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는 영원할 수 있을까

2024년 4월 11일, explained

억만장자들이 새로운 도시를 만든다. 과거의 영광은 재현 가능할까.

캘리포니아 포에버의 커뮤니티 레이아웃. 사진: California Forever, @CAForever
NOW THIS

억만장자들의 도시 건설 프로젝트 ‘캘리포니아 포에버(California Forever)’ 계획의 전망이 어둡다. 지역 주민들의 끊이지 않는 반발 때문이다. 2023년 11월과 12월, 도시 건설을 계획하는 억만장자들은 연이어 타운홀을 개최해 주민들을 설득하려 나섰지만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WHY NOW

캘리포니아 포에버 프로젝트에 투자한 억만장자들은 영광스러웠던 캘리포니아를 바란다. 닷컴 버블 시기의 열망과 달리, 지금의 캘리포니아는 황폐화했다. 과거의 영광을 재건하려는 환상은 실현 가능한 것일까. 어쩌면 그들은 과거의 실수를 다른 레퍼토리 위에서 반복하는 것일 수 있다. 지금 캘리포니아에 필요한 건 새로운 도시가 아니다.

비밀스러운 토지 매입

시작은 2017년이었다. 캘리포니아 포에버 설립 1년째인 2018년부터 비밀스러운 토지 매입이 이뤄지기 시작한다. 매입된 토지는 6만 에이커에 달했다. 본격적인 비전이 발표되기 직전까지, 이 6만 에이커의 땅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프로젝트가 대중 눈앞에 모습을 보인 건 지난해 8월이었다. 자회사인 ‘플래너리 어소시에이츠(Flannery Associates)’는 웹사이트를 통해 지중해 스타일의 동네가 담긴 렌더링 이미지를 공개했다. 프로젝트에는 유명 억만장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스티브 잡스의 부인인 로렌 파월 잡스, ‘안드레센 호로위츠’ 출신의 투자자 마크 안드레센, ‘세쿼이어 캐피탈’의 벤터 투자가 마이클 모리츠, ‘링크드인’의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먼이 참여했다. 투자된 돈은 10억 달러였다. 

캘리포니아 포에버

캘리포니아 포에버는 캘리포니아 솔라노 카운티 남동부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려는 계획이다. 솔라노 카운티는 샌프란시스코로부터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다. 캘리포니아 포에버가 만들고자 하는 건 그저 건물과 도로만 가득한 곳이 아니다. 이들의 목표는 새로운 ‘지역 사회 건설’이다. 1만 7500에이커 크기의 토지에 40만 명의 주민을 수용하는 게 목표다. 그들의 포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도시는 한때 ‘새로운’ 도시였다.” 이들에 따르면 도시는 필요에 따라 고안된 발명품이다. 캘리포니아 포에버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캘리포니아는, 영원하기 위해 재건될 필요가 있다.

문제

프로젝트를 이끄는 CEO인 얀 스라멕(Jan Sramek)은 캘리포니아가 주택 위기를 겪고 있음을 강조했다. 실리콘밸리가 확장하고 노동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베이 지역에는 부동산이 부족해졌다.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더 넓고 쾌적한 공간을 향한 욕구가 도시를 건설하려는 비전으로 발화했다. 비슷한 꿈을 꾼 건 캘리포니아 포에버만이 아니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는 빈 땅을 새로운 사회로 바꾸겠다는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바 있고 페이팔의 창업자인 피터 틸은 바다에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시도인 ‘시스테딩 인스티튜트(Seasteading Institute)’에 투자한 바 있다.

10가지 보장

캘리포니아 포에버의 설명에 따르면 새로운 지역 사회는 솔라노 카운티 토지 중에서 농업에 부적합하고 생태학적 가치가 가장 낮은 것으로 평가된 목초지에 건설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 포에버는 10가지 사항을 주민들에게 보장한다. 일자리와 저렴한 주택, 주민들을 위한 장학금, 자연 보호, 다운타운과 스마트 성장, 깨끗한 물과 원활한 교통, 학교와 안정적인 세금 운용이 그것이다. 새로운 도시에는 솔라노 카운티 평균 임금의 최소 125퍼센트를 보장하는 일자리 1만 5000개가 공급될 예정이며, 저렴한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4억 달러의 자금이 제공된다.

