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믹스(Xinomics)가 온다
2화

공산당 통제와 시장 메커니즘의 관계

새로운 국가 자본주의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업체 중타이(Zotye)는 저조한 판매를 극복하기 위해 이 방법을 썼다. 주류업체 우량예(五粮液)도 백주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이렇게 했다. 이것은 저상(浙商)은행의 디지털화, 중국핵능전력(China National Nuclear Power)의 에너지 절감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이 기업들의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은 중국 비즈니스의 만병통치약이다.

중국 민간 기업들이 공산당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코노미스트》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 증권 거래소에 등록된 3900개의 기업 중 약 400개가 올해 연차 보고서에서 공산당과 그 지도자에 경의를 표했다. 2017년 이래 국유 기업과 민간 기업이 보고서에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을 언급한 사례는 20배 이상 증가했다(표 참조).

이러한 경향은 중국의 새로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공산당은 삶의 모든 영역을 보다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시 주석은 당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시 주석에게 아부하는 기업들이 유리하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시 주석이 기업의 성패가 달린 경제 체제를 개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의미다. 이런 권한으로 그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연간 아부 추세/ 중국, 연차 보고서에서 시진핑 주석을 언급하고 있는 기업의 수/ 출처: 금융 정보업체 윈드, 이코노미스트
중국 내외의 논평가들은 시 주석의 행보가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시 주석은 경제 자유화를 위한 개혁에 제동을 걸고 시장 기능을 억제시키는 변화를 단행했다. 명백하게 삐걱거리는 하향적, 국가 주도의 성장 모델로 돌아가는 것이다. 민간 기업들은 앞다퉈 사내 당 위원회를 설립하고 기업 전략 수립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때 용맹무쌍했던 대표들은 몸을 낮췄다. 미국의 싱크 탱크 피터슨연구소(Peterson Institute)의 연구원 니콜라스 라디(Nicholas Lardy)의 최근 저서는 기업들의 불안을 잘 요약해 주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은 이렇다. 《국가의 반격(The State Strikes Back)》.

위와 같은 평가는 적절하다. 그러나 그 결론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정도로 잘못되어 있고, 중국의 성장 궤도를 안일하고 위험하게 과소평가하도록 부추긴다. 시 주석은 단순히 민간 영역을 희생시켜 국가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좀 더 강력한 형태의 국가 자본주의의 형성을 목표로 계획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국유 기업이 시장 규율을 더 준수하고 민간 기업이 당의 통제를 더 따르게 되면 중국의 거대한 집단적 목표를 이루기 쉽다는 생각이다. 이는 내적인 모순으로 가득한 프로젝트다. 그러나 이미 일부 영역에서는 성과의 증거가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시 주석은 2013년 의제를 발표하며 중국에서 “시장이 자원의 배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할 것”이며 동시에 “국유 영역의 지도적인 역할을” 강화하게 될 것을 확실히 밝혔다. 2015년 중국 증시가 폭락했을 때 정부는 은행의 자본 구조 재조정을 통해 국경 간 자금 이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국내 금융 체계의 통제가 어려운 부분을 길들이는 쪽으로 초점을 옮겼다. 그러나 지금 공산당은 “재무적 위험과의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판단하고 시 주석의 의제를 새롭고 대담한 형태로 궤도에 올려놓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긴장이 심화되면서 공산당은 중국이 스스로 치고 나갈 힘이 있어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동시에 코로나 유행을 통제하고 경제를 재개하는 데 성공하면서 시 주석이 중국의 “제도적 이점”이라고 부른 것에 대한 믿음은 강화됐다. 강력한 일당 국가로서 중국은 경제적, 사회적 자원을 동원하여 중요한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다.

