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2023

2023년 12월 28일, explained

2023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였다. 올해 지구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2023년 9월 29일 미국 뉴욕 윌리엄스버그가 폭우로 침수됐다. 사진: Fatih Aktas, Anadolu Agency,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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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기후 변화가 더 매서웠다. 기후가 고온 건조해지면서 캐나다 동부에서 대형 산불이 났다. 주홍빛 연기가 미국 뉴욕까지 내려왔다. 아프리카 리비아에선 열대성 폭풍과 홍수로 1만 8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국은 폭염과 한파가 동시에 발생하는 이상 기후를 겪었다. 모두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생긴 일이다.

WHY NOW

기후 재난이 일상이 됐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올여름 폭우로 전국 각지에서 사상자가 속출했다. 올봄에는 광주와 전남이 역대급 가뭄을 겪었다. 전남 섬마을에선 제한 급수가 이뤄졌다. 기후 위기는 더는 태평양 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북극곰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2023년 주요 기후 사건을 돌아본다.

폭염

올해 3월 부산에 벚꽃이 폈다. 102년 만에 가장 이른 개화였다. 5월 강릉의 한낮 기온이 35.5도까지 올랐다. 11월 김해 낮 온도가 30도를 찍었다. 초겨울에 반소매를 입는 사람이 있었다. 한국만 더웠던 건 아니다. 유럽 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는 올해 1~11월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 평균 기온보다 1.46도 높아 지난 12만 5000년 중 가장 더운 해였다고 밝혔다.

산불

기온이 오르니 토양의 수분이 감소한다. 비는 오지 않고 가뭄까지 겹친다. 대기가 바싹 마른다. 산불이 퍼지기 좋은 환경이다. 캐나다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산불이 번졌다. 남한 면적의 1.4배에 달하는 숲이 불탔다. 연기가 남쪽으로 내려와 미국 뉴욕의 하늘이 화성처럼 붉어졌다. 8월 하와이 마우이섬이 불탔다. 97명이 숨졌다. 그리스에서는 EU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이 났다. 서울만 한 크기의 산림이 소실됐다.

폭우

올해는 수해도 잦았다. 동아프리카는 최근 몇 년간 가뭄이 극심했는데, 올해 10월부터 많은 비가 내렸다. 케냐에서는 10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폭우와 홍수로 136명이 숨지고 50만 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소말리아도 폭우로 1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선 열대성 폭풍과 폭우로 대홍수가 났다. 댐이 무너지면서 피해가 커졌다. 1만 8000명이 숨졌다. 비가 워낙 많이 내려 사막에 호수가 생겼다.

엘니뇨

극단적인 이상 기후의 원인으로 엘니뇨가 지목된다. 엘니뇨는 적도 인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엘니뇨는 3~6년 주기로 일어나는데, 기후 변화로 더 강력해졌다. 파나마는 가뭄으로 운하의 수위가 낮아져 통과 선박 수를 제한했다. 브라질은 북부는 가뭄, 남부는 홍수를 겪었다. 보건 문제도 불거졌다. 올해 열대성 전염병인 뎅기열이 80개국에서 500만 건 발생했는데, 엘니뇨로 인한 폭염과 홍수가 확산 요인으로 분석된다.

아마존

좋은 일도 있었다. 올해 8월 브라질 아마존 열대 우림의 삼림 벌채 규모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6퍼센트 감소했다. 7~8월은 건기라 불법 벌목이 많은 시기인데,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정권 교체의 결과다. 올해 1월 취임한 룰라 대통령은 2030년까지 불법 삼림 벌채를 근절하겠다며 단속을 강화했다. 경제 성장을 위해 아마존 개발을 추진하고 환경 기관의 예산을 삭감한 전임 대통령과 대조된다.

화석 연료

2023년 12월 열린 제28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화석 연료 퇴출의 시작이 되는 “역사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100여 개국이 요구해 합의문 초안에 들어갔던 “화석 연료의 단계적 퇴출” 문구는 산유국 등의 반대로 빠졌지만, 그래도 “화석 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이라는 표현이 합의문에 포함됐다. 합의문에 ‘화석 연료’가 명시된 것은 기후 총회 2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손실과 피해 기금

COP28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이 공식 출범했다. 선진국보다 기후 변화에 책임이 적지만 더 큰 피해를 받는 개발도상국은 앞으로 국제 사회의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약정 금액이 기대에 못 미친다. 선진국들은 8억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는데, 필요 금액의 0.2퍼센트에 불과하다. 미국 프로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의 계약 총액(7억 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COP28 주최국인 아랍에미리트와 독일은 각각 1억 달러를 약정했다. 역사상 탄소 배출을 가장 많이 한 국가인 미국은 1750만 달러를 내기로 했다.

IT MATTERS

그럼, 2024년은 어떨까. 2024년 지구는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해라는 기록을 경신할지 모른다. 국제 사회가 아무리 좋은 합의를 해도 온실가스 배출은 줄지 않고 있다. 또 올해 이상 기후를 불러온 엘니뇨는 12월에 최고조에 달한다. 전 세계로 영향이 퍼지는 2024년 봄이 되면 더 크고 더 강력한 기후 재난이 일어날 수 있다.

1988년 여름 미국에 이상 고온 현상이 있었다. 미국 상원은 기후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서 기후학자 제임스 핸슨은 당시로선 낯선 개념이었던 지구 온난화를 이야기했다.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며 2019년까지의 온난화 추세를 예측했다. 많은 언론이 주요 뉴스로 다루면서 온난화에 대한 대중적, 정치적 논의가 시작됐다.

핸슨의 증언 이후 25년이 흘렀다. 당시 그의 예측은 대부분 옳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기후 과학의 숱한 경고 역시 현실이 될 수 있다. 최근 제임스 핸슨은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서 그는 향후 6년 안에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이라는 한계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은 달라야 한다.
 
이연대 에디터
#기후위기 #지구 #expla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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