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의 바다
완결

소음의 바다

현대의 바다는 엔진 굉음, 음파탐지기, 탄성파 탐지음 등이 온통 뒤섞여 해양 생명체들이 먹이활동이나 의사소통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우리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행동하지 않는가?
혹등고래 어미와 새끼 ©Photograph:lindsay_imagery/Getty
1. 고래의 노래

우리는 여러 대의 카메라로 고래들을 뒤쫓고 있었다. 현장에는 세일리시 해(Salish Sea) 주변의 모든 항구에서 관광객들을 태우고 나온 십여 척의 다른 배들도 합류해 있었다. 2001년 8월의 일이었고, 이 지역을 방문한 나의 첫 번째 여정 가운데 하나였다. 바다 위에서는 선박의 무전기들에서 나오는 지직거리고 삐빅거리는 소리가 그물처럼 얽히고설켜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고래들이 서로 음파로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어렴풋하게 연상시켰다. 모든 배의 선장들이 전자기파로 중계되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해변에 있는 광고판들은 “확실한 고래 관찰 기회”라는 문구를 자랑하고 있었다.

우리는 모터를 켜고 섬의 수많은 곶(串)들 주변을 이리저리 누비고 다니며, 산후안 섬(San Juan Island)의 남서쪽 해안을 돌아보았다. 쌍안경을 통해서 등지느러미 하나가 바닷물을 가른 다음에 다시 물속으로 잠기는 모습이 보였다. 다른 곳에서는 고래가 숨을 내쉬면서 뿜어져 나오는 물보라도 보였다. 그러고 나서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하지만 고래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해변을 벗어난 곳에서 십여 척의 배들이 무리를 이루어서 서쪽으로 느리게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곳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갔고, 그러면서 배가 지나간 자리에 물결이 일어나지 않을 때까지 엔진을 늦추었다. 우리는 수많은 요트와 유람선들이 모여 있는 구역의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물속을 들여다보았더니 바로 아래쪽에서는 한 장의 대리석이 미끄러지고 있었다. 반들반들하고 매끄러웠다. 그것은 마치 희뿌연 판유리 같은 수면의 아래쪽에 검은색 잉크를 풀어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커다란 꼬리가 빠르게 지나가는 걸 보고 나서야 나는 그것이 고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푸왑! 보트에서부터 15미터 앞쪽의 수면 위로 거친 숨소리가 폭발하면서 올라왔다.

10마리 정도 되는 생명체들의 무리가 수면으로 나왔다. 우리 배의 선장은 그들이 범고래 L 무리라고 말했다. 시애틀과 밴쿠버 사이의 세일리시 해역에는 세 무리의 “남방 거주 범고래(southern resident killer whales)”들이 살고 있는데, L 무리도 그들 가운데 하나였다. 산후안 제도 주변에서는 그들이 연어를 사냥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해안 수역들을 이동하는 “임시 체류 범고래(transient killer whales)”와 주로 태평양에서 먹이를 잡는 “연안 범고래(offshore killer whales)” 등 다른 무리도 주기적으로 이곳을 방문한다. 우리 앞에 나타난 L 무리는 서쪽으로 계속 이동하여 하로 해협(Haro Strait) 쪽으로 나아갔다. U자 모양을 형성한 배들이 범고래 무리를 쫓아가면서 선박의 엔진들이 부르릉거리는 소리를 냈고, 고래들의 앞쪽으로는 탁 트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우리는 보트의 뱃전 너머로 수중 청음기를 내렸는데, 그 케이블에 연결된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는 작은 스피커가 달려 있었다. 고래들의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엔진의 소음도 들렸는데, 엄청나게 다양한 엔진들의 소음이었다. 금속 캔을 두드리는 것 같은 요란한 소리들이 들렸다. 고래들은 물속에서 소리의 반향을 이용하는데, 그것은 단지 흐릿한 물속을 투시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들의 주변에 있는 물질들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얼마나 단단한지, 얼마나 빠른지, 얼마나 진동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고래들이 딱딱거리듯 내는 다양한 스타카토 음들은 휘파람이나 높게 갈라지는 소리가 섞여 있었는데, 위아래로 굽이치고, 쏜살같이 날아가고, 위쪽으로 굴절했다가 아래쪽으로 급강하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휘파람 소리는 고래들이 유쾌하다는 걸 의미하는데, 이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사교적인 활동을 할 때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다. 고래 무리가 먹을거리를 찾아서 좀 더 넓은 공간에 흩어져 있을 때는 휘파람 소리를 덜 내는 대신에 훨씬 더 짧은 파장의 사운드를 방출하여 의사소통한다. 이러한 음파들은 단지 무리의 일원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들과 다른 무리들을 서로 구분하는 역할도 한다.