시 주석의 개혁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중국 내수 시장의 활기와 움직임에 분명한 경계선을 정해 주는 것이다. 기업에 적용되는 더 강력한 법체계, 일상적인 경제 활동을 위한 간소화된 법규, 그리고 자금 배분에 더 효율적인 금융 체계를 말한다. 둘째는 정부의 주요 경제 정책 수단을 노련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국유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민간 기업과 협력해 새로운 산업 정책 계획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인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정부가 승인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상당한 수준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여전히 그들에게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있다. 중국의 성장기에 주술과도 같은 표현이 된 덩샤오핑의 “부자가 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이는 부의 추구가 국가에 이득이 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외국 기업의 대표들과 외교관들은 중국에서 친시장적인 개혁이 이루어진다고 믿지 않는다. 그들은 ‘약속 피로(promise fatigue)’를 말한다. 중국 기업과 외국 기업 간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반복적인 약속의 의미는 퇴색되어 버렸다. 국유 기업들은 대량의 정부 지원금과 때로 불투명하고 특혜를 조장하는 법규로 이익을 본다. 외국 기업들은 금융이나 에너지와 같은 주요 영역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다.

 

이제 파산하셔도 됩니다


이런 비판에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시 주석의 시장 개혁 목적은 공평함이 아니라 질서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시 주석은 기업과 시민의 활동 방식과 제한 범위를 분명히 규정하고자 한다.

먼저 법체계를 살펴보자. 홍콩에 대한 본토법 적용이 명백히 보여 주는 것처럼 법체계는 압제의 도구로 기능한다. 시 주석은 인권을 옹호하는 인사를 표적으로 삼아 가차 없이 처단해 왔다. 반면 사법 제도의 부분적인 전문화를 감독했고 비정치적인 사안에서는 법정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하기도 했다. 과거처럼 분쟁 해결을 지방 관리에 의존하기에는 중국의 경제는 너무나 복잡하고 부패는 만연하다.

이러한 법원의 변화는 소송의 폭발적인 증가와 동시에 일어났다. 2012년 시 주석이 중국의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이래 시민들이 정부에 제기하는 행정 소송은 2배 이상으로 늘었다(표 참조). 파산 신청은 10배로 늘었다. 지난해 중국 법원에는 2012년의 다섯 배에 가까운 48만 건의 지적 재산권 소송이 접수됐다. 이중 일부는 새롭게 설치된 지적 재산권 담당 중앙 법원으로 넘어갔다. 컨설팅 업체 라우스(Rouse)에 따르면 외국인 원고가 승소한 경우는 전체 특허권 침해 소송의 89퍼센트에 달했다.
소송 증가 추세/ 중국, 단위: 1000건/ 소송건수, 행정(파란색), 지적 재산권 관련(하늘색), 파산(빨간색)/ 파산 소송/ 출처: 중국 최고 인민 법원
지방 관리들은 지금까지 법원의 판결을 무시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고 있었다. 한 의료 서비스 업체의 대표는 자사 명칭을 도용해 법원의 금지 판결을 받은 기업이 판결 후 3년이 지난 후에도 도용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내륙의 작은 도시에서 이 기업이 저지른 공공 의료 스캔들로 본인이 추궁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부분적으로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사회 신용(social credit)”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법원은 개인을 신용 블랙리스트에 올릴 수 있는데, 사실상 자동화된 국가의 대리인을 고용해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법원은 블랙리스트 체계를 통해 채무자가 비행기 표를 사거나 돈을 빌리지 못하게 할 수 있다. 2018년 말 기준 29만 명의 기업 간부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 체계가 완전히 디스토피아적인 형태로 변모하는 미래를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사회 신용 체계가 개인의 금융 신용을 넘어 소셜 미디어 활동이나 정치적인 신뢰도와 같은 개인의 역사를 포함해 생활전반을 다루게 되고, 그 조건으로 사회 내 모든 자원에 대한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면 그렇다. 그러나 중국의 많은 이들은 이 시스템을 지지한다. 기업 범죄 전문 변호사 얀이밍(Yan Yiming)은 “건강한 사업 환경을 가꾸기 위해서는 반드시 치러야 할 대가”라고 말한다.

