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대기업들의 영역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기술 기업들의 이름은 어휘 측면에서 특이하다. 구글(Google)과 줌(Zoom)은 동사다. 알리바바(Alibaba)가 설립한 중국의 거대한 전자 쇼핑몰인 타오바오(淘宝, 보물을 고르다) 역시 동사다. 우버(Uber)와 중국의 차량 호출 업계 라이벌인 디디(滴滴)라는 이름은 모두 ‘택시’와 비슷한 의미다. 페이스북(Facebook)은 베트남에서는 그 자체로 인터넷을 의미하는데, 사람들이 주로 페이스북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기 때문이다. 아마존(Amazon), 애플(App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넷플릭스(Netflix)는 온라인 쇼핑, 스마트폰, 사무용 소프트웨어, 동영상 스트리밍을 뜻하는 단어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의미로 쓰이고 있다.

기술 비평가들은 이런 개념적인 규칙들이 디지털 세계에서 확보한(일부는 부정한 방법으로 확보한) 기술 기업들의 지배력을 은밀하게, 함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2월 미국의 반독점 당국은 페이스북을 반경쟁 행위로 고소했다. 중국의 관련 당국도 알리바바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구글을 상대로 제기된 반독점 소송 세 건 가운데 한 가지의 핵심 쟁점은 구글이 해마다 80억 달러에서 120억 달러 사이의 비용을 애플에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 문제다. 이는 애플이 전 세계에서 거두는 수익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 구글은 자사의 검색 엔진을 애플의 여러 기기들에서 기본 옵션으로 설정하기 위해 이런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구글은 또 신생 매체들이 지지하는 라이벌 광고 시스템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담합을 페이스북에게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명과 주력 분야 사이의) 언어적 연관성을 제거하려는 노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비디오 게임 제작사인 에픽게임즈(Epic Games)는 애플의 앱 스토어가 앱 개발자들로부터 돈을 뜯어내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과 유럽에서 애플을 상대로 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2월 22일 영국의 경쟁 감시 기구는 기술 대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조치가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유럽 연합(EU)은 기업들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호주는 최근 기술 대기업의 검색 결과나 소셜 미디어 피드에 표시되는 뉴스와 관련해 뉴스 발행사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외부에서 보면 기술 산업은 안락한 클럽 같은 인상을 준다. 이 클럽의 회원들은 서로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더 심각하게는 독점 체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서로를 도와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속한 거물들이 가진 힘은 점점 커지기만 할 뿐이다. 지난해 시가 총액 기준으로 전 세계 상위 10대 디지털 기업들은 모두 2610억 달러(293조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 일하고, 놀고, 쇼핑하고, 어울리는 과정에서 기술 대기업들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시가 총액 합계는 영국 주식 시장 전체의 가치보다 더 많은 3조 9000억 달러(4384조 원)나 늘었다. 투자자들은 이 기업들이 앞으로 더 큰 영향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술 대기업들의 시각은 다르다. 알리바바, 애플, 구글, 페이스북은 기업 간 합의가 완벽하게 합법적이라고 말한다. 서로 협업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각자의 제품들 사이의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기술 거물 기업들은 모두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 맹렬하게 싸우는 사이라고 주장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 사장은 경쟁과 협력의 비율이 “80:20”이라며 경쟁 관계임을 강조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애플을 두고 “우리의 최대 경쟁자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애플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매일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경쟁에 대한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음을 절감한다.”

최근 몇 주 동안 기술 대기업들은 확실히 친밀감을 보이기보다는 가시 돋친 설전을 벌여 왔다. 애플은 조만간 (애플 이외의) 다른 기업들이 만든 앱과 웹사이트가 사용 내역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설정할 것인지를 사용자들에게 물어보는 새로운 프라이버시 정책을 시행한다. 페이스북은 이 정책과 관련해 애플을 공격하는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페이스북 측은 새 정책이 고객들에게 다가가려 하는 소규모 기업들에게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주장한다. 애플의 수장인 팀 쿡(Tim Cook)은 페이스북이 사용자들의 정보를 아무렇게나, 함부로 대하고 있음을 시사해 왔다.

