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흔드는 자기 합리화
2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중국의 배짱에는 이유가 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이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면서 우리나라도 중국과 교류를 확대했다. 중국이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한동안 이어졌고, 중국어가 조만간 필수 소양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자연스럽게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이나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도 크게 늘었다. 그런데 당장이라도 차이나 드림이 실현될 것 같던 분위기는 오래 지나지 않아 사그라졌다. 현지 적응에 실패해 도로 한국행 짐을 싼 사람들의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면서 중국은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고, 중국인은 우리와 아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줄어드는 사이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경제, 군사 측면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국력을 키웠다. 지난해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얼어붙은 와중에도 유일하게 2퍼센트대의 성장을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20년 전과 같은 시선으로 중국을 바라본다. 세계의 공장에서 이제는 거지도 QR코드로 구걸하는 IT 강국으로 변모한 중국을 여전히 단편적으로 이해할 때가 많다. 해외에서 누가 중국인이냐고 물으면 “아임 코리안”이라고 화내듯 대답하는 스스로의 모습에서 ‘중국인은 목소리만 크고 시민의식이 부족해’,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 멀었어’ 등의 고정 관념이 묻어난다.

저자는 중국 심리전과 협상술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자기 합리화를 꼽는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나 역시 중국의 성장을 애써 외면하며 ‘그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식의 합리화를 해왔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때로는 뻔뻔하게 배짱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는 중국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는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 실현을 우선순위로 삼는 냉철하면서도 현실적인 전략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배짱으로 지금도 고속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달라진 중국을 보다 객관적으로 마주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

전찬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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