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가 물에 잠겼다

2024년 4월 19일, explained

하루 동안 1년 치 비가 내렸다. 구름 씨뿌리기 때문이 아니다.

2024년 4월 17일 UAE 두바이 시내에서 시민들이 침수 지역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Stringer, Anadolu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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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하루 동안 1년 치 비가 쏟아졌다. 두바이 국제 공항은 활주로가 물에 잠겨 비행기가 둥둥 떠다녔다. 두바이는 사막 기후 지역이다. 연평균 강우량이 100밀리미터가 되지 않는데, 16일 하루 동안 1년 치 비가 내렸다. 두바이에서 100킬로미터 떨어진 알아인 지역에선 256밀리미터의 비가 내렸다.

WHY NOW

건조한 사막 기후의 도시가 기록적인 폭우로 물에 잠기자 현지에서는 구름 씨뿌리기 때문에 기상 이변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이 아니다. 기후 변화로 공기가 따뜻해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화석 연료를 계속 태우면 기후는 계속 따뜻해지고, 강수량은 계속 늘어나고, 결국 폭우와 홍수가 일어난다.

물에 잠긴 도시

UAE 국립기상센터는 이번 폭우가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49년 이후 75년 만에 최악이라고 밝혔다. 집과 상가가 물에 잠겼다. 도로가 강으로 변했다. 운전자들이 차를 버리고 탈출했다. 두바이 공항은 활주로가 물에 잠겨 항공편이 중단됐다. 두바이는 건조한 사막 기후로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지역이라 배수 시설이 부족하다. 현재까지 홍수로 20명이 사망했다.

인공 강우

사막 도시가 물에 잠기자 현지 소셜 미디어에서는 극단적인 날씨가 최근까지 두바이에서 진행된 ‘구름 씨뿌리기’ 작업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구름에 화학 물질을 뿌려 구름을 인공적으로 변화시켜서 인공 강우를 일으키는 작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홍수가 났을 때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공 강우 작업의 영향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구름 변형

구름은 대기를 떠다니는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들의 모임이다. 지표면의 수증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냉각되고 작은 물방울로 변하면서 구름이 생성된다. 구름 속 작은 물방울이 합쳐지다가 무거워져 떨어지면 비가 된다. 구름 씨뿌리기는 비가 더 많이 내리도록 작은 물방울에 결합체를 추가하는 작업이다. 두바이처럼 강수량이 적은 지역에서 사용된다.

화합물

실제 작업은 이런 식이다. 기상학자들이 구름을 모니터링해 원하는 때와 장소에 비를 내려 줄 만한 구름 후보를 찾는다. 이후 비행기로 타깃 구름 속으로 이동해 요오드화은 같은 화합물의 입자를 떨어트린다. 그러면 수증기가 더 쉽게 응결돼 비가 될 수 있다. UAE는 1990년대부터 구름 씨뿌리기 작업을 시작했는데, 비행기를 이용해 소금 물질 성분을 구름 속에 뿌린다.

비행 기록 없음

일각에서는 구름 씨뿌리기 작업이 아니고서야 사막에 이런 폭우가 내릴 수 있냐고 주장했다. 그러자 UAE 국립기상센터는 성명을 내고 폭우 전이나 도중에 구름 씨뿌리기 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립기상센터 부국장은 “구름 씨뿌리기는 강수 전 초기 단계의 구름을 대상으로 삼는다”라며 극심한 뇌우 속에서 구름 씨뿌리기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오해

전문가들은 구름 씨뿌리기가 무에서 유를 만들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먼저 수분이 있어야 한다. 구름 씨뿌리기는 이미 하늘에 있는 물이 더 빨리 응축돼 특정 장소에 물을 떨어트리도록 유도하는 작업이지, 없던 구름을 만들지는 못한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폭우 전에 곧 하루 동안 1년 치 비가 내릴 것을 예측하고 홍수 위험을 경고했다. 따라서 비행기를 띄울 필요가 없었다.

진짜 원인

폭우의 원인은 자연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지목한다. 공기가 따뜻해져서 생긴 결과다. 섭씨 1도가 올라갈 때마다 공기는 수분을 7퍼센트 더 보유할 수 있다. 공기가 뜨거워지면 그만큼 더 많은 비가 내린다. 지구 기온 상승으로 금세기 말까지 UAE의 강수량은 최대 30퍼센트 증가할 수 있다.

IT MATTERS


두바이는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배수 시설과 녹지 공간이 부족하다. 앞으로 폭우와 홍수는 더 자주, 더 강력하게 발생할 것이다.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 아부다비 칼리파대학교에서 지구물리학을 연구하는 다이애나 프란시스 교수는 “도로 같은 인프라를 정비하고, 봄비로 내린 물을 저장했다가 나중에 쓸 수 있는 저수지를 건설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1월 UAE 도로교통청은 두바이의 홍수 관리를 담당할 새로운 부서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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