지난 2월 22일, 마이크로소프트는 호주의 방식과 유사한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유럽의 뉴스 발행인들과 협업하기로 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호주의 법안을 반대했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달 호주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선언하자,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연히 라이벌에게 말도 안 되는 세금을 부과하고 자사의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싶을 것”이라고 반격했다. 구글이 말하는 시장 점유율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 엔진인 빙(Bing)의 점유율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거친 설전은 공격받고 있다는 테크 대기업들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지배력을 가진 기업들이 여전히 건재하고 때로는 합종연횡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디지털 시장에서는 새로운 도전자들이 차례차례 입지를 다져 나가고 있다. 월마트가 온라인 소매업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고, 디즈니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전통 산업의 강자들이 디지털 영역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이커머스(e-commerce) 분야의 쇼피파이(Shopify)나 클라우드 및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분야의 세일즈포스(Salesforce)와 같은 기술 분야의 준대기업들 역시 침공 모드에 돌입했다. 스타트업으로 자본이 쏟아지는 현상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는 신호로 어렵지 않게 해석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업계의 가장 강력한 거물들이 점점 더 서로의 땅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는 것이다.

 

결정적 순간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기술 분야가 더욱 치열한 경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승자 독식 시대는 저물고 있다. 그렇게 되면 기술 기업들의 명칭 사전은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되었다. 중국의 양대 디지털 그룹인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시장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서로는 물론 전도유망한 기업들과도 경쟁하고 있다. CLSA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이커머스 시장에서 알리바바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2013년에 62퍼센트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에는 51퍼센트였다(표1 참조). 한때는 파편화되었던 경쟁에서 이제는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다음으로) 가장 큰 두 기업은 핀둬둬(拼多多)와 텐센트의 지원을 받는 온라인 상점인 징둥닷컴(JD.com)인데, CLSA증권은 징둥닷컴이 시장에서 24퍼센트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텐센트의 위챗페이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중국 쇼핑객들의 디지털 지갑을 놓고 오랫동안 경쟁해 왔다. 지난해 텐센트는 향후 5년 동안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 5000억 위안(87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자금은 알리바바를 따라잡기 위한 실탄이 될 것이다.
중국의 교훈/ 중국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단위:%)/ 출처: CLSA
미국의 기술 지형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미국 내 기술 분야 상위 11개 부문 시장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시장 전체의 매출은 1조 6000억 달러(1799조 원)였다. 추정치가 포함된 결과에서 앱 스토어,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컴퓨팅, 온라인 광고 업종에 속하는 최상위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5년 동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해 왔다. 음식 배달, 차량 호출, 동영상 스트리밍 업종에 속하는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2015년 이후 두 자릿수 규모로 하락했다.

이커머스와 스마트폰 등 상위 기업의 점유율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분야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시장에서 차상위 도전자 두 곳의 점유율은 빠르게 상승했다(표2 참조). 2위와 3위의 현재 시장 점유율이 3분의 1 이상인 곳은 11개 중 6개 분야였는데, 2016년의 2개 분야에서 늘어난 결과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업체들은 톱3 기업에 비해서 크게 뒤처져 있다.
테크놀로지의 새로운 사전/ 미국, 매출액으로 추정한 시장 점유율(단위: %)/ 푸른색, 1위/ 하늘색, 2위 및 3위 기업/ 회색, 나머지 모든 기업/ 가중 평균(매출액에 장기 이윤 추정치를 곱한 수치)/ 전화기/ 차량 호출/ 앱 스토어/ 광고/ 이커머스/ 클라우드/ 스트리밍/ 결제/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게임/ 음식 배달/ 출처: 블룸버그(Bloomberg), 가트너(Gartner), 미국 인구 조사국(USCB), 마그나(Magna), 뉴주(Newzoo), 센서 타워(Sensor Tower), 각 기업 보고서
신진 세력들의 일부는 기술 대기업의 본고장인 실리콘밸리와 시애틀 출신이 아니다. 디즈니의 신규 스트리밍 서비스는 2019년 말 론칭 이후 전 세계에서 9500만 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넷플릭스의 10배 가까이 빠른 속도다. 월마트의 다년간에 걸친 온라인 시장 투자는 판데믹 기간에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베스트바이(Best Buy), 홈디포(Home Depot), 타깃(Target) 같은 기타 오프라인 매장 소매업체들도 디지털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설립 14년이 지난 캐나다 기업 쇼피파이의 미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2015년 70분의 1에서 현재 10분의 1로 커졌다. 쇼피파이의 시가 총액은 지난 2년 동안 일곱 배 상승해 1500억 달러(168조 원)에 이른다.