반발

완벽한 프로젝트처럼 들리지만 심각한 결함이 있다. 바로 주민들의 반대다. 본격적인 계획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카운티 투표에서 일정 이상의 표를 얻어야 한다. 전망은 밝지 않다. 캘리포니아 포에버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솔라노 투게더(Solano Together)’ 그룹의 활동가는 “나의 조상들은 1850년대부터 이 땅에서 농사를 지어 왔다”며 “이곳은 단순한 목초지가 아니”라고 반발했다. 프로젝트에 따르면 카운티 규모는 두 배로 늘어난다. 도시가 일궈 온 커뮤니티가 그대로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민들은 솔라노 카운티가 과밀화할 것이며, 그에 따른 인프라 비용이 도시에 전가될 것이라 우려를 표했다. 이런 주민들의 걱정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은 떠나거나 견디는 식으로 과밀화와 젠트리피케이션의 대가를 치렀다.

젠트리피케이션

이들이 재건하고자 하는 샌프란시스코는 전례 없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몸살을 앓아 온 대표적인 도시다. 1990년대 들이닥친 닷컴 열풍에 따라 기술 인력들이 실리콘밸리에 모이기 시작했다. 가난한 이민자들의 지역이었던 ‘미션 디스트릭트’는 순식간에 부유한 도시로 변모했다. 2000년 《뉴욕타임스》가 낸 기사에 따르면 미션 디스트릭트의 토지 가격은 5년 만에 세 배 이상 올랐다. 근방 상점의 월 임대료는 2500달러에서 1만 달러로 급등했다. 그 사이를 견디지 못하고 수십 개의 예술 단체가 문을 닫았다. 과열은 지속하기 어렵다. 닷컴 버블이 꺼진 뒤, 그리고 팬데믹이 들이닥친 뒤 샌프란시스코의 가치는 빠르게 하락했다. 작년 여름 이후에만 샌프란시스코 주택의 총 가치가 600억 달러 감소했다. 기술 기업에 근무하는 상류층들은 주택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주변의 다른 도시로 빠져나갔고, 샌프란시스코는 자리를 쉬이 옮기지도 못하는 저소득층으로 가득 찼다.

확장

기술 억만장자들이 바라는 건 닷컴 열풍 당시 캘리포니아가 누렸던 영광이다. 건강한 커뮤니티가 깨끗한 자연환경 위에서 안정적인 세금을 굴리는, 그런 ‘건전한 도시’ 말이다. 그래서 억만장자들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목초지에 눈을 돌렸다. 말 그대로, ‘캘리포니아 포에버’를 위해서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건 그들이 지적한 도시의 문제가 지금과 같은 구조 아래에서 태어났다는 점이다. 닷컴 버블 시기의 샌프란시스코는 열망에 가득 차 있었다. 수십억 달러의 벤처 캐피털이 지역에 쏟아졌고 수만 명의 젊은 근로자가 도시에 유입됐다. 버블이 꺼지자마자 도시는 황량해졌다. 버블이 붕괴된지 18개월 만에 상업 공실률이 0.6퍼센트에서 20퍼센트로 급증했다.

IT MATTERS

지금의 새로운 도시 계획도 같은 종류의 열망에 부풀어 있다. 기술로서 일자리를 보장하고, 친환경 에너지로서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그렇다. 그러나 그때도, 지금도 빠져 있는 건 그 도시를 유지하던 평범한 사람들과 기존의 커뮤니티다. 그들이 말한 것처럼 모든 도시는 한때 새로운 도시였다. 그러나 지속되는 도시는 언제나 낡은 도시다. 일방적으로 부푸는 도시는 같은 종류의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솔라노는 1984년, 기존 도시 내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유권자의 승인 없이 농업 구역의 토지 개발을 금지하는 성장 이니셔티브를 통과시켰다. 질서 있는 성장의 원칙이 솔라나 카운티의 정신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11월, 플래너리 어소시에이츠는 토지를 팔지 않는 농부들을 고소했다. 무엇이 진짜 ‘캘리포니아스러운 것’인지는 결정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지금의 캘리포니아 포에버가 영원한 도시에 닿아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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