법에 대한 신뢰가 커질수록 행정은 간소화될 수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에서 창업에 걸리는 평균 기간은 2017년 23일에서 현재 9일로 줄었다. 일본보다 조금 빠르고 미국보다 조금 느린 셈이다. 건설 허가에는 247일이 걸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111일이 걸린다. 디지털화로 세금 처리도 훨씬 간단해졌다. 기업이 송장을 발행하면 사본이 세무 당국에 직접 전달된다. 물론 혹자는 이런 변화가 지나치게 간편하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정부가 의무화한 소프트웨어의 허점을 겨냥하는 해커들이 기업의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의 시장 질서 개혁 중 마지막 핵심은 금융 체계다. 은행 규제가 지루한 서류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시 주석의 은행, 중개업, 그리고 투자 기업에 대한 통제 강화는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2017년 한때 막강한 금융업자였던 샤오젠화(肖建華)를 홍콩의 한 호화로운 호텔에서 납치한 사례도 있다. 몇 명의 다른 거물들도 실종됐다가 결국 처벌받거나 재판에 회부되었다. 은행가들에게 던져진 메시지는 섬뜩하다. 새로운 질서에 발맞춰라, 그렇지 않으면 혼쭐이 날 것이다.

개혁이 일부 개인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진정한 구조적 변화도 있다. 2008년과 2016년 사이 중국의 국내 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매년 10퍼센트포인트가량 올랐지만,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평균 상승 폭은 4퍼센트포인트로 줄었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부채는 급증할 예정이다. 그러나 관료들은 일시적 상승이라고 강조한다. 성장률이 반등하며 중국 정부는 이미 통화 부양책을 축소시키고 있다.

 

짜릿한 성공의 경험


이 체제의 기반이 되는 정책 수단은 상당히 안전해 보인다. 2010년대 중국의 은행들은 앞다퉈 자산을 미래가 불투명한 투자 상품으로 전환하며 수익성이 큰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0년부터 2017년 말까지 금융 상품이 꼬리를 물고 연결되면서 은행들의 여타 금융 기관에 대한 청구권은 20배 늘었다. 지난 2년간 새로운 법규가 적용되면서 은행들은 긴축에 나서야 했다. 규제가 약한 대출·투자 기업들의 혼란스러운 그림자 금융 부문은 축소되기 시작했다.

반면 채권 시장은 2012년 GDP의 50퍼센트에서 현재 GDP의 100퍼센트 이상으로 증가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개정된 법규로 기업들은 주식을 발행해 자본을 조달하기가 다소 용이해졌다. 많은 부분에서 중국의 금융 체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실히 정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은행들은 정부가 국유 기업을 거의 항상 구제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은행들은 허덕이고 있는 소규모 기업에 도움을 제공하라는 공식적인 요구를 무시하는 데 능하다. 대부분의 대출 자금은 국유 기업으로 유입된다. 여전히 왜곡된 시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이는 시 주석이 내건 개혁 의제의 또 다른 측면을 시사하고 있다. 바로 ‘중국 주식회사’의 재구축이다.

2019년 1월 이래 중국의 작은 탐사선 한 대가 달의 저편을 떠돌아다니며 그 어떤 국가도 다다르지 못했던 오지의 선명한 파노라마 이미지를 전송하고 있다. 반면 경제계에 가장 중요했던 것은 인민 대회당에서 시 주석이 달 탐사 사업에 참여한 수백 명의 과학자와 관료를 만나는 장면이었다. 이 행사에서 시 주석은 프로젝트의 성공을 “새로운 형태의 거국적 체제”의 전형으로 치하했다.

중국의 지지자들과 피해자를 자칭하는 이들은 모두 오랫동안 중국의 산업 정책에 대해 매우 정형화된 시각을 견지해 왔다. 고위 공직자들이 국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결정하고 저렴한 자본, 구체화된 연구 우선순위, 지적 재산권 절도, 보호주의, 그리고 불가항력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방안을 실행한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의 산업 정책은 거의, 또는 단 한 번도, 위와 같은 일관성을 갖춘 적이 없었다. 중국은 거의 모든 종류의 산업화 정책을 추구했다. 도시는 기업 유치를 위해 서로 경쟁한다. 기업은 호황기로 접어드는 분야에 몰려든다. 홍콩과기대 카스텐 홀츠(Carsten Holz)의 상세한 연구가 보여 주듯 이러한 투자 패턴은 공식적인 산업 정책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 산업 정책이 시장의 현실을 따라잡으려 했던 것이다. 가끔은 이 방식이 잘 풀리기도 한다. 고속 열차와 겉으로는 안전해 보이는 원전이 건설된 것이 그 예다. 반면 수십 년간 반도체와 내연 기관 자동차를 강조한 당국의 노력에도 중국을 ‘프리미어 리그’로 올려놓겠다는 목표는 실패했다. 태양열, 조선 등의 분야에서 이뤄진 엄청난 성장은 과다 생산, 막대한 손실, 그리고 잔혹한 합병으로 이어졌고 투자 낭비라는 비용을 치러야 했다.

