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오래 읽힌다. 오래 입는 옷에도 비슷한 특징이 있을까.
조 일단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가장 중요하다. 옷을 많이 입어 봤지만, 결국 내 일상과 맞지 않는 옷에는 손이 안 가더라. 그래서 트락타트도 우리 옷을 사는 독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많이 생각한다. 우리도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삶의 방식이 친숙하다.
이 실제로 리서쳐 팬츠, 리서쳐 후디는 연구자를 위한 옷이다. 의자에 팔꿈치를 잘 부딪히게 되는데 그럴 때 전기가 오르지 않나.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팔꿈치 쪽에 천을 덧댔다. 앉아 있는 사람에게 잘 맞도록 무릎이 늘어나지 않도록 방지하는 디자인을 넣기도 했다.
튼튼함도 중요한 요소다.
조 튼튼하다는 것은 원단이 질기다는 것 외에도 여러 요소를 포함한다. 보관이 쉬운 것, 물빨래가 가능한 것, 구김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 부자재를 최소화하는 것까지 모두 튼튼함의 요소다. 트락타트는 구김이 가도 멋스러운 옷, 물빨래가 가능한 튼튼한 옷을 만든다. 오래, 또 자주 꺼내 입을 수 있도록 말이다.
이 튼튼한 옷은 전자기기와 반대에 위치해 있다고 생각한다. 전자기기는 아무리 세계적인 기업이라도 계획된 노후화를 전략으로 삼는다. 일부러 낡게 만든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경향이 패션계에도 넘어온 것 같다. 점점 옷이 전자기기처럼 바뀌어서 튼튼함을 잊어 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늙을 수 있는 옷이 옷다운 옷이라고 생각하고 만들고 있다.
트락타트의 다음 계획이 궁금하다.
조 장기적으로는 재킷과 셔츠류를 늘리고 싶다. 조금 더 독자의 라이프스타일과 활동 반경에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읽는 사람’하면 정적일 것 같지만, 그런 면만 있는 건 또 아니니 말이다. 다양한 빈티지 아카이브를 참고해서 활동적인 면을 디자인에 더 담아내고 싶다.
이 나의 경우에는 세 가지로 목표를 분류한다. 단기적 목표로는 카프카를 모르는 한국 사람이 없도록 만들고 싶고, 중기적으로는 철학책 독서율을 끌어올리고 싶다. 최종 목표로는 우리가 직접 매거진을 만들고 싶다.
남 문학이나 철학은 정적이고 고루할 것 같다. 이런 고정 관념에 균열을 내는 것이 나의 첫 번째 목표다. 왜 학문적인 영역을 스트릿 의류로 옮겨 왔나를 다시 생각해 봤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자기만의 방’을 만들게 된다. 그 이후가 더 중요한 것 같다. 타인과 교류하고, 자신이 방에서 배운 것을 나누는 방식으로 그 경험을 세계로 확장할 수 있다. 트락타트에 달린 독자들의 리뷰를 보면서 그게 어쩌면 옷을 통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교수와의 면담이나 독서 모임에 티셔츠를 입고 나간다는 분도 있고, 옷을 통해 친구들에게 철학을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이 더 늘어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애정이 가고, 위트 있고, 파격적이어야 하겠다. (웃음)
글
김혜림 에디터
* 2024년 2월 20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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