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이 갈 곳은 어디인가

2023년 10월 31일, explained

아시아에도, 인도에도, 아프리카에도 공장이 갈 곳이 없다. 축소 경제의 시대다.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NOW THIS

2040년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퍼센트대에 도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보고서 내용이다. 원인은 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력 하락이다. 경제성장률이 2040년대에는 0.7퍼센트, 2060년대에는 0.1퍼센트까지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이 예정처의 추산 결과다. 그런데 이 문제, 우리나라만의 얘기는 아니다. 전 세계가 함께 늙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가 끝나기 전, 세계 인구는 흑사병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수 있다. 지구에게는 좋은 소식일 수 있다. 인류에게는 아니다.

WHY NOW

가장 문제가 되는 분야는 제조업이다.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줄어들면서 역사상 가장 저렴했던 30년이 끝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인도, 아프리카를 살펴보면 성장주의의 한계점이 다다랐음을 인정하게 된다. 생존을 위해 축소 경제 시대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늙어가는 세계

출생률 감소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우리가 특히 심하다. 하지만 전 세계가 함께 늙어가고 있다. 인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2.1명의 출생률이 필요하다. 이를 ‘대체율’이라고 한다. GDP 기준 상위 15개국의 출생률은 모두 대체율을 밑돈다. 인구 대국 중국과 인도도 예외가 아니다. 전 세계로 범위를 확장해도 2.3명이다. 2000년의 2.7명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그나마 젊은 국가들에서 희망을 찾을 수는 없을까. 전망은 어둡다.

비싼 시대의 도래

물건값이 오르고 있다.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공장이 갈 곳이 없다. 일단, 아시아를 중심으로 일한 사람이 부족해지고 있다. 지난 30년간 인류는 전례 없이 값싼 풍요를 누렸다. 경제적 국경이 사라지거나 희미해지면서 높은 기술과 저렴한 노동력을 동시에 투입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술이라 해도 중국에서 값싸게 만들었다. 중국 다음은 베트남으로, 태국으로, 인도네시아로 노동력의 공급처가 옮겨갔다. 그러나 더는 갈 곳이 없다.

아시아 젊은이들의 사정

지난 30년 동안 부모 세대는 공장에서 일하며 자식을 키웠지만, 2세대는 다르다. 교육 수준도 높아졌고 눈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적은 수의 자녀를 더 늦게 낳는다. 가정을 꾸려 자녀를 양육하려면 안정적인 제조업 일자리가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나 킴 카다시안의 SNS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젊은이들에게 부모 세대의 삶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그들에게는 궂은일을 하러 공장에 갈 이유가 없다. 결과적으로 인건비가 치솟고 있다. 저렴하고 질 좋은 물건이 쏟아지던 시대가 끝났다.


MAKE IN INDIA

이에 따라 주목받고 있는 것이 인도다. 최근 중국을 꺾고 세계 1위의 인구 대국으로 올라섰다. 세계의 제조업 기지 자리를 꿰차는 것이 인도 모디 총리의 야망이다.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앞세워 제 2의 세계의 공장이 되고자 한다. 외국인 투자를 통해 제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파격적인 인센티브 정책으로 애플, 테슬라 등이 이미 인도를 선택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은 모디 총리의 유일한 선택지다.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할 일자리가 절실한 것이다.

성장률 6퍼센트, 실업률 7퍼센트

인도의 경제 성장률은 6퍼센트대다. 높은 수준이다. 실업률은 7퍼센트가 넘는다. 너무 높은 수준이다. 인프라는 없는데 당장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하다. 그것도 매년 9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렇다 보니 해외 기업의 공장을 유치하는 전략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애써 키운 고학력 인재는 해외로 유출된다. 문화적 장벽과 정치적 리크스, 여성 인권 문제 등도 장애물로 지적된다. 이런 와중에 인도 또한 늙어가고 있다. 평균 연령은 28세지만, 60세 이상 국민의 비중은 10퍼센트가 넘는다.

인류의 미래, 아프리카

그렇다면 가장 젊은 대륙은 어디인가. 아프리카다. 아시아와 인도가 중성장의 덫에 걸린 채 늙어가는 와중에 아프리카에서는 젊은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평균 연령은 19세다. 2050년이 되면 전 세계의 15~24세 인구 중 35퍼센트를 아프리카 대륙이 점유할 전망이다. 2040년대에는 신생아 5명 중 2명이 아프리카에서 태어난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아시아에 뒤를 이은 세계의 공장이 될 수 없다.

아프리카의 미래에 공장이 없는 까닭

세계은행에 따르면 매달 100만 명의 아프리카인이 노동 시장에 진입한다. 그러나 정식 일자리를 얻는 사람은 4명 중 1명도 되지 않는다. 이집트와 모로코를 위시한 북부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외하면 아프리카 대륙 대부분의 국가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화에 이미 실패했다. 일할 수 없는 현실은 젊은이들을 극단으로 내몬다. 소말리아의 해적단, 말리의 ISIS 세력 확장 등이 그것이다. 불안정한 치안 상황은 해외 자본의 투자에 걸림돌이 된다.

IT MATTERS

아프리카는 제조업을 통한 경제 성장을 건너뛰고 모바일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생태계로 비상을 꿈꾼다.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현재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아시아 국가들은 한국과 중국과 같은 경제적 성공 반열에 오르지 못한 채 고령화의 덫에 일찌감치 빠져들었다. 인도 또한 제조업 굴기를 외치고 있지만 고령화의 속도가 만만치 않다. 이제 세계의 공장은 없다.

더 이상 지난 30년과 같은, 값싼 제조업의 시대는 지속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치료해야 할 일시적인 질병이 아니라 꾸준히 관리해야 할 지병이 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계획해야 하는 까닭이다.

대두되고 있는 것이 슈링크플레이션, 축소 경제다. 고물가, 고령화 사회에서 생산이 줄고,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적게 쓰고 적게 생산하는 시대다. 투자와 확장은 접어두고 긴축과 감축이 새로운 전략이 된다. 부의 상징이었던 부동산과 자동차의 수요가 감소하고, 성장이 아니라 생존이 목표가 된다. 저출생 고령화의 특이점을 맞은 한국 사회에는 어떤 대안이 있는지 살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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