저렴한 토지와 자본, 우수한 인프라, 값싼 노동력, 그리고 평가 절하된 통화는 오랜 기간 빈약한 전략과는 무관한 눈부신 발전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인구는 노령화되고 있고 채무 부담이 증가했으며 무분별한 산업화로 인한 환경 파괴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새롭게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필요로 하고 있다. 시 주석의 ‘새로운 형태의 거국적 체제’는 신화로만 존재했던, 탄탄한 토대 위의 주안점이 뚜렷한 산업 정책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2015년에 발표된 새로운 산업 전략인 ‘중국 제조 2025’는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제조업의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이 전략에 특별한 초점은 없다. 중국의 5개년 계획 일부를 개발하는 데 참여하고 있는 경제학자 유융딩(余永定)은 “기본적으로 상무부의 모든 부서에서 각자 선호하는 사업을 제안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실행 전략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정책에 드러난 포부는 중국의 불투명한 산업 정책, 습관적인 첩보 활동과 더불어 미국이 맞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시 주석은 미국의 반응을 통해 우선순위 설정의 기준을 파악할 수 있었다.

중국이 육성해야 할 산업은 미국이 수출 거부를 통해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분야다. 중국에서는 “목 조르기 기술(stranglehold technology)”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관료들은 산업 전체 부문을 목표로 삼기보다 제트 터빈, 반도체용 정밀 광석학, 전동 공구에 쓰이는 고속 베어링, 그리고 다른 핵심 기술을 우선할 것을 논하고 있다.

국유 기업은 이런 계획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민간 주주가 있는 기업도 많지만, 대체로 정부의 지배 지분을 통해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의 역량이 닿지 않는다면 정부 지분은 별다른 이점이 되지 못한다. 국유 기업들은 생산성 측면에서 민간 경쟁 업체에 지속적으로 뒤처지고 있다. 정치적으로 임명된 대표들은 리스크를 감수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공직 업무를 함께 수행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코로나19 대처 국면에서 관료들은 석유 기업인 페트로차이나와 같은 국유 기업들이 일자리를 추가 창출했다며 치하하기도 했다.

 

기업을 뒤섞어라


시 주석은 국유 기업을 근본적으로 개편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1990년대에 경험한 기업의 잇따른 폐쇄와 민영화는 없을 것이다. 연약한 기업을 도태시키는 당시의 개혁은 높아진 실업률로 값비싼 사회적 대가를 치렀으나 모험적인 사업가들에게 길을 열어 주는 데에는 일조했다. 그러나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 중국은 국유 기업에서 최대의 이득을 취하는 동시에 국유 기업이 민간 영역에서 더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양면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총이익이 아닌 순이익이 국유 기업의 성공을 가늠하는 주요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기업들이 운영 자금에 대해 좀 더 냉철한 태도를 취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중국 최고 규모 헤지펀드의 한 분석가는 “국유 기업들이 주주 가치에 대해 전보다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는 점은 낙관적”이라고 말한다. 분명히 경영을 더 잘하고 있는 국유 기업도 있다. 중국 초상은행의 주식은 장부 가치의 1.5배로 거래되지만, 교통은행 주식은 0.5배의 가격으로 거래된다.

