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날씬하게
2화

틱톡이 당뇨병 치료제를 만났을 때

©Adobe Stock
틱톡(TikTok)에서 필수 아이템으로 소문나면 그 제품의 판매량은 하늘로 치솟고 사람들은 서로 가지려고 안달이 난다. 가장 최근에는 다이어트 약인 오젬픽(Ozempic)의 해시태그(hashtag)가 지금까지 이 앱에서 3억 5000만 회 이상 기록됐다. 젊은 여성들은 1회분의 약물을 들고 카메라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들은 제품 포장에서 주사 바늘을 꺼내, 자신의 복부에 찔러 넣는다. 그런 다음에는 다음 주에 체중이 얼마나 많이 빠지길 바라는지 털어놓는다. 최근 들어서 당뇨 치료제인 이 약이 체중 감량을 위해 ‘오프라벨(off-label)’[1]로 처방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셜 미디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엄청나게 치솟았고,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이 약은 할리우드에서도 살 빼는 방법으로 유행하고 있는데, 유명한 스타들은 몇 파운드 몸무게를 빼기 위해 한 달에 1500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의약명으로는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인 오젬픽은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과 유사하게, 인체가 포만감을 느끼게 만든다. 주당 1회 주사로 투여하는데, 강도에 따라 다르지만 1년에 평균 6~15퍼센트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다. 이 약물 덕분에 제조사인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2020년 한 해에만 34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그 판매량이 두 배 이상 늘어서 7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로부터 허가를 받은 오젬픽의 2.4밀리그램 버전인 위고비(Wegovy)가 2023년 초에 영국에 풀리면 선풍적인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온라인 게시물이 넘쳐나는 가운데, 사용자들은 자신의 입맛이 어떻게 줄었는지 증언하며 체중계의 숫자가 줄어든 것을 다채로운 색상으로 깜빡이며 보여 준다. 효과 빠른 허리 라인 ‘특효약’은 늘 존재해 왔다. 그러나 틱톡의 효과는 그 어느 때보다 넓은 범위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올해 초 《약학저널(Pharmaceutical Journal)》이 밝혀낸 것은, 틱톡이 온라인에서 젊은 층에 잘못된 의학 정보를 퍼붓는 ‘최악의 범인’이라는 사실이다.
©Adobe Stock
영국의 지역보건의사(GP)인 사이먼 고든(Simon Gordon)은 비만 환자들에게 오젬픽이 “효과가 좋다”라고 말한다. 그는 실제로 “감량에 성공한 많은 사람, 그들이 혈압약 복용을 멈추게 된 사례를 목격했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까지는 효과가 있지만, 그것을 체중 감량의 만병통치약으로 선언하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과거의 격랑을 고려하자면 더욱 그렇다. 지난 60년 동안 의료 당국으로부터 승인된 약품은 최소 25개에 달하지만, 심장 판막 손상부터 뇌졸중, 자칫하면 치명적일 수도 있는 폐 질환인 원발성폐고혈압(PPH)에 이르기까지 각각 부작용이 명확히 확인되면서 유통이 금지되었다. 부분적으로는 이런 파란만장한 역사 때문에 제약 회사들이 손쉬운 금광에 함부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5억 명의 성인이 과체중이다. 1975년 이후 세 배 늘어난 수치다. 그리고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영국에서 처방받을 수 있던 약품은 단 하나뿐이었다. 이는 그러한 무의식적인 두려움을 반영한다.

그러나 1930~1960년대에는 상황이 달랐다. 암페타민(amphetamine) 기반의 체중 감량 약품 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혼란 및 환각’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테뉴에이트 도스판(Tenuate Dospan)이다. 도널드 트럼프도 1980년대 초에 이 약을 처방받았다. 정신병 역시 그런 약물이 초래하는 장기적인 문제점 가운데 한 가지로 여겨졌다. 단기적인 문제로는 ‘불안감, 불면증, 과대망상’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가 되자 식욕 억제제인 펜플루라민(fenfluramine), 암페타민 종류의 각성제인 펜터민(phentermine)을 조합한 알약인 펜펜(Fen-Phen)과 함께 의료적으로 살을 빼기 위한 경쟁이 최악의 상황에 달했다. 121명의 환자를 조사한 한 건의 연구에 의하면, 펜펜을 복용한 사람들은 34주 동안 평균 14.2킬로그램을 감량했다. 반면 플라시보(placebo) 약물을 복용한 대조군은 4.9킬로그램을 뺐다. 펜펜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단지 그러한 수요를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체중 감량 클리닉이 개설될 정도였다.

