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1화

프롤로그 ; 투자를 부르는 시장

모빌리티 산업은 2010년대 초부터 전 세계 투자 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은 2009년부터 2020년까지 2600억 달러, 한화 338조 원에 해당하는 투자를 받아 왔다.[1] 국내에도 마찬가지로 모빌리티 투자 붐이 일어났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출범 후 TPG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 원을 유치한 데 이어 2021년 글로벌 투자사 칼라일그룹으로부터 약 2200억 원의 추가 투자를 받기도 했다. 투자는 자연스럽게 모빌리티 성장을 견인했고, MaaS·LaaS·TaaS 영역에서 모빌리티 산업의 확대와 변화를 이끌었다.

신생 기업의 등장도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다. 2010년 시장에 나온 우버(Uber), 리프트(Lyft)와 같은 스타트업에 이어 테슬라를 필두로 전기차 시장으로의 전환을 겪었다. 국내 쏘카 및 카카오택시 등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 결실의 일부를 맺고 있다.

‘모빌리티’라는 단어가 나오기 전까지 이 시장은 자동차 중심이었다. 자동차 밸류 체인의 관점에서 전방 산업과 후방 산업으로 구분됐고 핵심은 자동차 판매였다. 그러다 모빌리티 시장으로 전환하며 회사의 지형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해외에서는 자동차 혁신으로 대변되는 테슬라가 기존 OEM 회사들이 하지 못했던 SDV(Software Defined Vehicle), 말하자면 전기차 분야에서 성공을 거둘 뿐 아니라 데이터, 위성 통신, 인공지능, 자율 주행과 같은 새로운 사업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가까운 국내에서 살펴보면 현대자동차 중심의 자동차 산업은 모빌리티 플랫폼이라 불리는 카카오모빌리티, 쏘카, 티맵모빌리티와 같은 회사를 중심으로 이동의 시대를 선두하고 있다. 더욱이 2022년 쏘카의 상장과 2023년 카카오모빌리티의 영국 모빌리티 플랫폼 스플리트(Splyt) 인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

코로나19 확산이 줄어든 2022년 초부터,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적 변수로 모빌리티 시장은 전반적인 침체 조짐을 보였다. 2022년 6월 배달 및 생활 편의 서비스 ‘띵동’을 운영하던 허니비즈의 파산은 경기 둔화 우려를 실감하게 했다. 그렇다고 모빌리티 산업 전체가 침체를 보인 것은 아니다. 지난해 반도체 공급 이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제조업은 최대 실적을 냈고 연간 밀린 자동차 주문만 120만 대를 넘으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데이터 사업, 자율 주행, 로봇, 전기차, 충전 및 에너지, UAM 등의 영역에서도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플랫폼을 통해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사업 또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모빌리티 산업은 넓고 다양하다. 하나의 산업군에서 본연의 사업을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전략은 구시대적인 것이 됐다. 모빌리티 산업은 점차 기타 사업과의 경계를 허물고 ‘모빌리티’가 아우르는 영역 자체를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산업 간의 융합과 협업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이 책은 모빌리티의 시작과 변화 그리고 그 중심에 선 다양한 산업들을 다룬다. 많은 기업이 모빌리티 카테고리로 분류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각 산업의 특징과 영역은 명확히 다르다. 각 산업의 시장 현황과 주요 사업자 및 사업 구조를 비교하며 살피겠다.

신입 사원 시절, 금융 위기를 겪으며 대기업을 퇴사한 임원분들이 회사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사는 것을 바라보며 회사의 이름은 나의 것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왔다. 결국 회사원의 삶은 그 자신의 경쟁력에 성패가 달렸다는 믿음과 함께, 직장 생활 5년 차에 MBA에 가고자 첫 번째 퇴사를 결심했다. 이후 15년간 세 번의 이직을 겪으며 항공사, 렌터카 업체부터 자동차 제조사까지 다양한 모빌리티 산업에서 경험을 쌓았다.

시스템 개발, 운영, 신규 플랫폼 및 서비스 기획, 영업 관리와 제휴, 사업 기획, 사업 개발 등 복잡 다양한 직무를 거치며 내가 보고 느낀 업계의 동향을 기록했다. 이 책은 그 기록들을 하나로 엮어, 모빌리티 산업의 지난 15년을 정리하고 다음 15년을 준비하는 책이다.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종사자들 혹은 모빌리티 산업에 관심 있으신 독자분들에게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년가량 각각의 직무를 맡으며 쌓은 업계 인사이트와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한다. 또한 이 산업에 진출하거나, 기존 모빌리티에서 새로운 모빌리티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분들에게 도메인 지식을 제공하겠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다가오는 융합의 모빌리티 시대에 대비할 인사이트를 드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KPMG, 〈벤처 캐피털 투자로 본 미래 모빌리티 시장〉,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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