잠재적으로 더 중요하지만 확실히 많은 오해를 사고 있는 문제는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혼합 소유제”다. 당국은 국유 기업에 대한 민간 부문의 투자를 유치하고 민간 기업들이 국유 기업 파트너를 찾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러한 ‘교차 수분’은 이미 선례가 있다(대표적인 사례는 2000년대 초반 주요 국유 기업들이 증시에 상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전문 연구 기관인 플레넘(Plenum)의 첸롱(Chen Long)에 따르면, 이번 개혁은 앞선 개혁보다 더 폭넓은 분야의 기업들을 통합하게 될 것이다. 지난 몇 해 동안 국유 기업들은 1조 위안(171조 1500억 원) 이상의 민간 자본을 끌어들였다. 또한 2020년 상반기 50개에 가까운 중국 민간 부문의 기업들이 국유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유치했다.
민간 부문과 공적 부문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방식은 이 외에도 더 있다. 중국에서 사기업은 항상 사내에 당 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지만, 많은 기업들은 오랫동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규모가 큰 기업들에게는 더 이상 선택권이 없다. 인터넷 검색 기업 써우거우(搜狗)의 대표 왕샤오촨(王小川)은 2018년에 이러한 새로운 관계의 진상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그는 먼저 “명확하게 생각해 보면, 국가에 보조를 맞추게 될 것이다. 대대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길을 걷고자 하는 기업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그는 말한다. “아마 사업이 고통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과거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이러한 변화로 정부가 바라는 결과가 나오고 있음을 시사하는 자료가 있다. 저장대의 경제학자 장샤오첸은 혼합 소유 기업으로의 변화를 단행한 국유 기업과 민간 기업 모두가 연구 개발 자금을 늘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국유 기업들은 아이디어의 유입과 위험 수용 범위의 확장으로 이득을 본다. 민간 기업들은 정부와의 연결 고리 강화를 통해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다.

오랜 기간 관료들의 목표가 되어 왔으나 별다른 성공이 없었던 집적 회로 분야를 보자(표 참조). 집적 회로는 현재 큰 의미가 있는 시장이다. 정부는 국유 기업, 민간 기업, 그리고 이 둘이 함께 포함된 사업에 1000억 달러(118조 43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낭비되는 자금이 많지만, 성장의 조짐도 보인다. 2016년에 공적 자본과 민간 자본을 출자해 설립된 반도체 회사 양쯔 메모리 테크놀로지(YMTC)는 지난 4월 삼성이 생산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기술력으로 메모리 칩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 메모리 칩은 128단의 뚜렷한 회로층을 자랑한다.
계획, 계획, 그리고 또 계획/ 중국, 주요 산업 정책과 계획/ 8차, 산업 구조 개선 및 근대화를 위한 점진적인 노력, 기초 기계 장치, 집적 회로, 통신 장비, 기초 원자재, 경량차/ 9차, 산업 구조의 추가적인 개선, 전력 생산, 집적 회로, 통신 장비, 석유 화학 처리, 자동차 부품 및 소형차/ 10차, 산업 구조 최적화, 글로벌 경쟁력 향상, 송신 장비, 집적 회로, 고속 광대역, 합성 자재, 저공해 엔진/ 11차, 산업 구조의 최적화와 개선, 재생 에너지, 집적 회로, 무선 기술, 생명 산업, 자동자 전장/ 12차, 변혁과 개선, 핵심 산업 경쟁력 증진, 에너지 절약 기술, 집적 회로, 사물 인터넷(IoT), 생명 기술, 청정 에너지 자동차/ 13차, 근대 산업 체계 최적화. 강력한 제조업 국가 전략 수립, 에너지 저장, 집적 회로, 5G 네트워크, 생명 기술과 유전체학, 신에너지 자동차/ 그래프: 명목 산업생산, 1조 위안/ 출처: 중국 국가 통계국, 국무원, 이코노미스트
컨설팅 기업 가베칼 드래고노믹스(Gavekal Dragonomics)의 분석가 댄 왕은 양쯔 메모리의 칩이 삼성 제품만큼 품질이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측하면서도 칩 설계와 생산 측면에서 중국의 발전을 보여 준다고 평가한다. 양쯔 메모리의 이야기에서 놀라운 점 한 가지는 이 업체가 코로나바이러스 판데믹의 진원지였던 우한에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양쯔 메모리의 공장을 계속 가동하고 재료를 수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도시에 완전한 봉쇄령을 내렸을 때도 노동자들이 매일 출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새로운 형태의 거국적 체계”가 적용된 사례였다.

