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이 만들 기후 금융

2023년 11월 30일, explained

COP28의 핵심 의제는 ‘손실과 피해’ 기금의 작동 방식을 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진국과 개도국의 생각 차이가 크다.

파키스탄 펀자브주에서 홍수로 집을 잃은 주민이 가축을 끌고 물살을 헤쳐 나가고 있다. 기후 변화로 파키스탄의 홍수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사진은 2010년 8월에 촬영됐다. 사진: Daniel Berehulak, Getty Images
NOW THIS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세계 각국 정상이 모인다. 기후 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서다.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11월 30일 개막한다. 12월 12일까지 열린다. COP28의 핵심 의제는 지난해 열린 COP27에서 합의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의 작동 방식을 정하는 것이다. 기후 금융이 시작된다.

WHY NOW

기후 위기로 피해를 받는 국가를 돕기 위해 기금을 조성하는 데에는 국제 사회가 합의했다. 그러나 그 돈을 누가 내고, 얼마나 내고, 누가 받고, 누가 관리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선진국과 개도국과 산유국의 생각이 다르다. 개도국 행세를 하는 경제 대국도 있다. 손실과 피해 기금을 둘러싼 쟁점을 살펴본다.

기후 위기의 불평등

기후 위기는 불평등하다. 파키스탄의 1인당 국민 소득은 1500달러다. 파키스탄 국민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퍼센트 미만을 배출하는데,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는 집중된다. 전 국토가 물에 잠길 지경이다. 거칠게 말하면, 북반구 사람들이 플렉스 한다고 탄소를 펑펑 배출해서 남반구 사람들이 폭우와 홍수와 가뭄과 기근과 무더위를 겪는다.

손실과 피해 기금

그래서 국제 사회는 지난해 COP27에서 피해와 손실 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탄소 배출하는 나라가 따로 있고 피해받는 나라가 따로 있으니, 국제 사회가 기금을 조성해서 피해가 집중되는 국가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COP27에서 합의가 됐다. 그런데 실제로 기금을 어떻게 운용할지는 COP28에서 정하기로 했다. 그게 이번 회의다.

네 가지 쟁점

총론은 간단한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복잡하다. 크게 네 가지 문제가 있다. 기금을 누가 관리하나. 돈을 누가 내나. 얼마나 내나. 누가 돈을 받나. UN은 COP27 폐막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 인사가 참여한 준비위원회를 설립해 기금의 운용 방식을 1년간 논의했다. COP28에 제출할 권고안은 마련했는데, 선진국도 개도국도 만족하지 않고 있다.

누가 관리하나

선진국은 세계은행이 기금을 관리하기를 원한다. 역량과 전문성이 있기 때문이다. 개도국은 반대한다. 일단, 세계은행은 느리다. 당장 도시가 물에 잠겨도 기금이 집행되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할 수 있다. 보조금이 아니라 대출금 형식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개도국 입장을 대변할지도 걱정이다. 세계은행 총재는 사실상 미국이 결정한다.

누가 내나

선진국은 공여국 범위를 넓히려 하고, 개도국은 좁히려 한다. 예를 들어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경제 규모가 크고 탄소 배출도 많이 한다. 미국과 EU는 이런 신흥 경제국도 선진국과 함께 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어쨌거나 공식적으로 개도국이니까 개도국 혜택을 받고 싶어 한다. 과거의 오염자들이 책임질 문제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내나

COP28에 제출할 권고안을 작성한 사람 중 하나는 연간 1000억 달러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전문가마다 기관마다 국가마다 추정치가 다르다. 게다가 선진국은 기금에 돈을 내는 것이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상이 아닌 국제 사회의 연대 개념이다. 개도국은 저 표현이 자금 지원 중단의 구실이 될 수 있다고 의심한다.

누가 받나

기금이 조성되면 누가 돈을 받을 수 있을까. 개도국과 후진국은 당연히 자기 나라가 지원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선진국은 기후 변화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저개발 국가에만 자금이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저개발 국가에는 기후 데이터가 부족하다. 올해 콩고는 극심한 홍수를 겪었지만, 강수량 데이터가 부족해 기후 변화의 연관성을 증명하기 어렵다.

IT MATTERS

지금까지 소개한 네 가지 쟁점은 다시 하나로 정리할 수 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돈이 얼마나 필요하고, 누가 내야 하고, 누가 받을 수 있고, 누가 관리할지는 차라리 부차적이다. 2009년 기후 정상 회의에서 선진국은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 규모의 기후 적응 자금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가 돼서야 겨우 목표를 채웠다. COP27에서 드러났고 COP28에서 드러날 선진국과 개도국, 후진국 사이의 갈등은 결국 지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던, 나쁜 기억에서 비롯한 것이다. 목표가 클수록 좋다는 얘기는 개인에나 해당하는 얘기다. 이해관계자가 200개국 정도 된다면 지키지 못할 극적인 합의보다 작더라도 지킬 수 있는 합의가 더 큰 목표와 더 큰 합의를 불러올 수 있다. 결국 그게 지구에 더 이롭다.
 
이연대 에디터
#기후위기 #지구 #explained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