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6화

물건이 이동할 때

물류, 솔루션이 되다


LaaS와 MaaS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이동하는 대상이 ‘사람’이 아닌 ‘사물’이라는 점이다. LaaS(Logistics as a Service)는 쉽게 말해 물류 서비스다. 물류 전문가를 고용하는 회사의 운송 네트워크부터, 생산 시설에서 창고, 소매업체 및 최종 사용자까지 연결하는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물류를 모두 포함한다. 즉 LaaS는 자동차, 기사, 앱, 솔루션 등 다양한 종류의 유무형 자산은 물론 기술과 사람을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0년 국내 물류 산업의 총 매출 규모는 114조 원으로 75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1]

사실 LaaS 산업은 앞서 살핀 산업과 명확히 구분되기보단, 물류 산업에 포함된 다양한 항목을 고객의 목적에 맞게 재구성해 전달하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적하에 LaaS는 물류 영역에 포함된 하나의 아이템 혹은 기능일 수도 있고, 혹은 전체 프로세스를 담은 풀 패키지(full package)일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물류 회사’엔 다양한 물류 솔루션이 사용된다. 입출고, 창고 관리, 주문 관리, 운송 관리, 물류비 관리 등 각종 분야에 솔루션이 있다. 이 모든 솔루션은 과거 대기업을 중심으로 통합 제공 및 운영·관리되는 형태였으나, 최근에는 분야별 전문 시스템을 도입해 효율을 높이고 있다.

일례로 2022년 카카오모빌리티는 테크 컨퍼런스 ‘넥스트 모빌리티: 네모(NEXT MOBILITY: NEMO) 2022’에서 특화된 LaaS 서비스로 TMS 솔루션을 소개했다. GS리테일과 PoC 방식으로 진행한 LaaS 서비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강점인 내비게이션과 실시간 교통 정보, 미래 운행 정보를 토대로 경로를 탐색하고 서비스 안정성을 높여 분배와 배송에 최적화한 배차·경로 솔루션이다. 두핸즈(DOHANDS)는 ‘품고’라는 이름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행’을 뜻하는 영단어 풀필먼트(fulfillment)에서 차용한 이름으로, 온라인 유통 산업에서 고객의 주문에 따라 오프라인 물류센터의 재고 관리부터 선별, 포장, 출고 및 배송까지 처리해 준다. 이때 상품 판매자는 물류 창고나 배송 서비스를 하나의 맞춤형 솔루션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이외 마이창고, 위킵 등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LaaS 산업은 종류와 규모가 다양해지며 기존 물류 영역을 전문화하거나 다른 분야와 통합하는 형태들의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라스트 마일에 투자하라


물류는 크게 화물운송업, 물류시설업, 물류서비스업으로 나뉜다. 화물운송업은 해상, 육상, 항공, 파이프라인 운송으로 분류되며 그중에서도 이 책에선 육상 운송, 즉 화물자동차 운송에 집중하고자 한다.

자동차 운송은 다른 운송과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첫째로 물건을 옮기는 차종이 다양하다. 차종이 여러 가지라는 것은 고객이 원하는 형태의 운송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건 종류에 따라 냉장·냉동 및 보안 시설 등 특수 설비를 갖추는 것부터,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차를 탄력적으로 배차하고 도어투도어(door-to-door)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물건 집하 또한 상대적으로 편리하다.

또 자동차 운송은 다른 운송 수단과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해상 운송에서 항공 운송으로, 또는 해상 운송에서 해상 운송으로 가는 여정을 잇는다. 특히 컨테이너 기반 운송의 경우 화물을 보내는 작업장이나 물건을 받는 창고까지 보내는 복합 운송도 가능해, 운송의 완결성이 높다.

다른 운송에 비해 고정 자본 투입도 용이하다. 도로망 발달과 자동차 개선은 운송의 안전성과 신속성을 높였다. 다만 다른 운송 수단에 비해 통행료나 차량 수리비, 유류비와 같은 변동비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다품종 소량 이동 및 다빈도 운송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같은 육상 운송인 철도에 비해 소량 화물을 훨씬 신속히 옮긴다. 그래서 택배나 음식 배달 같은 부피가 작은 물건을 자주, 혹은 신속·정확하게 운송하는 데 적합하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운송은 기본적으로 중단거리에 적합하고, 중량에 제한을 많이 받는다. 차종에 따라, 거리에 따른 경제성에서 차이가 난다. 대형 화물차의 경우 장거리 이동이 경제적인 반면, 이륜차는 단거리 이동을 통해 신속성을 높인다.