그러나 국유 기업 부문의 기본적인 긴장감은 풀리지 않고 남아 있다. 정부는 수익성에 더 중점을 두고 있지만 의사 결정은 상업적 논리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 주석이 지도하는 중국에서는 중국의 부상을 지원하면서 국가적 의무를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강력해진 공산당의 통제는 책임의 주체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 주요 국유 보험 회사의 간부는 사내 당 위원회가 임원 인사를 전적으로 통제하며 기업 순자산 가치의 20퍼센트가 넘는 규모의 투자에 대한 “의견”을 제출한다고 전했다. 의견은 완곡한 표현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보통은 최종적인 결정입니다. 그 누구도 당 서기를 거스르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뭔가 잘못되면 이사회가 책임질 겁니다.”

민간 부문에서는 갈수록 커지는 시 주석의 영향력에 대한 외부인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임기 중 거대 기업들이 얼마나 성공하고 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10대 비국유 기업들은 시 주석이 취임한 이래 시가 총액에서 대략 2조 달러(2368조 6000억 원)를 추가했다. 시 주석의 법원 권한 강화와 금융 체계 규제는 임원들이 기업을 인수하고 특허권을 침해하는 업체에 소송을 제기하며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

 

역사를 반증하며


이 모든 변화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점진적인 안정화 과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제에서 시장의 힘이 강력하게, 더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글로벌 자산 운용사 UBS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10대 개발 업체들은 5년 전 시장의 20퍼센트를 점유하고 있었지만, 현재 점유율은 34퍼센트에 달한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의 임기를 안정화 시기로만 볼 수는 없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소셜 미디어 애플리케이션 틱톡(TikTok)을 만든 바이트댄스, 전자 상거래 시장의 강자 알리바바(Alibaba)에게 도전장을 내민 핀둬둬(拼多多), 그리고 안면 인식 기술의 선봉에 선 인공지능(AI) 기업 센스타임(SenseTime) 등이 대표적이다.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 센스타임의 안면 인식 제품이 해를 끼칠 이들에 대한 우려는 곧 문제가 될 것이다. 비록 지금은 보여 주기 식으로 혼합 소유 구조의 기업에 당 위원회 설치를 요구하지만, 사기업 내에 당 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는 행태는 기업가들을 국가에 옭아맬 뿐이다. ‘거국 체제’를 통해 일군 기술 발전이 한계, 의심, 그리고 서로 충돌하는 인센티브 구조 등 동반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을 상쇄할 수 있을까?

국유, 민간을 막론하고 중국의 대규모 기업의 투자, 해고, 브랜딩과 같은 주요 의사 결정은 항상 정부 조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러한 가능성은 이제 더 분명히 전달되고 더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소유주와 관계없이 모든 기업은 중국의 영광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손을 놓아 버리면/ 중국/ 왼쪽, 여타 금융 기관에 대한 은행의 청구권, GDP 대비, %/ 오른쪽, 전체 부채, 전년 대비 증가, %/ 출처: 금융 정보 업체 윈드
새로운 기업 모델의 기수는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 업체 비야디(BYD) 같은 기업이다. 한편으로 비야디는 중국 경제 성장의 연료가 되어준 의욕적인 기업가 정신을 전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화학자였던 왕촨푸(王傳福)는 1990년대 중반 박봉의 공무원직을 떠나 스스로 휴대폰 배터리를 개발했고, 자동차를 개발했다. 지금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은 비야디의 최대 투자자다.

그러나 비야디와 공산당의 연은 강력하다. 왕 회장은 공산당원이다. 비야디 사내 당 위원회 활동이 주주들에게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은 없지만 국영 매체들은 당 위원회가 기업의 의사 결정에 관여하고 있다고 보도한다. 종종 비야디의 결정이 정부의 우선순위와 놀랄 만큼 잘 맞아떨어질 때도 있다. 작년 미국이 궁지에 몰린 중국의 통신 기업 화웨이에 제재를 가했을 때 비야디는 화웨이 휴대폰을 생산했다.

국가와 민간 부문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사적 이익과 국가 이익을 구분하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비효율성, 모순, 권위주의, 그리고 점점 더 신앙에 가까워지는 지도자 숭배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만들어 내고 기술을 발전시켜 세계 경제의 최전선에 오르고자 하는 중국의 시도가 국가 자본주의로 인해 좌초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일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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