오늘날의 바닷속에는 엔진 소음과 수중 음파 탐지, 탄성파 탐사(seismic survey) 소리가 온통 뒤섞여 있다. 인간의 활동으로 생겨난 퇴적물은 육지로부터 흘러들어 물속을 뿌옇게 흐린다. 산업용 화학물질들은 수생동물들의 후각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청각, 시각, 후각 등의) 다양한 감각들은 세계에 동물 다양성을 부여해 주었지만, 우리는 지금 그러한 감각의 연결고리들을 끊어내고 있다. 고래들은 먹잇감의 위치를 알려주는 반향 음파를 들을 수 없고, 번식해야 하는 물고기들은 혼탁하고 소음으로 가득한 환경 속에서 짝을 찾을 수 없으며. 갑각류들이 보내는 화학적 메시지와 소리의 울림은 인간의 오염이 일으킨 흐릿함 속에 길을 잃으면서 그들 사이의 사교적 관계가 약화하고 있다.

이곳 산후안 섬의 앞바다에서 들리는 고래들의 목소리는 마치 비단 같았다. 이 고운 비단이 프로펠러와 모터 소리로 만든 두꺼운 청바지에 덧대어져 있는 듯 했다. 가끔씩 고래들이 딱딱거리는 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그것마저도 팽팽하게 짜인 엔진들의 소음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십여 척의 배들이 고래를 뒤쫓아 가면서 진동을 일으켰고, 윙윙거리거나 덜컹거리는 소리를 쏟아내고 있었다. 수많은 엔진이 연소하며 발생시키는 소음들이 고래들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단단하게 감싸고 있었다.

먼발치에서 하로 해협을 통과하여 북쪽으로 나아가는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을 각각 한 척씩 볼 수 있었는데, 아마도 이 지역 최대의 항구인 밴쿠버로 향하는 것 같았다. 매년 이곳에는 7000대 이상의 대형 선박들이 지나는데, 이곳을 지나는 항해 횟수는 모두 합해서 연간 1만2000회를 넘어선다. 선박들의 종류는 벌크선에서부터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이 중 상당수의 길이가 200~300미터에 달한다. 하로 해협의 서쪽을 지나는 대형 선박들도 많은데, 이들은 주로 시애틀과 타코마 주변의 여러 항구와 정유 공장들을 오가고 있다. 이들 선박이 내는 소리는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들을 수 있는데, 때로는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 들리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해가 저물면 정박하는 소형 유람선들과는 다르게, 이러한 대형 선박들은 밤낮으로 쉴 새 없이 소음을 만들어 내며, 오히려 야간에 더욱 활동적이며 가장 시끄러운 경우가 많다. 가장 커다란 컨테이너선은 수중에서 약 190데시벨 이상의 굉음을 폭발시키는데, 이는 육지에서 천둥이 치거나 제트기가 이륙하면서 내는 크기의 소음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곳 해역에 기대어 살아가는 남방 거주 범고래 공동체는 이러한 소음을 견디지 못한다. 이들의 개체수는 감소하고 있으며,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멸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1990년대에만 하더라도 이들 집단의 개체수는 90여 마리였지만, 지금은 70마리를 조금 넘는 수준이고, 매년 한두 마리 이상의 고래들이 새끼를 낳지 못한 채 사라져가고 있다. 이들은 2005년에 미국의 멸종위기종보호법(Endangered Species Act)의 관리 대상 목록에 올랐다. 고래들이 위기에 처하게 된 원인을 단 한 가지로 꼽을 수는 없지만, 선박이 내는 소음과 먹을거리 공급의 감소, 그리고 화학물질의 오염 등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여 그들이 미래로 향하는 문을 닫고 있다.

