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출석한 인공지능
7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공존의 대상, 인공지능 로봇

검색창에 인공지능 로봇을 입력해 본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그리고 자주 관련 기사들이 생산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일하는 로봇 오피스 시대가 열리고, 인공지능 로봇을 위한 전용 보험 상품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바쁠 때 인공지능 로봇이 커피나 샌드위치를 배달해 주는가 하면, 아플 때 약도 대신 가져다준다. 우리 일상 생활 속에 인공지능 로봇이 깊숙이 들어와 있는 모습이다.

잠들기 전 아이에게 항상 동화책을 읽어 준다. 다섯 살밖에 안 됐지만, 최근엔 나름대로 자기 취향이 생겨서 읽고 싶은 책을 고른다. 그중에는 인공지능 로봇이 주인공인 책이 있다. 먼 미래에 펼쳐질 공상 과학이 아닌, 실제 우리 생활에서 벌어질 법한 일을 흥미롭게 다룬다. 책 속에서 인공지능 로봇은 사람의 생체 변화를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진실과 거짓을 추론해 범인을 잡아낸다. 아이들에게 꽤 인기 있는 책으로, 어린 시절부터 인공지능 로봇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화 속과 달리, 인공지능 로봇이라고 하면 ‘나와는 거리가 먼 것’, ‘신기하지만 이질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공상 과학 영화에서는 인류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디스토피아적인 것으로도 자주 다뤄진다. 이미 우리 일상 곳곳에 들어와 공존하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은 기술의 발전이 거듭되면 저자가 말하듯, ‘포스트 휴먼’으로 우리 곁에서 살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속으로 된 로봇이 아닌, 피부와 장기, 두뇌 등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을 모두 갖춘 로봇. 감탄과 동시에 왠지 모를 서늘함이, 막연한 두려움이 함께 일어난다.

저자는 이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인공지능 로봇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간과 공존하다 보면 생각지 못한 갈등과 분쟁이 터져 나올 수 있으므로 법적인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인간과 로봇 모두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 로봇이 법적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지를 논증하는 과정은 꽤 흥미롭다. 인류 역사 속에서 노예와 초기 배아, 동물의 사례가 그랬듯, 인공지능 로봇 역시 유사한 과정을 거쳐 결국 법적 주체로서의 지위를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인공지능 로봇 이야기를 책 속에서, 일상 속에서 접하며 자란 아이들이 어른으로 살아갈 무렵에는 과연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지금으로선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과 물건, 그 사이 어딘가 불분명한 위치에서 불분명한 지위를 가질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인간만이 인류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 로봇이 발달할수록 인간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가능성도 동시에 존재한다. 분쟁이나 파국 대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길 기대해 본다.

정주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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