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 this year
1화

2021년의 세계 정치, 경제, 사회

2021년 글로벌 정치, 경제, 사회는 여섯 편의 〈007 시리즈〉로 정리할 수 있다.

올해 새로운 형태의 감염이 휘몰아치면서 전 세계는 코로나19 판데믹에 다시 한번 잠식됐다. 인도의 2차 확산세는 2020년 1차 파동에 비해 훨씬 더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 인도 정부는 일일 확진자 수가 40만 명, 사망자 수는 4000명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았다. 다소 불안한 가운데 부유한 나라들에서 백신 접종이 전개되었고, 입원율이 줄어들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다만, 오미크론 변이가 그 성과를 위협할 수도 있다. 한편, 백신 접종 현황은 고르지 못한 편으로 가난한 나라일수록 접종률이 크게 떨어진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경고한 바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백신 기증이 임시방편(ad hoc)에 그쳐 접종률을 끌어올리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퀀텀 오브 솔러스[1]


세계 각지에서는 봉쇄 조치가 종료되었는데, 그중에는 262일 동안 봉쇄가 계속됐던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도 포함되어 있다. 육상과 해상, 그리고 하늘을 통한 여행 제한도 대부분 해제되면서 가뜩이나 사면초가에 몰려 있던 여행 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은 11월에 한시적으로 백신 접종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그 이전의 10월까지 전 세계의 항공 여행 규모는 2019년 10월에 비해서 66퍼센트 낮은 수준이었다.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라고 구슬리기 시작했고, 일부 좀 더 강하게 회유하는 업체들도 있었다.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인 곳은 은행권이었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대표는 직원들에게 만약 식당에 기꺼이 들어갈 수 있다면 일터에도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 조사에 의하면 런던이나 뉴욕과 같은 도시 중심부에서의 보행량은 판데믹 전보다 여전히 훨씬 더 낮은 수준이었다. 2020년 10월에 560달러였던 줌(Zoom)의 주가는 현재 180달러로 떨어졌다.

2020년에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 올림픽이 마침내 개최되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올림픽은 조용히 치러졌다. 해외 관중들의 입장은 금지되었고, 박수 소리도 잠잠했다. 일본 정부는 판데믹에 대한 미숙한 대처 때문에 대중들의 지지를 잃었고, 결국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사임했다. 그의 후임은 기시다 후미오 신임 총리다.

미얀마에서는 쿠데타가 발생해 거의 10년 동안 이어져 온 민주주의로의 여정이 갑작스럽게 중단되었다. 2020년 말 총선에서 승리한 아웅산 수치를 밀어내고 지난 2월에 군부가 권력을 장악했다. 쿠데타 이후에 발생한 시위에서 수백 명이 살해되었다. 다수의 활동가들이 체포되었고, 일부는 게릴라전에 돌입했다. 권력을 장악한 군부는 거짓 혐의로 수치 여사에 대한 비공개 재판을 열어 그녀를 투옥했다.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은 2020년 대통령 선거의 패배를 뒤집기 위해 1월 6일 미국 의회를 점령했다. 민주당은 트럼프가 폭력 사태를 선동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퇴임 직전, 그에 대한 탄핵안이 상정되었는데, 이로써 그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임기 중 두 차례 탄핵안이 상정된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되었다. 그는 2024년 다시 한번 백악관 입성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이 새로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워싱턴에는 트럼프 시절의 혼란이 잦아들고 안정감이 찾아왔다. 그러나 사회 복지 정책에 수조 달러를 지출하려는 계획이 의회에서 가로막히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곧바로 교착 상태에 빠졌고, 사회기반 시설에 대한 1.2조 달러의 예산안을 겨우 통과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은 파리 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했다.

 

스카이폴[2]


제26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개최되었지만,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획기적인 돌파구는 마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종 합의안에서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했다. 미국과 중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증거들이 넘쳐났다. 중국과 독일에서는 여름에 홍수가 발생해 수백 명이 사망했다. 산불이 발생한 그리스, 이스라엘, 이탈리아, 터키는 황폐화됐고, 알제리에서는 90명이 사망했다.

OECD 주도로 지난 몇 년 동안 협상이 진행된 끝에, 136개 국가가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의 최소 요율을 15퍼센트로 설정하고 기업들이 사업 수행 국가에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강제하는 새로운 조치를 도입한다는 합의안에 서명했다.