2. 시끄러운 바다

고래는 바다의 매라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은 먹잇감인 빠르고 날렵한 왕연어(chinook salmon)를 쫓아서 100미터 이상을 무시무시한 속도로 질주하곤 한다. 선박들이 내는 소음의 주파수는 고래들이 먹잇감을 찾기 위해 사용하는 반향음의 음역대와 겹친다. 소음으로 혼란이 일어나면 사냥하는 고래들의 눈이 멀게 되는 것이다. 만약 고래의 주변 200미터 이내에 컨테이너선이 있거나 100미터 이내에 선외엔진을 장착한 소형 보트가 있다면, 그 고래의 음파 탐색 범위는 95퍼센트 감소한다.

공기 중에서 우리 사람은 근처를 지나가는 선박들이 내는 낮은 소음만 듣게 된다. 선박들이 내는 소리는 대부분 파도 아래의 물속으로 전파되며, 공기 중으로 퍼진 소리는 빠르게 소멸한다. 수면의 아래에서는 동력 선박들이 생성하는 음파의 파괴력이 물 분자의 진동과 들썩임을 통해서 훨씬 더 빠르게 멀리까지 이동한다. 이러한 운동은 해양 생명체들에게 직접 전달된다. 공기를 통해서 지상의 동물들에게 전달되는 소리는 피부의 경계면에서 대부분 다시 튕겨 나간다. 사람의 중이(中耳)에 있는 뼈들과 고막은 이러한 경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특별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이런 기관들은 공기 중의 소리를 모아서 내이(內耳)의 액체형 매개물질(외림프, perilymph)로 그것을 전달한다. 우리 사람들에게 있어 소리라는 것은 주로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몇 개의 기관들만 관여하는 감각이다. 그러나 수중 동물들은 소리에 완전히 몰두한다. 물속에서의 소리는 그들의 주변에서부터 수분이 많은 내장까지 거의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전달된다. 그들에게 있어서 ‘듣는다’는 것은 온몸으로 경험하는 감각이다.

대부분 고래에게 있어서, 그리고 수많은 물고기와 수중의 무척추동물들에게 있어서, 눈은 그저 어쩌다 한 번 유용할 때가 있을 뿐이다. 심해의 깊은 곳에 사는 동물들은 마치 잉크 속을 헤엄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해안가의 바닷물도 너무 혼탁하기 때문에, 이곳에 사는 동물들도 기껏해야 자기 몸길이 정도만큼의 앞만 볼 수 있다. 그들에게 물속의 형태와 각종 자원, 수중의 윤곽들과 다른 생물들의 모습을 알려주는 것은 소리이다. 소리는 또한 의사소통의 수단이기도 하다. 빽빽한 나뭇잎들이 시야를 가리는 열대우림에 들어서면 청각에 예민해지는 것처럼, 바닷속의 동물들에게 보이지 않는 친구들과 친척들과 경쟁자들을 연결해주는 것은 소리이다. 그리고 소리는 자신의 근처에 먹잇감이나 포식자가 있는지를 알려준다.

만약 연어가 풍부하다면, 이런 소음들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는 고래들의 주된 먹잇감이 되는 왕연어들이 현재 위기에 처해 있다. 연어들은 민물에서 산란하고 치어들도 부화 후 몇 개월 동안은 그곳에서 자라야 하지만, 댐 건설, 도시화, 농업, 벌목 등으로 인해 연어들이 강물이나 하천으로 올라가는 길이 끊어졌거나 파괴되었다. 이 지역 내 왕연어 개체수는 1980년대 이후 60퍼센트 감소했는데, 20세기 초 이후로는 90퍼센트 이상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모델의 예측에 의하면,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는 아무리 긍정적이라 하더라도 남방 거주 범고래들의 미래는 취약한 상황이다. 여기에 또 다른 위험이 추가된다면 그들은 결국 멸종으로 내몰릴 것이다.

