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6. FOUNDERS

2023년 9월, THREAD

이달의 이야기

The iPhone Moment

 

안녕하세요. 북저널리즘 신아람 CCO입니다.

스티븐 킹의 소설, 좋아하시나요?

저는 무척 좋아합니다. 이름이 낯선 분도 계시겠지만 〈쇼생크 탈출〉, 〈스탠드 바이 미〉 등의 작품명은 익숙하실 거예요. 영화로도 제작돼 대성공을 거두었으니까요. 흔히, 팔리는 소설을 잘 쓰는 작가나 장르 소설의 대가 등으로 평가받는 작가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그냥 글을 잘 쓰는 사람입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주제를 불문하고 픽션을 정말 기가 막히게 그려 냅니다. 스티븐 킹의 글이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에게 그의 글이 왜 좋은지, 가장 큰 이유를 묻는다면 저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습니다. 스티븐 킹은 사람을 잘 아는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소설을 읽으며 납득할 수 없는 인물을 만난 적은 없습니다. 악인이든 선인이든, 혹은 상상이 빚어낸 무정형의 괴물이라 할지라도 ‘살아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공포 앞에서, 잔인한 운명 앞에서, 혹은 사랑 앞에서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스티븐 킹은 알고 있습니다. 유려한 글솜씨보다 어쩌면, 사람에 대한 통찰이 스티븐 킹의 가장 큰 재능일지 모르겠습니다. 국내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단편 소설, 〈해리건 씨의 전화기〉에서도 그런 재능이 빛납니다.

해리건 씨는 통찰력 있는 투자가이지만 늙고 지쳤습니다. 외부 세계와 단절된 외진 마을로 이사 와 노년을 보내고 있죠. 그런 그가 2008년, 아이폰을 선물 받게 됩니다. 텔레비전도, 라디오도 마다하는 해리건 씨도 이 새로운 기계 앞에서는 경탄하게 되죠. 실시간 다우지수를 보여주는 주식 애플리케이션과 오늘의 기사를 무료로 보여주는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를 경험한 순간, 해리건 씨는 회춘이라도 한 듯, 이 새로운 혁신이 몰고 올 변화를 하나하나 짚어냅니다. 모두가 목격했으되 이해하지는 못했던, ‘아이폰 모멘트’를 이 노쇠한 투자가는 알아봤습니다.

그렇겠죠. 아날로그 시대에서 전설적인 투자가로 성공했던 혜안이 어디 갔을 리가요. 해리건 씨는 아이폰 앞에서 흥분과 두려움, 분노와 조바심에 사로잡힙니다. 그리고 결국, 소설 속 ‘해리건 씨의 새로운 전화기’는 기적을 만들어 냅니다. 판타지 같지만, 상당히 현실적인 이야깁니다. 아이폰은 실제로 세상을 바꿨으니까요. 룰을 새로 쓰고 상식을 뒤집었죠. 정보를 다루는 방법부터 친구를 사귀는 방법까지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2007년 11월, 스티브 잡스는 혁명을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해리건 씨가 이야기한 대로 “사람들이 알아차리기” 시작했습니다.

알아차린 사람들

마크 저커버그처럼 새로운 연결을 만든 사람도 생겨났고, 제프 베이조스처럼 망할 뻔한 온라인 서점을 일으켜 세워 새로운 유통의 법칙을 만든 사람도 있었죠. 《뉴욕타임스》는 혁신 보고서를 냈고, 서브스택과 같은 기업들이 부상하면서 콘텐츠 비즈니스의 양상도 급변했습니다. 그야말로, ‘알아차린’ 사람들이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아갔습니다.

한국에도 알아차린 사람들이 있었죠. 대표적 인물 중 한 사람이 바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일 겁니다. 김범수 의장은 해리건 씨처럼 아이폰 모멘트를 바로 알아본 사람입니다. 북저널리즘의 이연대 대표는 팟캐스트 〈FOUNDERS〉 1화에서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과의 인터뷰 당시를 회상합니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프레젠테이션을 라이브로 지켜보며 이 대표 자신은 “친구들과 술 마시다가도 급한 업무가 들어오면 간단한 문서 작업은 그 자리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겠다”며 기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김 의장은 똑같은 발표를 보며 “6개월 후 사람들 손에 아이폰이 들려있다면 무엇을 불편해할지”를 고민했다는 겁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카카오톡’ 서비스입니다.

