마리씩 잡는다. 대형 트롤 어선은 어군이 있는 위치에 어망을 내려 물고기를 잡는다. 이 두 방식을 조합해 채낚기 어선이 전구를 켜서 오징어를 모으면 대형 트롤 어선이 그물을 끌어 오징어를 한 번에 잡는데, 오징어 씨를 말릴 수 있어서 금지된 방법이다.

총알오징어 남획

총알오징어는 종명(種名)이 아니다. 우리가 주로 먹는 살오징어의 새끼다. 그런데 이 새끼 오징어가 유통되고, 인기를 얻고, 급기야 총알오징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오징어는 체장이 19센티미터는 넘어야 산란한다. 치어를 마구잡이로 포획하니 오징어 개체 수가 줄 수밖에 없다. 2019년 해양수산부는 오징어의 체장이 19센티미터를 넘지 못하면 유통하지 못하게 했다.

IT MATTERS

오징어 어획량 감소는 밥상머리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명태가 대표적이다. 2019년부터 명태 포획이 연중 금지되자 명태를 건조시키는 황태 덕장이 연쇄 도산했다. 쥐포로 유명하던 삼천포도 쥐포가 안 잡히면서 80개나 되던 쥐포 공장이 문을 닫았다. 오징어는 동해안 지역 경제의 핵심 자원이다. 동해에서 오징어가 잡히지 않으면 오징어잡이 배 선주는 업종을 바꾸고, 선원은 떠나고, 오징어 축제 같은 관광 자원이 사라지고, 지역 경제가 무너진다.
 
이연대 에디터
#기후위기 #바다 #expla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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