새로워진 경쟁 문법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미국 내 5대 대기업들 사이에 겹치는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사이의 경쟁 구도보다 훨씬 더 거대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전 세계의 기술 기업들에 투자하는 대형 자산 관리사 베일리기포드(Baillie Gifford)의 제임스 앤더슨(James Anderson)은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거물들이 보여 주는 “전면전을 불사한다는 정신”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번스타인(Bernstein) 증권의 마크 시뮬릭(Mark Shmulik)은 현대 컴퓨터 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는 불 대수(Boolean algebra)[1]를 언급하면서, 기술 대기업들이 “또는(or)”으로 분리된 세계로부터 “그리고(and)”로 연결되는 세계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다.

기업들은 확실히 각자의 시스템이 서로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아이폰 수요를 자극하는 것은 구글의 검색 엔진 및 지메일(Gmail)이나 페이스북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들을 이용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구다. 아마존이 제공하는 저렴한 클라우드 컴퓨팅은 더 많은 앱의 애플 앱스토어 출시로 이어지고 있다. 구글의 최대 광고주 중 한 곳은 바로 아마존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서피스 듀오(Surface Duo) 스마트폰의 운영 체제인 안드로이드에 라이선스 비용을 내고 있다.

5대 기업의 고위 간부들과 똑똑한 척하는 사람들은 최근에는 서로를 저격하고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 서로를 잘 알고 있고 존경한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을 때, 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고 강조하는 내용의 광고를 폐기했다. 해당 광고는 구글이 타깃 광고를 하려고 사용자의 이메일을 들여다봤다는 혐의를 제기하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내부 관계자들은 구글의 엔지니어들과 나델라의 친분이 이러한 결정에서 나름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나델라는 또 검색 분야에서 구글을 앞서려는 시도를 중단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경쟁의 시초


기술 대기업들이 서로를 겨냥해 단행한 기습의 상당수는 쓰디쓴 결과로 끝을 맺었다. 2010년대 초반, 이들 대기업 모두는 휴대 기기 제조에 공을 들였다. 아마존의 파이어 폰(Fire Phone)을 기억하는가? 마이크로소프트는 준(Zune)을 선보였지만 결코 아이팟(iPod)이 될 수 없었고, 빙(Bing)은 아직도 (‘구글링’ 같은) 동사의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다. 아이폰 사용자들의 상당수는 구글 맵(Google Map)으로 위치 탐색을 하고 애플의 지도 앱은 외면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일찍이 이커머스 분야를 겨냥해 선보인 기프트(Gifts)에 대한 반응은 새로운 양말 한 켤레의 출시만큼이나 미지근했다.

실제로 미국의 5대 거물들은 시가 총액 2조 달러에서 3조 달러에 가까운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핵심적이었던 비즈니스로 매출의 상당 부분, 수익의 대부분을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광고 부문에서 알파벳은 매출의 80퍼센트를, 페이스북은 98퍼센트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0년에 애플이 거둔 수익의 무려 80퍼센트는 매끈한 기기(주로 아이폰) 덕분에 올린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도 수익의 상당 부분을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에, 아마존은 온라인 스토어에 의존한다. 물론 아마존은 (비교적 미미하기는 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부분 계열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수익을 거두고 있기는 하다.

과거에는 의존도가 더 높았다. 아이폰을 처음 구매하는 사람들의 수가 감소하면서,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 컴퓨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결제, 금융, 엔터테인먼트 부문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 부문에서 거둔 수익의 비중은 5년 전의 두 배인 20퍼센트다. 서비스 가운데 일부, 동영상 스트리밍이나 음악 스트리밍 등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나 프라임 뮤직(Prime Music) 서비스,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동영상 전문 서비스나 스포티파이(Spotify) 같은 음악 전문 서비스와 경쟁하고 있다. 아마존의 이커머스 수익 비중은 2015년의 87퍼센트에 비해 감소한 72퍼센트를 기록했다. 아마존은 현재 매출액의 10분의 1은 클라우드로, 6퍼센트는 디지털 광고로 올리고 있다. 알파벳이 지난해 광고 부문으로 올린 매출액의 비중은 2015년에 비해 10퍼센트포인트 낮았다.