카카오톡은 이제 ‘카카오’라는 플랫폼으로 우리 일상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카카오라는 기업의 현재는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평가받지만, 김범수 전 의장은 분명 우리의 삶을 바꾼 인물입니다. 정치도 아니고 전쟁도 아니었습니다. 0 에서 1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창업’이, 21세기의 변화를 만드는 단초가 됩니다. 김봉진 전 의장의 ‘배달의민족’이, 김범석 의장의 ‘쿠팡’이 그러했습니다.

그들이 바라보는 곳

다만 그들이 만들어 낸 변화의 방향이 늘 좋은 쪽만 가리켰던 것은 아닙니다.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와 소상공인 생존 문제가 제기됐고, 새벽 배송이라는 혁신 뒤에는 배달 노동자들의 과로가 쌓였습니다. 변화는 새로운 문제도 몰고 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창업가들이 만들고 있는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유토피아든, 디스토피아든 미래의 큰 틀을 설계하고 있는 사람들이 창업가들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팬데믹이 사실상 끝나고 전 세계에 풀려있던 돈을 각국 정부가 빨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스타트업의 전성기는 끝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미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이 혁신이 아닌 공룡이 된 마당에 아이폰처럼 새로운 무언가가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지 되묻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은 필요(needs)가 있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2007년 이전까지 아이폰이 없어 불편하다는 불만을 가진 사람은 지구상에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창업가들은 그런 존재입니다. 필요를 충족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 그래서 지금처럼 어딘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듯한 상황에서 창업가들의 비전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룰을 바꿔 상황을 반전시키는 사람들이니까요. 반전의 계기는 핵융합 발전과 같은 거대 담론일 수도 있고, 탄소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스니커즈일 수도 있습니다. 공통점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기반을 둔 도전이라는 점입니다.

경탄의 순간

그래서 이번 달 《스레드》는 창업가들의 이야기와 스타트업 씬의 현재에 관해 깊이 다뤘습니다. 전 세계 경제가 새로운 챕터로 접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닥쳐올 미래가 지금까지의 세상과는 다를 것이라는 이야기도 이제는 새롭지 않죠. 실제로 그러합니다. 날씨가, 물가가, 취업 시장이 어제와 내일은 분명 다를 것이라고 증명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달라지고 있는 지금, 창업가들이 향하는 방향을 바라보면 불확실한 미래의 윤곽이 어느 정도는 보일 겁니다.

페이스북도 아마존도, 카카오도 쿠팡도 더 이상은 혁신이 아니게 된 2023년, 창업가들은 제2의 ‘아이폰 모멘트’를 만들기 위해 도전하고 있습니다. 창업계의 아이돌이자 통제 불능의 악동인 일론 머스크부터 알리바바의 마윈, 소프트뱅크의 손정의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로부터 여러분의 ‘아이폰 모멘트’를 찾아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최악의 투자 불황기를 버텨내고 자신만의 혁신에 도전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실 수 있는 글도 준비돼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레드》는 없던 것을 만들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주목했습니다. 파카로 세상을 구하고 있는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야기, 여성을 팀 스포츠에 끌어들여 세상을 바꾸겠다는 야심에 찬 스타트업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달, 저희가 준비한 소식들로부터 여러분이 경탄의 순간을 찾아내셨으면 합니다. 해리건 씨가 아이폰을 처음 만난 그 순간처럼 말이죠

explained

트위터 리브랜딩, X는 성공할까?

파랑새 아이콘이 그리운 분, 또 계신가요? 적어도 저는 아직 트위터의 새소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요. X라는 아이콘을 봐도, 파란색 아이콘이 아른거리고요. 제가 아직 일론 머스크의 거대한 X 생태계를 따라잡지 못해서일까요? 트위터가 얼마 전 X로 새 단장을 했죠. 그런데 이 X, 묘하게 옷만 갈아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뭐가 어떻게 바뀐 건지, 일론 머스크는 왜 X를 그토록 원하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그런데 일론 머스크, 의외로 X로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습니다. 괴짜 혁신가 일론 머스크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요?