2017년 이후, 밴쿠버 항구는 하로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의 운항 속도를 자발적으로 늦추는 규정을 제정했다. 대형 선박들은 30해리(55.56킬로미터) 구간을 천천히 운항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약 20분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 선박들의 소음은 속도에 비례하여 증가하기 때문에, 이렇게 속도를 늦추면 남방 거주 범고래들이 먹이활동을 하는 공간에서의 불협화음이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프로젝트에는 80퍼센트 이상의 선박들이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의 운행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지나가는 배들이 소음을 조금씩 줄여서 얻어내는 고요함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이다. 2018년에는 밴쿠버에서의 원유 수출량이 엄청나게 증가했는데, 대부분 중국과 한국으로 향하는 물량이었다. 2019년에 캐나다 정부는 앨버타 지역의 오일샌드(tar sands)에서 추출되는 석유의 상당량을 공급해주는 파이프라인의 용량을 거의 세 배로 늘리는 방안을 승인했다. 밴쿠버 항구는 현재 방대한 신규 컨테이너 터미널의 승인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에 비영리단체인 산후안의 친구들(Friends of the San Juans)은 이 지역에서 컨테이너, 석유, 액화 가스, 곡물, 포타쉬(칼리·탄산칼륨), 유람선, 석탄, 자동차 수송선을 위한 항만 터미널을 신축하거나 확장하지 않을 수 있는 대안을 20가지 이상 제시했다. 만약 터미널 신축 방안이 승인된다면, 이 지역의 선박 운행량은 25퍼센트 이상 증가할 것이다.

밴쿠버에서 북쪽으로 700킬로미터 정도 올라가면 키티맷(Kitimat) 항구까지 이어지는 피오르(fjord)가 나오는데, 이 지역에는 비교적 오염되지 않고 조용한 바다에서 서식하는 여러 종의 고래들이 살고 있다. 이곳에 건설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이 완공되면 추가로 700척의 대형 선박들이 이 지역을 오가게 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선박의 운행량이 13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게다가 이 계산에는 암초들이 많은 피오르 지대에서 유조선을 끌고 가는 예인선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미 해군도 이 지역에서 폭발물과 시끄러운 음파탐지기를 활용하는 군사 훈련을 확대할 계획이다. 태평양 북서부 해안 전역에서 이루어지게 될 해군의 ‘음향 및 폭발물’ 훈련은 남방 거주 범고래들이 좋아하는 수역에서도 진행될 예정인데, 이 훈련은 그들의 자체적인 추산만으로도 거의 3000마리의 해양 포유류를 죽이거나 다치게 할 것이며, 먹이활동, 번식, 이동에 지장을 받는 포유류들은 175만 마리가 넘을 것이다. 
 
범고래 ©Photograph:sethakan/Getty Images

3. 도망칠 수 없는 소리

산후안 제도 및 하로 해협 일대의 고래들은 아시아와 북아메리카 사이에 이루어지는 교역의 상당량이 지나는 핵심 지점에 서식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중동과 유럽에서 들어오는 선박들도 더해진다. 대륙들 사이를 오가는 소비재 및 대량 상품 들은 거의 대부분 배에 실려 운반된다. 내가 어떤 물건들을 가졌는지 둘러봤더니, 노트북부터, 은식기, 물뿌리개, 가구, 자동차까지 환태평양 어딘가에 위치한 나라에서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그리고 하로 해협이나 로스앤젤레스 앞바다에 사는 고래들은 이런 물건들이 미국에 도착하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한편, 대서양 연안을 따라 서식하는 고래들은 사무용 의자, 도서, 와인, 올리브 오일 등이 유럽이나 북아프리카에서 운송되어 오는 소리에 정신을 빼앗겼을 것이다. 나는 해안가에서 차를 타고 몇 시간이나 이동해야 하는 내륙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살아왔기 때문에, 고래를 직접 보거나 소리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고래들은 내가 살아가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들은 내가 바다 건너 어딘가에서 사들여 오는 물건들이 바다를 건너는 소리에 매일 정신을 빼앗기고 있다.

소음 문제의 핵심은 주요 항구들로 연결되는 항로들이며, 이는 모든 대양 전역에 퍼져 있는 문제이다. 1950년대에만 하더라도 전 세계의 바다에는 약 3만 척의 상선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지금은 약 10만 척의 배들이 항해하고 있는데, 그들 중 상당수는 예전보다 훨씬 더 커다란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그리고 화물의 무게는 10배나 증가했다.

