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위대한 도약
완결

영화의 위대한 도약

영화는 색다른 경험이다. 우주가 우리 삶에 들어오면, 그 색다름의 질이 달라진다.

©Adobe Stock

1. 영화의 새로운 경험


오랫동안 영화를 보러 가는 건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여겨져 왔다. 지금 21세기 초, 영화 산업계 일부는 이것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려고 한다.

우주 공간이 차세대 영화 스타들의 도전 공간으로 진지하게 고려되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는 지구 궤도와 달 표면에서 영화를 촬영하기 위한 자세한 계획이 존재한다.

중력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게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다. 1995년에 혁신적인 감독 론 하워드(Ron Howard)는 톰 행크스(Tom Hanks) 주연의 영화 〈아폴로 13(Apollo 13)〉을 중력이 없는 환경에서 촬영함으로써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 나사(NASA)의 엔지니어들은 높은 고도에서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비행하는 동체가 넓은 항공기 안에서 25초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무중력을 시연하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역사적으로 이 기술은 신참 우주 비행사들에게 우주의 느낌을 체험시켜 주는 용도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이런 경험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덕분에 이 제트기는 금세 ‘구토 혜성(vomit comet)’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구토 혜성에 탑승하여 촬영한 론 하워드 감독의 〈아폴로 13〉 이미지는 확실히 놀랍다. 그러나 시뮬레이션 무중력이 실제 현실을 대체할 수는 없다. 기술 발전의 속도를 고려한다면, 온전히 우주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것도 이제 시간 문제일 뿐이다.

2020년, 톰 크루즈(Tom Cruise)와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2002)의 더그 라이먼(Doug Liman) 감독은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가서 작품을 촬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쓰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러시아가 선수를 쳤다.

 

2. 우주에서 촬영된 영화 〈브이조프〉


2023년 발표된 〈브이조프(Vyzov)〉는 작품 일부를 지구 저궤도(LEO)에서 촬영한 러시아어 영화다. 영어로는 〈더 챌린지(The Challenge)〉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러시아 배우 율리야 페레실트(Yulia Peresild)가 연기한 심장외과의 제냐(Zhenya)가 실제 우주 비행사인 올레그 노비츠키(Oleg Novitsky)가 연기한 우주 비행사를 수술하기 위해 국제 우주 정거장으로 파견된다는 이야기다.

2021년 10월, 페레실트와 클림 시펜코(Klim Shipenko) 감독은 국제 우주 정거장으로 날아갔다. 러시아의 소유즈(Soyuz) 캡슐에는 세 사람만 탑승할 수 있었는데, 당시 그중 적절한 훈련을 받은 사람은 전문 우주 비행사인 안톤 슈카플레로프(Anton Shkaplerov)가 유일했다. 시펜코 감독은 소형 휴대 카메라로 촬영을 했으며, 분장 스태프와 같은 호사는 누릴 수 없었다. 촬영은 12일 동안 진행됐고, 그렇게 제작된 최종 결과물은 이미 러시아에서 발표되었다.

우주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촬영임을 고려할 때, 〈브이조프〉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다. 이 영화의 예고편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데[1], 무중력 상태에서 빠르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보다 훨씬 더 사실적이다. 실제 스토리가 전 세계의 관객을 강타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지켜봐야 하지만 말이다.

 

3. 새로운 우주 산업


전문 우주 비행사가 아닌 사람들도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놀라워 보일 수도 있지만, 유료 형태의 지구 저궤도 여행은 이미 한동안 추진되어 왔다. 2001년, 미국의 기술 사업가인 데니스 티토(Dennis Tito)는 2000만 달러를 지불하고 세계 최초의 우주 관광객이 되었다. 티토는 그전에 나사의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과학자로 근무했으며, 평생 우주 여행에 관심을 가져 왔다. 80대의 나이임에도 여전히 활동적인 그는 스페이스엑스(SpaceX)의 스타십(Starship)을 타고 최초로 달 궤도로 가는 사람 중 하나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스페이스엑스 스타십 ©Adobe Stock
자신의 돈으로 지구 궤도를 탐험하는 사람들에 대해 모두가 달가워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와 미국의 우주 탐험 프로그램에 종사하는 업계 전문가들은 비전문가들이 우주 공간에 나가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어 왔다. 1986년의 챌린저(Challenger)호 참사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거기에 지원해서 탑승했다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크리스타 매클리프(Christa McAuliffe)를 기억할 것이다. 그 폭발로 인한 충격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챌린저호 사고는 이런 모험에 심각한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상기시켜 주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나 스페이스엑스의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같은 사람들은 우주 여행 산업 전체를 성공적으로 부활시켰다. 현재 다수의 민간 기업들은 자체적인 우주 정거장을 궤도로 올려 보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설계 상당수는 공기 주입식 주거 공간 개념을 취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을 통해 널찍한 내부 공간을 마련할 수 있으며, 놀라운 경관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단점은 저렴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주 비행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구 궤도에서 영화를 촬영하기 위한 제작 인력 전체가 우주에 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발사체의 재사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주 비행에 드는 비용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분장 스태프를 데려가고 싶은 배우들은 한동안 기다려야 할 것이다.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의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은 최근 또 한 차례 우주선을 발사했으며. 마침내 우주 경계로 날아가는 정기적인 관광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브랜슨의 회사는 고객들에게 4분 30초 동안의 무중력 상태를 제공하는데, 일부 영화 제작자들에게는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영상을 녹화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물론 버진 갤럭틱이 제공하는 실제 무중력 상태의 지속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그래도 론 하워드가 활용할 수 있었던 시간인 25초에 비해 거의 11배나 더 길며, 그에 따른 비용도 국제 우주 정거장까지 가는 예산보다 덜할 것이다.