주력 분야에서 빠져나간 비율은 더 광범위한 분야의 신규 벤처 사업들이 채우고 있다. 빅5 기업들의 경로를 방해하는 사업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매출액의 거의 5분의 2를 서로 겹치는 분야의 비즈니스에서 얻고 있다. 2015년의 5분의 1에서 상승한 수치다(표3 참조). 번스타인이 기술 분야를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스피커, 메시징 서비스, 화상 회의 등 대략 20여 개 영역으로 나누어 살펴본 결과, 기술 대기업 모두가 대부분의 영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
문어발/ 빅5 기술 기업(단위: %)/ 하늘색, 전체 매출액에서 핵심 비즈니스가 차지하는 비중의 평균/ 파란색, 전체 매출액에서 다른 기술 대기업들과 겹치는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 출처: 각 기업 보고서
상당수는 아직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거대 기술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으면서(연간 수익 대비 수치(PER)로 보면 25에서 82 사이), 야심 찬 성장 계획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주력 비즈니스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고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뭔가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의 원천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반독점 당국이 경계를 강화하면서 대기업들이 경쟁 스타트업들을 낚아채거나 무력화시키는 일이 점점 더 힘겨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은 이미 알려져 있는 거대한 시장에서 자구적인 노력을 통해 벌이는 경쟁에 달려 있을 수도 있습니다.”

경쟁 과정의 상호 권익 침해는 몇 가지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 동일 분야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례가 점점 더 늘고 있다. 둘째,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유사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경쟁 업체들이 요금을 부과하고 있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또는 그 반대로, 경쟁사가 사용자의 데이터를 광고주들에게 판매하는 대신에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광고를 보여 주지 않는 대신 요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셋째, 모두가 인공지능(AI)이나 자율주행차 같은 초기 단계의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클라우드 분야에서는 직접적인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현재 630억 달러(71조 원) 규모의 시장은 연간 40퍼센트의 비율로 성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10~20년 내로 1조 달러(1123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마존의 수장인 제프 베조스는 한때 (오프라인 대형 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이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Kindle)을 베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몇 달이 걸렸지만, 천재적인 기술 전문가 라이벌들이 AWS를 따라 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 데는 몇 년이 걸렸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11년 된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 애저(Azure)는 연간 200억 달러(22조 4000억 원)로 추산되는 매출액을 긁어모으고 있다. 번스타인에 따르면, 구글의 매출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7퍼센트에서 2024년 12퍼센트로 성장할 것이다. 중요성을 인지한 구글은 지난 1월 자사의 클라우드 비즈니스의 경영 실적을 공개했다(2020년에는 56억 달러[6조 2900억 원]의 손실이 났다).

또 다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영역은 판데믹으로 터보 엔진을 장착한 이커머스 분야다. 페이스북은 한동안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라는 중고 물품 마켓을 운영하고 있었다. 지난해 5월 페이스북은 아마존을 보다 직접적으로 겨냥한 페이스북 숍스(Facebook Shops)를 선보였는데, 이미 페이스북이나 계열사인 인스타그램(Instagram)을 이용하고 있는 1600만 개 이상의 기업들에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일종의 쇼윈도를 제공하는 것이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모두 쇼피파이와 협업하고 있다. 쇼피파이를 이용하는 판매자들은 자체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한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도 조금 우회적인 방식이기는 하지만 소매업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월마트 측에 자동화된 결제 기술을 판매하려는 계획이다.