북아메리카 대륙의 태평양 연안 주변에서의 소음은 처음 측정이 시작된 1960년대 이후로 약 10데시벨 증가했다. 전 세계 대양의 소음 수준은 20세기 중반 이후로 10년마다 두 배로 커졌다는 추산도 있다. 이러한 소음은 북태평양과 대서양을 가로질러 연결하는 주요 항로들 주변에서 더욱 심각하다. 그런데 소리는 물속에서 더욱 쉽게 전달되기 때문에, 이러한 소음은 수백 킬로미터까지 퍼진다. 대형 원양 선박이 대륙붕(continental shelf)을 지날 때면, 그 소리는 몇 킬로미터 아래쪽의 심해 바닥으로 날아가고, 여기에서 퇴적물에 부딪혀 튀어 올라서 심해 음파 통로(deep sound channel)로 들어간다. 심해 음파 통로는 이런 소음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실어 나른다. 그리고 전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이제는 엔진 소리가 없는 상태로 바다의 기본적인 음향 수치를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해변 가까이에서는 작은 보트들이 이동하면서 내는 더욱 높은 음역대의 소리가 더해진다. 내가 탑승한 고래 관광 보트의 갑판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내에서 레저용 보트의 숫자는 지난 30년 동안 매년 1퍼센트씩 증가해왔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연안에서는 소형 보트 숫자의 증가율이 최근 들어 연간 3퍼센트에 도달했다. 이런 소형 선박들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멀리까지 이동하지는 않지만, 연안 수역에서 서식하는 수많은 동물에게는 이것이 가장 주된 소음원이다. 여기에 추가되는 더욱 높은 음역대의 소음으로는 해저 지형을 스캔하거나 특정한 어군 또는 적 잠수함을 탐지하려는 목적으로 음파를 방출하는 선상의 장치, 음파탐지기가 있다.

이렇게 이미 전 지구적으로 소음이 가득하지만, 여기에 인간이 만들어내는 그 무엇보다도 가장 견디기 어려운 소음까지 끼어든다. 그것은 바로 에너지 산업체들이 해저 자원을 탐사하는 과정에서 내보내는 탐지파이다. 탐사업체들은 바닷속으로 음파를 발사하여 해양의 퇴적층 아래에 묻혀 있는 석유나 가스를 찾아낸다. 예전에는 갑판 위에서 바닷속으로 다이너마이트를 던져 넣었지만, 요즘의 탐사선들은 에어건(air gun) 다발을 끌고 다니면서 물속으로 압축된 공기 거품을 발사한다. 이들 기포는 팽창하여 부서지면서 물속에서 음파를 발생시킨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파는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이 중에서 해저를 뚫고 들어간 음파가 소리를 반사하는 표면에 부딪히면 다시 튕겨 나온다. 탐사선에서는 지질학자들이 이런 반사파를 측정해서 해저의 수십 미터 또는 수백 미터 아래에 있는 진흙, 모래, 암반, 석유 등으로 이뤄진 다양한 지층의 모습을 3D 이미지 형태로 만들어낼 수 있다. 고래들이 왕연어에 맞고 반사되는 음파에 의해 정보를 얻는 것과 마찬가지로, 석유나 가스 회사들도 소리를 이용하여 자원이 묻혀 있는 곳을 찾아낸다. 그러나 고래들의 딱딱거리는 소리와는 다르게, 이러한 탄성파 탐사 활동에서 내는 소리는 4000킬로미터 밖에서도 들을 수 있다.