자동차 화물의 운송 구간은 물건이 이동하는 구간에 따라 크게 퍼스트 마일, 미들 마일, 라스트 마일로 구분한다. 이 중 퍼스트 마일과 미들 마일이 자동차 화물 시장의 75퍼센트를 차지하고, 나머지 25퍼센트는 라스트 마일 시장으로 본다.

퍼스트 마일 물류는 원자재를 비롯해 생산을 위해 필요한 물류를 이동시키는 조달 물류다. 미들 마일 물류는 공장에서 완성된 제품이 유통업체를 거쳐, 물류센터로 이동하기까지의 유통 물류다. 보통 화물자동차 영역이 여기 해당한다. 퍼스트 마일과 미들 마일은 보통 기업, 정부, 유통사와 같이 단체 간 이동이 주를 이룬다. 라스트 마일은 그와 달리 물류센터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구간의 물류다. 보통 소형, 경량의 화물이 이동하기 때문에 ‘생활 물류’로도 불린다. 라스트 마일은 배송(delivery)으로 불리는 택배 시장과 퀵 서비스, 배달 대행 시장으로 구분된다. 이 책에선 자동차 화물 시장 중에서도 라스트 마일 영역의 배송과 배달에 집중한다.

쉽게 말해 배송은 택배를, 배달은 음식 배달을 뜻한다. 배송과 배달, 두 시장의 성장률은 평균 물류 시장의 성장률을 훨씬 웃돈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21년 국내 택배 시장의 총 매출액은 8조 58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6퍼센트 성장했다. 이는 2008~2020년 물류 시장 평균 성장률이었던 1.9퍼센트와 비교하면 일곱 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또 우리가 가장 흔히 보고, 이용하는 택시의 경우 2012~2021년 평균 시장 성장률이 7.7퍼센트임을 감안하면 택배 시장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
 

라스트 마일 시장엔 신규 투자가 몰리고 있다. 꾸준했던 성장률뿐만 아니라, B2C 고객과 접점이 크다는 점에서 유망한 신사업으로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편의점 배송과 같이 기존 물류망을 활용해 이동 거리가 비슷하면서도 저렴하고 소비자 접근성이 좋은 서비스들이 개발되고 있다.
 

노동력에서 빅데이터로


이러한 급격한 변화 속에서 법과 제도의 부재로 체계적인 사업을 진행하는 데 차질이 생기고 있다. 생활 물류 시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불공정한 계약 관계 등 사회적 이슈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고자 2021년 1월 별도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일명 ‘생활물류서비스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라 택배 서비스업과 소화물 배송 대행 서비스업도 별도의 기준을 마련했다.

그동안 화물차 수급 중심으로 관리돼 온 택배 서비스업은 생활물류서비스법에 의해 등록제로 전환됐다. 자유업이었던 배달 및 퀵 서비스업은 우수 사업자 인증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난폭 운전 방지 교육 등 종사자 안전과 처우 개선 노력을 평가해 우수 업체를 인증하고, 우수 업체에 각종 인센티브를 지원함으로써 시장의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생활물류서비스법이 제정된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라스트 마일의 생활 물류 운송이 기존 자동차 화물 운송법에 포함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우선 생활 물류 서비스는 고객이 다르다. 전통 물류의 고객은 화주 기업(B2B)인 경우가 많았던 반면 생활 물류의 고객은 소비자(B2C), 자영업자 등 다양하다. 품목을 보더라도 전통 물류가 중대형, 대량 저빈도 화물이라면, 생활 물류는 소형, 소량 고빈도 화물이다. 따라서 운송 수단 및 기술에도 차이가 있다. 전통 물류는 중대형 화물차를 운전하고, 사람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다. 반면 생활 물류 수단은 소형 화물차, 이륜차, 드론 등으로 다양하며 IoT,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여러 기술이 필요하다. 프로세스상의 차이도 있다. 전통 물류는 대부분 송화주(고객)과 수화주(고객) 사이의 이동으로 이뤄졌다. 그래서 창고에 보관하거나 직접 수화주에게 배송했다. 반면 생활 물류인 택배와 배달 대행은 운송→의뢰→집하→분류→운송의 형태로 이뤄진다. 다음 장에선 각 물류망의 위기와 전략을 분석해 본다.
[1]

신인식, 〈Part 1. 유망산업이라는 ‘물류’, 아직도 찬밥?〉, 《물류신문》, 202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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