소프트뱅크와 AI 버블

요즘 VC 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뭔지 아시나요? 바로 AI입니다! 한 스타트업은 직원도, 로드맵도, 제품도 없는데 무려 1억 달러 넘게 투자받기도 했대요. 그저 ‘생성형 AI 스타트업’이라는 이유만으로요. 일각에서는 이 흐름을 AI 버블이라며 우려하기도 하는데요. AI 버블을 본격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개척자가 여기 있습니다. 바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에요. 손 회장의 AI 사랑, 진짜 이유는 뭘까요?

마윈은 왜 농업과 함께 돌아왔나

사라졌던 마윈이 농업 스타트업 투자 소식으로 침묵을 깼습니다. 영어권 이름 ‘잭 마(Jack Ma)’, 중국의 인터넷 시대를 연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바바의 CEO죠.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중국의 대표적 부호가 된 그는 모든 중국인들의 영웅이자 롤 모델이었습니다. 중국공산당에 비판적 발언을 한 이후 과징금 철퇴와 함께 잠적한 마윈이 갑자기 농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요? 한때 위대했던 창업자의 발자취를 통해 혁신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합니다.


스타트업 강국으로 거듭나려는 일본의 실험

세계 경제 규모 3위, 소니와 도요타의 나라 일본. 그런데 ‘일본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기업이 있으신가요? 일본은 소수의 대기업을 여러 중소기업이 단단히 떠받치고 있는 경제 구조인데요, 이 때문에 대부분의 젊은이들도 대기업이나 공무원 취업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최근 젊은 공무원들의 상당수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고 있다고 해요. 대체 일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스타트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일본은 스타트업 강국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요?


세컨더리와 스타트업 생태계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습니다. 요즘 VC의 투자 트렌드는 한마디로 ‘투자하지 않는 것’입니다. 스타트업은 지분을 헐값에 팔아 혹한기를 버티고 있어요. 그 결과 구주를 거래하는 세컨더리 시장이 뜨고 있습니다. 경기가 안 좋다, 그래서 투자 상황이 안 좋다는 이야기는 기사로 많이 접했을 텐데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나요? 스타트업 생태계를 둘러싼 지금의 투자 상황을, 경제를 잘 몰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합니다.


길 잃은 혁신의 운동화

운동화가 환경을 구할 수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미국의 친환경 신발 브랜드 올버즈(allbirds)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운동화를 혁신의 가치로 내세웠습니다. 한때 실리콘밸리의 테크 거물과 셀럽의 신발로 유명했죠. 아니 그런데 어느 날, 운동화에 구멍이 나고 신발 축이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레깅스는 모양이 온통 망가졌고요. 매출도 추락, 주가도 추락한 올버즈는 지금 길을 잃었습니다. 이들이 놓친 건 무엇일까요? 올버즈의 스토리를 보면,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도 보입니다.

톡스

위밋업스포츠 신혜미 대표 - 여자가 운동해야 세상이 바뀐다

여러분은 어떤 운동을 즐기시나요? 축구, 야구, 농구, 요가와 필라테스까지. 최근에는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의 종류도 크게 늘었어요. 그런데 여성의 스포츠는 어떨까요? 위밋업스포츠 신혜미 대표는 여성들이 다름 아닌 ‘팀 스포츠’에서 배제돼 왔다고 지적합니다. 팀 스포츠의 경험은 개인 스포츠와 달라요. 개인은 팀 안에서 서로를 위로하기도 하고, 격려하기도 하죠. 또 때로는 분한 패배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요. 이 모든 게 일종의 성장이자 모험이 아닐까요? 신혜미 대표의 이야기를 통해 팀 스포츠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짚어 봅니다.

롱리드

파카로 세상을 구하다

노스페이스와 파타고니아, 두 아웃도어 브랜드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브랜드의 철학과 진정성을 내세워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인데요. 파타고니아 창업자는 회사를 개인 소유하며 가치를 지켜 나갔고, 노스페이스의 창업자는 가치에 보다 충실히 복무하기 위해 회사를 떠났습니다. 소비자는 이제 제품의 효용만큼, 기업의 철학과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시인들에게 아웃도어 장비와 함께 야생의 전율을 파는 두 기업의 고집스러운 원칙,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THREAD EXPLAINS THE NEWS
스레드는 스트리밍 세대를 위한 종이 뉴스 잡지입니다.
이달에 꼭 알아야 할 비즈니스, 라이프스타일, 글로벌 이슈의 맥락을 해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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