에어건이 내보내는 폭발음은 탐사선의 뒤쪽에 연결된 1미터 길이의 미사일처럼 생긴 원통형 장치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소리는 수중에서 260데시벨까지 크게 들릴 수 있는데, 이는 가장 시끄러운 선박이 내는 것보다도 6~7배나 더욱 강력한 세기이다. 에어건은 일반적으로 한 곳에 최대 48개씩 배열, 사용된다. 이런 대포들은 대략 10~20초마다 한 번씩 발사된다. 탐사선들은 마치 잔디 깎는 기계처럼 바다를 앞뒤로 오가면서 정밀하게 조사할 수 있는데, 이런 탐사 활동은 몇 달 동안이나 지속해서 수행할 수 있고 최대 수만 제곱킬로미터 범위를 탐색할 수 있다. 북대서양에서는 몇 년에 걸쳐서 동시에 수십 개의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중 아무 물속에나 수중 청음기 하나만 집어넣어도 브라질, 미국, 캐나다, 북유럽 연안은 물론이고 아프리카의 서부 해안에서 끊임없이 탄성파 탐사 활동을 벌이며 만들어내는 소리를 포착해낼 수 있다.

바닷가에 서 있는 인간의 귀로는 탄성파 탐사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머나먼 바다로 배를 타고 나간다고 하더라도 수면의 경계에서는 소리가 반사될 뿐만 아니라 우리의 귀는 공기 중의 소리를 듣는 데 적합하기 때문에 그러한 소음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유사한 비유를 들기도 쉽지 않다. 집 안에서 몇 달 동안 멈추지 않고 드릴을 가동하는 것과 비슷할까? 시끄러움과 가차 없음의 정도는 비슷하지만, 정말로 그런 상황이라면 우리는 밖으로 걸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기계가 우리의 바로 옆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고통은 대부분 우리의 귀에만 가해지는 것이다. 수중의 생명체들에게 소리는 시각이자 촉각이고, 위치감각이자 청각이다. 그리고 그들은 물속을 떠날 수 없다. 그런 소리를 피해서 수백 킬로미터를 헤엄칠 수 있는 동물들도 거의 없다. 그런 드릴 소리는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그들의 모든 말초신경과 세포들까지 끊임없이 참을 수 없는 폭발음으로 가득 차게 만든다.

현재 해양 생물들은, 특히 해안선과 가깝거나 수많은 선박이 바쁘게 오가는 교역 항로의 인근에 서식하는 생물들은 이전까지는 수중의 화산이나 지진이 일어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험하지 못했던 거대한 소음 속에서 살고 있다. 바람이 일으키는 파도, 부서지는 얼음, 지진, 물속 기포들의 움직임에 의한 소리, 그리고 고래나 딱총새우들이 내는 소리는 바다의 생물들이 이미 적응한 소리다. 그러나 에어건의 폭발음, 바닷속을 찌르고 꿰뚫는 음파탐지기, 엔진이 가동되는 소리는 모두 새로운 형태이며, 이들 대부분은 불과 수십 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훨씬 더 시끄러워졌다. 

4. 조용한 변화

오늘날 대양의 소음은 지옥과도 같다. 그러나 때로는 몇 세기 동안이나 지속되는 화학적 오염이나 수천 년 동안 남아있는 플라스틱과는 다르게, 소음이라는 건 기술적으로는 지금 당장이라도 없앨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침묵한다고 가능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거대한 배로 이동하는 것은 우리의 몸을 지켜주고 경제를 지탱해주는 에너지와 물자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소비하는 석유와 가스, 먹을거리 대부분은 주로 바다를 통해서 각 대륙 사이를 이동한다. 그러므로 바다의 소음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바다를 조금 더 조용하게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우선, 선박에서 거의 아무런 소음을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 전 세계의 해군들이 이미 수십 년 동안 그렇게 해오고 있다. 어류의 개체수와 습성을 조사하는 어업 연구자들도 물고기들을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하여 엔진과 기어, 프로펠러에서 소음이 적게 발생하는 배를 타고 조사를 진행한다. 이런 선박들의 고요함은 효율성과 속도를 희생하는 대가로 얻어진 것이다. 그러나 대형 상선들도 설계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면 소음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프로펠러를 정기적으로 수리하고 잘 다듬으면 소음의 주요 원인인 공동기포 (cavitation bubble)의 형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선박의 속도를 10~20퍼센트만 줄여도 역시 소음을 줄일 수 있는데, 때로는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소음을 최대 절반까지 낮출 수 있다. 이런 변화들은 대부분 연료를 아껴주기 때문에 선박을 운행하는 이들도 직접적인 혜택을 얻게 된다. 물론 값비싼 설계 변경으로 인한 비용까지 상쇄하지는 못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바다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절반 이상은 약 10분의 1에서 6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소수의 선박에서 발생하는데, 이런 배들은 대부분 낡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렇게 시끄러운 배들을 조용하게 만들면 바다의 소음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줄여야 하는 것은 바로 교통량이다. 개별 선박들은 조용해졌지만 오히려 교통량이 늘었다면, 이는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고래들의 충돌 사고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고래들은 수백만 년 동안 안전하게 이동해 왔고 수면 가까이에서도 마음껏 휴식을 취해왔다. 이제는 대양의 운송 항로나 분주한 항구 주변에 있는 고래들이 선체에 가격당하고 프로펠러에 베일 위험이 더욱 심각해졌다.