600만 명의 환자들이 1800만 건의 처방을 받고 난 2년 뒤, 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것은 “우리 시대의 도덕극(morality tale)[2]”이 되었다. 펜펜을 복용한 사용자 30퍼센트가 심장 판막 이상 증세와 원발성폐고혈압(PPH)을 경험했고, 이로 인해 이 약품에 대한 면허는 취소됐다. 그러나 메리 린넨(Mary Linnen)과 같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미국 매사추세츠 출신의 30대 여성이었던 그녀는 결혼식을 위해 살을 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녀는 석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1997년에 PPH로 사망했다. 이 약품의 제조사인 와이어스(Wyeth)를 상대로 수만 건의 법적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청구된 보상금은 210억 달러에 달했다. 이처럼 그 결과가 엄청났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후 10년 동안 새로운 다이어트 약을 허가하지 않았다.
©Adobe Stock
영국에서는 펜펜이나 펜터민(Phentermine)이 승인되지 않았다. 참고로 여기에서 말하는 펜터민은 미국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암페타민 기반의 또 다른 체중 감량 약품이다. 그러나 재빠른 결과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합법성 여부는 진입 장벽이 되지 않았다. 영국 정부의 의약품 및 건강 관리 제품 규제 위원회(MHRA)는 2013년부터 영국 내에서만 400만 파운드(약 66억 원)어치 이상의 불법 다이어트 알약을 압수했다. 그중에는 디니트로페놀(DNP)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약은 1933년에만 해도 비만 치료에 사용되었으나 나중에 ‘독성 화학 물질’로 분류된 것이다.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는 이 화합물은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일련의 사망 사건들과 관련이 있다. 그중에는 한 아이의 아빠인 24세 리암 윌스(Liam Willis)와 21세의 학생인 엘로이즈 패리(Eloise Parry)도 있다. 2019년 스코틀랜드 식품기준국(FSS)의 연구에 의하면, 비록 그 약이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응답자의 5퍼센트가 살을 빼기 위해 여전히 DNP를 복용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2017년에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조사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40퍼센트 이상의 사람들이 건강 관련 위험이 있음을 알면서도 다이어트 알약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퍼센트의 사람들이 그 동기를 “필사적인 체중 감량”이라고 응답했다. 그리고 동일한 수치의 사람들이 체중 감량 약품 복용으로 인한 출혈, 심장 질환, 시야 흐림 증상을 경험했다.

오젬픽은 현재까지는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되었다. 지역보건의사 사이먼 고든 박사가 현재 비만 치료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환자 한 명에게 그 약을 복용하라고 권장할 정도였다. 그러나 수술을 담당하는 외과 의사는 이를 반대했다. 고든 박사는 이 약품이 “비만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외과의 커리어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얼스터대학교(Ulster University) 의대의 내분비학과장이자 임상 교수인 알렉스 미라스(Alex Miras) 교수 역시 과체중으로 인한 건강 이상을 겪고 있는 환자가 그 약품을 사용하는 걸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는 할리우드를 비롯하여 소셜 미디어 전반에서 “그것이 얻고 있는 높은 인기가 놀랍지 않다”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지난해 승인된 또 다른 합법적 체중 감량 약품인) 삭센다(Saxenda)를 가장 많이 처방해 주는 곳은 미용 클리닉입니다.”

다이어트 보조제가 일단 승인을 받고 나면,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보다는 체중을 의식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는 의료 전문가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잠재적인 위험성을 상당히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약품은 원래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는 걸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것이다. 그러나 그냥 약품만 복용하면, 그리고 그러다 복용을 중단하면, 그나마 얻은 효과도 뒤집어질 수 있다. 의학적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전 세계적인 비만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약을 복용하고 난 뒤에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지난 4월 《당뇨, 비만, 신진대사(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라는 의학 저널에 게재된 한 편의 논문에 의하면, 2.4밀리그램 형태의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한 사람들은 해당 약품의 복용을 중단하고 나자 첫 해 감량했던 체중의 3분의 2를 다시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가장 많은 체중을 감량했던 사람들은 그렇게 뺐던 몸무게의 대부분을 고스란히 다시 얻었다. 이러한 요요 다이어트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들이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 줄였던 체중보다 더 많은 살이 찌고, 신진대사 기능의 손상도 흔하게 나타난다.

최근 틱톡에 오젬픽 관련 해시태그를 달았던 여성 한 명이 필자에게 말하길, 그녀는 5주 전부터 매주 주사를 놓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의 주치의가 최근에 체중이 증가한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일련의 검사를 실시했지만,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한 직후였다. 그녀는 특별한 감량 목표가 없다고 말한다. “반대로 여섯 달 안에 그만큼이 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냥 체중 감량 노력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요.” 수백만 개의 동일한 해시태그가 증명하고 있듯이, 그렇게 생각하는 게 그녀 혼자만은 아니다.
[1]
어떤 약품을 당국에서 허가한 용도 이외의 증상에 처방하는 것
[2]
도덕적인 교훈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