스페이스 일레븐(Space 11)이라는 스타트업은 지구 저궤도에 영화 및 텔레비전 스튜디오를 구축할 수 있다고 진지하게 제안한다. 그들은 “지상의 우주 정거장에서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을 제작할 예정인데, 그 안에는 운동선수, 가수, 배우, 패션 디자이너, 톱 모델 등이 무중력 우주 공간에서 마주하는 훈련을 수행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웹사이트에 의하면, 그것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거대한 도약”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의 신뢰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

센터보로 프로덕션(Centerboro Productions)은 〈헬리오스(Helios)〉라는 공상과학 스릴러를 제작하기 위해 계획 중이다. 이 작품은 제프 베이조스와 그가 설립한 우주 비행 기업인 블루 오리진(Blue Origin)으로부터 열렬한 후원을 받고 있다. 그리고 블루 오리진과 시에라 스페이스(Sierra Space)는 국제 우주 정거장을 대체할 수 있는 오비탈 리브(Orbital Reef)라는 새로운 우주 정거장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 우주 정거장이 무중력 촬영 장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한편, 인간을 다시 달에 보내기 위한 시도는 현재 다수 진행 중이다. 달에서 촬영하는 비용은 상당히 어마어마할 것 같지만, 일부 영화 제작자들은 중력이 약한 환경의 달을 지구 근처의 우주보다 훨씬 더 편리한 촬영지로 여기고 있다. 중국 국가항천국(CNSA)은 2030년까지 사람을 달에 보내겠다는 야심을 발표했는데, 미국은 2020년대 말에 중국보다 먼저 그 일을 해내고 그곳에 머물면서 최초의 달 기지를 구축하는 계획을 세웠다.

 

4. 우주 엔터테인먼트의 과제


우주로 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제대로 된 유형의 우주선을 확보하는 것이다.

국제 우주 정거장은 우리의 머리 위쪽 250~260마일(410~420킬로미터) 상공의 지구 저궤도에 있으며, 허블 우주 망원경은 약 340마일(540킬로미터) 상공에서 궤도를 돌고 있다. 이는 대략 영국 런던에서 에든버러까지의 거리에 해당한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제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우주선이 궤도를 유지하려면 최소한 초속 약 5마일(8킬로미터), 시속 1만 7000마일(2만 7000킬로미터)의 속도가 필요하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최대 속도가 시속 2000마일(3200킬로미터)에 불과한 리처드 브랜슨의 스페이스십원(SpaceShipOne)은 궤도 속도(orbital veelocity)에 한참이나 못 미친다. 현재 상태로 이를 극복할 유일한 방법은 다단 로켓을 사용하는 것이다.

나사가 2011년에 우주 왕복선을 퇴역시킨 이후로, 사람들을 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러시아가 되었다. 러시아는 1960년대에 개발한 소유즈 캡슐과 발사체를 사용해서 이런 일을 해내고 있다. 돈이 부족했던 러시아의 우주 개발 엔지니어들은 나사로부터 자금을 겨우 조달할 수 있었다. 나사는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국제 우주 정거장으로 올라갈 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페이스엑스의 드래곤(Dragon) 캡슐이 도입되면서 이제는 한 번에 일곱 명의 승객을 궤도에 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 발사체는 운용하기가 매우 쉬운 걸로 여겨지는데, 스페이스엑스에 발사 비용을 일부 지불하고 탑승하는 비전문가 우주인들이 등장할 정도였다. 그 외에도 미국 항공우주 기업인 보잉(Boeing) 역시 자체적인 스타라이너(Starliner) 캡슐을 개발하고 있으며, 몇 차례 연기되긴 했지만 올해 7월에 실제로 그중 하나를 날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의 또 다른 항공우주 기업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는 드림 체이서(Dream Chaser)라고 알려진 날개 달린 소형 우주 발사체를 개발해왔다. 이 역시 여러 번 연기되며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가장 최근에 예정되었던 발사 일정도 올해 후반으로 밀렸다. 원래 시에라 네바다는 이것을 화물 운반 목적으로 설계하였다. 그러나 현재는 이를 드래곤 캡슐과 비슷한 규모의, 승무원들을 지구 저궤도로 실어 나를 수 있는 유인 우주선으로 업그레이드하려고 한다.

일곱 명이 조금 적다고 느껴진다면, 스페이스엑스의 스타십이 마음에 들 것이다. 그들은 스타십에 “최대 100명의 사람들을 태우고 장기간 동안 행성 사이의 비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랑한다.

안타깝게도 지난 4월에 있었던 스타십의 시험 발사가 실패하면서 폭발로 마무리되었다. 스페이스엑스가 계획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에는 아직은 요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단 한 번에 100명의 사람을 궤도에 올려 보낼 수 있게 된다면, 우주 기반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매우 현실적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분장 스태프도 우주에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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