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된 멸종 동물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

2024년 4월 24일, explained

도구론과 낙관론 위에서 태어난 멸종 동물은 기후 위기의 메시아가 될 수 있을까.

사육 건물 안의 검은발족제비 한 마리가 밖을 내다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미국 어류 및 야생 동식물 보호국을 통해 검은발족제비를 사육하고 있다. 사진: Kathryn Scott Osler, Getty Images
NOW THIS

미국 어류 및 야생 동식물 보호국(USFWS)이 지난해 5월, ‘노린’과 ‘안토니아’라는 이름을 가진 검은발족제비 두 마리가 복제 방식으로 태어났다고 밝혔다. 두 검은발족제비는 모두 1988년 ‘윌라’라는 이름의 야생 암컷에게서 채취해 냉동 보관해 온 조직으로 복제됐다. 복제된 윌라의 조직에는 현재 개체군에서 평균적으로 발견되는 것보다 유전적 변이가 세 배나 많았다. 지금의 검은발족제비에는 없는 유전자를 기존 개체군에 도입할 수 있어 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WHY NOW

복제나 유전자 교정, 근친 교배 등의 인위적 개입을 통해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보편화하고 있다. 생물 다양성은 유용하다.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고, 다른 종의 멸종 역시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도구론과 기술 낙관론만으로는 복제된 동물들을, 멸종 위기에 놓인 생물들을 지속 가능하게 보호할 수 없다. 건전한 회의론이 필요한 때다.

검은발족제비

검은 눈과 검은 발을 가진 검은발족제비는 멸종 위기종이다. 1800년대에는 야생 개체 수가 100만 마리에 달했지만, 농경지가 늘고 전염병이 돌면서 현재 300마리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5월, 이런 검은발족제비를 복원한 두 마리의 족제비가 태어났다. 이번이 첫 시도는 아니다. 2020년에도 보관된 윌라의 조직을 활용한 ‘앤’이라는 족제비가 태어난 바 있다. 앤은 후손을 낳지 못했다. 선천적으로 생식 기관에 문제가 있었던 탓이다. 다행히 이번에 태어난 노린과 안토니아는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USFWS는 “두 마리 모두 짝짓기가 가능한 나이가 되면 번식에 사용될 예정”이라 밝혔다.

유전적 다양성

‘번식에 사용된다’는 표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노린과 안토니아가 탄생한 가장 큰 이유는 유전적 다양성 보존이다. 현재 사육 중인 검은발족제비는 복제된 개체 세 마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1980년대 포획된 야생 개체 일곱 마리의 후손이다. 조상이 같아 유전적 다양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 동물이 전염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모든 개체가 위험해져서 개체 수를 회복하고 늘려 가는 데 한계가 있다. 쉽게 말해 노린과 안토니아는 번식과 유전자를 위한 개체로 태어났다. 이들의 번식을 위해 사용된 또 다른 동물은 바로 프레리도그다. 검은발족제비는 설치류인 프레리도그를 잡아먹고 사는데, 프레리도그가 페스트에 걸리면서 검은발족제비도 위기를 맞았다. 프레리도그가 페스트 백신을 먹으면 검은발족제비의 생존 가능성도 커진다.

모든 동물의 세포

이번 복제는 냉동된 세포를 통해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는 기술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받는다. 라이더 박사는 지난 2020년 앤을 복제한 이후 “앤의 이야기는 멸종 위기에 처한 모든 종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야생 동물의 유전자 다양성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제는 멸종 위기에 처한 모든 동물의 세포를 저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세포를 복원해 멸종 동물을 복제하는 방식만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를 교정하거나 변형해 멸종 위기를 타파하려는 노력이나 고대 동물의 DNA를 복제해 생명 공학의 혁신을 불러오려는 기업도 등장했다. 최초의 멸종 복원 회사인 ‘콜로살 바이오사이언시스(Colossal Biosciences)’는 자금 750만 달러를 들여 고대 DNA 연구를 확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매머드

콜로살 바이오사이언시스가 복제하려는 대표적인 동물은 바로 매머드다. 지난 3월, 콜로살은 털매머드 복원에 필요한 아시아코끼리 줄기세포를 개발했다. 털매머드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코끼리인 아시아코끼리의 체세포를 이용한 것이다. 이후에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이 줄기세포에 털매머드의 유전자를 결합하고, 털매머드와 매우 흡사한 세포 조직과 장기를 시험적으로 배양할 계획이다. 털매머드와 매우 비슷한 코끼리를 2028년까지 태어나도록 하고, 그렇게 태어난 유사 털매머드 떼를 북극권 툰드라 지역에 방사하는 게 목표다. 콜로살 바이오사이언시스의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 약 1조 3300억 원 이상으로 평가됐다.

