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기 지친 사람을 위한 데이터
6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숲이 아닌 나무를 볼 때

흔히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고 말합니다. 어떤 일에 있어서 한 면만 보고 오해하지 말고 전체를 보라는 뜻입니다. 신문, 방송 기사는 사회를 보는 창입니다. 사회 전반의 문제를 담아내는 기사는 나무보다 숲에 가깝죠. 그러다 보니 기사 속 내용이 개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이대로라면 2055년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되고, 그 시점에 연금 수령 조건이 채워지는 1990년생은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기사가 대표적입니다. 이 기사는 연금을 내고 받는 모든 국민에게 가깝게 느껴질 겁니다. 하지만 재정 상황은 정확히 어떤지, 만약 사실이라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그래서 정말 받을 수 없는 건지, 모든 내용을 담기엔 기사에 허락된 지면이 너무 작습니다. 기사를 읽어도 읽어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만 알게 될 뿐입니다.

기사 한 편에 담기에 세상은 너무도 복잡하고 시끄럽습니다. 우리는 그런 세상에서 판단과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 하죠. 명쾌한 해답 없이 불안함만 커집니다. 안혜민 기자는 무언가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는 상황이 이어져 두렵다면 마부뉴스가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질문을 던지며 글을 시작합니다. “90년생은 국민연금을 못 받을까요?” 사실 이 질문은 반문에 가깝습니다. 90년생은 국민연금을 못 받을 것이라는 불안에 대한 반문 말입니다. 그리고 데이터를 통해서 불안 속에 숨어 있던 진실을 발굴하죠.

그렇다면 불안은 어디서 왔을까요? 안혜민 기자는 관용과 배려를 외치는 목소리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관용, 배려 그리고 다양성까지. 물론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누군가 “그래서 이것들이 진짜 우리 사회를 바꾸고 있는지” 묻는다면 명쾌한 답을 내놓기는 어렵습니다. 좋은 것을 좋다고 설명하는 것도 백번 반복하면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지치기 마련이죠. 마부뉴스가 데이터라는 새로운 언어를 찾은 이유입니다.

《설명하기 지친 사람들을 위한 데이터》는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 열두 편의 대사를 하나하나 따져, 사회에서 이어져 온 차별을 설명합니다. 24개에 달하는 웹 접근성의 원칙을 통해, 우리 사회가 색각 이상자를 얼마나 배제하고 있는지 보여 줍니다. 그리고 미국 대법관의 정치 성향을 점수화합니다. 이는 곧 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점수이기도 하죠. 그렇게 숲으로 존재하던 기사 속 이야기는 데이터를 통해 조금씩 선명해집니다.

하지만 마부뉴스는 데이터만이 답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놓고 말하지만, 반박 불가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모든 글 끝에 질문을 통해 틈을 열어 놓습니다. 각자의 의견은 무엇인지, 또 다른 가능성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데이터를 해석하고 내 삶에 적용하는 것, 그것이 마부뉴스가 말하는 데이터의 효용입니다.

뉴스 속에는 온통 문제가 되는 이야기뿐입니다. 각자의 경험에 따라 관심이 가는 주제도 그렇지 않은 주제도 있을 겁니다. 이를 멀리서 본다면 ‘사회 갈등’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저마다 다른 입장이 너무나 많습니다. 마부뉴스는 데이터를 통해 이렇게 복잡한 사정까지 짚어 냅니다. 내가 사는 세상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숲을 가까이 살펴보면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촘촘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숲은 다른 식물과 동물들의 보금자리가 되기도 하죠. 세세하게 들여다볼 때, 비로소 문제의 뿌리와 가능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데이터는 모두가 숲을 볼 때 나무를 볼 수 있게 돕습니다. 문제가 너무 커서 혹은 너무 많아서 설명하기 지친 사람에게 데이터라는 새로운 언어를 권합니다.

정원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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