그리고 음파탐지기의 사용을 규제한다면 최소한 바다의 대형 포유류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해군의 훈련을 동물들이 먹이활동을 하고 새끼들을 기르는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실시하고, 고래들의 위치를 추적하면서 만약 그들이 가까이에 있다면 훈련을 중단하며, 음파를 사용할 때는 그 크기를 서서히 높여서 동물들이 그 지역을 벗어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주고, 동일한 동물들이 오랜 기간 동안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높은 진폭의 음파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선박의 소음과 마찬가지로 훈련을 수행하는 전반적인 함정들의 숫자를 줄인다면 가장 커다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탄성파 탐사 활동 역시 조용하게 진행할 수 있다. 물속으로 저주파의 진동을 내보내는 기계장치들은 해저에 묻혀 있는 지질학적인 정보들을 자세히 파악해서 지도로 만들어낼 수 있는데, 그러면서도 에어건보다 소음은 적게 발생시킨다. 이러한 ‘바이브로사이즈(vibroseis)’ 기술은 일반적으로 육지에서는 많이 사용되지만, 아직까지 바다에서는 널리 보급되지 않고 있다. 해양 바이브로사이즈 장치는 동물들이 감각을 느끼고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신호 대역과 겹치는 소리를 생성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좀 더 작은 지역과 더욱 좁은 주파수 범위 내에서 작동한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변화들이 대체로 가설이나 실험 단계에 있으며, 아니면 넓은 바다에 비해 매우 협소한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수준이다. 그리고 해양 소음에 대한 규제는 국제적인 기준이나 목표가 없이 나라별로 단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그러는 한편 바다에서의 소음은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다. 2016년에 추정한 전망치에 의하면, 2030년이 되면 전 세계의 선박 소음은 기존 대비 거의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에 수행된 조사에 의하면, 탄성파 탐사에 드는 비용 지출은 매년 약 20퍼센트씩 증가하면서 연간 1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지난 20년 동안의 급격한 성장세가 더욱 정점으로 치닫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서 이러한 상승세가 잠시 늦춰지기는 했지만, 유가가 상승하면서 탄성파 탐사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군은 수중의 함정들을 인도할 목적으로 전 세계의 모든 해저 분지(ocean basin)들 속으로 끊이지 않는 음파를 방출할 계획이다.

우리는 바닷속 소음을 줄이는 데 필요한 기술과 경제적인 메커니즘을 이미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것이 문제라고 인식할 감각이나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으며, 따라서 행동에 나서려는 의지도 부족하다. 오늘날, 고래 한 마리의 목소리는 해저 분지 전역으로 퍼지기도 한다. 현재 살고 있는 고래들 일부가 아직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바닷물의 입자들은 고래들이 내는 소리에 맞춰서 진동했다. 예전에는 소리를 내는 수십억 마리의 물고기들이 번식지에서 노래를 불렀고, 이런 소리에 고래들의 울음소리까지 더해졌다. 해양 세계는 펄떡였고, 생명이 일렁거렸고, 노래로 들끓었다. 이러한 소리는 동물들을 서로 연결시켜서 유익하고 생동감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냈다. 이런 바다가 다시 되살아날 기회는 아직 있다.
이 글은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David George Haskell)이 2022년 4월 21일에 출간한 <야생의 부서진 소리: 음향의 경이로움, 진화의 창의성, 감각 소멸의 위기(Sounds Wild and Broken: Sonic Marvels, Evolution’s Creativity and the Crisis of Sensory Extinction)>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