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AMA의 넥스트 레벨
1화

어떻게 겨룰 것인가

빅테크들의 투자 확대는 독점이 아닌 생존이 목적이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빅테크 기업들의 야망과 자만심에 한계라는 게 있을까? 지난해 10월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페이스북(Facebook)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면서 가상 세계에서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18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2조 달러가 넘는 기업 가치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비디오 게임업체인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를 역대 최대 규모인 69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미국 5대 기업인 알파벳(Alphabet), 아마존(Amazon), 애플(Apple), 메타(Meta),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이하 MAAMA) 사이에서는 최근 들어서 이와 같은 대규모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모두 합해서 280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는 미국 기업 투자의 9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참고로 5년 전의 그 수치는 4퍼센트였다.

빅테크들은 다음 세대의 거대한 기회를 찾고자 한다. 2화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인수, 특허, 채용 등 다양한 기준으로 이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현재 자율주행 차량에서부터 양자 컴퓨팅에 이르기까지 온갖 분야로 현금이 흘러들어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2010년대에 수익성 높았던 분야들이 이제는 사업적 타당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테크 공룡들이 점점 더 서로 다른 업체들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이들 기업이 서로 중복되는 분야에서 거둔 매출액의 비중은 2015년 이후 두 배 증가한 40퍼센트이며, 그들은 모두 새로운 분야를 선점하려 애쓰고 있다.

그들은 또한 시대적인 흐름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기술이 발전해 온 역사를 살펴보면, 한때 지배적이었지만 무너진 기업들은 규제 당국에 의해 좌초된 것이 아니라 차세대의 거대한 기회를 놓쳐 몰락한 경우가 아주 많기 때문이다. 1950년대를 지배했던 페어차일드 반도체(Fairchild Semiconductor)는 현재 책에서나 접할 수 있다. 1983년에 IBM은 미국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회사였지만, 메인프레임(mainframe, 대형 컴퓨터)으로부터 개인용 PC로의 전환에 실패하면서 8년 후에는 손실을 기록하게 된다. 한때 모바일 기기 분야에서 가히 무적이었던 노키아(Nokia)는 스마트폰 체제로의 전환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MAAMA는 각자의 지배적인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 2010년대를 보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비즈니스 솔루션에, 아마존은 이커머스에, 메타는 소셜미디어에 집중하는 식이었다. 코로나19 판데믹은 지루하게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서부터 클라우드 컴퓨팅을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수요를 늘렸다. 자국 내 GDP 대비 수익으로 따져보면, 현재 애플과 알파벳은 1900년대의 막강한 독점 기업이었던 US스틸(US Steel)과 스탠다드 오일(Standard Oil)보다도 더 거대한 기업이 되었다. 그러나 과거의 실적이 반드시 미래의 결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들 모두는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하여 대비를 하고 있다.