페이스북의 주요 수입원인 소셜 미디어도 라이벌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태블릿인 서피스(Surface)와 비디오 게임 콘솔인 엑스박스(Xbox)를 포함한 소비재 비즈니스를 강화할 목적으로 짧은 길이의 동영상을 공유하는 중국의 앱 틱톡(TikTok)을 인수하려고 했다. 올해 들어서는 사진을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인 핀터레스트(Pinterest)의 인수를 검토했다. 어느 쪽도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의중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아마존과 가까운 한 임원은 아마존이 소셜 미디어를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제정신이 아닌 것”이라고 했다. 2013년 아마존은 사람들이 책을 평가하고 추천서도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인 굿리즈(Goodreads)를 인수했는데, 이러한 결정은 “페이스북이 책 서비스를 갖춘 격”이라고 묘사돼 왔다. 아마존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구매한 내역을 평가하고 있는 수백만 명의 사용자들이 향후 소셜네트워크로 진화할 수 있는 싹을 틔우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의 전직 임원 한 명은 “페이스북이 쇼핑 분야로 옮겨 가는 것보다는 아마존이 소셜네트워크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쉬울 것”이라고 장담한다. 소셜네트워크 구축에 필요한 기술보다는 아마존이 이미 통달해 있는 배송과 물류가 더 까다로운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색 분야가 있다. 클라우드 부문에서의 성공으로 용기를 얻은 마이크로소프트는 나름 괜찮긴 하지만 아직은 존재감이 미미한 빙(Bing)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다. 아마존은 자사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하는 판매자들이 온라인 쇼핑객들에게 상품을 보여 주고 싶어 하는데, (상품 검색과 관련한) 수익을 구글이 전부 챙겨 가게 할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아마존의 검색 광고 비즈니스는 여전히 구글의 몇 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대부분의 상품 검색이 아마존의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시작되고 있다.

애플 역시 검색에 야심을 품고 있다. 2018년 애플은 구글에서 검색과 AI 부문을 이끌던 존 지아난드레아(John Giannandrea)를 전격 영입했다. 그 이후 사람들은 웹 크롤러(web crawler)인 애플봇(Applebot)이 더 활성화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마도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먹어치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술 업계의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의 음성 인식 서비스인 시리(Siri)는 “기본적으로 검색 엔진”이다. 그는 애플의 아이클라우드(iCloud)가 부유한 아이폰 사용자들이 주로 묻는 아주 가치가 높은 질문들에 대답함으로써 “실속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광고비를 놓고 구글과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는 아마존과는 달리 애플은 검색 광고로 직접 수익을 얻으려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애플의 검색 프로젝트는 프라이버시를 우려하는 사람들을 안전한 “울타리가 있는 정원(walled garden)”으로 더욱 깊이 유인하는 것을 목표로 할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에게는 상당히 원통한 일이다.
또 다른 종류의 경쟁도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을 약화시키는 것은 팀 쿡의 목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아이폰의 사용자 데이터 추적 옵션 제안으로 인해)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저커버그나 알파벳의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는 사용자들이 데이터 추적을 허용하겠느냐는 질문에 안심하고 “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서비스와 제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피차이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의 워드 프로세서와 스프레드시트부터, 행아웃(Hangouts)이라는 화상 채팅 앱과 알파벳의 머신러닝(ML) 소프트웨어인 텐서플로(TensorFlow), 그리고 클라우드 컴퓨팅 프로젝트인 쿠버네티스(Kubernetes)에 이르는 온갖 종류의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을 바탕으로 한 무료 서비스들로 경쟁 업체들이 굳이 발을 들여놓을 인센티브가 없는, 구글만이 완벽한 경쟁력을 갖춘 수익의 사막(profit desert)을 만들려 한다고 보고 있다. 구글에게는 가치 있는 데이터로 가득한 사하라 사막인 셈이다.

지금은 이들이 새로운 기술 부문의 틈새로 진입하기보다는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사용자들의 요구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 전직 임원은 아마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인터넷과 방대한 데이터가 존재하는 한, 어느 한 분야의 비즈니스에 종사하고 있더라도 장벽을 넘어 다른 분야로 진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커머스와 소셜 미디어가 바로 대표적인 사례다. 소매업체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구매자들의 대량 구매를 유도하는 ‘소셜 쇼핑’은 중국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 서구권에도 조만간 도입될 수 있다.

수억에서 수십억 명에 이르는 고객 기반 덕분에, 기술 플랫폼들은 쉽고 저렴하게 다각화를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주력 제품들을 책임지고 있는 하비에르 올리반(Javier Olivan)은 페이스북의 마켓플레이스는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 그룹에서 다양한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감지한 뒤 시작한 서비스라고 말한다.

