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이동을 바꾸는 혁신
1화

배터리의 발전과 수송 혁명

인류는 한 세기 만에 전기차를 도로에 복귀시켰다. 더 높아진 밀도, 더 빨라진 충전 속도를 갖춘 배터리 혁신 덕분이다. 이제는 바다와 하늘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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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세기 만에 돌아온 전기차


1899년의 파리 외곽. 벨기에 남성 한 명이 어뢰 모양의 차량 위에 앉아서 새로운 육상속도기록(LSR)을 수립했다. ‘라 자메 콩땅뜨(La Jamais Contente·결코 불만족)’라는 이 차량은 시속 100킬로미터를 돌파한 최초의 도로용 자동차였으며, 당대 자동차 혁신의 기준을 수립했다. 그리고 전기 자동차였다.

해당 차량의 운전자였던 카미유 즈나치(Camille Jenatzy)는 전기 마차를 생산하는 제조 공장의 소유주였는데, 당시에 전기 마차는 도시를 돌아다니는 매우 대중적인 방식이었다. 1890년대와 1900년대 초에는 런던과 뉴욕의 길거리에 배터리로 추진되는 택시 함대가 윙윙거리며 돌아다녔다. 말과 마차가 여전히 가장 흔한 교통수단이던 시대에 미국에서만 3만 대 이상의 전기차가 등록되어 있었다.

전기차는 연료로 가동되는 차량의 특징인 냄새, 진동, 소음이 없었다. 그러나 대도시 이외의 지역에는 전력 인프라가 없었고, 게다가 주행 거리는 짧았다. 결국 전기차는 공해를 일으키는 차량들에게 점차 그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전기차용 배터리 성능이 개선된 덕분에 전기차는 한 세기 만에 다시 한번 가솔린 차량의 실용적인 대안이 되었다. 2020년부터 2022년 사이에 전기차 판매량은 세 배나 늘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예상에 의하면, 전기차 시장은 2023년에도 계속해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그래 봐야 전기차가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5분의 1도 되지 않지만 말이다.
전기차의 부활 덕분에 배터리 연구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발전에 커다란 힘이 실렸다. 업계의 대표적인 전문가 중에서는 우리가 제2의 전기차 황금기에 접어들게 될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향후 15년 이내에 전기차 판매량이 화석 연료 추진 자동차 판매량을 능가할 뿐만 아니라, 최근의 획기적인 혁신들 덕분에 조만간 상용 비행기부터 화물선에 이르기까지 모든 운송 부문이 전기로 작동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전기차 부문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몇몇 주요한 이정표들을 주파해 왔다. 대표적으로는 한 번의 충전으로 1000킬로미터 이상을 주행한 최초의 전기차가 나타났다. 도요타(Toyota)와 폭스바겐(Volkswagen)은 대중용 차량에 적용되어 1000킬로미터의 주행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의 상업적 생산을 개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 현재의 휘발유 또는 디젤 차량보다 대략 두 배나 더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게 된다.

포드(Ford),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 재규어랜드로버(Jaguar Land Rover), 볼보(Volvo) 등을 포함하여 주요 자동차 제조 업체 거의 모두가 내연 기관차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줄여서 2040년에는 완전히 없애겠다는 목표를 세워두었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가 실현되려면 극복해야 할 상당한 장애물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여전히 충전, 배터리 재료의 수급, 배터리 노후화를 전기차 전환의 어려움으로 꼽고 있습니다.” 영국의 엔지니어링 회사인 칼럼(CALLUM)의 경영 담당 이사인 데이비드 페어번(David Fairbairn)이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의 회사는 현재 전기차 충전 시간을 불과 몇 분으로 단축하여 휘발유나 디젤 차량만큼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소재의 배터리 제조사인 뇨볼트(Nyobolt)와 협업하여, 이들 회사는 6분 이내에 완전히 충전할 수 있는 전기차를 선보였다.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는 2024년부터 생산을 개시할 예정인데, 뇨볼트의 CEO인 사이 쉬바레디(Sai Shivareddy)는 회사 차원에서 빠르게 설비 확장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기차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야간에 자택에서 차량을 충전할 수 없는 영국 내 40퍼센트의 가구도 (수혜 대상에) 포함된다”고 한다.

 

2. 탄소 제로 운송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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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비행기나 전기 선박의 경우, 충전 시간은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에너지 밀도, 비용, 용량과 같은 다른 요소들이 여전히 위험 요소다.

테슬라(Tesla)로 전기차를 주류의 위치에 진입시키는 데 일조한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2021년에 자신이 차량과 트럭을 넘어서 초음속 전기제트기를 만들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저에겐 비행기 설계가 있습니다.” 그가 조 로건(Joe Rogan)의 팟캐스트에서 한 말이다. “신나는 일은 전기로 수직 이착륙을 하는 일종의 초음속 제트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연구를 하느라 “머리가 터질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그는 자신의 업무에 트위터도 추가하긴 했지만, 전기비행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는 기술 억만장자가 머스크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스타트업 회사인 에비에이션(Eviation)이 출퇴근용 전기 비행기의 첫 비행을 마쳤다. 이 비행기는 아홉 명의 승객을 각자의 짐과 함께 싣거나, 또는 1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앨리스(Alice)라는 이름의 이 비행기는 최대 645킬로미터(400마일)의 단거리 상용 노선에 이용할 수 있는 최초의 배터리 추진 비행기다.

미국계 항공사 두 곳이 이미 125대의 앨리스 비행기를 주문했으며, DHL과 같은 물류회사들도 역시 관심을 표명했다.

배터리 설계 분야에서는 지난해에 오랫동안 기다려 온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었다. 대형 비행기 역시 조만간 소형 출퇴근 비행기와 같이 배터리 추진 동력을 이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장거리 전기 비행기의 경우 500킬로그램당 와트시의 에너지 밀도가 필요한데, 이는 지난해 테슬라 차량에 장착된 리튬이온 배터리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러한 분수령을 일본의 연구자들이 최첨단 리튬공기(lithium-air) 설계를 이용하여 마침내 이뤄냈다. 이제 문제는 이 기술을 실험실 밖으로 꺼내어 현실 세계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선박의 경우에는 비용이 커다란 장벽이다. 100퍼센트 전기로 가동되는 세계 최초의 무인 화물선이 작년에 처음 닻을 올리긴 했지만, 해당 선박의 건조 비용은 전통적인 화물선의 세 배였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해운업은 세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3퍼센트를 만들어낸다. 그런 해운업이 친환경 대안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은 이미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그 비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프로토타입 가운데 하나는 화물용 컨테이너에 보관된 배터리를 사용한다. 배가 기착항에 도착할 때마다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체할 수 있다. 이런 설계를 개척한 스타트업인 플릿제로(Fleetzero)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헨더슨(Steve Henderson)은 최근에 어느 팟캐스트에 출현하여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현재 확신하는 것은 해운업의 미래가 전기라는 것입니다.”

아마존(Amazon)과 이케아(Ikea)를 포함한 많은 기업이 이미 2040년까지 탄소 제로 운송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만약 해상에서도 전기차나 전기 비행기와 동일한 궤적의 발전이 뒤따른다면, 이제 앞으로 수십 년 이내에 육해공의 모든 영역에서 주요한 추진 수단은 배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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