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외교
1화

외교관의 새로운 도구

판데믹 덕분에, 외교관에게 더 크고 나은 도구가 생겼다.

판데믹 전이라면 만우절 장난으로 여겨졌을 일이 벌어졌다. 미국 국무부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아프리카로 첫 번째 ‘가상 여행’에 ‘참석’하고 ‘대륙 전역의 젊은이들과 교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4월 27일 미국 국무장관은 나이지리아의 무함마두 부하리 대통령을 만나러 ‘가상 여행’을 떠났다. 그런 다음 케냐의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을 만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재확인하고, 로컬 재생 에너지 회사 몇 군데를 ‘방문’했다. 다음은 뭘까. 홀로그램 정상 회담?

가상 외교는 농담이 아니다. 여행이 어려워지고 대면 회의가 종종 불가능해지면서 지난 1년간 국제 관계는 가상 회의로 유지됐다. 이 과정에서 외교 도구가 확대됐다. 외교관들은 판데믹 이후의 미래에도 이 도구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직접 만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줌(Zoom)에서는 ‘음소거’ 버튼이 말썽을 부리기도 하고, 외교의 화폐인 신뢰를 쌓기도 쉽지 않다. 줌에서는 눈썹 경련이나 입술의 움직임, 불안한 발걸음처럼 말만큼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신체 언어의 미묘한 징후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근접성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의 옆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훌륭한 채널을 갖는 것과 같다(예: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지 마십시오). 가장 어려운 합의는 닫힌 문 뒤에서 장시간의 세션을 거쳐 논의되는데, 복도나 숲속을 걷다가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해결되기도 한다. 블링컨 국무장관의 아프리카 가상 여행은 그 선의에도 불구하고 먼 나라를 직접 찾아가 경의를 표하는 것과 똑같은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물리적 외교는 차츰 돌아올 것이다. 5월 3~5일 G7 외무장관들은 영국 런던에서 2년 만에 처음으로 직접 만난다. 매일 코로나19 테스트를 받고 적절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면서 말이다. 6월에는 G7 지도자들이 영국 콘월에 모이고, 물리적인 나토(NATO) 정상 회담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번 유럽 방문은 대통령 취임 후 첫 번째 해외 순방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외교가 그렇게 단순히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가상 외교가 매우 효율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예를 들어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나지 않고도 전 세계를 누빌 수 있었다. 뮌헨 안보 회의에서 스크린으로 유럽 지도자들을 만났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쿼드(Quad) 참여국 정상들과 사이버 정상 회담을 가졌다. 지구의 날에는 수십 명의 세계 지도자를 기후 변화 정상 회의로 불러 모았다. 앞으로 UN 총회와 기타 대형 외교 행사는 축소될지 모른다. 그들의 일상적인 업무가 

인도-태평양의 쿼드(Quad) 지도자들과 사이버 정상 회담을 가졌다. 지구의 날에는 수십 명의 세계 지도자를 기후 변화 정상 회의로 모을 수 있었다. UN 총회와 기타 대형 외교 행사는 미래에는 축소될 수 있다. 그들의 일상 업무가 온라인으로 완벽하게 수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협상은 직접 만나 일을 처리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가상 회의가 더 실용적이고 생산적일 수 있다. 외교는 (이 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가 될 것이다.

가상 외교는 외교에 포괄성을 더해 준다. 분쟁 해결에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실험이 판데믹으로 더 강화됐다. 물리적 세계에서는 분쟁을 겪는 국가의 여성이나 젊은이들을 한자리에 모으기가 매우 힘들다. 그런데 UN이 리비아와 예멘에서 했던 것처럼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면 비교적 간단하다. ‘디지털 대화’가 폭넓게 이뤄지면 평화 프로세스가 하향식이라는 오명에 맞설 수 있고, 이렇게 도달된 합의에는 더 큰 정당성이 부여돼 합의 내용이 더 잘 작동할 수 있게 된다. 이 분야에 경력이 많은 전문가들도 이러한 ‘산업적 수준의 포괄’ 가능성에 들떠 있다. 이 방식은 평화 프로세스의 표준이 되어야 한다.

19세기에 전신(電信)은 사절과 연락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줄였다. 20세기에는 제트기로 물리적 거리가 줄어들었다. 이제 디지털 플랫폼이 물리적 존재를 대체하고 있다. 현명하게 사용하면, 외교가 더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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