다른 이의 어깨너머를 힐끔거리던 기업들은 이제 정면을 제대로 응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와 AI에서 볼 수 있듯이, 결국엔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되는 경우도 많다. 5대 기업들 중에서 네 곳이 이미 디지털 어시스턴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이런 서비스가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주요 관문이 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가 결제 분야를 탐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최근 페이팔(PayPal)이 거둔 성공의 영향도 컸다. 페이팔은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의 영역을 잠식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기술 대기업들은 AI라는 야심 찬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애플은 자율주행차량을 개발하기 위해서 몇몇 자동차 업체들과 협상하고 있다. 이 분야는 현재까지 5대 기업 중에서는 알파벳의 계열사인 웨이모(Waymo)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아직 실체는 없지만, 애플이 자동차를 만든다는 발상은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자율주행차량 스타트업인 죽스(Zoox)를 인수했다. 알리바바와 중국의 검색 엔진인 바이두(Baidu) 모두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상황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휴대 전화 부문에서는 경쟁이 거의 벌어지지 않고 있다. 모바일 운영 체제 분야를 지배하고 있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는 여전히 건재한 양대 산맥이다. 앱 스토어 역시 마찬가지다. 온라인 광고 시장은 전반적으로 조금 더 경쟁적이다. 그러나 아마존이 정말로 검색 분야에서 구글과 어울리고 싶은 것인지, 틱톡이 소셜 미디어 분야에서 페이스북의 직접적인 라이벌이 되고자 하는지는 불확실하다.

기술 거물들은 상황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독점 행위를 감시하는 당국을 자극해 잠재적인 경쟁자들이 규제 당국으로부터 각자의 주력 비즈니스를 지켜 내는 데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른 시장을 침해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업계의 한 임원은 “모든 이들이 내가 아니라 저쪽에 있는 자가 잘못이라고 필사적으로 주장한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0년대 후반 검색 분야에서 구글이 가진 지배력에 대항해 기업들의 연합을 구축하고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문제를 제기했었다. 연합의 회원사들로는 지역 검색 및 리뷰 사이트인 옐프(Yelp)도 있었다. 이들은 다시 한 번 구글에 대항하려 하고 있다. (구글의) 내부 관계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잠복 요원”들이 살아났다며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기술 대기업들을 조사하는 미국 의회 위원회에 법률 자문을 한 컬럼비아대학교 법학대학원의 리나 칸(Lina Khan)은 기술 대기업들이 클라우드나 음성 어시스턴트 같은 일부 영역에서 소규모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은 핵심 영역에서는 전투를 벌이지 않고 있다. 칸은 이런 경쟁이 집단적인 지배 체제로부터 혜택을 얻는 쉬운 방법을 포기하고 벌어지는 싸움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이름


교전이 격화된다면, 기술 기업들의 수익성은 떨어질 수 있다. 경쟁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는 이미 수익률이 저하되고 있다. 베일리기포드의 앤더슨은 구글이 AWS와 애저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클라우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인 것이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클라우드에 투자하고 있는 텐센트의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알파벳의 영업 이익률은 지난 10년 동안 13퍼센트포인트 떨어졌다. 애플의 영업 이익률도 2012년 정점에 도달한 이후 10퍼센트포인트 낮아졌다. 페이스북의 영업 이익률은 2017년에는 50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높았지만 이후 4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각자의 개별 비즈니스 부문이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렸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이익률이 줄어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가능성은 경쟁이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명은 신규 시장으로의 진입이 주력 비즈니스의 수익을 갉아먹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해당 시장의 다른 경쟁 업체들에도 압력으로 작용한다.

기술 대기업들이 서로 결탁해 전 세계 디지털 시장의 파이를 나눠 갖고 있다거나, 조심스럽게 서로를 피하고 있다는 가정은 더 이상 들어맞지 않는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현대 경제에서 중요한 영역인 디지털 시장에서 지금보다 많은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수가 아니더라도, 이들이 끝까지 치열하게 싸운다면, 결국 모두에게는 좋은 일이다.
[1]
영국의 수학자 조지 불(George Boole)이 19세기에 창안한 대수의 형식으로 컴퓨터가 작동하는 기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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