라울 카스트로(Raúl Castro)가 쿠바의 정상에서 내려왔다. 이 섬나라는 1959년 혁명 이후 처음으로 카스트로 형제의 통치에서 벗어났다. 쿠바에서는 수많은 불만을 토로하는 보기 드문 시위가 벌어지면서 공산주의 체제가 동요했다.

 

러시아에서 온 가짜 연인[3]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탄압을 강화했다. 그는 혐의를 조작해 야당 주요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Alexei Navalny)를 투옥했다. 참고로 2020년에 나발니에 대한 독살 미수 사건이 있었는데, 그 후 그가 러시아에 막 귀국한 시점이었다. 러시아의 종속 국가나 다름없는 벨라루스의 독재자 알렉산더 루카센코는 부정선거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을 고문했다. 그는 또 유럽 최대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Ryanair) 비행기를 납치해 수도인 민스크(Minsk)에 강제 착륙시켰고, 탑승하고 있던 반체제 인사를 벨라루스의 경찰이 체포할 수 있게 했다.

러시아의 사이버 조직이 랜섬웨어 공격을 감행해 전 세계 기업과 정부의 업무를 마비시켰다. 해커들은 공격을 풀어주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요구했다. FBI는 미국 송유관 시스템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Colonial Pipeline)의 운영을 중단시킨 어느 조직에 전달된 비트코인 주소를 추적해 그들에게 지급한 금액 대부분을 되찾았다. 이와 별도로 바이든 행정부는 3월에 있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전 세계 이메일 시스템 공격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다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동맹국들과 거의 상의도 하지 않은 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병력을 급하게 철수시켰다. 그리고 아프간 정부는 미국 관계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탈레반이 나라를 장악했고, 혼란스러운 탈출 소동이 벌어졌다. 새로운 정권은 엄격한 이슬람법을 도입해 여학생들이 교육받거나 여성들이 일하는 것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었다. 아프간 경제는 붕괴했고, 구호 단체들은 겨울의 식량 위기를 경고했다.

독일에서는 16년간 장기 집권해 온 기독민주연합(CDU/CSU)이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총선에서 패배했다. 그들은 기독민주당의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없이 선거를 치렀다.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신임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녹색당-자유민주당 연정은 기후 변화 및 러시아 대응에 더욱 강경한 자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리에서 쫓겨났다. 3월에 총선을 치른 이후 6월에 우파-중도-좌파-이슬람 연정이 구성됐고, 대표인 나프탈리 베네트(Naftali Bennett)가 총리직에 올랐다. 이러한 결과는 5월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이 벌어진 후 나온 것으로, 이는 2014년 이후 최악의 사태였다. 5월 충돌은 이스라엘 병력이 폭도들을 체포하기 위해 알 아크사 모스크(al-Aqsa Mosque)를 급습하면서 촉발되었다. 하마스는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공습으로 대응했다. 이스라엘의 유대인들과 이스라엘의 아랍인들 사이에서는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페루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좌파 후보가 승리했고, 니카라과에서는 다니엘 오르테가가 야당을 탄압하면서 권력을 유지했다. 캐나다에서는 쥐스탱 트뤼도가 조기 총선을 실시했는데, 그는 자유당의 대표로서 소수 정부(minority government)[4] 총리직에 복귀했다.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는 종교적으로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가 승리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전임 총재였던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는 이탈리아의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총리직을 수락했는데, 그는 2022년 이탈리아 대통령직에 도전할 수도 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내전이 더욱 치열해졌다. 북부 주인 티그라이(Tigray)의 반군들이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를 위협하면서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외국 정부들은 자국민들에게 에티오피아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민간인들에게 스스로 무장할 것도 명령했다. 민병대들은 잔학행위를 자행했다. 정부군이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긴 했지만, 교전은 지속되고 있다. 수단에서는 2년 만에 두 번의 쿠데타를 겪었다. 군부가 민간인 총리를 복귀시키긴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군부의 장성들이 권력을 쥐고 있다.

 

세상은 충분치 않다[5]


중국이 기술 기업들에 대한 탄압 수위를 높였다. 중국 당국은 디디글로벌(Didi Global)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이후 이 회사를 조사했고, 더욱 엄격한 독점 금지 규정의 시행을 예고했다. 디디는 이러한 압력에 굴복하면서 결국 빅애플(뉴욕)에서의 상장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CEO들은 기업들이 “공동 부유(공동의 번영)”를 추진해야 한다는 시진핑 선언을 따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10월,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시가 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으나 이내 주가가 떨어졌다. 이후 테슬라 주가도 하락했다. 올초, 테슬라는 15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는데, 디지털 화폐의 변동성을 감안할 때 이는 위험한 투자였다. 점점 더 많은 국가에서 거브코인(govcoin, 중앙은행이 지원하는 디지털 화폐)의 출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10월에는 G7이 이와 관련한 정책을 발표했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받아들인 첫 번째 국가가 되었는데, 그러자 환율 불안을 우려한 반비트코인 시위대가 거리로 나왔다.