문제는 그 일이 무엇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아마도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로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주요한 수단으로서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물리적 기기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누가 되든 그러한 기기를 만드는 이들이 사용자들의 접근권을 통제할 것이다. 애플이 메타의 오큘러스(Oculus) 제품군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HoloLens)와 경쟁하기 위해 가상현실(VR) 헤드셋을 만들려 계획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알파벳과 애플, 아마존은 또한 자율주행차에 어마어마한 판돈을 걸었다. 그리고 양자 컴퓨팅 같은 새로운 기술 개발이나 전문적인 칩을 설계하는 분야에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는데, 이러한 기술은 새로운 기기를 위한 프로세싱 능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MAAMA는 또한 사용자들을 끌어들여서 임대료를 뜯어내고 그다음에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에 기대 훨씬 더 많은 사용자를 유입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조성하는 데도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그래서 페이스북이 회사 이름을 바꾸고 메타버스(metaverse)라고 불리는 실감형 가상 현실(Immersive Virtual Reality) 세계를 만드는 데 연간 100억 달러를 쓰겠다는 것이다. 애플은 피트니스 클래스와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같은 분야로 이동하면서 자사의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울타리 있는 정원(walled garden, 폐쇄형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면서 자사의 게임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더욱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게 되었으며, 가상의 3D 일터를 위한 플랫폼인 메시(Mesh)를 통해서는 기업 사용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 중인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들은 다른 기업들을 위한 컴퓨팅 환경을 호스팅하면서 말 그대로 그들에게 임대료를 부과하고 있다.
How to deal with big tech ©이코노미스트
이미 이들 기업이 지나치게 강력하다며 우려하고 있는 각국 정부나 경쟁업체들 그리고 수십억 명의 고객들은 이러한 모든 움직임에 대하여 경각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중 한 가지의 우려는 이들 기업의 거대한 고객층과 인공지능(AI)을 훈련시키는 데 사용되는 데이터 풀에 대한 장악력이 그들에게 대적할 수 없는 막강한 힘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빅테크들이 경쟁업체를 분쇄하기 위해 그런 우위를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새로운 분야는 당분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메타버스 분야에서는 현재 수많은 기업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에픽게임즈(Epic Games)가 만든 포트나이트(Fortnite)는 전 세계적으로 3억 명 이상의 플레이어를 확보하고 있으며, 로블록스(Roblox) 플랫폼에서는 4700만 명의 게이머들이 매달 30억 시간을 보내고 있다. 칩 제조사인 엔비디아(Nvidia)도 메타버스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긴 했지만, 게임 분야에서 그들의 시장 점유율은 겨우 10~15퍼센트 오르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이를 독점이라고 부르기는 힘들다.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도 이들은 테슬라, GM, 폭스바겐과 같은 회사들과 겨루어야 한다. 2021년에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조성한 벤처 자금은 6210억 달러로, 이는 대표 빅테크들이 투자한 금액을 훨씬 넘어선다. 그리고 일부 영역에서는 소셜미디어의 틱톡(TikTok)처럼 새로운 경쟁자들이 예상치 못했던 속도로 등장하기도 한다.

게다가 그렇게 조성된 새로운 지형을 중앙 집권화(centralised)된 플랫폼들이 장악하기란 쉽지 않다고 판명될 수 있다. 현재 AI 분야의 지배적인 형태인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지만, 미래의 AI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사용자들이 소유권을 갖고 운영하는 탈중앙화(decentralised)된 블록체인 서비스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막연하게나마 웹3.0(Web3)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로서는 인터페이스도 투박하고,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며, 이름처럼 언제나 탈중앙화된 상태로 있지도 않다. 그러나 적어도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sed finance), 즉 디파이(DeFi)는 이미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처럼 여건이 빅테크에 우호적인 것만은 아닐지라도, 규제 당국은 미리 단속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내보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반독점 사안을 담당하는 최고위 공무원은 리나 칸(Lina Khan)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인데, 그녀는 이 자리에 오르기 전인 2020년에 빅테크들이 인접 분야로 확장하는 걸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와 관련해 2023년이 끝나기 전까지 반독점과 관련한 몇몇 대형 소송들이 법원에 접수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유럽 연합(EU)은 조만간 빅테크를 사전(ex ante) 규제하기 위한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을 통과시킬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반독점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소송을 통해 기업들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기업들의 행동을 선제적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Margrethe Vestager)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이코노미스트》 팟캐스트인 〈머니 톡스(Money Talks)〉[1]에 출연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렇지만, 좀 더 가벼운 수준의 규제가 최선의 정책이다. 기술 분야의 투자는 생산성 향상과 관련이 있으며, 빅테크들이 재투자하는 현금 흐름(cash flow) 비율은 10년 전과 비교해 거의 두 배가 되었다. 반독점 규제 당국들은 미래의 기술이 어떤 모습일지를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현재의 환경에서 기업들이 독점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는 거래를 막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는 아직까지 별다른 위험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기술 발전의 역사를 살펴보면, 시대별로 빅테크들이 몰락했던 원인은 새로운 기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현재의 테크 공룡들이 그러한 운명을 피하려고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고자 한다면, 지금으로서는 그들을 막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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