도구

콜로살은 멸종 동물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파괴되거나 잃어버린 생태계를 되살릴 수 있고, 이를 통해 기후 변화의 영향을 늦추거나 중단시키는 모델로 정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털매머드는 대규모 이동을 통해 북극 지역의 초지를 유지해 왔는데, 이를 복원해 초지를 되살리면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 방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멸종 동물의 세포를 복제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지향을 공유한다. 다양한 한계와 윤리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멸종 동물을 되살리고 복원하려는 움직임에는 공통적인 지향이 있다. 동물을 통해 가속화하는 기후 위기를 막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겠다는 것이다. 이때 동물은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일종의 메시아, 다른 말로는 도구다.

과학적 우려

한계는 분명하다. 복제된 동물들 대부분은 성체가 될 때까지 살아남거나 성공적으로 번식하지 못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의 기고가인 페리스 자브르는 그것들이 “정확히 같은 복제물이 아니라는 것”을 근본적 문제로 지적한다.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의 DNA를 현존하는 다른 종의 알과 결합해 배아를 길러 내는 방식이 유전적 혼란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벌새 복제가 대표적이다. 야생에서의 적응력이 높은 벌새를 생산하기 위해 아종 간 교배를 할 경우, 각 아종의 특성을 형성하는 유전적 요소가 섞이게 되면서 어떠한 생태계에도 적합하지 않은 잡종이 탄생하게 된다. 복제된 벌새가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존의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초점

고려해야 할 문제는 또 있다. 베를린자연사박물관의 고생물학자 파이살 비비 박사는 엄청난 양의 돈이 멸종 동물을 보존하는 생명 공학 기술로 흘러 들어간다는 지점을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물이 살아갈 서식지를 보호하는 것, 또한 복제된 동물의 적응을 돕는 데 필요한 사후의 움직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그렇게 복제된 동물이 원하는 기존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느냐도 남겨진 문제다. 모든 동물은 어미와 공동체로부터 생태계에 적응하는 법을 배운다. 복제 동물에게는 어미도, 공동체도 없다. 무사히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동물 생태계에 섞이지 못할 수 있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의 철학자 헤더 부시맨은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코끼리는 모자간의 강한 유대가 필요한 종임을 짚으며 복원된 “아기 매머드는 누구도 돌볼 수 없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동물을 복제하는 기술, 혹은 그 이전과 이후. 그중 무엇에 초점을 맞출지의 문제는 기술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IT MATTERS

동물 보존에 생명 공학을 활용하는 비영리 야생 동물 보호 단체 ‘리바이브 앤 리스토어’의 수석 과학자 벤 노박은 “동물원 입장에선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말을 복제하는 것이 유럽의 동물원에서 말을 들여오는 것보다 더 저렴하다”고 밝힌 바 있다. 과도한 낙관론과 도구론에만 사로잡힌다면 멸종 동물 복제 기술이 초기의 의도보다 효율과 생산성을 강조하는 기존 모델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진다. 복제 기술이 가진 잠재적 위험성도 그에 맞춰 커질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비단 동물을 복제하는 데서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다. 기술로 기후 위기의 원인이 아닌, 증상을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를 일부 반사해 지구의 온도를 떨어트리려는 SRM 기술, 가라앉는 투발루를 메타버스로 보존하려는 노력까지 마찬가지의 구조를 공유한다. 도구론과 낙관론을 제지하는 건전한 회의론이 없다면 태어난 검은발족제비는 어미도 없고, 가족도 없는 세계에서 외로이 죽을 수 있다. 그것을 우리는, 다양성이라는 이름 아래 생명이라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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