 

망령[6]


전 세계에서 물가가 급격히 상승했다. 올해 내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심하던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2월이 되자 입장을 전환해 내년에 금리를 세 차례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직전 잉글랜드은행(Bank of England)이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0.25퍼센트로 인상했다.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도 비슷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 있는 중요한 요소는 바로 높은 에너지 비용이다. 브렌트유의 배럴당 가격은 올초 50달러로 시작해 10월에 85달러까지 올랐다.
가뜩이나 인플레이션으로 골치 아픈 상황에서 공급망 체증을 일으키는 사고가 발생해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예를 들어, 로스앤젤레스의 해안에 화물을 하역하려고 줄 선 선박이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3월에 컨테이너 선박 에버기븐(Ever Given)호가 수에즈 운하에 갇히면서, 이곳을 통과하려던 369척의 배들을 막아섰다. 에버기븐호는 일주일 만에 풀려났지만, 원래 목적지였던 로테르담 항구에는 7월이 될 때까지도 도착하지 못했다.

영국에서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9월에 휘발유 부족 사태가 일어났다. 주유소 앞마당에 길게 늘어선 줄은 1970년대의 석유 파동 당시를 연상시켰다. 크고 작은 수많은 스캔들이 이어지면서 보리스 존슨 총리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현직 하원의원이었던 데이비드 아메스(David Amess) 경이 지하드스트 용의자에 의해 살해되자, 정치인들은 잠시 한 마음이 되어 이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이티에서는 조브넬 모이즈(Jovenel Moïse) 대통령이 암살되면서 격랑에 빠졌다. 정부의 고위직들이 살해 명령을 내렸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제이컵 주마(Jacob Zuma) 전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투옥되면서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7] 종료 이후 최악의 소요 사태가 발생했고, 300명이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주마 전 대통령은 결국 건강상의 이유로 석방되었다.

 

문레이커[8]


2021년에는 우주 관광 분야가 크게 도약했다.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이 버진갤럭틱(Virgin Galactic)의 로켓을 준궤도 우주(suborbital space)[9]로 발사했다. 곧이어 아마존(Amazon) CEO직였던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다른 승무원들과 함께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뉴 셰퍼드(New Shepard) 로켓에 탑승했다. 그다음에는 〈스타 트렉〉 시리즈에서 커크 선장 역을 맡았던 배우 윌리엄 샤트너(William Shatner)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한편, 중국은 화성에 탐사선을 착륙시켰는데, 지금까지 이를 성공시킨 나라는 세 곳에 불과하다.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은 유인 달 탐사 계획을 적어도 2025년까지 연기했지만, 2022년 상반기에는 달 궤도까지의 우주선 발사를 시험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내년에는 다수의 국가들이 무인 달 탐사 로켓을 쏘아 올릴 예정이다.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가 제임스 본드 역할로 등장하는 마지막 작품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가 판데믹 기간 동안 세 차례나 개봉이 연기되어 오다가 마침내 영화관에 걸렸다. 이 영화는 판데믹 기간에 가장 히트한 할리우드 영화로 기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개봉 성적은 올해 관객 수 기준 최대 흥행작인 중국 〈장진호(長津湖)〉나 〈안녕, 이환영(你好,李焕英)〉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1]
2008년 개봉한 〈007 시리즈〉이다.
[2]
2012년 개봉한 〈007 시리즈〉이다.
[3]
〈심슨 가족〉 시즌30의 6화 타이틀이다. 〈007 시리즈〉로는 1963년 개봉한 〈러시아에서 온 연인(From Russia with Love)〉이 있다. 한국 개봉 당시 제목은 〈007 위기일발〉이다.
[4]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과반을 확보한 정당이 없는 상태에서 최다 득표 정당이 집권하는 정부 형태다.
[5]
1999년 개봉한 〈007 시리즈〉이다. 한국에서는 〈007 언리미티드〉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6]
2015년 개봉한 〈007 시리즈〉이다. 한국에서는 〈007 스펙터〉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7]
과거 남아프리카 공화국 백인 정권의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 정책이다.
[8]
1979년 개봉한 〈007 시리즈〉이다.
[9]
우주에서 지구의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영역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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